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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서귀포의 봄바람을 타고 105리길을 달리며... 본문

국내 마라톤/풀코스

서귀포의 봄바람을 타고 105리길을 달리며...

산달림 2005. 3. 16. 22:26
대회명 : 제2회 세계일보 국제마라톤 대회
요약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2시간 46분 34초 (10:00 - 12:46:34) 동안 42.195km 대회참가 훈련 실시 (페이스: 3'57"/km, 속도:15.2km/h, 착용 운동화: 아식스 soltimagic trus2)

작년 12월 19일 한강마라톤 1위 부상으로 받은 제주마라톤 출전권으로 제2회 세계일보 국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대회전날 중문 숙소에 도착하니 삼다도 서귀포의 날씨는 스산한 날씨에 강한 바람이 불어 무척 을씬년 스럽다.

숙소 창밖에 부는 바람소리가 무척 날카롭게 들린다. 피곤해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창원 대림산업에서 온 김정선님이 도착하여 통성명하였는데 그분은 하프에 출전한다고 했다.

날씨가 춥고 바람이 너무 불어 잠시 밖에 나갔다가 연습은 포기하고 무료한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느지막히 수사마 소속인 이지원님이 왔다.
셋이서 숙소를 쓰게 되었고 11시경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식사는 준비해간 찰밥으로 식사를 하고 아침 7시 50분에 서귀포월드컵 경기장으로 가는 버스엔 단체로 출전한 화순마라톤클럽팀들과 함께 이동하였다.
대회장에 도착하였으나 아직 대회출발시간이 2시간 정도 여유가 있는데 날씨가 너무 싸늘하여 마땅히 할일이 없고 쉴곳도 없다. 그냥 오락가락 시간만 보내다가 9시경이 되자 참가자들이 하나, 둘 모여서 복장을 챙겼다.

하의는 솟팬츠, 상의는 긴팔을 입고 그위에 런닝셔츠를 입었다. 그리고 모자를 쓰고 면장갑을 꼈다. 오늘 같은 날씨에 복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참 애매하다.

정각 10시 출발이다. 선두권은 김동욱님과 일본인 다까하끼 등 5~6명이 선두권을 형성했는데, 그중 홍일점인 중국인 한정잉(20세, 베이징대1년)이 끼었고, 북경올림픽의 출전을 위하여 준비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녀는 04년 9월 호주 시드니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2등을 한적이 있는 엘리트 선수 같았다. 초반 패이스가 km당 3분 50초 정도로 달리는데 전혀 밀리지 않고 잘 달리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페이스 메이커로 생각 했는지 그때부터 그림자처럼 한발짝 뒤에서 따라 붙었다. 심한 오르막에서는 힘겨워하며 가끔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강한 승부욕을 가지고 있었다.

차라리 나란히 달리면 좋으련만 딱 한발짝 뒤에서 뛰는데 내가 빨리 가지 않으면 그녀의 운동화가 나의 발뒤축을 스치기도 한다.
제주의 바람을 적게 맞겠다는 생각인지 한번도 앞으로나 옆으로 나서지 않았다.

 


7.5km를 통과할 쯤 5분 뒤에 출발한 하프 선두주자인 이지원님이 긴발을 이용해 오르막을 성큼성큼 앞서 나간다. 역시 고수답다.

그런데 제주의 내리막에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사용한 런닝화안에 뒷깔창을 깔았는데 그게 오래 사용하다 보니 끝이 말려서 발바닥에 신호가 온다.

