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무더위와 폭우속에 달린 햄강화 100k 1위 본문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처서를 지나고 곧 9월이 시작되지만 다른 여름철 삼복더위를 연상케하는 연일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다.
올 강화햄 100k를 참가하기로 하고 준비했지만 처의 여름휴가가 대회 20여일 전인 8월 4일 부터 13일까지 겹쳐 배낭여행을 다녀오느라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여행중에 달리기 연습은 제데로 되지 못했다. 유난히 더운 대만에서 그리고 방콕에서 9박 10일은 집 떠나면 고생이라 그나마 짬을 내어 몇차례 10여km를 달린게 고작이었다.
여름휴가 후 밀린 숙제를 하듯 일주일간 차분히 대회를 준비했고 남은 일주일은 휴식과 훈련으로 몸을 만들었다.
대회날 오전에 가방을 챙겨두고 점심식사를 한 후 신촌에 있는 강화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마침 강화대회에 간다는 참돌고래님을 만나 강화로 향했다.
토요일 오후라 강화가는 길은 만성체증으로 복잡하여 생각보다 늦게 강화에 도착하여 택시로 대회장에 도착하니 벌써 전국에 몰려든 많은 울트라전사들이 분주히 출발준비를 하고 있다. 대회운영본부에서 제공하는 선지해장국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배번을 수령하여 출발준비를 하였다.
이번대회에 이왕 출전하는 것 단체전도 신청하자 하여 단체전에 출전하는 서울시청팀을 부스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선전을 다짐했다.
아직 출발시간 까지는 시간의 여유가 있어 천천히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역시 더운 날씨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삐죽삐죽 베어 나온다.
오늘 레이스에 고전이 예상된다. 이런 무더위에는 아무래도 체력전이 될 것 같다.
0 ~ 10km 46:17
단체 스트레칭이 끝나고 곧 출발선으로 이동하여 출발준비를 하는데 거창마라톤클럽 회장인 임택종님을 만났다. 지난 24시간주 후 시상식장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잘 뛰시라는 말을 전하고 출발시간을 기다리는데 늘 출발선에 서면 예나 지금이나 긴장되는 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리고 출발! 우르르 앞 다투어 달려 나간다. 한 무리가 되어 달려 나가니 조금 후 정리가 된다. 기록계시 차량을 앞두고 달리는데 달려 나가시는 분이 없다.
늘 초반엔 선두권의 뒤에 따라 달리는데 평소데로 달리다 보니 선두가 되었다.
저녁이면 선선할까 생각했는데 아직도 후덥지근한 날씨가 무더위를 느끼게 하고 바람 한점 없다. 강화읍내를 벗어나 해변으로 나가면 좀 시원해 질까 했지만 매 한가지다.
해안도로에서 선원면 사무소로 들어가는 길은 도로폭도 좁고 가로등도 어두워 조심스레 달렸다. 연신 작은 오름과 내림의 연속으로 굴곡도 심하였다.
뒤에서 달려오는 주자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 지는 걸 보니 가깝게 따라오는 주자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0 ~ 20km 45:26(1:31:43)
곧이어 65km 주자가 추월해 앞서 나간다. 개의치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달렸다. 이제 달구어진 몸은 연신 갈증을 느끼고 물을 찾게 된다.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터라 물을 많이 찾게 된다. 65km주자 5명을 보내고 나니 100km 주자인 임택종님과 2명의 주자가 앞서 나간다.
오히려 앞서 가는 것 보담 뒤에서 따라 가는게 마음 편하고 좋을 것 같아 뒤를 따랐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뒤를 따라랐다.
20km 지점 급수대에서 물 1병을 받아 가지고 달리면서 마셨다. 아직 갈길이 멀어 배낭의 물은 아껴두어야 했다.
45:26초로 적당한 속도 인듯하여 더 이상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20 ~ 30km 48:22(2:20:05)
20km를 지나자 곧 65km 주자와 헤어져 해안도로를 달렸다. 이번구간 초반에는 4명이 함께 달렸으나 곧 2분이 뒤로 쳐지고 임택종님과 함께 레이스를 펼쳤다.
수시로 취재 중계차가 카메라를 비추고 하여 때로는 눈이 부시기도 했다. 함께 달리면서도 동반주는 하지 못했고 어느 누가 앞서면 뒤따르는 엎치락 뒷치락하는 레이스였다.
그분은 배낭을 만들었는데 천주머니에 끈을 달아 배낭무게를 줄였고 물주머니를 사용하지 않고 물병을 사용하는 듯 했다.
그리 레이스를 늦추지 않았는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 것은 오르막이 많았던 것 같다. 무리하지 않고 무난히 잘 달렸다.
