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전주트렉 24시간의 비상 본문
물고기는 헤엄을 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
달리면 자유롭다.
24시간주는 400m 트렉을 연속해서 달린다.
이번대회가 24시간주에 4번째 참가를 한다. 우리나라의 짧은 24시간주의 연륜에 비하면 꽤 많은 출전 횟수다. 시간주는 거리주와 달리 보이지 않는 시간을 달리는 대회라 거리주와는 달리 접근을 해야 한다.
빨리 달린다고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이 아니고 천천히 달린다고 해서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시간을 죽이고자 달린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의 초반, 중반, 후반의 레이스를 어떻게 운영할지 나름데로 작전이 필요하다.
올해는 년초에 스피드 위주의 훈련을 위하여 서울마라톤, 서울국제마라톤을 2시간 40분대에 뛰고 4월 7일 남해 보물섬160km대회에서 장거리 실전감각을 익혔다.
한달의 휴식후 2007 대한민국 24시간주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으며 연습은 주로 한강에서 출․퇴근주, 주말 장거리훈련을 했고, 언덕주는 남산에서 주 1~2회 정도 하였고, 월1~2회 장거리등산을 겸한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하고, 틈틈이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트레이드밀에서도 훈련을 하여 월간 500km 정도를 소화하였다.
대회전날 전주에 도착하여 휴식 후 대회날 아침 9시경 전주종합운동장에 도착하니 이제 제법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넓은 트렉에는 전성하님만 힘겹게 달리고 있고 윤왕용님은 특유의 웃음을 잃지 않고 걷고 있다. 서경석님은 보이지 않아 간밤의 상황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출발 10시에 맞추어 차분히 출발준비를 하는데 분위기 적응이 않되는 아내는 뭘 먼저 해야 할지 덤벙거리기만 한다. 하긴 달리기에 미친(?) 남편만나 휴일날 쉬지도 못하고 24시간 서포트하러 따라 나선것만 해도 고마울 따름이다. 차분히 짐 정리를 부탁하고 출발 준비를 끝냈다.
5월의 햇살이 얼마나 따가운지 유일한 홍일점 권춘희님은 피서라도 온 듯 대형타월을 두르고 햇볕과 결별을 선언하고 있다. 오늘은 또 하나의 복병 더위와의 일전도 예상된다.
대회전 이용식회장님의 격려사중엔 48시간주 뛰는 분이 더위로 고생을 했으니 각자 더위를 극복하는 방법도 생각하여 작전을 잘 짜라는 당부의 말씀도 있었다. 오늘 복장은 하의는 반타이즈 상의는 런닝셔츠를 입고 망사모자를 쓰고 썬크림을 발랐다.
1Lap(10:00 ~ 14:00) 44.4km
늘 1Lap은 나의 자제력을 시험하는 구간이다. 저절로 빨리 나가려는 발과 천천히 가자는 나의 의지력 싸움이다.
잠시 달리기에 집중하지 않고 딴 생각을 하다보면 스피드가 빨라진다. 더구나 초반부터 스피드를 높이는 몇분이 추월해 앞서 나간다.
시간주는 주자와의 경쟁이라기 보다는 시간과의 경쟁을 해야 한다. 그리 마음을 비우고 달려야 중후반에 페이스를 잃지 않고 달릴 수 있다.
가능하다면 첫Lap이나 마지막 Lap이 동일할 때가 가장 효율적인 레이스 운영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낮엔 더우니 속도를 줄였다가 밤에 속도를 올리는것도 한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즉 24시간주는 주로에 얼마나 오래 버티는냐가 관건이 된다. 오늘도 주로에 오래 버티기 작전으로 가능하면 쉬지 않는다. 마사지는 받지 않는다. 불필요하게 양발, 신발도 갈아 신지 않는다. 등 불필요한 행동을 하여 시간상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래서 1Lap은 화장실도 가지 않고 빠르게 달리지는 않았지만 쉬지 않고 달려 44.4km를 달렸다. 하지만 너무 더워 젖은 수건을 모자속에 넣어 열을 내리려 애를 썻다. 줄줄 흐르는 땀은 많은 체력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2Lap(14:00 ~ 18:00) 41.2km(85.6km)
1Lap에서는 식사를 달리면서 해결을 하였는데 2Lap에서는 휴식을 겸해서 쉬면서 식사를 했는데 금새 10여분이 훌쩍 지나간다. 쉴때는 시간도 왜그리 빨리 가는지.
