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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일본 북알프스 종주기 본문
일본 북알프스 야리가다케의 위용
시시다케로 오르는 길 - 제발 비야 멈추고 안개야 걷혀라.
무로도 라이조평 캠프장의 대원들 오늘도 비가 .....
다음날 라이조평캠프장의 대원들 - 뒤로 別山이 뚜렷하다.
제1부 : 자~ 떠나자. 일본 북알프스로!
그간 주봉산악회가 창설된 이후 한번도 해외원정을 다녀온 적이 없다. 단지 혼성팀으로나 개인적으로 다녀 온적이 고작이다. 그래서 2003년을 맞이하여 주봉산악회에서 처음으로 해외산행을 시도하기로 하였다.
산행 대상지로는 현실적으로 직장생활에 무리가 되지 않고, 경비도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3,000m급 高山의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등반성이 있는 일본 북 알프스를 선택하였다.
참가 희망자를 모집한 결과 메켄리, 아콩가구아, 마운트쿡, 키나발루 등을 다녀오신 백곰, 키나발루를 다녀온 산다니, 강삼촌, 그리고 3년전 일본 북알프스 야리가다케 ~ 오쿠호다카다케 구간을 종주한 적이 있는 산달림, 국내산을 수년간 다니고 최근 마라톤에 입문한 한울타리, 이렇게 5명의 대원으로 원정대를 구성하였다. 출발전 화악산에서 합동등반을 하면서 팀웍을 다지고 원정대 대장 산달림, 장비 및 의료담당 산다니, 식량담당 강삼촌, 기록 백곰, 카메라는 한울타리가 담당하였다.
2003. 8. 23 18:45 출발하는 오사카 간사이행 JAL964편을 타기 위해 출발 2시간전 인천공항에 모였다. 다들 큼직한 배낭이 특별히 강조한 최소한의 무게 줄이기에는 실패한 듯 화물로 보내기 위해 중량을 계측하니 20~32Kg의 중량이 나온다. 과연 저 배낭을 매고 5~6일 산행을 할 때 얼마의 속도로 걸을 수 있을지 자뭇 염려스럽다.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는 여름날씨인데 과연 현지의 날씨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원정대를 맞이해 줄까 걱정스럽다.
우리를 싣은 비행기는 빗속에도 정시에 이륙하여 한반도 상공으로 오르자 구름 위로는 맑고 밝은 또 하나의 새로운 신세계가 전개된다. 기내에서 제공하는 아사히 맥주를 한잔하면서 오늘 일정을 챙겨 본다.
20:30 정시에 간사이공항에 도착하여 배낭을 찾아 공항청사를 나오니 후끈한 일본특유의 고온다습한 여름날씨가 우리대원을 맞이한다. 그래서 일본에 살려면 에어콘 없이는 살지 못한다 했을까? 여행을 하다보면 맑은 날은 이불 등을 집의 베란다 등에 널어 놓은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오늘일정은 산행의 시발점이되는 다가야마(高山)에 최대한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다. 쿄오또 까지는 특급을 타고 거기서 보통열차로 마이바라(米源) 까지 가는 열차를 탓다.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으로 열차안이 허전하다.
1:30분경 마이바라역에 도착하여 역 앞에서 노숙이다. 자정을 넘긴 시간이라 제법 밤바람이 시원하다. 다들 메트레스를 꺼내서 아스팔트 바닥 위에 깔고 밤하늘의 별을 헤아려 본다.
일본 도착기념으로 간단히 한잔하기로 하여 라면을 끊이고 근처 24시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고 준비해간 펙소주로 칵테일하여 소맥을 만들고 라면과 함께 두어순배 술잔을 돌리고 3시경 잠을 청했다. 아스팔트가 한낮의 열기로 따뜻하여 구들목에 누운 것 같아 포근하다.
2003년 8월 24일 (일)
새벽 4시경 백곰이 자꾸 잠을 깨운다. 간밤에 술을 먹었는데 술이 부족해 새벽에 잠을 설쳤다고하며 좀더 술을 마셨으면 새벽까지 잘 잘텐데 잠이 오지 않으니 다들 기상하라고 한다. 기차가 6시경에 있으니 잠을 더 자자고 해도 막무가네로 잠을 깨운다. 부지런한 일본인들의 아침이 시작된 듯 역전광장을 청소하고 차들의 이동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잠이 부족해 다들 일어날 생각이 없다. 단지 백곰만 잠자고 있는 대원이 부러워 계속 심통을 부린다. 여럿이 자는 노숙은 불편하지 않았다. 이번 산행에는 고산에서 사용할 압력밥솥을 준비했다. 무게가 만만치 않았지만 대원들이 제대로 먹어야 산행을 잘할 수 있다고 산다니가 준비해 왔다.
5시경 역전광장 편의점에서 구입한 부탄개스로 밥을 짓고 찌게를 끓이고 준비해온 밑반찬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노숙자 치곤 근사한 식사를 하였다고 자위하면서 6시 10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高山으로 향했다. 중간 정착지인 기후에서 다카야마(高山)로 가는 기차를 1분만에 갈아타고 다카야마(高山)로 가는데 일본의 짙푸른 산과 들녁의 산촌 풍경을 즐기며 강줄기를 따라 다까야마로 향했다. 기차 안에는 휴일로 여행을 떠나는 일본인들로 다소 붐볐다. 삼삼오오 가방과 배낭을 챙겨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근 3시간을 달려 다까야마(高山)에 도착하여 이곳에서 등산 버너용 연료를 구입했다. 국내와 달리 연료는 아무 곳에서나 구할 수 없으며 등산장비가게에서 구입 할 수 있다. 인포메이션센타에 문의하니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Alpan 장비점을 안내해 준다. 그곳에서 휘발유는 1L, 4L를 깡통에 넣어 팔고, 또한 EPI개스를 팔고 있었는데 1통에 3~4,000원으로 비교적 비싼편이 었다. 국내 같이 쉽게 구입 할 수 없다는게 불편하다.
돌아오는 길에 저녁에 먹을 삼겹살과 참치회를 사서 돌아오니 11시 30분 히라유온센(平湯溫泉)행 버스가 있다. 버스는 다까야마를 벗어나자 계속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오른다. 간혹 겨울에 사용한 리프트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스키장임을 알 수 있었다.
이윽고 마지막고개를 넘자 넓은 분지가 나타나고 야영장도 보이는 곳이 히라유온센(平湯溫泉)이다. 이곳은 북알프스의 등산의 전진기지로 가미고지(上高地) 혹은 신호다카온센(新橞高溫泉) 등으로 가는 일차 관문인 셈이다.
여기서 다시 가미고지(上高地)행 버스로 바꿔 탓다. 다들 가벼운 배낭인데 우리대원만 중무장 한 듯 하다.
중탕(中湯)을 지나 大正池를 거쳐 가미고지(上高地)로 가는 도로주변에는 각지에서 온 관광버스로 가득하다
14:00에 가미고지(上高地)에 도착하니 일요일이라 관광버스가 주차장을 꽉 메우고 멀리 오는 길까지 한 차선을 잡아먹고 있었고 내려오는 사람과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줄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줄의 끝에는 로선을 안내자가 표시판을 들고 있어 그 뒤로 계속 줄을 서고 있어 질서의식이 대단함을 느꼈다. 반대로 산을 올라가는 방향은 우리 팀 외에는 없어서 한산하였다.
자연보호관 사무실에는 입산신고서만 덩그라니 놓여있고 통제하는 사람도 없고 공원 입장료도 무료였다.
이렇게 크고 사람이 몰리는 명산에 금지 팻말이나 아무런 통제도 없어서 입구에 취사․야영금지, 수영금지, 담배 라이타 화기 지입금지. 출입금지, 사법권시행 등 빨간 글씨에다 입구를 온통 프랑카드로 도배해 놓고 큰 배낭을 맨 산악인을 죄인 취급하는 국내의 국립공원과 비교되어 무척 부러웠다.
무거운 배낭에 휘발유와 가스를 분산하여 배낭 넣어 정리하고 마지막 개울에서 물을 보충하면 2kg이상 배낭이 더 무거워 질 것이다.
14:45분에 가미고지 상점지대를 뒤로하고 왼쪽의 철다리인 河童橋를 건너 계곡 옆을 이어지는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가 산행을 시작하였는데 늪지대는 널판지로 다리를 놓아 늪지대를 보호하고 있었다.
만년설이 녹아 흘러 내리는 물은 너무 깨끗해서 물 속이 환히 들여다보인다. 물 속에는 열목어 비슷한 먹음직한(?) 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었다. 날씨는 청명했으며 가미고지는 1,500m가 넘는 고지여서 그렇게 더운 날씨는 아니나, 무거운 배낭탓에 온몸에 땀이 비오듯 한다. 연신 물을 마시고 땀을 흘리고 하는데 땀이 떨어져 길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완전히 땀으로 목욕을 하고 있다. 30kg가 넘는 산달림은 잘만 올라가고 무게가 가벼운 순으로 뒤로 쳐지기 시작한다. 가볍다고 해도 모두 25kg이 넘어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무게가 결코 만만치 않다. 산달림이 앞장을 서고 그 뒤에 산다니, 강삼촌이 뒤를 따르고 백곰 그리고 맨뒤에 한울타리가 섰는데 자꾸 뒤로 쳐진다.
1,500m가 넘는 고지대임에도 일본식 스기(삼나무)와 온갖 나무로 잔득 우거져 있다.
중간에 한숨 돌려 땀을 씻고 계곡을 좌측으로 돌아서니 바람 한 점도 없던 계곡에서 갑자기 냉기가 몰려온다. 쳐다보니 風穴이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고 신기하게도 푯말 뒤로부터 흐르는 물도 없는데 계속해서 땀이 얼 정도의 찬바람이 쏟아져 불어오고 있었다. 아마 산 위에 남아있는 빙하로부터 자연의 조화로 기류통로를 아래까지 이어졌나 보다. 배낭을 내려놓고 퍼져 쉬고 싶었는데 선두와의 거리가 떨어져서 그냥 따라 올랐다. 風穴을 지나서부터 더 가팔라 지더니 수목의 키가 낮아지고 하늘이 점점 들어 나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이 지나는 등산로이나 별다른 표시나 인공시설물이 없었다. 등산로가 훼손되면 돌로 메꾸고 등산로 표시도 상형문자로 “○”나 “화살표” 표시만 되어있고 잘못된 길은 돌 위에 “×” 표시만 되어 있다.
