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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산행/존 뮤어 트레일

[스크랩] 존 뮤어 트레일 358km

산달림 2018. 6. 26. 21:13
[해외 트레킹] 존 뮤어 트레일 358km (중)
 
나는 주인이 아니다 흔적을 남기지 말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358km 걷기

존 뮤어 트레일에는 3,000m가 넘는 아홉 개의 고개(pass)가 있다. 2일차인 8월 14일은 그 첫 번째 고개인 도너휴 패스(Donohue Pass)를 넘는 날이다. 3,000m부터는 고소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높이다. 도너휴 패스를 큰 탈 없이 넘어가면 종주의 전반부는 무난하게 진행된다.


▲ 도너휴 패스로 오르는길.

첫 번째 3,000m대 고개, 도너휴 패스를 넘다


도너휴 패스로 향하는 길은 라이엘 캐년(Lyell Canyon) 사이를 지나게 되는데 커다란 개울이 흐르고 이 개울은 투올러미 강으로 흘러 들어가 투올러미의 초원을 적시는 젖줄이 된다. 푸른 초원과 짙푸른 침엽수림, 그리고 그 사이로 흐르는 개울. 곰에게 행동식을 뺏긴 ‘참사’는 까맣게 잊은 채 모든 게 아름답고 평화롭게 느껴졌다. 맑은 개울에는 송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도너휴 패스를 올라가는 길은 존 뮤어 트레일의 모든 고갯길이 그렇듯 스위치 백(Switch Back)으로 지그재그식 오르막길이다. 처음 만나는 3,000m 이상의 고지대인 데다 본격적인 오르막이라서 쉽지는 않은 길이다. 지난 겨울에는 요세미티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8월 중순인데도 눈이 녹지 않았다. 도너휴 패스의 정상 부근에는 만년설이 넓게 쌓여 있었다.


도너휴 패스를 넘을 때 친구와 함께 종주에 나선 백패커 제시카를 만났다. 그녀의 배낭은 12kg 남짓이었는데 내 배낭을 들어보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나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 것에 으쓱하기보다 부끄러웠다. 나름 울트라라이트 백패킹을 지향하는 자의 배낭이 20kg이 넘어가다니 부끄러웠던 것이다.


▲ 1 도너휴 패스를 향하는 길에 만년설이 쌓여 있다.

그녀와는 종주 중반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는데 화가이기도 한 그녀는 언제 내 모습을 그렸는지 귀국 후에 그림을 보내주기도 했다. 가벼운 배낭으로 좀더 빠르게 움직여 호숫가에서 여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도너휴 패스를 넘어 고도를 낮추자 모기떼가 극성을 부린다. 존 뮤어 트레일 종주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보다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퍼밋을 받는 일이다. 그리고 종주를 시작했다면 가장 큰 문제는 3,000m와 4,000m 사이의 고지대에 있는 고개를 넘는 일과 곰으로부터 식량을 보호하는 일, 그리고 모기와의 싸움일 것이다. 모기가 가장 극성인 시기는 7월과 8월 사이다.


▲ 1. 도너휴 패스. 경량 백패커의 모범을 보여준 제시카와 그녀의 친구 제니퍼. 2. 모기를 막기 위한 헤드 넷. 3. 제시카가 보내 온 그림.
모기에 대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모기 기피제를 수시로 피부에 바르거나 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기망을 뒤집어쓰는 것이다. 그런데 겪고 보니 모기떼가 극성스럽기는 해도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3,048m(1만ft) 이하 고도에서 야영을 한다면 모닥불을 피워 모기를 쫓아낼 수 있고, 머리 모기망(Head Net)만으로도 참을 만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날의 목표지점은 마리 레이크(Marie Lake) 갈림목 부근의 캠프그라운드였다. 운행 거리는 약 16km로서 평균 운행거리인 20km에 미치지 못한 계획이었지만 도너휴 패스를 넘어야 하는 일정을 고려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고소증상에 따른 컨디션 저하를 감안한 것이었다. 이제 곰에게 털릴 여유분의 식량도 없으므로 큰 걱정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이보다 더 큰 ‘사고’는 이제 있을 수 없을 거라는 믿음으로, 아니 더 이상 사고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희망으로….


세 번째 날의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오전 6시30분에 기상해 짐을 챙긴 후 7시에 출발했다. 약 1시간40분을 걸어 아일랜드 패스(3,092m) 옆의 작은 호숫가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멀리 배너 피크(Banner Peak·3,920m)가 보이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지도에도 이름이 안 나오는 작은 호수였지만 맑은 물과 푸른 초원은 다른 호수와 다를 바 없었다. 이번 종주를 위해서 라면과 누룽지, 알파미를 주식량으로 가져갔다. 300mml 용량의 시에라컵은 계량컵 역할을 했다.


