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동계 금송 ~ 백석산 2박3일 설릉 종주산행 본문

국내 산행

동계 금송 ~ 백석산 2박3일 설릉 종주산행

산달림 2013. 2. 5. 17:21

 

 

 

백적산(1,141m)  정상 주봉산악회 회원들

 

 

설날을 1주일 앞두고 동계산행을 떠난다. 그간 12월엔 송년산행, 1월엔 신년산행, 2월에는 그중에도 고강도인 동계산행이다.

계절적으로 2월은 1,000m 이상의 산엔 눈이 많은데 그중 평창은 지리적으로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다. 거기다 백적산, 백석산은 흰백자가 말하듯 눈의 산인 이곳을 동계산행지로 잡았다.

 

출발 하루전 유래없는 2월 첫날 비가 40mm 이상 내려 혹여 높은 산엔 눈이 왔는지 확인을 하니 다행히 영상권 기온으로 눈은 내리지 않았다는 반가운 소식.

 

산행시간도 벌고 이왕가는 산행,  2일간의 야영을 위해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여 산행의 들머리에 야영하는 것도 주봉산악회의 전통중 하나.

 

산행의 들머리인 장평 가는 버스는 스키장을 찾는 젊은이로 만원인데 외국인도 더러 보인다. 횡계휴게소에 잠시 정차를 했는데 짙은 안개속 안개비로 오늘밤 야영이 조금은 걱정이 되지만 우중에 야영을 해본적이 한두번이 아니기에 큰걱정은 되지 않는다. 상황에 맞게 풀어가면 된다.

 

장평터미널에 22시 30분에 도착하여 바로 산행에 나섰다. 금송산 들머리인 장평철물건재상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접어드는데 초입부터 눈이 쌓여 아이젠에 스페츠까지 착용해야 산행이 가능할 정도로 눈이 쌓여 있다.

 

밤 10시 30분 금송산 들머리에서 아이젠과 스페트 착용

 

 

밤11시 15분 첫날 야영지에 도착하여 탠트 설치작업 준비

 

탠트 설치중인 문숙, 윤숙, 감자바우

 

 

 

오늘은 산행 전야로 간단히 한잔하는 시간도 필요하기에 긴 산행은 필요치 않지만 적당한 야영지 선택이 필요한데 넓은 공간이 없어 산능선상에 눈이 적당히 내려 대충 눈정리를 하면 탠트 3동을 칠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어 탠트 설치 후 리베로가 지난 치악산 신년산행때 가져 왔다 다시 가져간 수정방에 노고단 삽겹살로 한병을 비웠는데 역시 술마시는 시간은 금새 지나간다.

 

감기기운이 있는 산다니는 끼지 않았는데도 술이 부족해 고암이 가지고 온 막소주 한병을 더 비우고도 조금은 아쉬워 하는 리베로의 "조금 더"를 뒤로하고 내일 산행을 위해 새벽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늦은 잠자리에 아침에 깜박했는데 누구하나 아침밥 할 생각을 않는다. 하루 일정을 생각해 보면 서둘러야 할 시간. 한자매의 청국장, 그리고 한울타리의 생태찌개 2냄비, 그래도 압력밥솥이 있어 빨리 아침식사를 할수 있었다.

 

금송산을 오르면 잠시 어깨쉼중인 문숙, 산다니

 

오름에서 고암.

 

금송산을 오르고 있는 감자바우

금송산 가는 길은 발목까지 빠지는 눈이 쌓여 있음.

 

 

8시가 넘어 하루 산행을 출발을 했으니 늦은 출발이다. 아직 완쾌되지 않은 발목이 내심 걱정이 되고 오후만 되면 통증이 도지는 증상이 있어 은근히 걱정이 되어 후미에 자리하고 선두는 산다니, 감자바우가 끈다.

 

다행히 금송산까지는 적설량이 적어 산행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고 큰 배낭의 행렬이 장관이다. 동계산행에 9명의 회원이 함께 산행을 한지는 처음이 아닌가 기억된다.

 

동계산행의 난이도를 조절하여 많은 회원이 참석하는 방안에 대해 지난 신년산행때 의견을 구한 바 있는데 대다수 회원이 주봉의 색깔로 그대로 현재 방식의 산행이 좋다는 의견의 대다수였다.