누구든지 보면 이해 할 수 있는 단순한 표시이다. 그리고 위험구간과 급경사 지역도 고리체인을 고정시켜 놓거나 작은 철제사다리 정도만 설치되었고 인공구조물을 최소화하여 망가지면 망가지는 대로 자연 그대로 두는 것 같다. 이것 또한 많은 돈을 들여 난간과 다리를 놓아 산악지역을 관광시설로 만들어 놓은 우리와 비교된다.
조금 더 오르니 빙하가 흘러내린 메마른 계곡에 쓸려 내려온 자갈 돌무더기가 하얗게 계곡 대신 이어지고 있었다. 메마른 계곡이 끝나갈 즈음인 17:20분에 다케사와(岳澤)휘테 산장이 나타났다.
산장에서 물 4L와 맥주를 구입하고 (사과 1개 300엥) 건천을 건너 야영장에다 짐을 풀었다. 건천에도 나무다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장마철에는 물이 많이 흘러내리는 것 같다.
텐트를 설치하는데 모기보다 작은 것이 새까맣게 달라붙는다. 나한테서 좋은 먹이 냄새가 나는지 다른 사람은 나두고 나만 쫓아다니면서 물고 피를 빨리는 것은 아깝지 않으나 가려운 데는 참을 재간이 없다. 2,200m고지에서 모기떼에 쫓기는 꼴이 우습기만 하다.
배낭을 여니 포장된 김치가 기압의 영향으로 배가 불러서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무게도 줄일 겸 얼른 뜯어서 반찬으로 내놓았다. 다까아먀(高山)에서 사온 일본 삼겹살에 소주와 맥주로 칵테일을 하여 소맥을 만들고 된장찌개에 압력밥솥으로 지은 밥으로 저녁을 차려 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고 신선이 부럽지 않다.
야영장에는 일본인의 텐트가 서너개 쳐 있었다. 그들은 도시락이나 햇반을 데워서 간단히 먹고 끝내고는 텐트속에서 나오지도 않는다. 그들은 무척 조용했다.
다께사와휘데에서는 물을 1리터에 백엔씩 판다. 물값는 고도가 높아지면 물값도 맥주값도 비싸진다. 화장실은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시설로 되어 있는데 청소료로 100엔씩 협조해 달라고 써 놓았다. 이곳 휘데는 지자체에서 시설하고 관리는 업체에서 위탁관리 하도록 되어 있는 데 사용료 등은 지자체에서 결정한다고 한다. 이곳 산장은 1박에 1인당 5,000엔이고 캠핑장 사용료는 1인당 500엔으로 영수증을 발급해준다. 텐트 설치 동수로 돈을 받는게 아니라 사람수로 요금을 받았다.
제2부: 일본 3위봉 오쿠호다카다케에 서다.
8월 25일(월)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는 날이다. 4시 반에 일어나 밥을 하기로 하였는데 산달림이 깨우기에 일어나니 벌써 4시 45분이다. 산다니와 산달림이 만년설이 남아있는 지점까지 올라가 녹아 떨어지는 물을 받아왔다. 그안은 방풍의를 입고 있어도 몸이 추울 정도로 냉장고 속에 들어간 느낌이다. 밥을 버너에 올리고 김치에 돼지고기를 넣어 김치찌개를 끓였다. 압력밥솥이 딸랑거리기에 다되었는가 싶어 김을 빼어 밥을 퍼보니 밥이 설었다.
밥하는 것은 자신 있다고 하였는데 밥도 못하냐고 화살들이 날아든다 다시 물을 조금 더 붓고 뜸을 들여 그런데로 밥모양을 갖추었으나 밑에는 밥이 탓다.
紀美子平에서 주봉식구들
날씨는 약간 흐렸으나 올라가기에는 별 지장이 없었다. 구름이 가끔 습기를 머금고 휩싸인다. 06:25분경 야영장을 떠나 자갈 투성이의 계곡사면을 올랐다. 등산로는 오를수록 더 가팔라지고 적어지는 산소량으로 숨이 턱에 찬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숨을 몰아 쉬면서 오르다보니 어느덧 마에호다카다케(前穗高岳)와 오꾸호다카다케(奧穗高岳)가 갈라지는 紀美子平에 도착했다.
紀美子平은 마에호다카다케(前穗高岳)를 다녀오는 입구다. 많은 일본인 등산객들이 이곳에 배낭을 내려 놓고 마에호다카다케(前穗高岳)를 다녀 온다. 날씨는 그렇게 나쁜편은 아니나 시계가 구름속에 가려져서 간간히 봉우리 모습만 보였다가는 사라지곤 한다.
30분 이상을 기다려도 한울타리가 나타나지를 않는다. 땀이 식으니 으슬으슬 춥다. 답답해진 산달림이 뛰어 내려가 한울타리의 배낭을 매고 올라온다.
마에호다까다께(前穗高岳) 앞에서 오꾸호타카다케(奧穗高岳)로 가는 길은 능선길이라 올라온 길보다는 수월했으나 온통 큰돌과 작은 돌이 뒤섞인 바위능선이었다. 점차 주위의 삼림도 고산식물들과 키가 낮은 누운 잣나무로 바뀌었다.
능선길도 잠시이고, 곧이어 인수고독의 길 버금가는 암벽코스로 이어진다. 등에다 쌀 한가마씩 둘러메고 암벽코스에서 몸과 중심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중심을 잡아가자니 온 몸에 땀이 비오 듯 한다.
오꾸호다카다케(奧穗高岳:3,190m)에 정상
11:00 한발자욱 한발자욱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이 쪽 능선의 최고봉이자 일본 3위봉인 오꾸호다카다케(奧穗高岳:3,190m)에 정상에 섰다.
정상에는 조그마한 일본신사가 있었고 전망대도 있었으나 바람이 심하게 불고 안개로 뒤덮혀서 최고봉에서의 조망은 기대할 수 없었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바위 뒤에서 정상에서 빠트릴 수 없는 의식인 정상주를 한잔씩 마셨다.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불고 안개가 자욱하였으나 표시는 남겨야 했기에 진자(神社) 앞에서 준비해온 프랑카드를 펴고 기념사진만 찍고는 급히 하산하였다.
내리막길도 돌무더기로 이어지는 급한 사면 길이라 중심을 잡고 발을 착지시키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정상에서 30분 내려가니 호다다카다케(穗高岳) 산장이 나타났다. 산장외부에는 돌로 식탁이 만들어져 있었으며 그 주위에 앉을 수 있도록 의자형태를 갖추어져 있고 바람도 잔잔해져서 배낭을 내리고 점심준비를 하였다.
한울타리가 라면을 압력솥에 넣고 끓였는데 압력이 빠질 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급하게 열어 압력이 빠지며 라면까지 튀어 나왔다. 화상을 입지 않은게 다행이다. 일본사람들이 보기 전에 휴지와 물로 돌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점심은 아침에 준비한 김밥 한줄과 라면으로 해결하였다.
12:35분에 호다다카다케(穗高岳)산장을 떠나 30분을 걸으니 가라사와다케(涸澤岳)에 닿았다. 바람이 불고 안개가 심하여 시계는 좋지 않았다.
산달림이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산다니, 강삼촌 그리고 백곰이 뒤를 이었다. 한울타리는 보폭을 조절하느라 계속 뒤에 떨어져있어 보이지 않아 소리를 질러서 부르면 멀리서 호르라기로 응답한다. 간간이 서로 보폭을 맞추느라고 중간중간을 쉬면서 후미가 도착하면 출발하는 식으로 전진하였다.
시계가 좋지 않아 ○나 화살표 표시를 따라서 바위를 손으로 잡고 이따금 설치된 쇠사슬을 당겨서 기다호다카다케(北穗高岳 3,106m)를 넘었다. 기다호다까다께 능선은 크고 작은 돌무더기들이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기다호다까다께를 지나서는 급경사의 돌무더기 내리막 길이라서 편하자고 들고간 폴이 쓸데없이 짐만 되었다. 기다호다카다케(北穗高岳) 산장에서 각자 맥주, 우유, 커피 등 으로 목을 축이고 미나미다케를 가기 위해서는 안부까지 무척 많이 내려 와야 한다. 그리고 이 구간은 암릉으로 되어 있어 위험한 구간으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끔 메어 놓은 쇠사슬 등을 잘 이용하여 균형을 잘 유지하여야 한다. 때로는 나이프 릿지로 중심이동에 각별한 주의를 하여야 했다. 그리고 미나미다케 까지는 또 다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습기를 머금은 안개바람이 불어대면 불어오는 쪽의 안경에 물방울이 맺혀 시야가 더 좁아진다. 폴을 한 손에 모으고 사다리와 쇠줄에 의지해서 한발 반발 조심스럽게 내려 안부까지 내려서니 다시 가파른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한참을 오르니 급한 바위 비탈이 앞을 막았다. 여기에는 수직으로 설치된 높다란 철사다리가 놓여 있었다. 이를 디디고 올라서니 편한 능선길이 이어지면서 멀리 미나미다케고야(南岳小屋)이 나타났다.
18:40분 미나미다케고야(南岳小屋)에 도착하니 바람이 심하게 불고 곧 비가 올 것 같아 바람도 막을 겸 미나미다케고야의 창고건물 뒷편에 붙여서 텐트를 설치하였다. 야영장은 바람부는 안부에 있어 겨울용 창고로 쓰는 건물 벽에 텐트를 치고 나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2층 지붕아래에 동계용 문이란 글씨가 있고 쪽문이 있는것으로 보아 겨울철 눈이 얼마나 내리는지 미루어 진작 할 수 있다.