1Lap은 저마다 속도로 달렸는데 2Lap에서는 빨리 달린 주자들의 발걸음이 둔화되어 속도가 떨어지고 쉬는 횟수가 잦아진다. 아직은 초반인데 저런 몸상태로 24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염려스럽다.
1Lap때에 비해 속도가 줄어들진 않았는데 단지 쉬는 시간이 늘어나니 자연 구간Lap 거리가 줄어드는 것 같다.
달리기가 힘든게 아니라 더위가 더 힘겹다. 연신 물수건을 찾고 마실거리를 찾게되어 과일과 번갈아 마시고 먹었다.
후반으로 가면서 주로에 달리는 주자는 줄고 휴식을 하는 주자는 늘어간다.
꾸준히 달리는 주자와 휴식이 늘어나는 주자가 구분이 되는 2Lap이다.
3Lap(18:00 ~ 22:00) 37.2km(122.8km)
3Lap이 시작되면서 좀 선선해질까 했더니 아직은 한낮의 열기가 남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여전히 등 뒤로는 땀이 줄줄 흐르니 자꾸만 물을 찾게 된다. 과일과 물을 교대로 마시고 먹으며 체력을 보충하고 좀 선선해 지면 달리기가 나아지겠지 하는 바램도 갖어 본다. 주자의 런닝복 위로 땀이 말라 염분으로 뚜렷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작 9시간 29분경에 250바퀴 100km를 통과하였다. 그리 늦지도 빠르지도 않는 적정한 시간이라 생각했다.
3Lap후반으로 가면서 Cut Off 통과가 힘들게 되자 벌써 짐을 싸서 운동장을 떠나는 뒤 모습이 무거워 보인다.
김관섭님은 다리에 쥐가 올라 100km만 뛰고 그만둘 것이라고 한다. 4Lap에서는 몇 명이 주로 남을지 혼란스럽고 마음도 심란하다.
4Lap(22:00 ~ 02:00) 34.4km(157.2km)
4Lap은 그 넓은 전주종합운동장이 더 넓어 보인다. 48시간주 전성하님은 휴식중이라 자주 보이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달렸다.
밤 10시가 넘으니 서울에서 딸애가 고속버스편으로 서포트하러 내려 왔다. 응원군이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다. 딸애 앞에 당당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아침부터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 반타이즈가 많이 젖어있어 자꾸만 쓸려 통즈이 있어 런닝팬즈로 갈아 입으니 깨운하고 좋다.
자정으로 넘어가며 자원봉사자만 남고 떠나 대회장은 더욱 썰렁하다. 그러니 마음도 약해지고 달려야 하나 포기해야 하는 생각도 하게되고 나로 인해 많은 스텝이 고생을 하고 있다 생각하니 나만 쉬면 모두다 쉴수 있다는 엉뚱한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나 가끔 힘든 몸으로 달리는 48시간주의 전성하님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래도 완주는 해야지. 자정으로 가면서 쉬는 회수가 늘고 쉬는 시간도 늘어간다. 혼자 달리니 모두가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부담스럽고 송구스럽다.
자연히 주로에 아무도 없으니 마음은 약해지고 자신과 타협을 하게 된다.
새벽4시까지 버티어 보자 그때는 6시간주 하시는 분이 한분 온다고 했으니 그래도 외로움이 덜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 피곤하지 않아 졸음은 밀려오지 않았지만 미리 커피를 한잔 마셔 두었다. 스피드는 그리 떨어지지 않았는데 쉬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5Lap(02:00 ~ 06:00) 35.2km(192.4km)
새벽으로 가면 땀이 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달리니 런닝셔츠는 땀에 젖어 마를 줄 모른다.