 

힘든 산행을 할 때 그 순간들은 힘들고 괴롭지만 그래도 산행후의 쾌감은 어려운 산행을 끝냈을 때 만족감은 배가 되는 감동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

 

금송산(945m)은 최근에 이름이 붙여진 산으로 장평주민들이 주변에 금강송이 많다하여 금송산으로 부르는데 남근목이 조각되어 있는 금송산엔 9시 30분경 도착하여 간단한 휴식.

 

금송산 정상전 감자바우

 

금송산 정상전의 남근목

 

금송산 정상의 문숙, 윤숙

 

금송산(945m) 정상의 산달림

 

 

 

동절기라 선두와 후미간의 간격을 좁히려면 잣은 휴식으로 거리를 좁혀야지 선두는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추위에 덜 떨게 되고 선두후미가 조화롭게 산행이 된다.

 

 

눈 쌓인 언덕턱을 힘들게 넘는 문숙

 

 

오늘따라 선두와 후미간의 간격이 벌어지지 않아 빠른 진행이 된다.

금송산을 출발한지 1시간 30분후인 11시경에 괴밭산(1,114m)에 도착을 하였는데 괴밭산은 고비의 이지방 방언으로 고비를 “괴비” “괴팝”으로 부르는데 이산 주변에 고비가 많아 괴밭산으로 부르고 있다.

 

 

괴밭산 정상의 숙자매와 고암

 

 

눈밭을 걸었더니 시장기가 돌아 12시 20분경 바람이 좀 덜부는 안부에 점심식사. 오늘 점심메뉴는 한자매의 오리훈제와 떡만두와 라면으로 정했는데 리베로가 만두를 깜박하여 떡라면으로 급변경.

소주라도 한잔 했음 하는 눈치인데 술을 준비해 오지 않는 분이 있어 밤에 마실 술밖에 없어 반주는 패스.

 

 

 발목이상 빠지는 눈을 헤치고 백석산으로 향하는 대원들

 

눈쌓인 설능을 걷고 있는 감자바우와 한울타리

 

내림길을 걷고 있는 숙자매

 

 

오후 산행은 백적산을 넘어 모릿재를 지나 야영을 해야 내일 산행이 편할 것 같은데 산의 고도가 높아 질수록 적설랑이 많아 기존 등산로는 눈속에 덮여버려 눈이 적은 기슭을 걷다 보니 나뭇가지에 걸려 진행이 더디기만 하다.

 

이번 산행전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산다니대장. 그래도 선두를 많이 끌었는데 상태가 힘든 것 같다. 필을 받은 건지 리베로가 선두로 나선다.

겨울산 러셀은 눈과의 씨름으로 많은 체력을 요한다. 혼자 하는 것 보다 서로 교대로 러셀을 하는게 효과적인데 그것도 체력이 남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눈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오름길을 힘겹게 오르는 리베로

 

 

그런데 눈이 비교적 적은 산기슭으로만 산행을 하다보니 웬 철탑이 버티고 있고 산능선은 계곡으로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가 내일 가야할 잠두 ~ 백석산이 버티고 있는데 지도를 께내 확인을 하니 길을 잘못 들어 선 것이다. 뒤에만 따라 오다보니 지도 볼 생각도 지형지물을 볼 시간도 없이 따라만 왔기에 현재 위치가 어딘지 찾기 어렵네.

 

분명한건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인데 눈이 많은 능선에 올라보니 백적산은 왼쪽으로 혼자 우뚝서 있다. 30여분정도 길림길을 지나온 것이고 우리는 주능선에서 벗어난 1,063봉 능선으로 길을 잘못 잡은 것이다.

 

흔히 겨울철 럿셀 산행에서 범하기 쉬운 실수로 주능선은 눈이 많으니 피하게 되고 기슭을 걷다 보면 반대편 능선을 볼 수 없어 갈림길을 놓치게 된다.