창고문을 살며시 미니 문이 열려있어 우선 배낭과 옷가지들을 창고 내부에 넣어 놓고 텐트 안에서 다섯명이 들어가 식사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산장관리인이 뭐라고 하더니 다시 와서 창고 안에 있는 우리물건 들을 비오는 밖으로 던져 놓고는 문을 잠그고 가버린다. 아마 우리보고 치워 달라고 하는 소리였는데 우리가 못 알아들어 그냥 있으니 그냥 던져 버린 것 같다. 성질 고약한 관리인 덕에 저녁 술은 일찍 끝내고 잠자리에 들었다.
제3부: 좌절 그리고 재충전
2003. 8. 26일(화)
고산의 기압 및 산소 부족 등의 영향으로 지난밤 동안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인 것 같다. 텐트는 지난밤에 뒤흔든 강풍과 내린 비로 젖어 있고 모든 장비들이 습해서 눅눅하기만 하고 창고 바로 옆 시멘트 바닥에 텐트를 치고 하루 밤을 보낸 백곰과 강삼촌은 물속에서 하루 밤을 보냈다고 투덜거린다. 그러길레 시멘트바닥에 텐트를 치라 했던가?
05시경에 기상한 산달림은 대원들을 위해 밥을 짓느라 분주하다. 어제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탓에 대원들의 얼굴이 부어 있고 몸도 날씨만큼 물먹은 솜처럼 축 쳐져 있다.
압력밥솥 덕분에 밥은 맛있게 되어 육계장, 새우젓, 김치, 깻닢 등 밑반찬과 함께 안개 속에서 식사를 하고 남은 밥으로 마른 김에 밥과 김치를 넣어 말아 김밥을 쌋다. 김밥은 점심용으로 준비하고 06:40 미나미다케(南岳) 캠프장을 출발 할려고 하는데 산장에서 숙박한 등산객들은 완전무장을 하고 출발한다.
상.하 고어테스를 입고 등산화 위로 스페츠를 신고 등산모를 쓰고 후드로 덮어 끈을 당겨 졸라메어 눈만 내어 놓고 30L정도 배낭은 배낭카버로 덮여져 있다. 고산등반에 따른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고어텍스도 몽벨이나 노스페이스로 상당히 고급제품을 쓰고 있었다.
막 출발 할려고 하는데 다시 굵어진 강한 비바람이 몰아쳐 산장에서 나온 등산객들이 급히 처마 밑으로 몸을 피하고 있었으나, 날이 개일 기미가 없어 내리는 비에 온 몸을 맡기고 출발하였다.
안개속에 보이지 않는 미나미다케(南岳 3,030m)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는데 다리가 배낭 무게로 천근 같은 느낌이 든다. 이틀동안 주.부식을 먹었지만 배낭 무게는 처음하고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5분 정도 오르니 미나미다케(南岳 3,030m)다. 짙은 안개로 인하여 시야 확보가 전혀 되지 않고 있으나 어제보다는 길이 한결 부드러운 느낌이다. 끝없이 펼쳐진 돌길을 걸어 봉우리 허리를 돌아 내려가니 이제는 좌측으로 올라서는데 긴 깔딱고개이다. 간혹 후미에서 한울타리의 호각소리가 메아리쳐 들려오니 뒤를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비는 계속 내리고 강풍에 모자가 연신 흔들거리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안경 쓴 사람들은 불편이 말이 아니다. 나카다케(中岳:3,084m) 정상을 앞에 두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설수록 호흡은 거칠어지고 비바람은 또한 더욱 세차게 불어 이중삼중으로 대원들을 괴롭힌다. 매정한 바람 같으니 금년 정월부터 바람하고 악연인 모양이다. 소백산 비로봉에서 우리 대원을 동상으로 몰고 가더니........
배낭 맨 몸이 강풍에 흔들거려 발을 디디기가 만만치 않으니 국내 소백산 겨울 바람보다 더 강한 것 같다.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니 한울타리가 후미에서 힘들게 한 걸음 한 걸음 느린 보폭으로 계속 뒤를 따르고 있다.
이제는 경사가 급하게 위로 뻗어 있는 걸로 보아 정상이 가까운 것 같다. 저 멀리 정상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07:50 나까다께(中岳:3084m) 도착했다. 강풍을 피해 내리막길 안부에서 뒤에 쳐진 한울타리를 기다리면서 물과 간식을 먹으며 갈증을 달래본다. 아침부터 계속 맞은 비로 이제는 하의가 전부 젖어 체온이 떨어지고 있다. 산다니는 우의를 꺼내 입고 있으나 한울타리는 상의 하이포라가 비에 흠씬 젖은 듯 하다. 2개의 철 계단을 지나 안개 속에 미로처럼 펼쳐진 바위 능선을 계속 전진하였다.
국내 설악의 공룡능선을 안개 속에 헤매는 느낌이다. 아직도 계곡 곳곳에 높이가 2~4m되는 잔설이 곳곳에 섬 처럼 남아 있어 우리에겐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지만 몸도 마음도 추위를 느끼게 하니 마음의 여유가 없다. 강풍과 빗속을 뚫고 가빠지는 숨소리를 내며 오르다보니 오바미다케(大喰岳:3101m)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고통도 좀 덜한 기분이다. 비와 강풍으로 몸이 젖고 체온이 떨어져 대원들 안전이 조금씩 걱정된다.
히다노리코시(飛驒乘越:3,020m)을 지나 바람부는 반대쪽 능선아래 잔설 위에 텐트 칠 만한 곳을 보면서 여기서 텐트를 치고 쉬면서 옷도 말리고 몸도 덥히고 날씨를 봐가며 산행을 하는 것이 어떨까 했더니 백곰 우선 야리가다케산장 까지 가서 결정하자고 한다.
능선을 조금 내려오는 것 같더니 또 다시 오른다. 지그재그로 난 꼬불꼬불 아리랑 고개처럼 휘어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는 급경사 길, 호흡은 거칠어지고 정면에 강풍이 불때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정상이 가까워지는 것 같다. 산허리를 돌아 우측으로 돌아서니 강풍과 안개비로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렇게 힘들게 오르다보니 야리가다케 야영장이 눈에 들어온다. 야영장 곳곳에 긴 통나무로 구획을 정리해 놓았다. 바람이 얼마나 많이 불면 저런 시설을 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노란 텐트 1동이 우중에 을씨년스럽게 강풍과 함께 혼자 야영장을 지키고 있다.
야영장! 극한 고통, 파노라마치는 내 호흡으로 보아 이제는 산장이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고개를 바로 넘으니 야리가다케(槍ケ岳)산장이다. 시간은 08:55분이다. 우선 산장에 들어서니 훈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배낭을 내리고 몸을 녹이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도착한 한울타리는 계속 떨고 있다. 입술도 파랗다. 추위를 녹이기 위해 뜨거운 커피를 시켜서 한잔씩 마시면서 긴급회의를 하였다. 추운 몸을 진정시키면서 오늘 산행을 중단 하고 여기서 쉴것인가? 아니면 몸만 녹이고 산행을 계속해야 할 것인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당초 빠듯한 일정에 하루를 쉰다면 그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서 빠른 산행을 위한고통을 감수해야 되고 어쩌면 당초 목표한 다데야마(立山) 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중간에 비상탈출을 시도해야 될지도 모든다는 생각을 해야 했다. 하지만 전대원이 비에 젖어 체력이 저하되어 있고, 산장에서도 산장이용료를 지불해야 건조실을 이용 할 수 있다고 한다.
우선 젖은 옷과 신발, 양발 등을 말리고 체력회복도 해야 하기에 오늘 산행은 여기서 멈추고 산장에서 1박하기로 결정하였다. 계획에 없던 산장에서의 1박이다.
그래서 이번 등반계획이 당초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부담감은 떨쳐 버릴 수 없다.
이곳 산장은 오전인데도 숙박을 허락해준다. 식사도 제공하고 취사도 할 수 있고 산에서 필요한게 거의 구비되어 있어 산을 찾은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일본 산장에는 젊은 여자들이 대부분 일을 한다. 옷도 평상복을 입고 있으며 표정도 밝고 상냥하다. 또 특이한 것은 산장에도 기념 스템프를 비치하여 이곳을 다녀 갔음을 확인해주고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도록 배려를 해 놓았다.
하지만 이 산장도 년중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11월 하순부터 다음해 4월 까지는 산장을 비운다. 동절기에 눈이 4~5m씩 내리니 전문산악등반대가 아니면 산을 오를 수 없다. 그래서 동계에는 히말리아를 꿈구는 원정대의 훈련장소가 된다. 3,000m급 산을 소유하고 있는 일본인은 동계훈련하기가 한결 쉽다.
이곳 산장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국내 산장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친절하다. 하지만 가격은 왠만한 호텔요금인 일인당 6,000엥 정도다. 젖은 옷, 양발 등을 비닐 봉지에 담고 배낭을 매고 2층 방으로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 산장 내부는 이곳 저곳 할 것 없이 무척 깨끗하고 전체적으로 나무를 이용하여 지어 졌고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팀에게 배당된 방은 2단 침상으로 바닥엔 두꺼운 시트와 이불이 깔려 있다. 아래 4명이 잘 수 있고 위에도 4명이 잘 수 있으며, 반대편 까지 있으니 총 16명이 잘 수 있다. 배낭 속의 물건들을 꺼내 젖은 배낭, 옷, 신발, 양발 등을 가지고 건조실로 갔다. 건조실은 보일러를 가동하여 계속 더운공기를 불어 넣어 실내공기를 데워서 건조시키고 있었다. 이곳 날씨는 비가 오는 날이 많으니 산장에 숙박하는 등산객을 위하여 건조실을 만들었나 보다. 등산객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제공해 준다는 것이 이곳의 산장의 특징이다. 심지어 점심때 먹을 도시락도 싸준다. 건조실이 제일 따뜻하여 그곳에서 몸을 덥히고 있는데 한울타리가 소주를 한팩 들고 온다. 간단히 한잔식 돌리고 나니 알콜기가 몸으로 번지니 온몸이 훈훈해지고 얼굴에 생기가 돌면서 안도하는 모습이다. 짐 정리를 끝내고 나니 여유가 생긴다. 산장 밖의 날씨는 우리가 짐 정리하는 동안 안개가 많이 걷히고 빗방울도 많이 가늘어지면서 주변 풍경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한다. 저 앞에 그림 같은 풍경 속에 자리 잡은 산장은 정말 한 폭의 산수화 같이 보인다. 또한 보이지 않던 주변의 산장들이 나도 여기 있소 하고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날씨면 산행을 할 수 있는데 지불한 산장요금이 아까워서 떠날 수도 없고, 아직 면으로 된 옷과 등산화는 마르지 않았다.
