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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가능성을 확인한 양평이봉주마라톤대회 본문

국내 마라톤/마라톤 이야기

가능성을 확인한 양평이봉주마라톤대회

산달림 2011. 6. 1. 18:28

 

❍ 양평 마라톤 참가동기

 

하프마라톤 언제 뛰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지난 3월 서울동아마라톤을 마치고 나오면서 과녁 맞추기 게임이 있었다. 자석화살을 던졌는데 마라톤대회 출전권을 받았다. 그 대회가 양평하프마라톤대회였다.


일주일전 천진암 100km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하고 다시 양평대회다.

더운 날씨를 감안하여 이른 8:30분 출발이라 이 대회에 참가하려면 새벽부터 서둘러야하는데 그럴 바에는 하루전 양평근교에서 하루밤을 묵고 대회에 출전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수년전 일본 북해도에서 개최되는 사로마 100km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많은 참가자들이 출발지 부근에서 야영을 하고 대회를 출전하는 것는 일본의 마라톤문화였다.

우리도 전야제를 개최하고 참가자를 하루전 대회장 부근에 숙박을 유도하는 것도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니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대회전날

당초에는 산음휴양림에서 캠핑을 계획했는데 요즘 캠핑장도 인터넷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을 할 수 없다고 하여 돌아 나와 비슬고개에서 도일봉을 다녀오기로 하고 산행에 나서 싸리재를 경유하여 도일봉에 오르니 등산로 보수공사로 을씨년스럽다. 취나물 조금 뜯고 산행을 끝내고 야영지를 물색했다.


오늘 야영지는 소리산입구 개울가에 탠트를 치고 물소리를 들으며 하룻밤을 묵고 내일 새벽에 출발하여 대회장에는 출발 1시간 전인 7시 30분에 도착하기로 했다.


맑은 공기와 자연이 주는 정화기능인지 새벽에 일어났는데도 몸이 무척 가볍고 피곤하다는 느낌이 없다. 자연인 체질인가?

찰밥을 지어 아침식사를 마치고 6시 30분 석산리를 출발하여 대회장이 있는 양평 강상체육공원에 도착하니 전국에서 몰려들 달림이들로 제법 축제 분위가가 난다.

 

 

양평이봉주마라톤 대회 코스도


❍ 출발준비

아침 햇살을 보니 오늘 더운 날씨가 예상이 된다. 런닝셔츠에 숏 팬츠 그리고 차광용 모자와 강열한 햇빛을 차단하는 고글을 준비했다.  고글은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것으로 여름달리기에는 필수품이다.


운동장 가장자리를 돌면서 서서히 몸을 풀어 보는데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지인들이 반갑다. 박희숙님은 요즘 각종 대회에서 입상을 하는데 목동운동장에서 코치로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있다고 했다.

홍석배님은 주로 남산에서 훈련을 하는데 눈 부상으로 대회 출전은 하지 못하고 칩만 반납하고 간다고 했다. 전성기때 함께 운동하며 시상대에 올라본 것은 “아 ~ 옛날이여” 다.


간단한 식전 행사가 있고 하프주자부터 출발 준비를을 하는데 양평마라톤은 국민마라토너 이봉주 이름을 따서 『양평이봉주하프마라톤대회』인데 오늘 이봉주님이 참석하여 팬 사인회도 하더니 출발선에 서서 하프코스를 뛰겠다고 한다. 사회자가 예상기록을 묻자, 1시간 30분이 목표란다.

 

 

                                     아마추어 달림이와 함께한 이봉주 국민마라토너


❍ 출 발

양평마라톤 코스는 강상공원에서 출발하여 양평대교를 건너 양근대교를 거쳐 병산, 바탕골예술회관을 반환하여 오는 코스로 둔치에서 양평대교까지는 급한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더운 날씨탓인지 초반 오르막을 오르면서 템포를 조절한다.

7 ~ 8명이 선두를 끌고 그뒤 20여명 뒤에서 달리는데 이봉주님이 가벼운 몸으로 제비처럼 달려 나간다. 지금은 은퇴를 했지만 세계적인 선수와 함께 달린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km당 4분 페이스도 그리 힘들지 않고 달릴만하다.


날렵한 몸매로 앞서 달려가는 의정부 달림이를 목표로 달리니 예전의 턱에 숨이 차도록 달리던 그런 고통은 없고 편안한 달림이다.

매5km 마다 음료가 있고, 2.5km 마다 스펀지가 있어 더워진 몸을 식히면서 달렸는데 다리에 힘이 실리는 걸로 보아 오늘 목표인 Under 1시간 30분은 가능할 것 같다.  출발 후 추월은 했지만 추월을 당하질 않았으니 스피드가 유지된다는 증거다.