 

후미에서 ac, c8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어쨌든 길을 놓지면 다시 되돌아 가는게 산행의 정석이니 잡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서둘러 오던길로 방향을 잡았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백적산을 오르는 대원들의 발걸음

 

작년 동계산행 때는 체력고갈로 생고생을 하던 노고단이 그간 헬스장을 더니더니 이번에는 선두러셀을 하겠다고 앞장을 선다. 체력은 관리하기 나름이고 “노력없이 절로 이룰 수 있는 체력은 없다.”를 느낀다.

 

2 ~30분을 되돌아 나오니 백적산 갈림길 리본이 보인다. 주의 깊게 살피고 진행을 했다면 볼수 있는 리본인데 무심코 산기슭으로만 진행을 하다보니 지나친 것이다. “알바를 해야 추억거리가 생긴다.”는 리베로의 농을 들으며 백적산으로 진행하는 길은 점점 더 눈이 많다. 자꾸만 능선길을 버리고 좌·우측 측면을 공략하게 된다.

 

 

오후 5시경 백적산 정상에서 주봉대원들

 

백적산(1,141m)은 중간 알바로 1시간정도 늦은 17시에 도착하여 기념사진만 남기고 서둘러 모릿재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여기서 모릿재까지는 1.8km. 평소 같으면 일몰시간전에 도착을 할 시간이지만 쌓인 눈의 양과 후미속도를 감안했을 때 조금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안부에 적당한 장소가 있으면 야영할 생각으로 진행을 하는데 잣나무 군락지가 나타난다. 이곳이 세판재로 아래로 멀리 민가도 보인다.

 

새판재 야영지 눈을 다지고 눈위에 탠트 설치

 

야영지의 풍경

고암의 1인용 탠트와 숙자매의 3인용 탠트

 

 

경사지지만 눈을 깍아 적당히 고르면 훌륭한 야영지가 될 것 같아 오늘은 여기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결정 하였다. 이때가 선두도착 시간으로 17시 30분. 후미는 20분 뒤에 도착할 때까지 눈으로 바닥다지기를 하였다.

 

잣나무숲이라 공기도 맑고 재 아래라 바람도 막아주어 야영지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잣나무 마른가지로 불을 피우는데 전날 내린 비로 나뭇가지가 젖어 모닥물을 피우는데 힘들었고 잣나무 가지는 연기가 왜 그리도 많이 나는지 다들 따뜻한건 좋은데 연기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오늘 저녁 메뉴는 고암이 준비해온 돼지김치찌게. 압력밥솥 2개에 각각 밥을 짓고 김치찌개만 나누어 각자 2개의 탠트안에서 느긋한 만찬을 즐겼다. 오늘 저녁은 위해 준비해 온 백주인 경주(京酒)를 반주 삼아 마시니 산행의 피로가 한순간 날아 가고 화색이 돈다.

 

저녁상을 물리고 뒤풀이로 한잔하는 타임. 근데 다들 오늘 산행이 힘들었는지 리베로, 고암, 노고단과 달랑 4명이다. 그래서 부족하지 않게 기분 좋게 마무하고 각자 탠트로.

근데 고암은 1인용 탠트에 자다가 들 고양이가 왔는지 소리를 질렀는데도 다들 피곤이 보약인지 숙면을 하였다.

 

다음날 5시 30분 기상. 아침공기가 싸늘하다. 마지막 남은 쌀 6인분으로 밥을 짓고 레베로는 탠트 안에서 콩나물북어국, 난 밖에서 굴김치찌게.

이번 산행에서는 먹거리가 비교적 풍부했던 것 같다. 동계산행 같이 체력소모가 많은 산행에서는 잘 먹어야 잘 걷는다. 아침식사도 탠트 안에서 편하게 식사를 했더니 출발시간이 또 늦었다. 대원들의 마음과 집행부의 입장을 늘 상반된다.

 

모릿재 방향을 안내하는 표지판

 

 

어제 산행을 해보니 골절된 부분의 통증이 견딜만해 오늘은 선두에 서 본다.

그런데 밤새 언 눈이 위는 크러스트(crust)되어 눈위를 걸을 수 있는데 좀 약하게 얼은 부위는 그냥 푹! 빠지는데 깊은 곳은 허리까지 빠지니 어떻게 눈에 빠지지 않고 진행하는냐가 관건이다.