무료한 시간이다. 남은 일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어쨋던 목표한 다데야마(立山) 까지는 가야하는데, 마음이 무겁다.
점심은 3층 취사장에서 라면으로 해결하고 내일을 위하여 1~2시간씩 수면을 취했다. 이곳 산장에는 휴게실이 있는데 TV, 비디오시설, 책, 인공암벽 시설 등이 되어 있으며 가운데에는 넓은 탁자가 있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하였다. 지하는 식당, 1층 매점 및 카운터, 세면대 2층 침실, 흡연실, 휴게실, 화장실, 건조실 3층 취사장, 침실로 되어 있으며, 특히 화장실은 내부에 배치하여 이용자 편리를 도모하였고 화장지도 비치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하였다. 고지대에서 귀중한 물을 절수할 수 있도록 시설을 하였으며 규제보다는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였다. 특이한 것은 오후 06시가 지나자 직원들은 근무시간을 종료하고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투숙객은 산장내 시설을 이용하고 24시간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기상TV를 지켜보고, 또는 동료들과 방에서 오사케(酒)를 마시는데 절대 남에게 피해를 줄 정도의 목소리는 없었다. 국내 산장과는 많은 비교가 된다.
전대원들이 모여 앞으로 남은 구간의 산행계획을 점검하고 하루를 쉰 시간을 보충하기 위하여는 좀더 빠른 속도로 진행해야 하는데 배낭무게가 최대의 걸림돌이었다. 관건은 배낭무게를 최대한 줄이고 남은 기간에 최선을 다해야 당초 목표한 다데야마(立山) 까지 완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각자 배낭에 있는 물품중에서 남는 물품을 줄여 배낭 무게를 가볍게 하기로 했다. 배낭에 있는 목록을 확인해보니 쌀, 라면, 연료, 팩소주, 찌개거리 등 물품은 문제가 되지 않고, 꼭 필요한 물품이라 줄일 수 없었고, 반찬과 간식을 줄이기로 하였다. 그래서 각자 보관하고 있는 반찬과 간식을 가지고 3층 취사실로 모였다.
다들 6일간 산행을 계산하여 18끼분의 반찬을 준비하였고, 간식도 그렇게 준비하였는데 바쁜산행 일정으로 거의 먹지 못하고 있었다. 남은 일정을 감안하여 김치, 젓갈류, 김, 깻잎 등만 남기고 나머지 반찬은 줄이기로 하였다. 특히 많이 남는 고추장과 햄 등 무거운 밑반찬은 줄이기로 하였다.
저녁식사 때는 햄을 넣고 국을 끊여 팩소주 4개, 맥주 3캔으로 늘 만들어 먹던 소맥과 뜨거운 밥으로 오랜만에 여유 있는 만찬을 즐기면서 산장의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해 간만에 편안한 잠자리에 들었다.
여기 저기서 육체의 고단한 파동음이 간간이 들린다. 산장 밖은 여전히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내일은 제발 날씨가 좋아야 할텐데.......
제4부: 좀더 높이 좀더 멀리
2003.8.27(수)
기상상태가 좋으면 새벽에 출발 할려고 4시경 산장 밖으로 나가보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으나 눈만 감았지 영 잠이 오지 않는다. 건너편 침상에는 아직도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비가 오더라도 식사후에는 출발을 하여야 겠기에 압력밥솥과 쌀을 들고 취사장으로 향했다.
아직은 밖이 어둡다. 일본은 우리와 같은 동경시간을 사용하여도 아침이 1시간 정도 빨리 시작되고 저녁은 1시간 일찍 어두워 진다. 밥을 짓고 어제 남은 국과 반찬으로 아침을 간단하게 해결하고 남은 밥은 김에 밥과 깻잎을 넣어 김밥을 만들어 1개씩 배분하고 출발을 위해 부지런히 서둘렀다.
어제 필요 없어 남는 부식인 고추장과 깻닢, 그리고 햄을 들고 가서 산장에 있는 관리인 아가씨에게 남는 물건이니 그냥 가지라고 하니 “오하요, 고자이마스” 한다. 휴! 아까운 물건 처리하기도 이렇게 힘이 든다.
일본산을 등산하면서 쓰레기 처리에 늘 고민을 했다. 우리네 음식은 남기면 처리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밥도 조금 적게, 찌개도 조금 모자라는 듯이 만들도록 하였다. 어제는 남는 부식중 먹다 남은 햄과 밑반찬은 비닐봉지에 모아 내용물만 화장실에 버리는 고역(?)을 치루었다. 모두가 비닐봉지에 한국어 표기가 있어 나라체면이 있기에 아무데나 버릴 수가 없었다.
야리가다께(槍ケ岳:3,180m)
5시 40분경 산장밖에 나와보니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날씨가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쓰고로쿠다케(双六岳) 이정표 앞에 배낭을 내려놓고 야리가다께(槍ケ岳:3,180m) 올랐다. 오를 때는 국내산 같이 빠르게 오르면 호흡이 쉽게 가빠진다. 역시 고산임을 느낄 수 있다. 오르는데 11분이 소요되었다.
정상에 서니 어제 안개 속을 헤쳐나온 길이 아스라이 보인다. 역시 암릉 구간이다. 우측으로는 우리가 가야할 웅장한 산맥이 뻗어 나가고 있으며 산장이 사방에 자리잡고 있다. 오늘 산행할 구간을 보니 육산처럼 비교적 순해 보인다. 그제 걸어온 산은 설악산 같고, 오늘 갈 산은 지리산 같다란 말을 나누었다. 플랭카드를 꺼내어 4명이 기념촬영을 하고 나서 강삼촌님이 500원 동전과 100원 짜리 동전을 놓는다. 안전산행을 기원하는지? 총각 장가가게 해달라고 소원을 비는 건지 알 수는 없다.
그런데 한울타리는 힘들다고 올라오지 않고 아래에 남았다. 전망이 너무 좋은데 언제 다시 올 수 있다고......
하산하는데 6분이 소요되었으며 우리대원들이 바윗길을 너무 빨리 내려오니까 일본 등산객들이 멈춰서 멍하니 쳐다본다. 암벽엔 강하다.
강삼촌은 고향에 왔다고 마냥 신나게 내려 온다. 저게 사람이야 하는 표정이다. 야리가다케산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06:20분에 또 하루의 출발을 시작하였다.
오늘 산행일정이 이번 산행에 완주를 하는냐 못한는냐 판가름 나게된다. 그래서 지금까지와 달리 선두에 백곰, 산달림, 강삼촌, 산다니, 한울타리 순으로 서고, 30분 걷고 5분 휴식을 하기로 하였다. 내리막 길이라 산행이 순조롭고 하루 쉰 탓에 대원들 사기도 높다. 단지 한울타리가 자꾸 뒤로 쳐저 발목을 잡는다.
엄청난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지그재그로 돌면서 이리저리 빠르게 내려섰다. 저 멀리 일본인 단체 등산객이 줄을 지어 하산하는 모습이 아스라이 보이며 더욱 빠르게 멀어져 간다. 우측으로는 벌거벗은 듯한 봉우리에서 유황냄새가 계곡 바람을 타고 진동한다. 30분 정도 내려오니 조금 평평한 공터가 나온다. 천장택승월(千丈澤乘越:2,734m)이다. 400m 이상은 내려 온 것 같다. 잠시 쉬면서 방풍옷을 벗고 본격적인 워킹차림으로 바꾸고 출발하였다.
백곰은 연신 “야, 좋다!”, “대단하다!”를 연발한다. 93번만 더하면 100번이라고 핀잔을 주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경치가 과히 벌린 입을 다물 수 없다. 섬나라 일본에 이렇게 높은 고봉과 넓은 초원이 있다는 걸 진작에는 몰랐다.
방금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서 속도를 높여본다. 배낭무게가 많이 줄어든 기분이 든다. 우측에는 벌거벗은 유황산, 좌측에는 그림 같은 산장을 두고 급격하게 올라선 봉우리들이 선경세계에 들어온 기분이다. 뒤로는 아침에 오른 야리가다케가 하늘을 찌를듯 송곳 같이 높이 솟아있으며 좌측 뒤편 능선은 설악산 공룡능선 처럼 바위능선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제법 속도가 나니 오늘 종착지는 좀 멀리 잡아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종착지가 미정이다.
맨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스고로쿠다케(双六岳:2,860m)
좌후악(左侯岳:2,674m) 07:50분에 도착하여 간단히 목만 축이고 바로 출발하였다. 종택악(樅澤岳:2,755m)을 오르기 전에 물과 간식을 먹고 조금 휴식을 취하고 바로 출발하여 급경사 봉우리를 우측에 두고 좌측으로 오른다. 금새 얼굴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눈 속으로 땀이 자꾸 들어가 눈이 아린다.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 보지만 금방 또 눈으로 들어가곤 한다. 심장 뛰는 속도가 빨라진다. 8부 능선에서 일본 등산객 부부팀이 사진을 찍으면서 온다. “곤니찌와!” 라고 인사를 나누고 기분 좋게 걷는다.
솜다리도 있고 주변은 온통 야생화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등산로 주변에 커다란 복분자(산딸기)가 있는데 무척 크고 탐스럽게 익었어 가끔 따먹으면 갈증을 해소하여 주었으며 먹은 다음 뒤따르는 시큼한 맛이 입안을 상쾌하게 해주었다.
우리가 온길 야리가다케(3,180m) 능선
백곰은 선두로 우뚝 솟은 樅澤岳을 빠르게 오른다. 오늘은 시원한 바람도 불어 발걸음을 가볍게 도와준다. 저 멀리 솟은 봉우리들이 산행에 신바람을 더하는 것 같다. 오늘도 한울타리님은 후미를 고수하며 자기만의 산행 스타일로 여유있게 뒤를 따라온다. 저 멀리 안부에 스루로쿠고야(双六小屋)가 보인다. 잠시 쉬면서 물과 간식을 먹고 사방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속에 담은 후 스루로쿠고야(双六小屋)를 향하여 부지런히 내려갔다.