호수가 있어 더욱 빛나는 존 뮤어 트레일


1,000개의 섬이 있다는 사우전드 아일랜드호수(Thousand Island Lake)는 이름 그대로 쪽빛 수면 위로 수많은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었다. 존 뮤어 트레일에서의 호수는 크고 작은 개울을 만들어 대지를 풍요롭게 했으며, 귀중한 식수뿐 아니라 영혼까지도 풍요롭게 했다. 호수가 있어 더욱 빛나는 존 뮤어 트레일인 것이다.

가넷 레이크는 기슭에 흰 눈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배너 피크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러나 가넷 레이크에서 우리 일행은 또다시 시련을 맞게 된다. 호수의 아름다움에 취해 무심코 걷다가 PCT(Pacific crest trail·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이어지는 4,300km 트레일)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 존 뮤어 트레일은 우리나라의 산처럼 친절하게 이정표가 있는 게 아니다. 트레일 역시 겨우 한 사람이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이고, 그 흔한, 그래서 공해에 가까운 산악회 리본 같은 것도 나뭇가지에 걸려 있지 않다.


우리가 무심코 들어선 길이 PCT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되돌아 나왔지만 한 명은 결국 PCT로 들어서서 끝내 헤어지게 되었다. 가넷 레이크에서 PCT로 들어갔다고 해도 8km 정도만 더 가면 레즈 메도(Reds Meadow)라는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남은 두 사람은 2시간 정도를 기다리다가 레즈 메도에서 만날 것을 기대하며 계속 길을 걸었다.


시련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스토브를 가진 일행 1명이 PCT로 잘못 들어가 헤어지고, 그를 기다리며 점심 식사를 준비하던 중 휘발유 스토브의 조작 실수로 연료통에 불이 붙었고, 스토브의 펌프가 훼손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졸지에 휘발유 스토브 2개가 모두 없어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섀도 레이크의 아름다움에서 미처 깨어나기도 전에 가파른 스위치백 오르막이 시작된다. 약 600m 표고차이지만 거의 1시간 정도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오르막이 끝나자 로잘리호수(Rosalie Lake)가 나타난다. 해는 이미 기울기 시작한 오후 6시 45분. 우리는 하루의 일정을 여기서 마치기로 한다. PCT로 잘못 들어선 일행도 안전하게 하룻밤을 보내길 빌며….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전 7시10분쯤 출발했다. 오늘은 부지런히 걸어 레즈 메도에 최대한 일찍 도착해야 한다. PCT로 길을 잘못 들어간 일행의 소식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10시쯤 드디어 JMT(John Muir trail)와 PCT가 다시 만나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걸음을 재촉해 10시30분쯤 휴대폰을 켜보니 통신이 가능하다. 4일 만에 통신 접속이 가능한 지역에 들어선 것이다. 현대 문명의 상징인 통신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오지인 존 뮤어 트레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좌표는 37°37.212'N 119°05.226'W)


12시쯤 레즈 메도에 도착했으나 헤어진 일행과는 통신이 되지 않았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추측해 보았다. 아직 레즈 메도에 도착하지 않았거나, 혹은 계속 길을 잘못 들어서 레즈 메도를 경유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남은 일행도 이곳 레즈 메도 리조트에서 탈출하기로 한다. 계속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보내며 기다리다가 나는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았다면 탈출했거나 이미 레즈 메도를 지나쳐 갔을 거라고 판단했다.


▲ 1. 툴리 홀의 아름다운 초원. 3. 레즈 메도 가는 길.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길을 잘못 든 일행은 그 길로 레즈 메도에서 탈출했다. 일행과 헤어지고 이제 혼자가 되었다.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장비 부담 등 단독 종주가 심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었지만 나는 이쯤에서 중단 포기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계속 길을 걸었다. 레즈 메도를 지나 크레이터 메도(Crater Meadow)를 향해 올라가는 길은 산불로 나무들이 타죽어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윙~윙~ 날개 소리를 내며 뛰어난 비행술을 뽐내는 벌새가 유난히 많이 보인다.


PCT와 겹쳐진 트레일은 레즈 메도를 지나자 계속 오르막이었다. 약 300m 고도를 올렸다. 오르막을 거의 다 오르자 마침 해가 저물었다. 오후 7시30분 크레이터 메도에 도착했다.


▲ 1.가넷 레이크(Garnet Lake). 뒤에 우뚝 솟은 봉우리는 배너 피크(Banner Peak). 2. 버지니아 레이크 옆을 걷고 있는 토머스.

