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선운사의 봄 본문
봄날 눈처럼 휘날리는 꽃 비, 꽃 소식,
꽃 향기에 취하는 여기는 남녘 봄 일번지 섬진강이다. 해마다 봄이 오면 신열을 앓듯 19번 국도를 따라 섬진강변을 찾는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전주에서 내려 남원으로 향하는 19번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지리산 온천이 있는 산동의 산수유마을과 지리산 화엄사, 쌍계사를
따라 섬진강은 온통 눈보라빛 벚꽃 천지다.
가다보면 군데 군데 하얀 배꽃도 찬연히 따라 피어 있고 화개장터에서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지나 하동까지 나아가면 지리산 방향으로 청학동 마을과 단군성전을 모신 삼성궁을 들러 볼 수도 있고,
강 건너편의 광양방면 섬진교를 지나면 광양 청매실 농원과 다시 구례까지 매화꽃 별천지를 만날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산수유와 매화꽃이 벚꽃보다 약 보름 일찍 피는 까닭에 진해군항제에 맞추어 눈부신 벚꽃을 보려면 산수유꽃과 매화꽃은 우수수 휘날리는 낙화의 분분한 눈물을 보아야 하고, 황금빛 찬란한 봄의 전령사 산수유, 매화꽃을 보려면 벚꽃은 빨갛게 오므린 꽃봉오리만 눈에 가득 시리게 넣고 돌아와야 할 일이다. (섬진강 넉넉한 품)
그래도 보너스가 있다면 김용택 시인의 정겨운 시가 살아있는 섬진강의 품에 맘껏 안겨 볼 수도 있고 우람한 어머니산 지리산의 넉넉한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설처럼 쌓인 지리산의 눈들이 3월 중순 훈풍에 숨을 거두기 시작하면서, 산동의 계곡마다 시원한 물줄기가 풍만이 흘러내린다. 눈을 감고 가만히 걸음을 멈추면 뺨을 스치는 봄바람과 귓바퀴를 파고드는 물소리, 수천 리 길을 넘나드는 산수유 꽃구름이 가슴 깊은 곳까지 왔다가 사라진다.
꽃동네 꽃길 꽃계곡, 마치 온통 산수유 천지로 바뀐 산골 마을을 찾아 나선 동화 속 주인공처럼 살풋한 햇살이 온몸 가득 쏟아지고 있었다.
마을을 둘러보는 일은 고작 두어 시간이면 끝이 나지만 파스텔 톤 봄 향기에 잔뜩 취해 정신을 잃은 상춘객들은 끊이지 않는 신열을 식히며, 아버지가 따오신 붉은 산수유 열매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산등성이에 솟은 키 작은 풀들과 촉촉이 물 오른 나뭇잎 끝에도 봄 기운이 완연하다. 지리산의 꽃나무들은 예쁘기만 한 게 아니다. 마음 씀씀이도 지리산을 닮았다.
3월초 꽃샘추위의 질투속에서도 소박한 얼굴엔 그늘이 없다. 천박스럽지 않은 빛깔도 참 곱고 착하다. 지리산 자락에 꽃천지 한마당 열린다.
구례군 산동면은 국내 최대 산수유 단지다. 매년 가을 수확하는 산수유 열매만도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 200여년 전쯤 중국 산동성의 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오면서 가져다 심은 게 지금에 이르는 모양인데, '산동'이란 지명도 그 때문에 생겼다고 한다.
산동면 내에서도 산수유가 가장 많은 상위마을은 그 이름 대신 '산수유마을'로 통한다. 겨우 30여 가구 남짓이지만 전국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
광양 청매실농원은 영화 <취화선> <북경반점> <청춘> <첫사랑> <흑수선> <바람의 파이터> 등의 촬영 장소다. MBC-TV에서 방영해 큰 인기를 얻었던 사극 <다모> 중 "아프냐? 나도 아프다."란 명대사를 남겼던 장소도 이곳. 개인 소유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드넓고 아름답다. 당연히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풍광도 아니다.
'아름다운 농사꾼' 홍쌍리(63세) 여사는 새색시 때 시댁 과수원에서 맛본 매실의 독특한 맛에 매료돼 일편단심 매실 사랑을 실천 중이다. 상처가 나 못 쓰게 된 매실을 기름때로 더러워진 양동이에 넣어뒀다가 며칠이 지나서야 열어보았는데, 양잿물로도 잘 지지 않던 때들이 감쪽같이, 아니 빛이 날 만큼 사라진 것을 발견. 그때부터 시아버지를 설득해 밤나무가 주를 이루던 과수원을 매실나무로 바꾸었다.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량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때문에
그까짓 여자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 김용택 詩
“선운사 동백꽃”
그대를 이별하고 서해안으로 간다.
별리의 아쉬운 눈물이 마를 때 쯤이면 고창 선운사를 들어서서 조용히 아주 조용히 소소한 기와담장을 따라 대웅전을 돌아 뒤안에 서면 비로소 고인 슬픔을 달래주는 동백꽃 뚝 - 뚝, 붉은 눈물 돋 듯 동백숲을 따라 나를 찾는다.
이제 그대가 그립지 않다고, 얄미운 그대가 보고 싶지 않다고 동백꽃 속으로 동박새 부지런히 날아 들고 대웅전앞 사색의 배롱나무 하늘만이 푸른 그리움을 아로 새긴다.
백제 위덕왕 24년(577년)에 검단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선운사는 금산사와 더불 어 전라북도내 조계종의 2대 본사이다.
선운사에 보존되어 있는 사적기에 의하면, 창건 당시 한때는 89 암자에 3,000여 승려 가 수도하는 대찰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본사와 도솔암, 참당암, 동운암, 석상암 만이 남아 있다. 참당암은 신라 진흥 왕의 왕사인 의운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오고 있다. 현재, 선운사에는 보물 5점, 천연기념물 3점,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9점, 전라북도 문 화재자료 2점 등 총 19점이 있다.
<동백꽃> 특히 대웅전 뒤에는 수령 약 500년, 높이가 평균 6m는 되는 동백나무들의 군락이 천연 기념물 제 184호로
선운사 입구에 차를 마시는 선다원 팻말과 그림 한 장.
동백숲아래 한쪽에는 스님들이 즐겨 마시는 야생 차밭이 있다.
- 선운사 목어 -
선운사 대웅전 옆에 마중나온 주인 다람쥐 한 마리.
- 아래 사진은 선운사 입구 아담한 계곡천변
- 광양 청매실농원의 푸른 대죽오솔길
눈부시게 하얀 매화꽃 향기
붉은 입술로 봄을 맞는 명자나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