스루로쿠고야(双六小屋)에 도착하니 09:20분이다. 일본등산객이 우리팀에게 물어본다. “아침에 어디에서 출발하였습니까?” 야리산장에서 6시 20분에 출발하였다고 하니 무척 빠르다고 하며 놀라는 표정이다. 이곳 까지 3시간만이 주파했으니 그럴만도 하지? 스루로쿠고야(双六小屋)에서는 식수가 공짜다. 2L씩 식수를 준비하여 스루로쿠다케(双六岳)로 출발하였다.
한울타리는 여전히 배낭 무게가 거슬리는 눈치이다. 쓰레기봉지는 산다니가 넣고 카메라는 산달림대장 목에 걸고 출발을 하였다. 백곰의 숨소리는 빠르다 못해 급하게 굴러가는 것 같다. 등산로 양쪽에는 누운 잣나무 가지런히 도열해 있고 저 멀리 안개구름이 자연의 살풀이춤을 추는 것 같아 묘한 기분마져 든다. 갈림길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기념 촬영을 하고 3개의 등산로 중 맨 왼쪽능선을 택하여 바로 정상을 향하여 가파른 오르막을 땀과 바람 속에 오르고 또 오르니 저 멀리 정상이 보인다.
오늘은 등산중에 여러명의 일본 등산객을 만났다. 일본 등산객은 철저하게 올라오는 사람을 우선 순으로 생각하여 기다려 준다. 역시 선진 등산객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평탄한 길을 10분 정도 오르니 드디어 스고로쿠다케(双六岳:2,860m)에 10:25분에 도착하였다. 사방이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정상에서 일본 산행인 3명을 만났다. 여기서 야리가다케를 배경으로 전원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간식을 먹고 조금 휴식을 취해본다.
우측 계곡 안부에는 야영장이 보이고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저 멀리 오늘 산행 도착 지점이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너무 멀리 느껴진다. 내리막을 내려서는데 좌측에 잔설이 헬기장 처럼 둥그런 원을 그리고 있고 우측으로는 누운 잣나무가 초원처럼 펼쳐져 있다. 미스마타레케다케(三堡蓮華岳:2,841m)에 11:30분에 도착하여 좌측으로 내려서는데 작은 나무판에 구로베고로다케(黑部五郞岳)란 이정표가 있다.
일본산은 산 정상에 나무 이정표가 있으며 등산로 표시는 돌에 페인트로 동그라미와 화살표로 산행진행 방향을 안내하여 자연경관 훼손을 최소화하여 인공 이정표가 많은 국내산과 비교가 되었다. 국내 국립관리공단도 이러한 것은 참고로 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덕길에 내려서면서 12:00시에 맞춰 점심을 먹기 위해 8부 능선에 자리를 잡았다. 점심은 라면과 아침에 준비한 김밥 그리고 선식으로 든든하게 먹고 오후 산행 의 체력소비에 대비하였다.
점심을 먹고 바로 12:30분에 출발하였다. 계속 내리막길이다. 등산로가 깊게 골이 파여 있으며 길 양쪽에는 산죽이 많이 보인다. 좌측 저 깊은 계곡에 만년설이 녹아 물이 흘러가는 모습이 자연속의 비경이다. 오늘은 모든 대원이 힘차게 걷는다. 끝없이 내리막을 내려와 바닥에 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어서야 구로베고로고야(黑部五郞小屋)가 보인다. 안부에는 수량이 풍부하여 늪지대가 평전처럼 펼쳐져 있고 네모 모양으로 파랗게 보이는 것은 물구덩이가 푸른 하늘빛에 반사되어 등산인이 착시 현상을 느끼도록 한다.
내리막을 지루하게 한참을 내려가서 구로베고로고야에 도착하니 긴머리 멋진 산장아줌마가 있었다. 이곳은 식수가 풍부한 고야(小屋)로 양치질도 하고 세수도 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간만에 물 부족에서 해방된 느낌이다. 마침 그쪽 방향에서 내려온 일본 등산객에게 등산로를 물어보니 능선 산행보다 계곡산행이 아름답고 30분 정도 빠르다고 한다. 지도상에도 2군데 물이 있다고 표기되어 물은 1L씩만 준비하여 13:20분에 출발하였다.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수량이 풍부하고 야생화가 지천에 널려 있다. 전면에 보이는 급경사는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급경사로 얼마나 땀을 많이 흘리게 할지? 하단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한울타리를 기다린다.
오랜만에 세수도 하고 풀밭에 앉아 사진도 찍고 차가운 물에 뒷물도 하며 피로를 풀어 본다. 계곡길을 따라 우측으로 계속 전진한다. 백곰은 건망증 때문에 필림을 배낭에 넣어 두고도 빠뜨린 것으로 착각하여 다시 쉬던 곳까지 뛰어 갔다온다. 벌써 치매 초기증상인가 하며 웃었다.
돌길로 된 물길을 건너 넓은 안부에 도착하여 가파른 오르막길을 앞에 놓고 휴식을 취하면서 배낭무게와 체력소모를 감안하여 물은 저녁까지 1L로 해결하기로 한다. 물을 많이 매고 가면 좋겠지만 속도가 늦어지기 때문에 개인당 1L의 물로 오후에 마시고 오늘 목표는 물이 있는 캠핑장 까지 간다는 “배수의 진”을 쳤다. 이제는 오직 전진만이 있을 뿐이다. 대원들의 고생이 예상돤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구로베고로다케(黑部五郞岳) 정상을 오르는 길은 가파르고 지그재그로 돌아 우측에서 좌측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일본 등산객 부녀가 다정하게 산에서 내려온다. 가파른 언덕길을 심장이 터지도록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니 부녀 등산객이 작은 점처럼 보인다. 8부에서 3명 일본등산객을 만났는데 역시 길을 비켜서서 한참을 기다려 준다. 정상부근에서 우측에서 좌측으로 5분 정도 나가니 이정표가 있다. 시간은 15:05분으로 오후 산행도 종반으로 넘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간식을 충분히 먹고 늦은 시간까지 걸어야 될 것 같다.
간식과 물로 허기를 달래고 기념사진도 찰영하면서 저 멀리 안개구름이 넘나드는 자연의 조화속에 황홀경 마져 느껴진다. 이렇게 자연 경관이 뛰어난 산에서 수시로 등산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일본 산악인은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안개 그리고 계곡의 하얀 눈 또 바람..... 구로베고로다케(黑部五郞岳) 정상에서 15:20분에 출발하였다.
계속 내리막과 오르막길이 반복된다. 오후 후반으로 갈수록 발걸음이 무거워 진다. 초원 같은 드넓은 초록 야생화 평전이 아스라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목장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염소나 산양 아니면 토끼를 키우면 어떨까? 했더니 겨울에 추워 얼어 죽을 것 같단다. 안개속을 지루하게 계속 걷다보니 아카기다케(赤木岳:2,622m)에 도착했다. 우측에 넓은 초원을 두고 건너편의 그림 같은 산장이 멀어질 때쯤 저 앞에 다로야마(太郞山:2,372m)가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산장과 야영장이 저 멀리 보인다. 오늘의 도착지로 내심 마음에 둔 야영장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넓은 길을 따라 산허리를 돌고 나니 급경사로 내려선다. 이제는 나무로 만든 등산로가 나와 한결 걸음을 빠르고 가볍게 도와준다. 안부로 내려선 다음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다로야마다이로고야(太郞平小屋)를 향해서 열심히 걷는다.
주변에는 야생화 보호지역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나무로 만든 길을 타고 심장 박동을 최대로 올릴 무렵 저 앞에 다로야마다이로고야(太郞平小屋)가 보인다. 산장 규모는 크다. 도착시간이 19:00이다. 산장에서 캔 맥주 3개를 준비하고 야영장 사용료 2,500엥을 지불하고 야영장으로 향했다. 컴컴한 등산길 오랜만에 야간산행을 하였다. 랜턴 불빛에 의지해 목도를 따라 걸으니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시장하여 속도를 높여 빠를 걸음으로 걸었다. 야영장이 보일 무렵 물소리가 폭포 소리처럼 크게 들린다.
19:20분경 야영장에 도착하였다. 물소리에 묻혀 적막하기만 하다. 야영장 여기 저기에 텐트 3동만 달랑 있을 뿐이다. 오늘 산행은 체력이 바닥날 만큼 많이 걸었다. 사방이 컴컴한데도 전 대원의 얼굴에 피로가 역력하게 보이는 것만 같다. 하지만 오늘 계획된 산행은 무사히 끝났다. 산달림대장은 거리 때문에 심적으로 고심했을 것이고 한울타리는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늦은 시간에 야영장에 텐트를 치고 압력솥에 밥을 짓고 국거리를 만들고 나니 조금은 여유가 생긴다. 하루 산행 후 소맥 맛은 무엇에도 비교될 수 없는것 같다. 한잔의 알콜기가 하루동안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느낌이다. 저녁 준비가 되는 동안 물이 풍부한 수돗가에 가서 강삼촌님과 산다니는 찬물 샤워를 하고는 찬기운이 심장속까지 스며드는 기분이란다. 개운한 느낌 그대로이다. 오늘 하루 힘든 만큼 대원들 식욕도 왕성하였다. 구름낀 하늘에서 간간히 빛을 발하는 별을 보면서 내일도 화장한 날씨가 될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기도를 해본다.
오늘은 드넓은 야영장에서 또 하루밤을 맞이했다. 텐트 안은 편안했다. 육체의 고통도 마음의 번뇌도 찰나의 꿈결 안에 파동치며 이밤과 함께 그렇게 묻친다.
오늘산행은 아침 6시20분에 시작하여 숨쉴 틈도 없이 13시간을 걸었다. 많은 거리를 걸었는데 내일도 이렇게 걸을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재발 낙오자가 생기지 말아야하는데..... 재발 잘 버티어 주어야 하는데....
