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눈내리는 날 본문
몇일전 저녁에 티브를 시청하고 잠자리에 들려는데 아내가 거실에서 커튼 사이로 창밖을 내다 보더니 “눈이 내린다.”라고 환호를 하는게 마치 10대 소녀 같다.
나이가 쉰이 넘어도 눈이 내리면 그리도 반가운 건지. 딸애 방에 가더니 “호영아, 지금 눈 온다.” 하지만 반응이 시근둥하게 “알았어.”다.
혼자서 호들갑을 떨어 보지만 다들 별 반응이 없는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눈치다.
베란다에 나가 창밖을 보니 정말 소담스럽게 눈이 온다. 서울에서 이렇게 탐스럽게 눈이 내린적은 그리 많지 않다.
벌써 아파트앞 마당에는 극성스러운 아이들이 나와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고 눈장난을 하며 떠드는 소리가 그리 싫지만은 않다.
하지만 아내가 “눈 만지러 가자.”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밖은 추울 텐데.”라는 대답만 돌아오자. “눈이 오면 기분이 좋지 않은가?”라고 혼자 독백을 한다.
어찌나 소담스럽게 내리던지 나뭇가지에 내린 눈이 가지가 휘어질 정도고, 소나무에 내린 눈은 솜을 덮은 듯 성탄트리가 따로 없다.
이곳 신림동으로 이사를 온 후로 관악산이라 공기도 맑고, 기온도 좀더 내려가고 또한 눈도 좀더 많이 쌓인다. 아랫동네는 금새 녹는 눈이 여기는 녹지 않고 그데로 쌓인다. 그래서 눈쌓인 겨울정취를 거실에서도 즐길 수 있다.
어릴적 시골에 살적엔 이렇게 눈이 내리면 그날은 공일이다. 밖에 일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런날 아침이면 야산에 가서 토기몰이도 해보고, 동네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기도 하며 신나게 논다.
양지쪽에 눈이 내려 배고픈 참새를 잡기위해 눈을 쓸고 바구니를 뒤집어 그 아래 쌀이나 곡식 등의 먹이를 뿌려 놓고 긴 새끼줄을 늘여 뜨려서 구멍으로 망을 보며 참새가 그 바구니 안에 있는 먹이를 먹기위해 바구니 아래로 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약은 참새는 좀체 그 덫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기다림은 지루함으로 변하고 나중에는 지처서 그것도 포기하고 만다.
그때는 겨울철이이면 먹을 것도 흔하지 않아서 광에 보관중인 고구마나, 독에 넣어 둔 감, 그리고 고염을 먹곤 했는데 고염은 가을에 수확하여 독에 넣어 두면 그곳에 물이 고이는데 그물은 설탕보다 달고 맛이 있었고 고염을 먹을 때 속에 든 씨앗을 골라 내는게 무척 귀찮았다.
때로는 시원한 무우 맛도 일품인데 가을에 수확을 하여 마당 한 귀퉁이에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무우를 차곡차곡 쌓아 넣고 그위로 얼기설기 나뭇가지를 걸치고 다시 짚으로 덮은 다음 그 위에 흙을 덮으면 자동 천연냉장고가 되어 무우를 보관하면 맛도 변하지 않고 신선도가 그데로 잘 유지 된다.
무우를 꺼내는 입구는 둥근 구멍을 내고 짚을 둥글게 말아 마개로 사용하는데 하얀 눈이 무우가 든 창고위에 소복이 쌓여도 결코 무우는 얼지 않았다.
그걸 1개 꺼내어 부엌칼로 깍아 먹으면 시원한게 가끔 간식으로 최고였다. 아무리 요즘 바이오 냉장고가 나왔다고 해도 그 보관 능력에는 따라가지 못한다.
문명이 발달하고 편리한 가전제품이 많이 만들어져도 자연적인 것보다 좋은건 없는듯하다.
그래서 모두 급히 서두를 때 천천히 살고 싶다.
햄버거를 먹을때 된장 찌게를 먹고, 황토방에 살며 유기농 채소를 먹고 싶다.
그게 내일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세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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