30 ~ 40km 48:10(3:08:16)
이번 구간은 임택종님과 레이스를 함께 하였다. 자정으로 가는 시간이지만 여전히 더웠고 체력을 상당히 많이 필요로 하였다. 종반을 위하여 결코 무리하지 않고 유지만 하기로 하였다. 밤에 달리는 길이지만 작년에 달려 본 코스라 그래도 기억에 남아 있었다.
시계차에서 가끔 음악도 틀어주고 농담도하여 무료함을 달랠 수 있었다. 아직은 초반이라 후반의 체력유지가 관건이 될 것 같았다.
지난 구간과 같이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한 구간이었다.
40 ~ 50km 49:27(3:57:44)
50km에 가면 중간급식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레이스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연신 나타나는 언덕에 속도가 떨어져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 것 같다.
계속 이어오던 레이스는 이번구간에서도 이어졌고 간혹 나타나는 취재중계차량이 유일한 변화였다. 서로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달리고 달린 구간이다.
동막해수욕장 앞은 철지난 해변이지만 늦은 시간임에도 해변가의 흥청거림이 있었고 간혹 달리는 우리를 보고 “힘!”을 실어주시기도 한다.
해수욕장 앞을 지나자 다시 적막한 시골길이 이어지고 50km를 앞두고 마지막 언덕을 넘어 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들리던 발작욱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제 독주가 시작되었다. 언덕을 올라서자 급한 내리막을 내려가는데 어느 주유소 앞에 50km 거리 표지판이 보인다.
50 ~ 60km 59:37(4:57:21) 4분 휴식 - 급식 및 급수
50km를 지나 조금 내려오니 급식을 할 수 있는 휴게소다. 자원봉사자들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우선 물을 채우고 냉미역국을 주는데 거기다 주먹밥을 말아 먹어야 빨리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손으로 풀어 후루룩 마시듯 먹었다. 후반을 생각해 운동화를 교체 하려다 저녁 늦은 시간에 비가 올 것이란 예보를 믿고 그냥 출발했다.
후반 체력저하를 생각해서 식사를 많이 한탓에 스피드가 나지 않는다. 식사를 한 탓이라 생각하고 소화가 되고나면 나을 것이라 생각하고 서두르지 않고 달렸다.
달리다 보니 깜박이는 불빛이 보이고 이곳에서 도장을 큼지막하게 찍어 준다. 아마 이곳을 통과 했다는 증표인것 같다.
그곳을 통과하자 한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 맞는것은 각오한 터라 개의치 않고 달리는데 좀체 컨디션 향상이 되지 않고 현상 유지만 되는 것 같다.
자정을 넘긴 시간이라 인적이 끊긴지 오래고 오직 적만 만이 감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함께 하는 계시용 차량이 있어 외로움은 덜했다.
때로는 오르막이 나타나면 음악을 켜주어 지루함을 달래주곤 했다.
60 ~ 70km 54:25(5:51:41)
이제 후반으로 가는 구간이다. 이제 서서히 피곤도 몰려 올 시간이 되고 신체적으로 졸음이 올 시간이 되어 간다. 65km에서 방향을 바꾸어 외포리방향으로 가는데 일단의 달리기 무리를 만났는데 한국울트라연맹 인천지부소속인데 훈련중에 있다고 하며 무척 반가워해 주셨다. 내리는 빗속에 새벽까지 훈련을 하는 걸 보니 대단한 열정인 듯 하다.
역시 검푸들은 뭔가 남다른 훈련을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훈련은 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밤샘 훈련은 하지 않는 편인데 실전을 대비한 한반도횡단을 하려면 이런 밤샘 훈련도 효과적이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분들과 헤어져 혼자 달려 가는데 이제 매 5km 마다 만나는 거리표지판도 빨리 나타나지 않으니 조금씩 피로가 누적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이제 점점 빗줄기가 굵어져 간다. 오히려 비를 맞으니 몸을 식혀주어 좋다는 생각을 하니 내리는 비마져 고맙게 느껴진다.
70 ~ 80km 1:1:5(6:52:53) 3분 휴식 - 수박화채 먹음
경기시작 약 6시간이 경과한 새벽 2시경으로 피로누적과 무료함으로 눈거풀이 자꾸만 무거워 진다. 그래서 주먹으로 머리를 쥐어 박기도 하고 이마를 때리기도 했다. 그래도 잠이란 마귀는 금새 찾아와 자꾸만 자꾸만 괴롭힌다. 그리고 섬이란 특성으로 연신 나타나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힘은 힘데로 들어도 속도가 나지 않는다. 마음 같아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붙이고 싶지만 명색이 1위를 달리는 자가 잠을 이기지 못해 잔다는게 너무 한심스럽게 느껴져 자신에게 화가나 빰을 때려가며 뛰었다. 아마 이구간이 이번 레이스에서 제일 힘들었던 구간으로 기억된다. 빨리 컨디션이 향상되기를 기다리며 잠을 쫓으며 뛰고 또 뛰었다. 지금껏 100km 대회에서 잠으로 고생하기는 처음인 듯 하다.
