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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가는 겨울을 잡으려 떠난 설악산 산행 본문

국내 산행/강원도

가는 겨울을 잡으려 떠난 설악산 산행

산달림 2006. 2. 20. 13:33

 

올해는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다. 하지만 계절의 흐름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지 雨水가 가까워 오면서 여기저기서 봄기운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겨울이 가기 전에 겨울의 산 설악산을 다녀 오리라 생각하고 2월 17일 금요일 밤 동대문에서 출발하는 설악산 등산버스의 2좌석을 예약해 두었다.

 

나이 한 살이 늘수록 좀더 옆지기와 함께 하는 시간을 더 늘여 가는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옆지기는 아직은 산행을 시작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 1월 한라산  등반도 무사히 끝냈고 그간 주말마다 서울근교 산을 산행 하였기에 조금은 무리지만 천천히 산행을 하면 설악산  대청봉 산행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포근하던 날씨가 우리의 설악산 산행을 시샘이라도 하듯 목요일부터 추위가 몰려와 영하 10여도의 한겨울 날씨다.

금요일 일찍 퇴근해 배낭을 챙겨 23시 동대문운동장에서 출발하는 등산버스에 오르니 전부 젊은이들이고 여자는 한명도 없다. 홍일점(?).

 

옆지기는 은근히 걱정이 되는 눈치다. 설악산은 10여년 전에 백담사에서 수렴동 코스로 여름휴가 때 오른 후 이번에 다시 찾게 되었다.

그때는 멋모르고 그냥 세월아 가거라 하고 쉬엄쉬엄 올랐다. 그러나 이번은 야간산행이고 등산로는 눈과 얼음으로 많이 얼어 무척 힘이 들것이다.

 

산행의 들머리인 오색까지 가는 동안 그나마 눈은 붙여야 산행을 할수 있기에 잠이 안와도 눈은 감고 있으라고 하고 설악산으로 향하였다.

흔들거리는 버스 속에 그냥 눈만 감고 있었는데  잠시 잠이 들었는지 불이 켜지며 설악산 들머리인 삼거리란다.

 

이곳에서 등산장비로 스패츠를 챙기고 등산화 끈을 조인 후, 헤드랜턴을 준비했다. 설악의 공기는 더없이 맑고 깨끗했지만 밤공기는 마냥 차갑기만 했다. 산을 쓰쳐 지나가는 겨울 밤바람은 더욱 차갑기만 하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한계령을 넘어 설악산의 들머리인 오색에 도착하니 새벽 3시 30분 바로 산행시작이다.

 

털모자를 쓰고 머리에 고양이 불을 밝히고 일렬로 서서 오색을 출발하여 대청봉으로 향하였다. 오색코스는 통상 3시간 ~ 4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로 거리는 5km이지만 무척 가파른 코스로 오르막이 심하고 계단이 많다.

 

요즘은 졸업시즌이 되어서 인지 설악산 등산버스 대수가 적다고 하는데도 앞에는 고양이 불이 줄줄이 이어진다. 옆지기의 걸음이 늦은 편이라 뒤쪽에서 걷는데 다들 잘도 걷는다.

처음부터 빨리 걸으면 나중에 탈진 될 수도 있으니 처음에는 일부러 천천히 걸어 힘을 비축해 두야 하산길이 편해진다.

 

대청봉의 절반 거리인 설악폭포에서 다들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고 있다. 우리는 천천히 걸으면서 가파른 능선으로 올라서니 설악의 매서운 산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친다.

다시 옷깃을 여미고 올라가는데 그때부터 옆지기는 힘든다고 했다. 하늘엔 음력 스므래 달이 떠서 길을 비추고 주변은 온통 바람소리로 귀가 멍멍하다.

두꺼운 장갑을 꼈지만 손끝이 시려오고 볼도 시려온다고 옆지기는 “뜨뜻한 집에서 배 깔고 있지 무슨 생고생이냐”고 투덜댄다.

정상에 오르고 나중에 하산하고 나서 느끼는 뿌듯함을 알기엔 아직도 좀더 산을 다녀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잠시 잠시 쉬면서 오르다 보니 동해 바다에서 먼동이 터 온다. 이제는 헤드랜턴을 배낭에 넣고 바람막이 옷을 꺼네 입고 대청봉으로 오르는데 옛 대청산장이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그곳은 옛날 군벙커였다.

 

가뿐숨 몰아 쉬면서 대청봉에 올라서니 오색과 속초가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금강산 까지 백두대간 줄기가 한눈에 뚜렀이 들어온다.

