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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부천 24시간주 229.5km 여정 본문

국내 마라톤/울트라마라톤

부천 24시간주 229.5km 여정

산달림 2006. 5. 12. 11:17

 

시상식 : 이용식 Kumf 회장으로 부터 실버완주패

 

“또, 24시간 달리기야.” 옆지기의 말이다. 2년전 용인대학에서 24시간 달리기 할때 서포트를 하였는데 너무 힘겹게 달리는걸 보고 말리고 싶었나보다.

24시간주는 혼자서 달릴 수 없다. 서포트가 있어야 하는데 옆지기 만큼 내 몸을 잘아는 이가 없으니 서포트를 부탁했고 가족 전부가 서포트하기로 했다.


올해는 부산비취100km 이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좀 쉬었으면 했는데 서경석님께서 왜 신청하지 않는냐고 연락이 왔다. 100km 스피드주를 연습해 가을 100km를 준비하려는데 이 번 부천대회에서 48시간주를 하자고 한다. 서경석님은 올해 남산에서 많은 연습을 소화하셨다.

한번도 생각하지 않은 48시간주는 그간 준비부족으로 무리인 것 같고 24시간주를 신청하기로 마음을 정하였다.


올해는 1월 부산비취 100km와 2월 용담댐, 3월 3.1절 하프, 서울국제, 인천, 4월 경향에서 뛰어 100km 1회, 풀코스 4회, 하프 1개 대회에 출전하였다.

대회를 앞두고 장거리 훈련을 몇차례 하면서 실전감각을 익혔고 대회 일주일전에 부천운동장에 가서 트랙을 몇 바퀴 돌면서 트랙의 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대회당일 아침에 짐을 챙겨 나오는데 장비, 의류 및, 먹거리가 대형 가방을 각각 1가방이다. 무슨 이삿짐도 아니고 무슨짐이 이리도 많냐고 한다. 출발 30분에 내가 몸 담고 있는 주봉산악회 회장님 차편으로 부천운동장에 도착하니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도 보인다.

배번을 수령하여 런닝셔츠에 고정하고 출발준비를 하였다. 올해는 서브3주자가 많아 좋은 기록이 예상된다.

출전선수들이 출발에 앞선 기념촬영이 있었고 바로 아침10시 정각 24시간주가 시작 되었다.


1Lap(10:00 ~ 14:00) 44km(110 바퀴)

초반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일부러 뒤에서 출발하면서 페이스를 줄여 보려고 노력하였다. 늘 마라톤 대회에서는 좀더 빨리 달리려고 노력을 했지 일부러 페이스를 줄이면서 뛴적이 없어 페이스를 조절하여 천천히 뛰는게 쉽지는 않다.

24시간주는 주자간의 경쟁이라기 보다는 나와 시간과의 경쟁이 더 강한 것 같다. 거리주가 아닌 시간주니 시간을 달려야 한다.

즉 24시간에 얼마나 많은 거리를 달리느냐가 관건이 된다. 그래서 초반에 너무 빨리 달리면 후반 체력고갈로 달리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거나 달리기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초반엔 다들 파워 있게 잘 달린다. 거의 쉬는 주자도 없이 주로가 복잡할 정도로 잘 달렸다. 단지 48시간주인 황선용님, 이귀자님, 서경석님만 6분 페이스로 느리게 달리고 다들 빠른 속도 달린다.


1Lap때는 날씨가 흐렸지만 달리니까 더워서 물도 많이 마시게 되고 과일도 많이 먹었다. 특히 곶감을 먹었는데 속이 든든하고 좋았다. 갈증을 달래기 위해서는 익모초 즙을 간간이 마셨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줄이기 위해 신호가 오면 물을 마시지 않고 과일을 먹으면 금새 땀으로 배출이 되어 달리는데 지장이 없어 1Lap에는 화장실도 한번 가지 않았다.


특히 신용비님과 김광복님이 몇 번 추월해 갔지만 쉬는 시간이 있어 달린 거리는 별 차이가 없었고 김광복님이 45.6km로 1위, 2위 신용비님 권영규님 44.8km에 이어 44.4km로 4위를 하였다.

홍일점으로 달린 이귀자님 모습도 보인다. 3lap에서 컨디션 난조로 기권


2Lap(14:00 ~ 18:00) 40.4km(101 바퀴) 누적 84.4km(211바퀴)

1Lap 4시간이 끝나고 방향 전환이 되었다. 24시간주는 매 4시간마다 방향이 바뀐다. 그래야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첫 휴식은 2Lap 시작 후 5바퀴를 돌고 운동화와 양발을 교환하면서 잠시 쉬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아직은 달리는데 전혀 지장이 없고 컨디션도 좋다.

그래서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달렸다. 1Lap에 비해 휴식하는 분이 늘어 주로가 좀 한가해 졌다. 오후로 가지만 여전히 날씨가 더워서 갈증을 느끼기 전에 수분보충으로 주로 딸기, 방울토마도, 오렌지, 포도 등을 먹었다.