지금껏 한번도 발바닥에 물집이 잡힌적이 없는데 아무레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오르막을 오를때 발목도 뻣뻣한것 같고 발바닥도 신호가 오니 처음으로 레이스를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약해지는 마음을 "좀더 달리면 몸도 풀리고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달렸다. 그러자 발목의 뻣뻣함은 풀어져 달리기는 좋은데 발바닥의 통증이 심해서 자연히 아픈부위를 덜 건드리기 위해 뒤축 바깥쪽으로 착지하고 달리게 되니 자세가 부자연스럽다. 그리고 계속 발바닥에 신경이 쓰이니 마음이 편치 않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을씨년스러워 준비운동을 제데로 못하고 출발을 했더니 영 몸이 풀리지 않아 힘이 들었고, 코스도 평지란 없고 오르막 아니면 내리막으로 연이어져 있어 이런 코스가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그림자 처럼 따라 왔고 내리막은 무척 빠르게 달렸고 오르막은 힘겹게 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반환점으로 가는 마지막길은 내리막 길은 무척 빠르게 달렸는데 잘도 따라 왔다.

반환점은 1시간 23분에 9위로 돌았다. 이제 땀도 좀 흘리고 나니 몸도 풀리고 속도에 적응이 되어 그리 힘은 들지 않는다.

힘이 떨어진 주자를 하나, 둘 추월하면서 돌아 오는데 그녀는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여 기를 쓰고 따라 온다. 그녀의 가뿐 숨소리가 늘 귀전을 맴돈다. 그게 오르막을 오르때면 신음소리로 들려 온다.

이제 발바닥의 물집은 잊고 완주를 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이왕 달리는것 좀더 최선을 다해 달리리라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리고 발바닥에 대한 신경도 끄고 어차피 생긴 물집 마음껏 달려 보자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10여 km를 남겨 두고 오름길에서 빠르게 치고 오르니 그녀와 거리가 벌어진다. 오르막을 오르자 말자 내리막을 그대로 내달리니 처음부터 귀전에 맴돌던 숨가쁜 그녀의 숨소리는 더이상 들려 오지 않는다.

 



그리고 두명을 더 추월하여 5위로 달리는데 앞에는 4위로 일본인 다까하끼 바로 앞에는 외국인이 한명 달리고 있다.

제주코스의 특징은 평지가 없다는 것이다. 오름이 아니면 내림으로 숨가쁜 질주와 가슴이 터질듯한 숨가쁨의 연속이다.

이제 우측으로 돛단배 같은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이 눈에 들어 온다. 이제 백오리 마라톤 여정도 끝이 나간다. 앞선 주자들과 거리가 점점 좁혀 지지만 남은 거리가 너무 짧다.

이번 대회는 서울동아대회를 앞두고 LSD를 겸해서 출전한 대회로 제주의 주로 특성을 감안하면 40분대 진입만해도 만족한 기록이라 생각하고 출전했는데 46분대 진입은 가능할것 같다.

갈때와 올때를 계산해보면 결코 스피드의 저하없이 균일하게 달려오고 있다. 출발 할때 쌀쌀한 날씨가 한낮으로 온 기온은 달리기에 좋은 날씨다. 어제는 바람이 심하게 불었는데 오늘은 잠잠해지고 약한 바람만 스치고 지나간다.

앞 직선주로에 2위~4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하나씩 결승선으로 들어간다. 마지막 스퍼트를 하며 결승선으로 향했다.

 


결승선에 운집한 마라톤 가족들의 따뜻한 격려를 받으며 2시간 46분 34초로 결승선을 통과하였다.
숨가쁘게 달려온 백오리길의 긴 마라톤의 여정이 끝났다. 서귀포의 하늘은 봄이 온든 맑고 푸른데 한라산엔 흰모자를 쓰고 있다.


긴장이 풀리니 발바닥의 통증이 온다. 런닝화를 벗어 보니 오백원짜리 동전크기의 물집이 잡혔다. 근육의 피로는 없는데 발바닥의 통증이 심하다. 내리막의 발뒤꿈치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넣은 깔창이 장기간 사용을 하다 보니 끝이 말려서 물집이 생긴것이다.

2주앞으로 닥아온 서울동아가 걱정이 된다. 그때까지 완치될까? 그리고 그동안 훈련은 어떻하지? 머리가 복잡하다. 하지만 레이스에 최선을 다하였기에 후회는 않는다. 지금부터 서울동아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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