제5부: 아! 에추사와다케, 탈진 등산로 야영
8월 28일 (목)
오늘 일정이 빠듯하니 마음이 바쁘다. 하지만, 하늘은 우리원정대의 능력을 시험하는지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새벽에 출발하려던 계획을 바꾸어 날이 밝는데로 출발하여야 겠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후로는 눈만 감았지 잠은 깨어 있었다. 옆의 대원은 잘 자고 있다. 잠을 잘 자야 피로를 풀고 그래야 잘 걷지라고 생각하며 살며시 탠트를 빠져 나왔다. 늘 일상처럼 압력밥솥과 쌀을 챙겨 식수대로 갔다. 이곳은 야영장이 잘 정비되어 이용하기에 불편이 없다. 남은 쓰레기도 정리 할 수 있도록 쓰레기 분리수거도 가능하다. 쓰레기 처리에 고심해야 하는곳이 일본의 산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일본의 산은 휴지하나 찾아보기 힘든다. 거의 쓰레기 되가져 오기를 생활화 한다. 우리 보담 훨씬 이전에 쓰레기 되가져 오기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고 한다.
마음은 급한데 출발시간이 지연되고 있다. 양치질하고 화장실 다녀오고 다들이 일들이 바쁘지만 오늘 일정을 생각하면 여유가 없다. 우선 준비된 대원부터 출발을 시켰다. 먼저 한울타리가 출발하고 다음 강삼촌이 출발 했다. 금새 나머지 두 대원이 따라 오리라 생각하며 등산로로 접어드니 곧 건천을 따라 오른다. 간밤에 산장에서 보낸 일본 등산객들이 야쿠시다케(藥師岳:2,926m)로 향하고 있다. 그들은 일열종대로 오르다가 우리가 뒤를 따르자 맨뒤에 있는 분이 뭐라고 말하자 일제히 길을 열어준다. 우리는 빠르게 통과하였다.
오늘은 선두에 강삼촌, 백곰, 산달림, 산다니 그리고 맨뒤에 한울타리가 섰다. 강삼촌이 “몇분 걷고 쉬지요?” 하니 백곰이 받아 “ 오르막인데 20분가다 쉬지뭐!”한다. 힘이야 다 들지만 “이러다간 언제 다데야마(立山) 까지 가지”하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다. 오늘은 최소한 시시다케(獅子岳:2,714m) 까지는 가야 다음날 일정이 순조로운데 가능할지 염려 스럽다.
간밤에 옆 탠트에서 지도를 보면서 하는 소리가 “정 힘들면 立山의 첫봉우리인 雄山에서 하산..... ”하는 소리를 듣고 “그일은 그때 생각합시다.”라고 했는데.........
그래서 속내가 어떤지 알아 볼려고 “어제 저녁에 들으니 힘들면 雄山에서 하산 하자는 말이 들리던데 무슨 소리냐고 하니” 말도 “못해보냐고....” 한다. 다들 완주보담 편안함을 찾는 것인가?
실은 어제 아침부터 강행군 한 탓에 한울타리가 “나는 다데야마에 가서 지름길인 무로도로 바로 하산한다.”는 불평들이 솟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믿었던 백곰까지 그 이야기를 들으니 아직 힘든 2일의 산행이 남았는데 원정대의 당초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어제 강행군을 한탓에 오늘 오후에는 어떤 상황이 발생될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오름길에서 백곰과 말씨름을 계속하다가 도저히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말없이 앞으로 나서 걷기 시작했다. 금새 뒤에 따르는 대원과 거리가 벌어지고 안개 속으로 사라져 뒤가 보이지 않는다. 야쿠시다케(藥師岳)산장에 도착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야쿠시다케(藥師岳)로 올랐다. 화가 난 상태라 발걸음이 절로 빨라진다. 안개는 더욱 진하고 가팔라지니 호흡이 무척 가빠진다.
많은 생각을 했다. 왜 일본 북알프스를 왔으며 지금 왜 걷는지, 그리고 대장의 역할이 뭔지?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지?
야쿠시다케(藥師岳:2,926m) 정상은 몰아치는 강풍이 어찌나 강한지 세상의 모든 것을 날려 버릴 듯 사나운 잇발을 들어내고 있었다.
방풍의로 갈아 입고 곰곰히 생각을 했다. 그리고 스스로 결정을 했다. 이번 원정대는 반드시 목표한 코스로 완주한다. 그리고 거기에 반대하는 대원은 본대에서 제외하고 종주를 희망하는 대원은 이시간 이후 산행 코스에 대해서 왈가불가 하지 말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 왔다.
왜냐하면 짙은 안개속에 갈림길이 여럿이 있어 지칫 길을 잘못 선택하여 다른 길로 접어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을 할 수 없었다.
점점 발걸음이 빨라지는데도 대원들은 보이지 않는다. 여유있게 산장에서 쉬나? 다른길로 벌써 접어든 것은 아닐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머리가 복잡하다. 그리고 스스로 경솔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닐까? 많은 생각을 하며 내려가는데 짙은 안개속으로 산다니가 보인다. 반가움에 울컥 눈시울이 뜨겁다. “그래, 열심히 올라왔구나.”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그간 참았던 울분을 백곰에게 모두 吐 했다.
그렇게라도해서 대원 개개인 마음에 있는 나약함을 버리고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강한 마음을 심어 주고 싶었다. 산행일수가 늘어 날수록 체력은 점점 떨어질 것이고 힘들면 자꾸 편안함만 추구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중도 포기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되어 조기에 마음을 다잡아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등산의 목적인 완주 등반을 위해 동원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싶었다. 잠시나마 팀 분위기가 야쿠시다케(藥師岳)의 날씨만큼이나 싸늘해지고 분위기도 어색해 졌다. 하지만 대원들 눈빛만큼은 더욱 초롱초롱 하다.
패장은 말이 필요 없다. 하지만 승리한 장수는 모든 것은 덮을 수 있다. 특히 등산에서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목표달성이 더욱 중요하다. 정상을 오르지 못한 대장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오늘 따라 날씨가 을씨년스럽다. 짙은 안개와 오락가락 하는 비! 앞으로도 넘어야 할 고봉이 수두룩하다. 약해지면 안돼! 처음 시도하는 주봉 해외등산, 이번만은 꼭 완등을 이루어야 한다.
야쿠시다케(藥師岳)를 내려 오니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는데 넓은 초원이 펼쳐지는 듯 한데 안개가 짙게 깔려 있어 보이는게 없다. 묵묵히 안개속을 걷는다. 일본의 산장은 셋으로 분류된다. 비교적 산 입구에 있는 훼다는 일종의 산의 숙박소, 그리고 고야(小屋)은 작은집으로 작은 산장을 뜻한다. 山莊은 비교적 규모가 크고 시설이 잘 되어 있다.
누고노노리코시고야에 도착했다. 이곳 산장주인은 한국말 몇마디를 할 줄 알았다. 가끔 한국등산객이 다녀가는가 본데 올해는 봄에 1명만 지나갔고 우리팀 처럼 몇 명이 지나간적은 없다고 했다. 물은 얼마든지 먹고 담아 가라고 한다. 마침 산장앞 데크를 수리하고 있길레 같이 들어 주니 무척 고마워 한다.
일본의 산장은 지자제에서 입찰 때 응찰하여 업체를 선정하고 당첨된 업체가 그 산장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산장지기도 회사원인 셈이다. 월급은 회사에서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방학이 되면 아내와 자식들이 산장에 같이 있다가 개학을 하면 도시로 나가고 혼자 산장을 지킨다고 했다.
갈길이 바빠서 인심좋은 산장아저씨와 작별을 하고 산을 내려가는데 올라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スゴノ頭(2,430m)로 바짝 섰다. 안부에서 휴식을 취하고 바로 산을 올랐다. 습한 날씨와 높은 기온으로 이마에서 연신 육수가 떨어진다. 초입에서 내려오는 일본젊은 등산객을 만났는데 배낭뒤에는 암벽 때 쓰는 헬밋이 달려 있다. 몇마디 나누어 볼려다가 갈길이 바빠 그냥 올랐다. 정상까지 쉬지 않고 오르기로 맘을 단단히 먹고 정상을 향해 한걸음씩 옮겨보지만 정상을 쉽게 허락하지는 않는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산다니, 백곰, 강삼촌이 한무리가 되어 오르고 있고, 한울타리는 어디쯤 오는지 보이지 않는다. 8부 능선에는 다시 바위사이를 이리저리 오르면 드디어 정상! 올랐다는 사실로 그간의 고통을 보상받는다.
시간을 보니 점심 먹을 시간이다. 간밤에 비에 젖은 텐트 플라이를 나무에 묶어 말렸다. 30분이면 마를 것 같았고 아직도 배낭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니 힘이든다.
우선 도착하는데로 버너를 피워 물을 끊이는데 강삼촌 버너가 말썽이다. 연료 분사가 잘 되지 않는다. 그사이 비를 뿌리고 바람도 거세진다. 으슬으슬 추워 진다. 조금 말랐던 플라이가 금새 다 젖는다. 라면이 금새 동이 난다. 다들 배가 고픈가 보다. 그때 산다니가 오후에 잘 걸어라고 선식과 꿀로 미숫가루를 만들어 한잔씩하고 배낭을 꾸려 출발 했다. 앞에는 지금 오른 산보다 더높은 에추사와다케(越中澤岳:2,591m)다.
한참을 안부 까지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야 한다. 점심식사 때 일본인 등산객이 2명 올랐는데 금새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오후에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산다니를 앞에 세웠다. 그러니 백곰과 강삼촌이 자꾸 쳐진다. 산다니도 마음을 읽었는지 앞을 끌지만 대원이 따르질 못하고 있다. 한참 뒤에는 자신의 페이스데로 한울타리가 오고 있다. 정상은 쉽게 허락하지 않는 법, 정상은 안개 속으로 덮여 있어 오르면 또 오를 곳이 있고, 또 오르면 정상은 안개 속에 묻혀있다. 14:00분경 에추사와다케(越中澤岳:2,591m)에 올랐다.
오늘은 어제와 달라 능선길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급한 봉우리를 올랐다 내렸다 하니 죽을 맛이고 진행속도가 더디다.