달리기에서 추월을 할 때면 괜시리 힘이 솟는다. 늘 가시권에 있는 주자를 대상로 사냥(?)을 하게 되는데 추월할 때 그 쾌감은 짜릿짜릿하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그 처절한 몸부림은 서로지지 않으려는 강한 승부욕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급수대에서 흘린 만큼 서둘러 수분을 보충하니 더운 날씨도 그리 덥게 느껴지지 않고, 스퍼지로 목뒤를 식혀주니 머리도 열이 그리 높지 않고 달리만하다.


양평코스는 출발 후 6km 지점에 큰 언덕이 있는데 언덕에는 예전에는 힘이 들어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올랐는데, 체력이 저하되어 조금 감속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세월의 흔적이 아닌가 생각된다.


바탕골 예술회관은 출발 12km 지점쯤에서 반환을 하는데 반환점을 돌아 나오는 이봉주님을 만나 하이 파이브를 하며 기를 받고 동시에 2명의 주자를 추월하고 반환점을 돌아 나오니 추월당한 2명의 주자가 다시 추월해 나온다.

6월의 뜨거운 열기와 함께 달리고 또 달린다.


그때부터 서로 자존심건 레이스가 시작된다.  경기 광주에서 온 젊은 주자, 그리고 의정부 달림이와 서로 치고 나가는 레이스가 진행이 되었는데 결승선 7km를 남겨 두고 내가 치고 나오고 마의 오르막에서 싱겁게 게임은 끝났다.


그 후 두분은 다시 내 앞으로 나오지 않았고 남은 거리에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렸더니 오히려 거리차가 더 많이 나고 있었다.  내심 1시간 25분대 진입을 목표로 가속을 하여 달리고 또 달렸더니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  진다.

시야에 들어 온 주자는 다 잡았는데 이제 사냥감이 없다. 단지, 10km 후미 주자들이 걷고 뛰는 것만 보인다.

멀리 강상체육공원의 에드벌룬이 보이는게 피니쉬라인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 준다. 마지막 양평대교 오르막을 오르고 급경사지를 내려서니 저만치 결승선이 반겨준다.

두손을 높이 치겨들고 피니쉬라인을 통과하면서 1시간 25분 18초로 하프코스의 마지막 점을 찍으며 목표를 달성했다는 뿌듯함이 있다. 그리고 전체 7위고 50대에서 1위로 추후 연대별 시상품을 보내 준단다.

 

하프마라톤의 결승선

힘든 고통의 순간도 한꺼번에 날리고 피니쉬 라인을 통과


❍ 뒷풀이

결승선을 통과하니 자봉하시는 분이 완주 메달을 목에 걸어준다. 아내가 시원한 물병을 전해 주어 반은 마시고 반은 달구어진 머리에 부어 열기를 식혀 본다. 참 시원하다.

이봉주님 보다 먼저 들어 왔다고 아내가 전해 준다. 그럼 중간에 포기?  마라톤이라는게 이름만으로 달려지는게 아닌 스포츠인데 현역은퇴 후 훈련을 게을리 했다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김마동의 밀알님이 알아보고 김마동 부스에 먹거리가 많다고 들려 달라고 한다.

운동장 모퉁이에 소방차로 간이샤워장을 설치해 놓았는데 그대로 샤워를 하며 땀을 닦아내니 기분 짱 이다. 오래만에 분당마라톤의 스노키오님을 만나 근황을 듣고 후일 주로에서 만나기로 하고 김마동 클럽 부스에 가니 먹거리가 푸짐하다.


수박, 김포약주, 족발, 수육 등으로 배불리 먹었는데 밀알님은 스피드에 너무 의존하다 보니 잣은 부상으로 대회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 한다.

이제 너무 순위에 연연하지 말고 즐기는 마라톤을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수긍은 하면서도 기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주차장으로 돌아 오는데 양평군에서 제공하는 순두부와 양평막걸리가 무료로 제공된다. 다들 햇볕에 벌겋게 타서도 시원한 막걸리 한잔에 그간 고통을 날려 버린다.


상경 길은 지난주 달린 천진암 100km 코스가 궁금하고 주변 경치도 즐길 겸해서 남한강을 따라 올라 오는데 달리고 나며 먹어도 곧 시장기를 느껴 분원리의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한식집에서 식사를 하고, 얼굴 박물관이 있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들어 갔는데,


예전의 우리 조상은 근엄을 지키는 가장의 모습이었다면 현대 가장의 얼굴을 친구 같은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돌에 새겨진 얼굴, 그림으로 그려진 얼굴 그 모습은 각양각색이지만 그 얼굴에서 내가 생각한 얼굴의 모습을 찾지 못한 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얼굴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지 못한 탓이 아닐까 하고 한여름의 30도가 넘는 열기를 느끼며 얼굴 박물관을 나와 외곽 순환도로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1박2일의 여정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