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치악산 둘레길 3코스 수레넘이길 본문

국내 걷기여행/치악산둘레길

치악산 둘레길 3코스 수레넘이길

산달림 2022. 1. 6. 17:50

수레넘이길로 가는 치악산 국립공원 입구

비 예보가 있었다. 우중 걷기를 준비해 왔지만 겨울비가 걱정이 되긴 했다. 예보에는 8시부터 비예보가 있어 7시쯤 출발하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6시경부터 탠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잠을 깼다. 2시간 먼저 비가 온다.

우선 아침을 챙겨 먹어야 길을 걸을 수 있어 뜨거운 물을 끓였다. 누룽지에 컵 쌀라면을 넣으면 한 끼 식사가 된다. 무게를 줄어야 하니 식단도 간편하고 연료 소모도 최소화해야 한다. 거기에 커피 한잔이면 끝이다. 비에 젖지 않게 일단 탠트 안에서 배낭을 꾸려야 한다. 젖으면 끝장이다. 무겁고 보온 능력이 떨어진다.

배낭을 챙겨 처마밑으로 옮기고 탠트 외피는 젖어도 내피는 젖으면 안 된다. 통째로 옮겨와 조심스럽게 분해해서 챙겨 넣었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배낭은 커버를 씌우고 우의로 배낭과 함께 둘러 썼다. 그새 어둡던 세상이 밝아 온다. 빗속을 걷는다.

차도를 따라 데크길을 걷는다. 치악산 국립공원 안내석 앞에는 작은 정자가 두 개나 있다. 어젯밤에 여기서 탠트를 쳤으면 좋았겠다. 원두막 같은 데크에서 잠시 쉬어간다. 비가 오는 날은 쉴 곳이 없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줄곧 걸어야 한다. 가벼울 땐 걸을 만 한데 박 배낭은 무게가 있어 그게 곤욕스럽다.

학곡리까지 내려오면 한지공예관을 지나면 수레너미교를 건넌다. 이 다리는 태종 이방원이 그의 스승 운곡 원천석을 만나기 위해 이 길을 수레를 타고 넘었다 하여 수레넘이 재란 이름이 붙여졌단다.

잣나무 숲 숲속 놀이터


그 길을 넘는 길이 3코스 수레넘이 길이다. 펜션과 민박집을 지나고 나면 숲길을 걷게 된다. 잣나무 숲길이 명품 숲길이다. 숲 속에 어린이 목재 놀이시설도 설치해 놓아 하루 쉬어 가기 좋은 숲이다. 이런 숲길은 햇볕이 쨍한 날 걸어야 운치도 있는데 세상사가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는가 싶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걸어야 하는 게 현실이지 않는가.

숲속 놀이터에서 잠시 휴식


완만한 숲길은 수레너미재까지 이어진다. 빗줄기는 조금 굵었다 가늘었다 한다. 기온이 낮으니 젖은 장갑은 손이 시럽다. 아직은 등산화가 잘 견디고 있지만 얼마나 더 버텨줄지 걱정이다. 추운 건 계속 걸으면 몸에 열이나 견딜 수 있지만 젖어 버리면 말리 제간은 없다.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홀로 걸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다.

수레넘이재에서 3구간 스탬프를 찍고 내려서면 원주시에서 횡성군으로 넘어가게 된다. 10시가 넘어가니 벌써 시장기가 느껴진다. 마침 데크가 있어 아래에는 비가 그리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 배낭을 내려놓고 뜨거운 물을 끓였다. 거기에 쌀 컵라면을 넣으면 된다. 누룽지도 조금 넣고. 그사이 배낭을 덮는다고 우의들 벗고 고어텍스 바람막이만 입고 있었더니 젖었다.

수레너미길 정상 중산 스템프 지점


속이 든든하니 내리막길이 편하다. 국공지역을 벗어나니 산골짝 곳곳에 농막이 있고 새로 지은 집도 보인다. 한결 같이 여름 한철을 사는지 꽁꽁 걸어 잠그고 인적이 없다. 그런 집이 서울 근교 지역엔 너무 많은 것 같다.

빗줄기 굵어진다. 우의를 타고 흘러내린 비가 등산화 속으로 조금씩 들어온다. 걱정이 된다. 한번 젖으면 쉽게 마르지 않는 게 가죽 중등산화의 특성이다. 과수원을 지날 때 흠이 있는 사과를 그냥 버려두었다. 맛있게 보여 2개를 주워 베어 먹으니 달고 맛이 좋다. 과일은 무게가 있어 가지고 오지 않았다.

점터골 삼거리에 내려오니 쓰레기 수거차량의 기사님이 '어디서 오세요' 한다. '구룡사요'하니 "이 우중에요.' 한다. 그냥 웃고 걸었다. 도로를 따라 한참 걷다 보니 이런 시골길에 추어탕집이 있다. 딱 점심땐데 참고 내려왔으면 맛있게 먹었을 것 같다. 모르니 미리 먹어서 더 이상 먹을 수가 없다. 추적추적 비를 맞고 걸어오다 그간 표시 리본을 보지 못한 것 같다. 빈집 처마 밑에서 두루누비 Gps를 켜보니 한참을 지나왔다.

길을 놓치면 다시 돌아가는게 그간 경험이 옳았다. 힘들게 걸어 내려 온길을 다시 돌아 걸었다. 돌아가는 길은 더 힘들고 지루한 길이다. 길가 비닐하우스 안에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쉬어가 기로 했다. 어깨가 너무 아팠다. 쉬니 금세 추워 온다. 다시 배낭을 메고 걸어야 했다. 오늘따라 비를 맞지 않는 지붕 있는 집이 그립다.

강림길 숲길
강림길 쉼터


점터골 삼거리까지 올라오니 오른쪽으로 치악산 둘레길은 이어진다. 무심코 지나친 길이다. 한번 길을 놓치니 마음도 약해진다. 그사이에 등산화 안으로 빗물이 들어와 찌걱거린다. 옷은 갈아 입으면 되지만 신발은 예비가 없다. 3코스 끝인 태종대가 가깝다. 가기 전에 강림면사무소 가는 길이 먼저 나왔다. 혹시 여관이나 민박이 있으면 하루 쉬었다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림면과 둔내역 연결 버스 77번 시간표


치악산 자락에 있는 작은 면단위에는 여관 하나 없단다. 선택은 다시 길을 갈 건지 횡성이나 원주로 나갈 것인지다. 농어촌 버스시간을 보니 둔내로 가는 버스시간이 가깝다. 둔내라면 ktx로 서울과 바로 연결된다. 그래 서울로 가자 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손님 한분 없는 버스에 혼자 버스를 타고 둔내로 나와 서울행 ktx에 올랐다.

'국내 걷기여행 > 치악산둘레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악산 둘레길 꽂밭머리길  (0) 2021.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