80km 지점에 있는 수박화채를 생각하며 달려가는데 65km 후미 주자들이 걷거나 천천히 뛰면서 빗속을 가고 있다.
조금은 무료함을 달래면서 80km 외포리 전 휴게소에 도착하여 수박화채를 정신없이 먹고 있는데 취재진이 카메라를 비춘다. 너무 갈증이 심했던 터라 카메라도 의식하지 않고 3그릇을 비우고 90km 지점으로 향했다.
80 ~ 90km 58:40(7:51:33)
외포리는 지난번 보문사를 가기위해 들린 적이 있어 여기서 강화로 가는 길은 어렵풋이 기억이 난다. 80km 지점은 외포리로 들어가기 전에 우회전하여 바로 있었다.
작년엔 갈림길 표시가 제데로 되어 있지 않아 코스 이탈을 한적이 있는데 이번대회는 갈림길 마다 안내표시판이 있고 안내원을 배치하는 등 주최측에서 많이 배려한 흔적을 엿볼수 있었다.
매 5km 마다 표시를 하여 달리는 속도를 체크 할 수 있어 달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점점 빗방울은 굵어지고 미쳐 도로에 빗물이 흘러 내리지 않아 때로는 텀벙거리며 물속을 달리기도 했다.
드문드문 나타나는 65km 후미 주자들이 있어 무료함을 달래 주었지만 여전히 컨디션이 향상되지 않고 몸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큰 오르막은 없었지만 연신 나타는 오르막은 더욱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달리는 주자들이 힘들어 하면서도 100km 선두주자가 달린다고 “힘!”을 실어준다.
90km 지점에 도착 할 때는 앞이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집중호우가 내려 원 없이 소나기를 맞으며 달렸다.
90 ~ 100km 47:15(8:38:49)
이제 남은 거리가 마지막 10km 라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든다. 그간 괴롭히던 졸음도 씻은 듯이 사라지고 발걸음도 가볍다. 그래서 속도를 높였다. 앞으로 나타날 도로도 대충 기억이 되어 신나게 달려 보리라 다짐했다.
나는 달릴 때 마다 2가지 신념을 가지고 달린다.
첫째 절대 포기하지 말자. 둘째 절대 걷지 말자. 이것은 지금까지 울트라마라톤을 하면서 절대로 준수하려는 신념이다.
한번 포기하면 다음에 힘들면 쉽게 포기하게 되고, 한번 걷게 되면 다음에 힘들면 또 걷게 된다. 자꾸만 자신과 타협하는 나약한 자신이 되기 싫어 주로에 서면 이것만은 준수하려고 한다.
마지막 남은 구간은 장대비와 강풍이 휘몰아 쳤지만 이제 남은 거리가 한자리 수라 생각하니 절로 힘이 난다.
몸속에 있는 1%의 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주로에 쏫아 부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1위의 확신은 50km 지점에서 했지만 기록에 신경쓰지 않고 등위에 만족 할 수는 없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늘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제 고인돌 광장을 지나는데 주변이 많이 변한 듯 했다. 작년 이대회는 여기서 개최 되었다. 이제 강화시내 까지만 달리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점점 바빠진다.
빗속을 열심히 달려가니 65km 주자들이 반갑게 격려해 주신다. 이제 강화시내가 가깝다.
강화공설운동장의 불빛이 보인다.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결승선을 통과 했다.
8:38:49초 긴 울트라마라톤의 여정이 끝이 났다.
이번 10월 8일 IAU 100km 세계울트라마라톤 대회가 하남 미사리조정 경기장에서 열린다. 그 대회를 대비한 100km 대회였으며 남은 기간 좋은 컨디션을 만들어 대회에 임해 볼까 한다.
시상식
100km 입상자들 좌로 부터 진병환, 김영한, 김근태, 임택종
100Km 남자 부문
1 1364 진병환 8:38:49 서울시청(마라톤동우회)
2 1070 김영한 9:23:45 문경철인클럽
3 1032 김근태 9:29:04 마라톤천사클럽
4 1310 임택종 9:42:49 거창마라톤클럽
5 1128 민석기 9:51:02 신김포나가자마라톤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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