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2005년 동마 숙제를 끝내고... 본문
3월 17일 새벽부터 광화문 네거리가 전국 달림이들이 가득 모여 일대 장관을 이룬다. 차량만 다니던 곳인데 이날 차량이 통제되니 충무공 이순신장군 동상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마라톤축제가 열리는 광화문은 동계 훈련한 결과의 시험장으로 다들 굳은 결의에 차있는 듯 하다.
오늘 날씨가 쌀쌀하니 아래는 반타이즈, 상의는 긴팔에 런닝셔츠를 입고 통풍이 잘되는 망사모자를 썻다. 장갑은 두꺼운 면장갑을 끼니 출발준비 끝이다.
참가인원이 너무 많아 마땅히 워밍업 할 곳도 없어 좁은 자리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 본다. 출발 전 버리고 갈 긴팔을 입고 있어 추위는 느끼지지 않았다.
2주전 서귀포마라톤대회 때 발바닥에 잡힌 물집은 이제는 다 아물었고 달리는데는 지장이 없으나 그걸로 인하여 마지막 마무리 훈련을 제데로 하지 못한게 마음에 걸린다.
또한 어제는 마무리 컨디션 조절을 위하여 오후에 중랑천에 나가 10km 훈련을 하면서 모두 대회와 같은 복장에 신발도 신고 달렸는데 몇차례 대쉬를 하면서 컨디션이 괜찮아 속도를 너무 높였는지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뭉쳐 저녁에 소염제를 바르고 맛사지를 했는데도 여전히 풀리지 않아 약간의 통증이 있어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
오늘은 무리하지 말고, 1차 목표는 Under 45분을 목표로 달리기다가 컨디션이 좋으면 Under 43에 도전해 보리라 생각했다. 8시 정각 엘리트선수들이 먼저 출발을 한다. 8시 8분이 지나고 잠시 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마스터즈가 일제히 출발했다.
그 넓은 세종로가 달림이들로 가득 차니 장관이다. 언제 4대문 안에 교통을 통제해 놓고 마음껏 달릴 수 있겠는가? 오직 이런 마라톤대회가 아니면 꿈도 꿀 수 없는 일 아닌가?
열심히 달려가는 주자들 사이에 초반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기 위해 속도를 조금 늦추었더니 계속 앞으로 추월해 간다.
남대문을 돌아 나오니 이제는 조금 주로가 정리되는 듯 하다. 이제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내 페이스 데로 달리리라 마음을 다잡아 본다.
아직은 추월하는 주자가 많고 추월을 허용하는 주자는 별로 없다. 을지로로 접어 들어 조금 달려가니 8분 정도 먼저 출발한 엘리트선수 선두가 반대쪽에서 달려 나온다. 무척 빠른 속도이다. 그뒤로 여자 등록선수들이 달려오고 그뒤에 마스터즈 선두는 반환점 조금전에 만났다.
다들 표정이 동계훈련의 결과를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비장한 표정이다. 동대문운동장 반환점(4.6km)을 돌아 나오는데 반대쪽에는 거대한 물이 흐르듯 달리임들의 인파 물결이 흘려간다.
을지로가 끝나고 보신각 앞(7.5Km)을 돌아 종로로 나왔다. 주로가 많이 정리되어 이제 한결 여유롭다. 키가 무척 큰 한분이 계속 페이스에 맞추어 따라 오길레 기록이 어떻게 되는냐고 물으니 48분이라 한다.
그때부터 그분과 함께 뛰는데 나란히 뛰었으면 좋으련만 꼭 한발짝 뒤, 옆에서 뛰니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보수중인 동대문앞을 지나면서(옆의 10199번)
2전만해도 지금쯤 늘 뵙던 분들이 주로에 만나 인사를 나누곤 했는데요즘은 워낙 Sub3 주자가 많아 누가누군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만큼 마라톤을 즐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기록도 향상되어 가고 있다.
오늘은 날씨가 쌀쌀해서 땀도 나지 않으니 물도 먹고 싶지 않고 스펀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아무래도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리는 듯 하다.
동대문을 지나고 10Km를 지나면서 시간을 확인하니 38분 초반이다. 조금 페이스가 늦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추운 날씨 탓에 몸이 덜 풀려서 그런것 같아 후반을 생각하여 페이스를 높이지 않았다.
군자교를 지나면서 자주 달려 보던 중량천변 주로가 보인다. 의정부 까지 연결되는 이 주로를 나는 자주 달리는 코스이다. 새삼 정겹게 보인다.
(급수대 앞 - 물도 5Km 마다 마시지 않았다.)