5Lap 초반에는 그다지 스피드가 살아나지 않더니 후반으로 가면서 새벽4시에 6시간주자가 합류하면서 주로에는 3명이 달린다.
각자 48시간, 24시간, 6시간주의 한명씩이다. 전성하님은 좀체 다리가 다시 회복이 되지 않는 듯 고통스러운 발걸음을 옮겨 간다.
새벽 5시가 가까워 오자 인근주민들이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몰려드니 다시 운동장도 활기를 띈다.
그때부터 다시 몸이 살아난다. 이제 200km가 가까운데 5Lap초반에는 이용식연맹회장님과 배형규대회장님이 220km를 채우지 못할까 염려하고 있는 대화를 엿들었다. 하지만 220km를 넘기는건 자신이 있는데 얼마까지 갈지는 알수 없었다.
인근동네에서 아침운동을 하러 나오신 분들이 24시간주를 하는걸 알아보고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고 언제부터 달리느냐고 물어 온다.
어제 아침 10시부터 달리고 있다고 하니 다짜고짜로 “잠은?” “잠은 안자요.” 잠을 자지 않고 달린다는게 이해가 안가는 눈치다.
6Lap(06:00 ~ 10:00) 36.9km(229.3km)
마지막 Lap이다. 대회본부에서 69란다. 그게 나의 마지노선의 숫자이다. 종반으로 가면 없던 힘도 솟는다. 대회시작 20시간 50분경 200km를 통과하고 남은시간은 3시간이 남짓하다. 아직까지 출발 때 신은 양발, 운동화가 그대로다. 별 불편이 없어 마지막 까지 신었다. 여벌로 준비해온 양발, 신발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여세를 몰아 20km를 더하여 기분 좋게 220.4km 뛰어 기준기록을 채우고 마지막 휴식때 식사를 하고 나니 한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이제 남은 시간에 최선을 다해 보리라 생각하고 주로에 섰다.
그때부터 어디서 힘이 솟는지 1분 50초 페이스로 이하로 400m트렉을 한바퀴씩 돌 수 있었다.
점점 가속을 하며 스피드주를 하듯 가뿐숨 몰아 쉬며 트렉을 돌고 돌았다.
그게 지루했던 갑갑했던 24시간주의 응어리를 토해내듯 미친 듯이 가속을 하고 또 가속을 하였다.
드디어 마지막 카운트 다운을 한다. 10, 9, 8,.....3.2.1.0 그 자리에 멈추었다.
하늘을 쳐다보니 흐린 하늘이다.
길고 긴 하루 24시간이 끝났다. 그리고 달리기도 멈추었다.
229.3km 527바퀴 100m를 돌았다.
영원히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고 돈 전주종합운동장의 400m트랙에서 달리기는 멈추어 졌다.
김동춘 ( 2007-05-07 )
완주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이성윤 ( 2007-05-07 )
진병환 형님! 더운 날씨에 좋은 기록으로 완주 하심을 축하드립니다. |
강영석 ( 2007-05-07 )
전국은 지금 울트라마라톤대회로 가득차있고 울트라를 즐기시는 분들은 이미 본인들의 계획에의해 대회참가들을 하시다보니 우리연맹 주최대회가 오늘날 이렇게 된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
박길수 ( 2007-05-07 )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
고화중 ( 2007-05-07 )
우리나라 울트라에 큰 획을 긋고 계시는 진병환님 |
조인석 ( 2007-05-07 )
진병환님! 수고 많으셨고 빠른시일안에 회복하시길 바라며... |
전성하 ( 2007-05-07 )
병환형님!수고하셨습니다.그리고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
박도훈 ( 2007-05-07 )
진병환님! |
임 택종 ( 2007-05-07 )
진병환님! |
최부규 ( 2007-05-07 )
진병환님! |
김윤혁 ( 2007-05-07 )
지난 서울동아대회때의 후반주로 멋진 만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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