다른 대원은 간간이 간식과 물을 챙겨 먹는데, 강삼촌은 물도 간식도 먹지 않는다. “간식은?” 했더니 배낭에 있는데 꺼내기가 귀찮다고 한다. 먹어야 걷는다고 해도 괜찮다고 한다. 이제 대원들도 서서히 지쳐 가나 보다. 몸 상태가 어떠냐고 물으니 다들 말은 그런데로 괜찮다고 하는데 다들 힘이 드는 눈치다.
어차피 가야할 길 산다니가 눈치채고 출발을 서두른다. 묵묵히 그 뒤를 따른다. 다행히 지나온 길같이 급한 경사는 아니다. 고산은 날씨가 급변한다. 그래서 늘 좋은 날씨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안개는 늘 찾아오고, 비는 오락가락 바람은 늘 불어 온다. 여기에 대한 철저한 복장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도비야마(2,616m)를 넘어서자 강삼촌이 자꾸 힘든다고 한다. 스스로 탈진 탈진상태가 오고 있다고 한다. 오후엔 거의 먹지 않았다. 고산에서 찾아오는 고산 증세인가? 무기력증?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귀찮아 하는 것. 그런 것일까? 조금만 가면 고시기가하라(五色ケ 原)산장이 있으니 거기 까지 갈수 있느냐고 하니 가보자고 한다.
도비야마를 내려서서 20여분을 내려 오니 널빤지로 목도를 만들어 놓았다. 산장이 멀지 않았을 느낄 수 있었다.
잘 깔려진 널빤지 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16:10분 고시키가하라(五色ケ原)山莊이 나타난다. 스스로 탈진이 오는 것 같다는 강삼촌이 따뜻한 코히(Coffer)를 먹자고 한다. 한잔에 300엥을 주고 다섯잔을 시켰다. 다음 고야(小屋)인 고시키가하라고야(五色ケ原小屋)는 Close라고 하며 그 다음 산장은 무로도(室堂)에 있고, 야영장도 없다고 한다. 소요시간을 물으니 6시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강삼촌이 무척 힘들어 한다. 점점 체력이 떨어지는 듯 하다. 고시키가하라(五色ケ原)캠프장에 야영할 것을 권한다. 내심 우리는 시시다케(獅子岳) 부근에서 야영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야영장이 아닌곳에 야영한다고 할 수는 없고 그래서 야영비로 거금 2,500엥을 지불해야 했다. 저녁때 먹을 것을 생각하여 삐루를 2캔 사고 산장을 나오니 친절하게도 야영장 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우리는 바로가는 길을 가야 하는데..... 할 수 없이 10분을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나무로 된 길을 따라 고시키가하라(五色ケ原)캠프장으로 향했다.
야영장에는 탠트 한동 설치되어 있지 않고 부슬부슬 비만 내린다. 체력이 떨어진 강삼촌은 먼저 천천히 가라고 하고 남은 대원은 물통에다 물을 채워서 적당한 야영지가 나오면 야영하기로 했다.
10여분 가니 고시키가하라(五色ケ原)훼다가 나오는데 폐쇄되어 있다. 시간은 17:00를 가리키고 있어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나 흐린날씨에 비가 오락가락하고 안개가 잔뜩 끼여 있어 시야가 흐려 시시다케(獅子岳) 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정확한 예측은 힘들었으나 서서히 오르막을 오르고 있어 시시다케(獅子岳)를 오르고 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모두들 많이 지쳐있지만 그래도 일몰시간 까지 산행을 하여 거리를 벌어둔다면 내일 산행 스케쥴에 많은 도움이 되련만...
그래도 강삼촌을 제외한 다른 대원은 아직 조금은 여유가 있어 보여 강행군이다.
지도상에서 보면 고시키가하라(五色ケ原)山莊에서 시시다케(獅子岳)로 올라가기 전에 야영을 할만한 장소가 있을듯하다. 그런데 한참을 걸어도 계속 강풍이 몰아치고 야영을 할 만한 장소가 나타나질 않는다. 지도상으로 보면 야영할 장소가 나타날 법도 하건만......
대장이 앞서서 급히 산을 오른다. 그래도 좀처럼 탠트 칠곳이 마당치 않다고 한다. 야영장소는 없고 날은 점점 어두워져 오고 점점 마음이 급해 진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모두가 힘들지만 조금만 더 산행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계속하여 지친 몸에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시시다케(獅子岳)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거세게 불어오는 강풍과 비구름을 맞으며 오른다.
한참을 올라가니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휘어지면서 능선이 거센바람을 막아주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오르막길이지만 조금은 여유가 있어 잘하면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할 수 있는 장소에 도착한 대장은 잠시 배낭을 벗어 놓는다.
계속해서 올라간다 해도 마땅한 야영장소를 찾기가 힘이 들 것 같고 모두들 지쳐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도 늦어 렌턴을 켜고 산행을 하여야 할 것 같기에 좀더 올라가면 야영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하여 배낭을 벗어놓고 시시다케(獅子岳) 정상방향으로 올라갔다 오겠다고 한다.
결론은 10여분을 더 올라가도 위에는 거센 바람이 불어 야영할만한 장소가 없어 이곳에서 야영을 하기로 결정하고 텐트를 치기 위하여 야영장소를 고르기 시작했다. 조금은 텐트 치기에 부족 할 뿐만 아니라 만일 한잔하고 발을 잘못 디디면 밑으로 그대로 미끄러져 큰 사고가 나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그래도 이곳 만한 장소가 없으니....
텐트 2동 칠 자리를 골라서 치고 저녁식사를 하려는데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텐트 안에서 저녁식사를 하자니 배낭까지 들어있어 비좁기 그지 없다. 하지만 밖에는 비기오니 좁디좁은 탠트안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고시키가하라(五色ケ原山莊)에서 사온 삐루를 어느때 처럼 소주에 타서 소맥으로 마신다.
피같은 술을 알뜰살뜰 아껴도 두잔씩만 돌아가면 끝이다. 백곰이 못내 아쉬워 하는 눈치다. 산행후 마시는 소맥의 맛이야말로 그만이다. 그런데 그렇게 식욕이 좋던 강삼촌이 곡기를 끊었다. 곡기뿐만 아니라 소맥도 끊었다. 저게 고소증 인가? 네명은 좁은 탠트속에서 온종일 피곤해진 등허리를 펴지도 못한 채 내일을 위하여 꾸역꾸역 저녁식사를 하였다. 그래도 시장했던지 밥 한솥을 거의 비웠다. 역시 산에서는 “잘 먹는 사람이 잘 걷는다”를 실증하였다. 식사후 한울타리가 강삼촌을 위하여 그간 아껴둔 선식에 꿀을 타서 다 먹도록 백곰에게 특별히 부탁하고 손에 쥐어 주어 건너 보냈다. 내일은 회복을 하여야 할텐데....
저녁식사를 마치고 좁은 텐트 바닥에 등을 대고 잠을 자려는데 잠이 좀처럼 오질 않는다. 더욱이 비가 장대처럼 쏟아져 텐트 밑바닥에 물이 들어오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니 텐트가 바람에 날릴 것만 같다. 그래도 내일을 위해서 잠을 자두어야 하는데..
모든 대원들이 매일 잠을 제대로 자질 못하고 12시간 이상씩 5일 동안을 강행군하니 많은 피로가 누적이 되어 있는 듯 하다. 수염은 산적 같이 자랐고, 얼굴도 퉁퉁 부었다. 발도 젖은 등산화로 부르트고.... 손도 많이 부은 것 같다. 그래도 내일 하루만 고생하면 우리가 당초에 목표했던 일본 북알프스 산맥 종주를 마감할 수 있다. 모두 힘이 든다 하여도 조금만 참고 인내하면 될 것이다.
산행시작 2일째부터 기상상태가 예상외로 악화되어 우리가 계획했던 산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하고 막연하나마 우려감이 있었으나, 이제 내일 하루만 고생하면 이번 산행을 완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과 텐트를 때리는 빗방울 소리와 계곡으로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텐트가 요동을 치니 자꾸만 잠을 설친다. 서울의 아늑한 아파트가 절로 그립다. 고향 땅은 여기서 얼마나 될까? 괜시리 이 밤이 서럽다.
제6부: 드디어 다데야마에 서다.
2003. 8. 29 (금)
오늘이 산행 마지막 날이 될 것 같다. 길고 긴 종착역이 가까웠다. 도시에 있을 땐 산이그립고 탠트생활이 여러날 되니 속세가 그립다. 그간 세수도 제데로 못 했으니 땀냄새가 여기저기 쉰 냄새로 진동을 한다. 몰골이야 말해서 뭐하리. 길게 자란 수염은 산다니가 제일 많이 자랐고, 전대원 얼굴이 부어 꼭 살찐 것 같다. 손도 부어 있어 다들 보기가 안스럽다. 산에 내려 가는데로 온천에 가서 푹 담그어야 겠다.
오늘도 역시 날씨가 그리 좋지 않다. 새벽 4:30분경 아침밥을 짓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외국 원정대는 간편한 행동식으로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한다는데 우리는 밥을 먹지 않으면 힘을 쓰지 못하니 무거운 압력밥솥을 메고 다녀야 하고 물이 필요하고 연료가 많이 소모되고 밥짓는 시간 또한 만만치 않다. 모두들 깊은 잠을 자지 못한 것 같다.
텐트가 등산로를 막고 있으니 우선 텐트를 철거했다. 그리고 길바닥에서 아침식사를 하는데 강삼삼촌은 평소와 같이 아침식사를 했다. 간밤에 쉬면서 몸이 많이 회복되었나 보다. 어제는 야영지에 도착한 후로 텐트 안에 한번 들어간 후 꼼짝도 않더니 제법 활기가 있다. 밥이 준비되는 동안 각자 배낭을 꾸리고 식사 후 바로 출발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
6시20분 또 산행이 시작된다. 밥을 금방 먹어 배가 불러서 가파른 산행길이 힘이 든다. 아직도 강풍이 불어오니 몸이 바람에 날릴 것 같다. 철계단 2개를 오르고도 한참을 오르니 평탄한 곳이 나온다. 야영지로는 괜찮은 것 같다. 간밤에 야영한 곳에서 30분은 족히 걸어야 하는 곳인데 어제 체력으로는 무척 힘든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6시 50분에 시시다케(獅子岳:2,714m) 정상부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안개만 끼지 않으면 雄山까지 한눈에 들어 올텐데 시야 확보가 10m도 되지 않는다.