그리고 수시로 이온음료를 마셨고 시장기를 느낄 때는 전복죽을 컵에 담아 달리면서 먹었는데 전혀 스피드를 줄이지 않고 달리면서 먹을 수 있어 시간 절약을 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마사지는 생각하지 않았고 가능하면 불필요한 행동은 삼가하여 시간을 절약하기로 했다.

비교적 다들 잘 달리고 있었지만 몇몇 분이 현저히 속도가 저하되어 완주 할수 있을까 염려스럽다.

2Lap에서는 권영규님의 선전이 돋보였으며 44.4km로 1위이고, 2위는 김광복님으로 41.6km에 이어 40.4km로 3위를 하였다. 단지 아쉬웠던 것은 기록계측이 가슴의 센서가 통과하면 계측이 되는데 수동계측과 병행하지만 주자가 얼마를 달리는지 알 수가 없었고 센서가 잘 작동하지 않아 수동계측과 차이가 나고 있어 신경을 쓰이게 했다.

2시간 간격으로 전복죽와 선식을 병행하면서 먹으니 그리 시장기는 느끼지 않고 달리기도 좋다. 속도도 Lap당 40.4km로 적당한 속도다.

 


3Lap(18:00 ~ 22:00) 39.2km(98 바퀴) 123.6km(309바퀴)

2Lap의 속도를 유지한 Lap이었다. 밤으로 접어 들자 속도를 유지하는 주자와 포기하는 주자가 확연히 구분이 된다. 다시 첫Lap에서 돌았던 방향으로 전환하여 달렸다.

부천운동장에도 서서히 어두움이 깃들고 라이트가 켜진다. 밤으로 접어 들면서 선선해진 날씨는 달리기에 좋다. 그래서 자주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되었다. 간혹 얼음을 만지며 더워진 체온을 식혔다.

유일한 홍일점 이귀자님의 지칠 줄 모르던 파워가 오늘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컨디션 난조로 2Lap에서 포기를 했다고 한다.

2004년 10월 네덜란드 위든에서 지칠 줄 모르던 철녀가 컨디션 난조로 포기 했다는게 가슴 아프다.

하나씩 늘어가는 바를정(正)자가 유일하게 내가 달리고 있음을 알려주고 그게 하나씩 늘어간다.

대회규정은 3Lap 종료인 12시간 경과시 100km를 달리지 못하면 더 이상 달릴 수 없고 컷오프 탈락이 된다.

맨 먼저 권영규님이 100km를 통과하고 그리고 김광복님이 두 번째로 100km를 돌파하였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 9시간 31분만에 세 번째로 대망의 100km를 돌파하였다고 방송이 나온다. 지난 용인대회에 비해 약 15분이 늦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직 달릴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3Lap이 끝나니 100km를 넘지 못한 분들이 컷오프 탈락하여 주로가 썰렁해진 느낌이다. 그리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니 다들 서둘러 짐 정리하느라 잠시 주변이 부산하다

일기예보에도 밤늦게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들은지라 올것이 오는구나 라고 담담하게 받아 들였다.


12시간이 지나는 3Lap은 권영규님이 40km로 1위이고 나는 800m 두바퀴가 적은 39.2km로 김윤혁님과 공동2위로 달렸다. 그리 피로하지 않아 4Lap도 잘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조명탑이 켜진후 야간 달리기를 하고 있다.

 

4Lap(22:00 ~ 02:00) 36.8km(92 바퀴) 누적 160.4km(401바퀴)

4Lap은 장대비와 함께한 Lap이다. 처음엔 비가 그리 많이 내리지 않아 처음 출발할 때와 같은 런닝셔츠와 타이즈를 입고 달렸는데 차츰 모자가 젖고 타이즈가 젖어오니 타이즈의 다리에 쓸림 현상으로 따가워서 달리기가 힘이 들었다.

옷이 모두 흠씬 젖으니 추위가 밀려와 화장실에 가서 상의는 비옷을 입고 하의는 쓸림 현상이 없는 팬츠로 바꾸어 입고 모자도 바꾸고 곧 젖겟지만 양발도 신발도 바꾸어 신었다.

그러나 잠시 쉰 탓에 저체온증으로 온 몸이 덜덜 떨린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몸이 데워지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달렸다.

계측 서포터즈로 나온 강북지맹의 총무님인 안지용님이 저체온증상이 보이니 속에 옷을 더 껴입으라고 했지만 좀더 달리면 체온이 올라가고 괜찮을 것 같다고 대답하고 빗속을 달렸다.

 

5바퀴정도 돌고나니 체온이 정상으로 올라와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이제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쉬는것도 삼가고 계속 달려야겠다.

내리는 비는 장대비로 바뀌어 여름 장마비 같이 줄기차게 내린다. 이 비를 내일 10시까지 맞으면서 빗속을 계속 달려야 하는데 문제는 흠씬 젖은 운동화와 양발로 발바닥이 잘 견디어 줄까 염려가 된다.

그래서 2시간 간격으로 발을 닦고 양발을 갈아 신고 오일을 발라 보았다.


