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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눈싸움 본문
요즘 연일 날씨가 춥고 눈이 자주 내린다.
내가 살았던 고향은 팔공산 아래로 어릴적에도 눈이 4~50cm가 내린적이 많았다. 하루 3번 대구로 나가는 버스가 겨울에 폭설이 내리면 차가 뚝 끊긴다.
그때는 지금과 같이 통신수단도 없어 그야말로 孤立無援 지대가 된다.
겨울철은 농한기라 마땅히 할일도 없고 단지 땔감을 준비하러 산에 오르곤 했는데 눈이 많이 내리면 할일이 없다.
한낮이면 양지쪽 초가지붕에 눈이 녹아 고르름이 점점 길어진다. 우리는 그 고드름을 칼이라고 잘라서 칼싸움도 하고, 먹이가 궁해진 참새를 잡으려고 마당에 있는 눈을 쓸고 소쿠리를 뒤집어 안에다 참새먹이를 뿌려 두고 긴 끈을 만들어 참새가 먹이를 먹으러 소쿠리 안으로 들어오면 잽싸게 끈을 당겨 참새를 잡는데 영악한 참새가 잘 잡혀주지 않는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면 실증이나고 다른 놀이를 찾아 마을로 나간다.
또래 아이들이 모여 눈싸움을 한다. 일단 땅을 나누어 경계선을 두고 눈을 뭉쳐 맞히는 것이다.
경계선에 멀어지면 거리가 멀어 적중률이 떨어지니 자연 경계선 부근으로 몰려 던지게 된다.
그러나 눈덩이를 맞으면 무척 아프다. 그러면 오기가 난다. 점점 격렬한 눈싸움이 된다. 그러다가 힘이 빠지면 휴전을 한다. 한참을 눈싸움하고 나면 손도 시럽고 발도 시려워 나무를 모아 불을 지핀다.
뺑 둘러서서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에다 저마다 발을 들이댄다. 지금은 신지도 않는 그 질긴 나일론 양발이 구멍이 뚤어져 삐죽비죽 발가락이 나온 개구쟁이들이 많았다.
불은 쬐다가 너무 가까이 양발을 들이밀어 불구멍이 나는 경우도 많앗다. 불을 쬐는 방향은 뜨겁고 뒤는 시리니 자꾸만 방향을 바꾸어야 했다.
그리고 젖은 나무가 탈려면 연기가 많이 났는데 지독히도 연기가 매워 눈물을 많이도 흘렸다.
한바탕 놀고나면 시장기가 돌면 각자 집으로 가서 점심식사를 하러간다. 그때는 쌀도 귀하여 보리쌀이 썩인 밥에 감자나 김치 등을 듬성듬성 썰어 넣어 밥과 함께 밀가루 수제비를 넣어 죽을 끓여 먹기도 했다.
워낙 많이 활동 할 때라 한그릇 먹고 배가 차지 않아 요즘 말로 고빼기인 반그릇 더 먹고 숟가락을 놓았는데 그때면 어머님은 늘 그 죽 마저 부족했던 것 같다.
그때는 지지리도 먹을게 귀했는지 요즘의 웰빙식단인 씨레기, 우거지 국을 주식으로 무척 많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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