 

뒤를 돌아 대원들이 오는걸 보니 비교적 몸도 배낭도 가벼운 윤숙이도 배낭을 맨채로 양무릅과 양팔을 이용하고 기어 오고 있다.

산을 기어서 간다는게 웃기는 일이지만 눈속으로 빠지는 것 보다는 그게 편하니 다들 기어서 산행.

그러다가 좀 딱딱한 눈위를 걷다 보면 빠지기가 부지기수인데 후미에 오는 고암은 무거운 체중에다 배낭마저 무거워 연신 빠지니 앞에 오는 대원들은 빠지지 않는데 뒤에서 빠지니 빽럿셀을 한다고 이름을 지었다.

 

어제 통과 했어야 하는 모릿재에 도착을 하니 산양산삼을 판매한다는 프랑카드가 있는 주택이 있고 사람의 사랑이 그리운 강아지 두 마리가 반갑게 맞아 준다.

모릿재에서 잠두산앞 950봉까지는 된비알로 경사가 급하고 눈에 발이 빠져 힘이 많이 드는 구간. 그래도 다들 악조건에도 힘들게 잘 따라 올라 와 주니 고맙다. 950봉에서 잠시 한숨을 돌리고 다음 목표는 잠두산.

 

잠두산(1,243m)까지는 계속 고도를 높여야 하니 힘이 배가 더 든다. 마지막 잠두산 정상부를 오를때는 젖먹던 힘까지 다하여 오르니 대관령과 오대산이 한눈에 펼져지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잠두산은 암봉모양이 마치 누애머리를 닮아 잠두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아직 점심시간은 여유가 있지만 오전에 눈에 빠지면서 올라 온 탓에 다들 시장하고 후미가 도착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시간을 벌기 위해 11시 30분에 이번 산행의 마지막 점심식사를 준비하였다.

 

점심식사후 잠두산(1,243m) 정상에서 인증샷

 

잠두산 정상에서 점심식사

 

 

산다니가 국거리로 준비해 온 쇠고기와 감자바우가 준비한 삼겹살 그리고 누룽지와 라면. 눈을 녹여 물을 만들고 누룽지와 라면을 끓였는데 역시 쇠고기와 누룽지가 단연 인기!

거기다가 마지막 남은 팩소주 3개는 받아논 술잔마져 노고단이 홀짝 마시는 진풍경은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피같은 술이 아니던가.

 

이제 이번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이며 최고봉인 백석산(1,365m)만 남았다. 점점 고도를 높이며 능선을 따라 진행하는 산행은 겨울철 내린 눈이 등산로를 6 ~79cm 이상 덮어 버리면 등산로란 의미는 별로 없다.

 

방향만 확인하고 진행을 하는데 평소에 닿지 않던 나무가지들이 배낭에 걸려 진행을 힘들게 한다. 경사도가 유난히 심한 백석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말 그대로 고행의 길이다.

한번씩 눈구덩이에 빠지면 무릅으로 다지고 눈구덩이를 빠져 나오는데 2~3번 빠지고 나면 힘이 쭉 ~ 빠진다. 그러면 눈속에 빠지기 싫어 내발로 기어가다가 다시 걷다보면 다시 눈속에 빠지길 부지기수.

 

다행히 정상부근에 조금은 어느 산악회에서 최근에 단체로 산행을 다녀간 탓에 럿셀이 되어 있었다. 그 산악회는 진부쪽인 마량치골로 올라와 임도가 있는 마량골로 하산을 하여 우리가 진행하는 방향과 달라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백석산(1,365m) 정상에서 선두팀인

뒷줄부터 문숙, 산다니, 산달림,  윤숙, 노고단

 

백석산 정상에서 탁! 펼져 지는 조망

 

백석산 정상엔 14:15에 올랐는데 사방 조망이 좋은 산인며 산너머 산으로 산! 산! 산! 뿐이다.

북으로는 계방산에서 동으로 오대산, 소황병산 선자령이 펼쳐진다. 그리고 남으로 가리왕산과 중왕, 청옥산이 자리하고 있다.

 

뱃속의 허전함을 느껴 꺼낸 밀감도 밤새 추운기온으로 꽁꽁 얼어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는 기분. 20여분을 기다리니 리베로가 올라 왔는데 후미와 많은 차이가 있으니 기다렸다가 함께 오겠다고 하여 추워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6명은 먼저 출발을 하였다.