혼자 남은 8월의 시에라, 영하로 떨어지다


하이 시에라의 평균적인 8월 기온은 최저 섭씨 영상 3도 정도였다. 그러나 산에는 늘 예상치 못한 기상상황이 벌어진다. 5일째가 되던 8월 17일, 쉘터 밖에 둔 물주머니가 얼어 있다. 예상치 못한 영하의 날씨였던 것이다. 온도계를 확인해 보니 영하 3도. 해발 2,700m도 안 되는 비교적 낮은 지역이었으나 땅도 얼어 있었다. 더운 날은 낮 최고 기온이 25도에 육박하니 일교차가 무려 30도에 이른다.


버지니아 레이크(Virginia Lake)에서 두 명의 미국인 백패커를 만나 한동안 동행했다. 툴리 홀(Tully Hole)은 낮은 분지 형태로 개울이 S자로 흐르는 아름다운 곳이다. 오후 6시50분쯤 툴리 홀로 내려선 후 오늘의 야영지에 도착했다. 버지니아 레이크에서 툴리 홀로 내려오는 길은 스위치백으로 표고차 240m로서 상당히 길었다.


버지니아 레이크에서 만난 토머스, 수잔과 함께 툴리 홀에서 4일째 밤을 보냈다. <계속>


▲ 모닥불은 파이어 링에 피워야 한다

존 뮤어 트레일에서의 모닥불(Wood Fire)


존 뮤어 트레일에서의 모닥불은 불법이 아니지만 제한 사항도 엄격하다. 요세미티국립공원 관할 지역에서는 해발 약 2,909m(9,600ft) 이상에서는 모닥불을 피울 수 없으며, 그 외의 킹스 캐년국립공원 등에서는 해발 약 3,048m(1만ft)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모닥불이 허용되는 지역이라고 해도 기존에 있는 파이어 링(Fire ring)에 불을 피워야 한다. 이것은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 레조 메도 리조트

Tip
레즈 메도에서의 식량 보급


레즈 메도 리조트에서 식량을 보급받는 방법은 사전에 리조트를 방문해 식량을 맡기는 것과 우편을 이용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직접 방문해서 리조트에 식량을 맡긴 후 나중에 찾아가려면 하루에 1달러씩 보관료를 내야 한다. 레즈 메도 리조트는 일반 차량으로 들어갈 수 없으므로 맘모스 스키장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우편을 이용하는 방법은 맘모스 우체국으로 식량을 보내고 레즈 메도 리조트에 픽업을 요청한다. 리조트까지 운반하는 데 35달러를 받으며 5일간의 보관료가 포함되어 있다. 만약 5일이 지나면 1일 1달러씩 추가비용을 받는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redsmeadow.com) 참조.


지속가능한 백패킹을 위한 지침 ‘Leave No Trace’

존 뮤어 트레일을 준비하면서 나는 LNT(Leave No Trace)가 권장하는 수칙을 엄수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실제 존 뮤어 트레일의 다른 백패커들도 그 수칙들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었다. 나만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LNT는 산행과 야영 등을 할 때 다음과 같은 7가지의 수칙을 권장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기(Plan Ahead and Prepare)
대상지의 기후와 위험 등에 대해서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수칙에는 가능한 작은 규모 인원으로 산행할 것을 포함하고 있다.

2. 지정된 구역에서 탐방하고 야영하기(Travel and Camp on Durable Surfaces)
지정된 지표면만을 걷거나 지정 장소에서 야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확실한 탐방로, 야영지, 바위, 자갈, 마른풀 또는 눈을 포함한다.

3. 쓰레기를 확실하게 처리하기(Dispose of Waste Properly)
자기가 가지고 간 것은 모두 가지고 온다. 야영지와 휴식처에 쓰레기와 흘린 음식물을 점검하라. 모든 쓰레기, 남겨진 음식물, 잡동사니를 배낭에 넣어 가지고 나온다.

4. 본 것을 그대로 두기(Leave What You Find)
식물, 그리고 다른 자연의 모든 것들을 자연 상태 그대로 둔다. 비자연적인 종(種 : 동물·식물)을 가져다 놓거나 옮겨가지 않는다.

5. 모닥불 최소화하기(Minimize Campfire Impacts)
모닥불은 오지(奧地)에 오랫동안 영향을 줄 수 있다. 요리를 위해서는 스토브를 사용한다. 불의 사용이 허락된 곳에서도 준비된 파이어 링을 사용한다.

6. 야생(野生)동물을 존중하기(Respect Wildlife)
동물에 음식물을 주지 마라. 야생동물에 주는 음식은 건강을 해치고, 자연적 습성을 바꾸고, 포식성과 다른 위험들에 접하게 하는 것이다.

7. 다른 방문자들을 고려하기(Be Considerate of Other Visitors)
다른 방문자들을 존중하고 그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휴식과 야영은 탐방로와 다른 방문자들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한다. 큰 목소리와 소음을 내지 않는다.


출처 : 전라북도 산악연맹
글쓴이 : 행복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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