다시 목적지를 향하여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과 가끔씩 불어오는 비구름을 맞으며 시야가 없는 험한 산길에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도 산이 높아 수시로 만년설이 나타난다. 우리는 잠시 만년설에 올라가 얼음을 밟아 보고 기념촬영도 하였다. 걷는 도중 하산길에서 라이조(雷鳥)를 만났다. 라이조란 눈많은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꿩과에 속하는 새이름으로 암꿩 색깔과 비슷한 흑갈색이다. 수놈은 머리에 붉은 벼슬을 하고 있고, 크기는 산비둘기보다 조금 컸다. 여름철에 알을 부화하여 흡사 암탉처럼 병아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먹이를 찾아 다닌다. 산에 나는 풀과 열매를 먹는데 등산로 주변에는 라이조의 똥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딸기를 많이 따먹었는지 딸기똥을 흔히 볼수 있다. 라이조의 새끼들이 여름동안에 자라 눈 내리는 10월 초에는 털갈이를 시작하여 눈과 같은 백색으로 변하여 자기의 몸을 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여름에는 흑갈색으로만 보이지만 10월 이후의 등산객이게는 흰색의 순백한 자태로 사람을 맞아 주는 길조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잘 날지도 않고 등산로를 안내라도 해주는 듯 앞에서 등산로로 걸어만 간다. 부부금실이 좋는지 꼭 한쌍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라이조(雷鳥)도 만나고 때로는 만년설을 통과하기도 하며 그렇게 2시간정도를 걸으니 산장 같은 건물이 나타났다. 우리는 바람을 조금 피하여 쉴려고 하니 그곳은 산장이 아니라 富山大學立山硏究室의 기상관련 시설로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8:10분 류오다케(龍王岳:2,872m)에 도착 하였다. 이곳에서 잠시 쉬며 마지막 독도를 하였다 바로 무로도(室堂)로 내려 갈수도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이치노코시(ーノ越)山莊을 경유한 다데야마로 가는 길이다. 정상부에는 계속 강한 바람이 불고 안개가 짙게 갈려 있어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잠시 그곳에 배낭을 내려놓고 간식으로 쵸코렛, 찰떡쵸코파이등 간식을 먹었다.
이제 우리 등반대의 최종 목적지는 얼마남지 않은 듯 하였다. 그래도 목적지에 도착 할 때까지는 마음을 놓으면 안된다고 마음을 추스리며 바람이 강하게 몰아치는 능선을 내려 갔다. 정말 하늘도 무심하다. 며칠을 산행하면서 3일째날 하루만 날씨가 좋았고 계속 악천후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으니 정말 일본 북알프스의 아름다움을 구경할 기회도 주지 않을 것인지..... 그래도 언제가는 북알프스의 아름다운 비경은 보여줄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류오다케(龍王岳)를 내려 왔다.
08시35분 立山의 길목인 이치노코시(ーノ越)山莊에 도착하였다. 마침 무로도에서 올라온 일본인 등산객을 만났다. 그도 다데야마로 간다고 했다. 우리는 산장 앞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다데야마의 雄山을 향해 올랐다. 다데야마(立山) 三山은 오야마(雄山:2,992m), 오난지야마(大汝山:3,015m), 벳산(別山:2,860m)을 뜻한다. 우리는 첫째봉인 오야마(雄山)를 오르기로 했다. 이제 등반도 종반에 들어섰다. 그래서 남은 여력으로 제각기 체력을 안배하며 오르도록 산다니와 함께 오르고 나마지는 뒤에서 알아서 오르도록 했다. 너덜같은 길은 많은 인내를 요구하였다. 다데야마로 오른다 하니 가슴이 벅차다. 쉬지 않고 오야마(雄山)를 밟아보고 싶었다. 지그재그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데 정상에서 소라를 부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인가 의아해 하며 정상을 쳐다보니 진자(神社)에 계신 분이 한복같은 것을 입고 소라를 힘차게 불고 있고 뒤에는 여자분이 역시 한복 같은 것을 입고 있다.
드디어 9:15분 오야마(雄山:2,992m) 정상 표지석에 섰다. 그간 5박6일의 등정이 영화의 필름처럼 스쳐 지나간다. 여기에 서기 까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던가? 얼마나 많은 인내를 요구하였던가? 하지만 한편으로는 허무감이 든다. 정상이 뭔데........
뒤이어 9:20분에 산다니가 올랐다. 멋있게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그간 노고를 서로 위로했다. 이직 후미가 오르지 않고 있다. 가끔 안개가 걷히고 무로도가 보였다가 사라지곤 한다. 여기서 보는 구로베(黑部湖) 호수가 멋지다고 들었는데 안개로 인하여 볼수가 없다. 정상에는 진자(神社)가 있고 안으로 들어가니 휴게실이 있다. 한여름에도 난로를 피워야 할만큼 이곳 날씨는 춥다. 땀이 식자 서늘함을 느껴 난로가에 앉아 후미가 오기를 기다렸다.
09시40분경 백곰, 강삼촌, 한울타리가 정상에 도착했다. 주봉산악회 “2003 일본 북알프스 원정대” 전원은 雄山 정상의 진자의 난로가에 모여 앉았다. 그리고 완등기념으로 아사히맥주 5캔을 사서 “건배”하며 자축하였다. 모든 대원의 땀의 결실이다.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축하해 주었다.
이는 주봉의 영광이요, 자신의 영광이다.
정상에서 완등기념 사진을 찍고 다음 봉우리인 오난지야마(大汝山)로 향했다. 10여분을 가니 오난지야마(大汝山:3,015m)정상이다. 운무속에 3번째 봉인 벳산(別山:2,860m)이 희미하게 보일 듯 말 듯 한다. 가끔씩 구름이 스쳐 지나가면 무로도 쪽의 광활한 분지가 보이는게 왜 일본 북알프스라고 명명했는지 짐작이 간다. 능선 바로 아래로 아직도 만년설이 녹지 않고 광활하게 자리잡고 있으니 9월이 되면 눈이 내린다하니 만년설은 만년설이다.
하늘도 무심하지 않았는지 안개가 걷히고 무로도 쪽과 구로베쪽을 보여준다. 북알프스! 얼마나 넓고 큰지 이직도 건너편 능선은 우리가 접해보지 못한 능선이 길게 늘어져 있다. 그리고 군데군데 만년설이 넓게 자리잡고 있어 고봉임을 짐작 할수 있다. 마지막으로 힘겹게 벳산(別山)을 올랐다. 앞으로는 바위로 이루어진 험상굿게 생긴 스루기다케(劍岳:2,998m)가 위용을 자랑한다. 우리 원정대는 플랑카드를 꺼내어 기념촬영을 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점점 안개가 걷히고 날씨가 좋아 진다. 안개가 걷히자 갑자기 멀리까지 보이는 경치야말로 장관이다. 진작 이런 날씨였으면 얼마나 즐거운 산행이 되었을까?
그래도 끝마무리를 잘하라는 의미인지 지금이라도 이런 경치를 구경할 수 있게 해준 하늘에 감사해야겠다.
다데야마는 라니조평(雷鳥平)을 빙 둘러싼 형상으로 위에서 본 雷鳥平은 조그맣게 보이는 것이 온천장과 야영장이 내려다 보였다. 우리의 일본 북알프스 산행의 종착점이 바로 저기 발 아래로 펼쳐있다. 아! 정말 그간의 고생한 보람이 저곳에 있다. 이제는 하산길만 남았다.
오늘 점심은 스루기마에고야(劍御前小屋)에서 라면을 끓여 먹기로 하고 배낭을 풀었다. 식수는 팔지 않고 생수를 파는데 2ℓ에 800엥이나 하니 일본의 물가가 비쌈을 실감한다. 점심식사 후 13시20분에 하산을 하였다. 돌길을 따라 하산하기를 한시간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雷鳥平야영장에 14시20분에 도착하였다.
무로도(室堂) 雷鳥平야영장
드디어 8월24일 시작하여 8월29일까지 장장 6일간의 일본 북 알프스 산행을 마쳤다.
그동안 악천후 속에서 비바람과 싸워 드디어 우리가 이긴 것이다. 모두가 자랑스럽고 우리 모두가 승리자이고 우리모두가 작은 영웅이다.
雷鳥平야영장에 산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텐트를 쳤다. 내일 아침 일찍 구로베 알펜루트를 거쳐 京都로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텐트를 치고 나니 비가오기 시작하는데 금방 그칠 비가 아니었다. 일단은 야영장 관리사무소에서 잠시 비를 피해보지만 좀처럼 그치질 않는다.
1시간 이상을 쏟아 부은 후 조금 빗줄기가 약해져서 일단 피로를 풀기 위하여 온천욕을 갔다. 6일 동안 세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수염도 깍지 못하였는데 더운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확 풀리는 듯하다. 다들 얼굴이 퉁퉁부어 있고 길게 자란 수염이 꼭 산적 같다.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 텐트에 와서 저녁식사와 맥주에 소주를 탄 소맥으로 그동안의 회포를 풀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목욕도하고 긴장도 어느 정도 풀렸는지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잘 수가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밤까지 비가 추적인다. 오늘은 일본 북 알프스의 밤하늘의 별을 헤면서 축배를 들고 싶었는데 끝까지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게 고산의 기후변화이고 늘 안개가 끼고 비가 내리고 기상변화는 예측 할 수가 없다. 그런 자연의 변화를 극복하고 목표한 가미고지에서 다데야마 까지 완등한 것이 더욱 자랑스럽다. 아무런 사고 없이 종주를 끝낼 수 있어 무척 다행으로 생각하며, 그간 주봉산악회 “2003년 하계 북알프스 종주대” 대원 여러분 너무너무 고생 많았습니다.
여러분의 땀방울 하나 하나가 후일 해외원정 때는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자료가 될 것입니다. 하루 빨리 건강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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