서울국제마라톤은 서울의 도심지를 관통하는 주로로 늘 관중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또한 늘 옆에 실력이 비슷한 분들과 함께 달릴 수 있어 기록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상당히 쌀쌀한 날씨임에도 런닝셔츠만을 입은 주자도 더러 눈이 띄이고 아직 힘들이 남아 있어서 물고 물리는 레이스를 벌이는데, 남은 거리를 생각한다면 이븐페이스로 달리는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괜히 힘만 빼는 것 같다.
군자교를 지나자 주로에서 이름을 부르길레 돌아 보니 중랑구청 마라톤톤동호회 회원이 응원을 해 준다. 그리고 서귀포에서 만난 심인숙님도 지난 서울마라톤에서 뛰고 쉬면서 응원을 해준다.
모두 집에 쉬지 못하고 나와서 응원하는걸 보면 마라톤에 미천도 단단히 미친것 같다.
어린이대공원앞을 지나 하프지점인 잠실대교를 건너는데 역시 쌀쌀한 강바람이 불어 온다. 다리 중간쯤 있는 하프 표시지점을 1시간 21분 초반에 지나 롯데월드로 가는 내리막을 신나게 달려 올림픽공원 쪽으로 꺽어 진다.
벌써 초반 오버페이스로 달린 주자들의 발걸음이 현저히 둔화되고 고통스런 레이스를 펼친다. 전마협회장인 장영기님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무거운 발길을 옮기고 있다.
군데군데 동네 농악대, 밴드부 등이 힘을 북돋아 주어 별로 심심하지 않게 달릴 수 있었다.
30km 가기 전 작은 오르막에서 일본인 주자가 힘겨워 하고 달려가기에 같은 주자로서 “간빠레!”를 외쳐주니 그 또한 “간빠레!” 한다.
이제 종반으로 접어드니 하나, 둘 추월을 하면 달릴 수 있었다.
30km 전에 아침에 세종문화회곤에서 만난 구미의 청년신사 김영갑님이 주로에 있지 않고 이쁜아가씨와 함께 응원을 하고 있다. 아마 오버패이스로 포기하고 응원을 하는듯 하다. 마스터즈가 자주 포기하고 기록만 위한다면 등록선수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30km를 1시간 56분 08초에 통과하였는데 괜찮은 것 같아 나머지만 잘 달리면 좋은 기록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그때부터 오른다리 종아리에서 통증이 오면서 설상가상으로 앞바람을 안고 뛰니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나도 전혀 땀 한방울 흐르지 않고 힘만 든다. 바람이 무척 원망스럽다.
체력손실은 적으나 몸이 너무 굳어 있는 것 같다. 발걸음도 조금씩 무거워 지는데도 주로에 주자들을 계속 추월하며 달릴 수 있었다.
서울무역전시장 앞을 지나면서 이제 남은 105리 길도 종착이 가깝다 생각하니 아쉬움 없이 달려 보리라 마음을 다잡아 본다.
하지만, 여전히 앞바람이 불어 오고 오른쪽 종아리근육의 통증이 느껴져 중심축을 왼쪽에 두고 달리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
마지막 힘을 몰아 탄천2교를 치고 오르니 앞에는 일렬로 줄을 서서 달려 가고 있다. 계속 주자들을 추월하여 달려 나가니 남은거리 2.195Km 이대로 달리면 44분대는 가능할 듯 하다.
이제 주로에 마라톤 가족들의 응원열기도 뜨겁다. 간혹 알아보시고 이름도 불러 주고 힘을 북돋아 주어 절로 힘이 솟아난다.
이제 잠실운동장이 한눈에 들어오고 운동장으로 진입하는 양쪽에는 오늘의 완주자들을 위하여 열열히 응원을 해 준다.
운동장 안 타탄 트렉으로 들어서자 신발에 닿는 감촉이 다르다.
오늘의 감회가 새롭다. 동계훈련의 성적표가 평년작은 되는 듯 하다.
200m를 앞두고 마지막 스퍼트를 하여 결승선을 통과한다. 105리 대장정이 끝이 났다.
2시간 44분 48초 그렇게 105리 길을 달려 온 것이다.
내 배번이 10056번인데 전체 45위, 40대 14위로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빨리 뭉친 근육이나 풀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주자들이 속속 잠실운동장으로 향하는 잠실벌을 떠나 조용히 집으로 향했다.
2주 후인 3월 27일 다음대회인 인천마라톤에 참가하려면 지금은 뭉친 다리근육을 빨리 푸는게 급선무 였다. 지하철 정거장을 내려 오는 계단에서 그리 통증이 없은걸 보니 몇일만 지나면 풀어질것 같다.
그렇게 봄의 마라톤 축제 서울국제마라톤을 끝내고 나니 밀린 숙제를 마친 듯 마음이 홀가분해 온다. 오늘은 웬지 집에 가는 길에 경동시장에 들려 봄나물을 사서 봄향기를 흠씬 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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