이번 4Lap은 권영규님이 38km를 달렸고 김윤혁님이 37.6km, 3번째로 36.8km를 달렸다. 양발교환시간과 화장실을 다녀 오느라 4Lap 보다는 조금 줄었지만 전반적인 페이스는 유지 되었다. 아직까지 졸리지는 않고 고통도 그리 심하지 않아 달릴만 했다.

 

수기로 작성되고 있는 기록판 - 전자화가 필요하다.


5Lap(02:00 ~ 06:00) 35.2km(88 바퀴) 누적 195.6km(489바퀴)

이제는 체력과의 싸움이다. 달리기를 시작한지도 16시간이 경과 되었고 비를 맞은지도 4시간이 지났다. 더구나 잠이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이제 주로에 남은 주자는 11명 뿐이다. 그나마 자주 휴식을 취하러 들어가니 트랙에는 주자가 별로 없다. 모두 200km 이상 완주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그렇게 좋은 페이스로 달리던 권영규님도 잠시 보이지 않는걸 보니 잠시 눈을 붙이러 들어간 것 같다. 초반 Lap에서 무리하지 않은 탓인지 염려했던 잠은 오지 않았고 체온을 높이려고 따뜻한 커피를 한잔했더니 달리기가 좋다.

 

다시 아침이 되어도 비는 내렸고 달리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점점 비가 많이 내려 미쳐 배수가 되지 못한 곳은 물이 고여 텀벙거리며 달려야 했다. 게시를 맞은 서포터즈 함찬일님이 매 바퀴마다 “진병환 힘!”을 외쳐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두움 속에서도 날은 밝아오고 잠시 눈을 붙인 서포터즈들이 응원을 해주어 한층 활기차게 분위기를 돋운다.

그런데 전자계측시스템은 아예 철거를 했고 그리고 칠판에 판서도 하지 않고 노트에 기록을 하고 있으니 내가 얼마를 달렸는지 확인 할수 없어 갑갑하기만 하다.

달린 거리를 알아야 좀더 빨리 달리던지 속도를 줄이던지 할텐데 그냥 달리기만 할 뿐이니 갑갑하다.


다시 아침이 찾아온다. 길게만 느껴지던 24시간주가 이제 막바지인 1Lap 4시간을 남겨 두고 있다.

5Lap에서는 처음으로 35.2km를 달려서 1위를 하였다. 다들 졸음에 견디지 못했으나 거의 쉬지 않고 달려 35.2km를 달렸다. 박용각님이 2위로 33.2km였고 거의 30km전후를 달렸다.

서포터즈로 부터 응원을 받으며 중반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6Lap(60:00 ~ 10:00) 33.9km(84 바퀴) 누적 229.5km(573바퀴)

이제 마지막 Lap이다. 220km는 무난히 돌파 할 것 같고 권영규님과는 차이가 있어 2위가 확정적이다. 무리하지 말고 즐겁게 끝까지 이런 페이스로 달리고자 다짐을 했다.

응원객도 많이 몰려서 분위가가 많이 고조되었지만 비는 여전히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200km 완주를 목표로 달리는 분은 더욱 가속을 하고 200km를 돌파한 분은 여유롭게 달린다.

나 역시 233.3km 돌파는 어려울 것 같아 속도를 높이지 않고 편히 달렸다. 달린거리는 대충 어림만 할뿐이지 정확히 얼마를 달렸는지를 알지 못하니 얼마를 더 달려야 할지 몰라 마음 편히 달렸다. 어디가 특별히 아픈데는 없었지만 피로의 누적인지 빨리 달리고 싶은 욕심도 없었다. 단지 이제 24시간주도 끝이 나는구나 하고 느낄 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확히 내가 달린 거리를 알았다면 230km는 충분히 돌파 할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권영규님도 240km 돌파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는지 마지막엔 수사마 깃발을 들고 천천히 트랙을 돌고 있다.

아직 힘은 남아 있어 마지막 20여분은 좀 빠르게 달려 보리라 생각하고 스피드를 높이니 잘 달릴 수 있었다. 종료 1시간 전에 미리 스피드업 할 걸 너무 안일하게 레이스 운영을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 10초를 남기고 카운트 다운이 시작 되었다.

3, 2, 1, 0 그렇게 길게만 느껴지던 24시간주도 끝이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비가 내린다.

24시간 완주 : 길고긴 24시간주가 끝났다. 이제 달리기가 끝났다.

여전히 내리는 빗속을 동료들이 받쳐주는 우산을 쓰고 비 내리는 부천운동장을 나서면서 2006년 24시간주를 끝냈다.

총 229.5km를 달렸고 2007년 한국을 대표해서 캐나다 퀘백주에서 열리는 “2007년 세계24시간 선수권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


이제 좀 체계적으로 훈련을 하여 좀더 자신있게 24시간주에 임해야 하겠다.

그런 시간이 나에게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다.

 

시상식 : 실버상 3명 진병환(서울), 임택종(거창), 권영규(수원)

 

완주패 : 220km Silver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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