속초앞바다가 점점 붉게 물들어 가고 곧 일출이 있을것 같은데 옆지기는 추위 앞에 만사가 귀찮은 듯 빨리 산장으로 가자고 한다.

이곳 까지 근 4시간에 걸쳐 올라와서 기념사진 한 장 찍지 않고 하산하자고 하니 추위가 모든 의지를 꺽어 버렸나 보다.

 

설악에서 가장 바람이 센곳이 대청봉에서 중청봉 가는 길이다. 눈알이 시릴 정도로 강풍이 부는 미끄러운 눈길을 더듬어 설악산장에 도착하니 마치 안방에 들어 온 느낌이다.

 

찬바람에 그동안 얼마나 시달려는지 양볼이 따끔거리는걸 보니 좀더 노출이 되었다면 1도 동상을 입을것 같았다. 언몸을 녹이려고 산장에서 파는 컵라면의 뜨끈한 국물을 먹으니 이 맛이 꿀맛이다. 산장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하산길에 내려다 보는 점봉산 쪽으로 운해가 밀려 오는게 한편의 동양화를 연상하게 한다. 소청봉에서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길은 눈이 녹아 얼음판이고 급경사길이라 옆지기는 무척 어렵게 내려 온다.

아이젠을 착용해도 자주 사용해 보지 않아 얼음판에 내딛으면 미끄러 질것 같으니 믿지 못하니 자꾸만 망설이게 된다.

등산길은 오를 때 보다 내려오는 길이 힘들다는게 실감난다. 다리에 힘이 빠지니 점점 하산길이 더디어 진다.

 

평소보다 2배의 시간이 걸려 희운각에 도착하니 먼저 내려온 산꾼들은 라면을 끊여 먹고 있다. 평소 라면을 거의 먹지 않는 편인 우리 부부도 산에만 오면 라면의 얼큰하고 뜨끈한 맛을 잊지 못한다.

오후 3시 까지는 설악동에 하산을 해야 귀경 등산버스를 탈수 있어 잠시 다리를 쉰 다음 무너미고개로 향했다. 무너미재에서 양폭산장 까지 내려가는 길도 무척 가파르고 눈이 녹아 얼어 있어 무척 미끄러웠다. 이런 길만 만나면 옆지기는 무척 헤맨다.

 

그리고 힘이 드니 불평이 자꾸만 늘어나고, 나중에는 말수도 부쩍 줄어든다. 힘들면 말수가 준다. 내려가는 철계단도 만만하지 않나 보다.

천당폭포를 지나고 조금만 더가면 양폭산장, 그곳에서 시장기를 달래려고 다시 컵라면과 준비해간 인절미로 요기를 하고 나니 언몸이 녹는가 보다.

 

다행이 양폭산장 부터는 바람이 불지 않아 추위를 그리 느끼지 않았으나 다리에 힘이 빠져 걸음이 둔하고 무릅도 아프다고 한다.

귀면암을 지나고 잦은바위골을 지나면서 금강굴 바위가 보이니 이제 끝나 간다는 안도로 힘이 솟는가 보다. 설악골을 지나니 다소 여유가 생기는지 사진도 안찍었으니 사진도 찍고 가자고 한다.

 

사람은 희망을 가질때 힘이 솟는가 보다. 긴 설악산 무박 야간산행도 비선대에 도착하면서 한숨을 돌리고 설악산에 나들이 나온 행락객들과 어울려 와선대 지정식당인 “이뿐이네집”에서 산채비빔밥을 주문하니 덤으로 막걸리 한사발이 따라 나온다.

아마 두꺼비산악회 지정식당으로 서비스로 제공해 주는 듯하다. 나이들수록 함께하는 시간은 옆지기 밖에 없으니 술 마시는 것도 가르쳐 함께 하는게 좋다는 산 선배 말을 생각하여 무사산행을 축하하며 시원한 막걸리로 완등의 축배를 마셨다.

 

식사후 설악동 까지 1시간의 거리는 언제 다리가 아팟냐는듯 평소 산길처럼 즐겁게 내려 왔다. 신흥사앞 개울엔 얼음이 녹아 졸졸 흐르는걸 보니 봄이 저만치 오는 것 같다.

가는 겨울이 아쉬워 오른 대청봉 산행은 강풍과 추위에 무척 떨었지만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처럼 옆지기에게는 겨울산의 진수를 맛본 듯 하다

 

늘 설악에 올때 마다 고생을 했으니 다음에 설악산 올때는 좀더 여유있게 걸으며 주변 경치도 구경하며 사진도 찍으며 등산하자고 약속하고 출발시간 1시간 전인 오후 2시에 서울행 등산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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