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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나홀로 비추얼 마라톤 50km 본문
당분간 마라톤대회는 열리지 않을 것 같다. 나 홀로 마라톤 대회를 만들어 봐야겠다. 컨디션도 괜찮은 것 같아 집에서 출발이다. 한강 남쪽만 따라갔다 오는 왕복코스는 지루 할 것 같아 강북로도 달려 봐야겠다.
먼저 가양대교를 건넜다. 한강에는 그간 얼었던 얼음이 유빙이 되어 떠내려 오고 있다. 영하 13도의 가양대교는 춥다. 칼바람이 없는 게 다행이다. 난지공원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은 강하류에서 상류로 부는 바람이라 뒷바람이다. 풀코스를 뛸 생각에 마음도 느긋이 발가는데로 달린다.
노을공원, 하늘공원에는 코로나 시대에 달리기 모임 장소로 인기가 있다. d요즘 웬만한 곳은 통제로 안전띠를 둘렀다. 여긴 통제가 없으니 많이 이용한다. 망원지구를 지난다. 몇몇 달림이들이 일요 달리기를 하고 있다. 스치면 힘!을 보탠다. 같이 달린다는 것에 동지애를 느낀다.
마포에는 선착장이 있다. 잠두봉선착장이다. 예전엔 정선에서 뗏목이 들어오고 마포나루에는 소금, 새우젓 등이 드나들던 곳이다. 서울의 큰 항구로 관문 구실을 한 곳이다. 낯선 길이라 주변을 구경하고 느끼며 달리는 맛도 좋다. 지루함을 잊게 해 준다.
건너편 밤섬 뒤편은 여의도다. 건너편에서 바라보니 새로운 풍경이다. 그곳을 바로 보려면 그 속에 있지 말고 떨어져서 봐야 한다. 나를 바로 보려면 먼 타국에서 나를 바라보면 좀 더 정확히 나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이 필요하다.
이제 몸이 좀 풀린다. 워밍업이 될 때까지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강철교를 지나고 한강대교를 건넌다. 곧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를 건넌다. 이 다리는 한창 기록에 욕심을 낼 때 반달에서 일요일마다 달리던 길이다. 당시에는 누구나 급수비 5,000원을 내면 달릴 수 있었다. 하프 반환점과 5km 지점에 급수를 할 수 있었다. 그게 큰 도움이 되었다. 통상 km당 언더 4분으로 달리고 후반에 빌드업을 하면 330까지 달렸으니 대단한 속도였다.
그런 추억을 회상하며 반달 출발지를 지나 북상이다. 잠원지구 입구에는 20명이 거리두기를 하고 몸풀기 스트레칭을 하는 런닝 크루들을 만났다. 인터넷에서 만나 달리고 뒷풀이 없이 각자 헤어지는 쿨한 젊이들의 런닝 모임이다.
동호대교를 지나서 11km 표지목에서 반환했다. 돌아 서니 앞바람은 찬바람이다. 그간 흘린 땀이 이젠 얼어붙는다. 바람막이 옷에 얼음이 얼어 서걱거린다. 달리면 자체 열을 내야 추위를 면할 수 있다. 이제 허기가 밀려온다. 파워겔을 입에 물었다. 요즘은 한강 매점에 컵라면을 팔지 않는다. 오늘은 무급수로 버티어 보려고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아가씨가 런닝 복장으로 쌩하니 앞서 간다. 근데 500m 달리고 걷고 500m 달리고 걷고를 한다. 좀 속도를 줄이고 계속 달리는 게 낮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참견하면 '꼰데'소리 듣는다. 60이 넘으면 그냥 못 본 체 참견하지 말고 지나는 게 좋다.
세빛섬 앞을 지날 때부터 갈증과 시장기가 몰려온다. 버티어 보자. 노량대교 아래를 달리는 구간이다. 이 길은 전성기 때 매주 Lsd 30km를 하고 돌아오면 힘들게 달리는 구간이다. 30km 중 27km는 마의 구간이다. 그 길이 이곳이다.
여의도로 들어선다. 다리가 많이 무거워졌다. 이제 5분 주도 버겁다. 퍼지지 않고 완주가 중요하다. 일요일 여의도는 달림이들이 지금도 모이는 장소다. 달림이를 위한 샤워장도 있지만 지금은 문을 닫고 있다. 보폭 거리가 줄어든다. 몸이 어떻게 달리는 게 효율적인지 알고 있다.
당산 나들목 앞이다. 매일 달리는 코스의 반환점이다. 뛰기가 싫다. 왜 뛰지 하는 이유를 나에게 묻는다. 걸어도 되는데. 타협을 한다. 그래도 뛰어야 해. 힘드니 마음의 갈등을 느낀다. 갈증이 너무 심하다. 무급수를 안 하면 어때. 물은 먹자. 그래 물은 마셔야지. 양화지구 화장실에 들어갔다. 수도꼭지를 틀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한참을 마시고 나니 살 것 같다.
다시 달린다. 마지막 파워겔이 하나 남았지만 먹기가 싫다. 라면이 먹고 싶다. 안양천 합류부에서 안양천을 따라 올랐다. 오목교 부근에 아들이 산다. 그곳에 가서 라면을 먹어야겠다. 힘든다.
전성기 입상을 할 때도 42km를 훈련주로 달리지는 않았다. 길어야 32km. 통상 30km를 뛰었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는데 무급수로 달린 게 무리였나 보다. 걷지는 않고 뛰어 오목교에 도착했다. 42.9km 3시간 57분이 걸렸다. 참으로 먼길이다.
아들! 라면에 달걀 넣고 1개만 했더니. 서둘러 끓여 준다. 갈증이 심해 캔맥주도 1통 들이켜니 맥주 맛이 이리도 좋았나 싶다. 이제 집에를 가려면 8km는 뛰어가야 한다. 풀코스 완주 후 뛴 적이 없는데 뛰어 질까? 그래 인생은 도전인데 오늘 뛰어 보는 거지 뭐. 다시 안양천 오목교로 향했다.
쉬었다. 다시 달리기는 게 힘들다. 가야 할 길이기에 나섰다. 집을 나설 때 돈을 가지고 나오면 마음이 약해질까 봐.
출가할 때는 "돌아갈 집이 없어야 수행을 할 수 있다."란 말이 있다.
달리지 못하면 걸어서 가든 일단 출발을 했다. 뛸 수 없을 것 같더니 라면 먹고 쉬었다고 다시 달리니 달려진다.
다리가 가는 데로 움직였다. 다행히 바람은 많이 약해졌다. 방향만 맞으면 언젠가 집에는 갈 것이다.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 한 발씩 집 가까이 다가간다.
풀코스도 100km도 달리다 보면 언제가 결승선에 도착했었다. 그런 믿음이 있기에 지금까지 달려왔다. 한강까지 나왔다.
늘 달리던 코스다. 몸이 이제 먼저 안다. 좀만 가면 된다는 걸. 염강 나들목만 지나면 집에 다 온 느낌이다. 황금공원을 지나 신호를 받는다. 잠시 호흡을 정리하고 파랑불이 켜지자 달려서 집에 도착했다. 오늘은 집이 결승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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