 

그런데 마량치까지 가는 길이 적설량은 최고로 많은데 눈이 크러스트가 되지 않아 발을 디디며 빠지는 통에 완전 눈에서 수영을 하는 기분.

때로는 앞으로 꼬구라 지고 뒤로 자빠지면서 마량치 갈림길의 초입을 찾으려고 진행을 하는데 이건 진행 속도가 한없이 늦어 지는 최악의 구간이다.

 

마량치로 빠지는 갈림길에 서니 계곡아래에서 불어 올라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다 받는다. 다행히 바람이 눈을 날려 버려 더 이상 눈에 빠지지 않지만 이젠 겨울바람과 일전을 치루어야 한다.

그런데 등산로는 진행방향에서 우측으로 거의 90도를 틀어 진행해야 하는데 후미가 바람부는 능선에서 확인하고 찾아오기 힘들 것 같아 기다렸다가 함께 가기로 했다.

여기서 길을 잃으면 일몰시간이 멀지 않아 어려운 문제에 봉착 할수 있을 것 같았다. 기다리는 30여분은 바람을 피할 때가 없으니 많이도 춥다.

사람을 기다린다는게 이렇게 절실한지. 간절함이 통한 탓인지 리베로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한울타리 그리고 뒤로 고암이 나타난다.

 

이제 던지골 하산만 남았는데 일몰시간을 계산하면 그리 여유롭지 못한 시간이다. 서둘러 계곡 하산길을 잡는데 적설량이 장난이 아니다.

허리까지 차오는 눈을 헤치고 계곡을 가로질러 나가니 등산로는 지그재그로 나있다. 가끔 케넌이 인적이 지나가는 길임을 확인시켜 준다.

 

어차피 등산로는 계곡을 기준으로 좌우로 나 있고 계곡 끝에 민가가 있으니 등산로를 버리고 최단거리를 선택해 계곡만을 따라 진행하였다. 계곡은 원시림으로 험난했고 깊이를 알수 없는 눈이 쌓여 넘어지기 부지기수.

 

거기다가 눈발 마져 뿌리니 주위는 점점 어두워져 오고 주변 계곡에서 눈사태로 굴러 떨어진 눈이 한두군데가 아닌 협곡이다.

눈이라 넘어져도 크게 다칠 염려는 없었는데 한번은 돌틈에 아픈발목이 끼여 크게 넘어졌는데 뒤에 오던 산다니가 놀랐는지 괜찮은냐고 걱정스럽게 묻는다.

 

 

눈발 뿌리는 던지골을 하산중인 대원들

일몰시간과 퍼붓는 눈으로 이중고를 치루며 하산한 던지골

 

 

다행히 넘어져 발목을 움직여 보니 통증이 없는게 괜찮은 듯 하다. 기나긴 원시림 같은 던지골 계곡를 내려 오니 심마니들이 산삼을 캘 때 치성을 들이는 돌탑이 나오고 이윽고 러셀된 등산로가 나타난다.

이제야 안도의 숨을 쉬고 나오는데 바로 뒤에 회원들이 고맙게도 잘도 따라 온다.

 

 

임도길의 안내판

눈발을 날리고 도로는 온통 빙판인 던지골 길

 

 

임도를 지나고 마을길로 접어드니 민가가 나타나고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니 몇집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인데 여름철 한철 팬션으로 사용하는 집도 있다. 이제 제법 눈방울도 굵어지는게 꽤 많은 눈이 올듯하다. 장평택시를 호출했는데 15분이면 온다는 택시는 오질않아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땀이 식으니 많이들 추워한다.

 

도로가 얼어 차량이 올라올 수 없어 송어양식장까지 내려와야 한다기에 아이젠도 없이 빙판길을 걸어 내려 오는데 다들 한두면 엉덩방아를 찧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리고 탄 택시안은 완전천국. 늘 편안 할땐 택시안의 안락함을 몰랐지만 2일간 산중 생활을 하고 속세로 내려 오니 작은 일 하나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감사함과 행복함은 절대치에 있는게 아니고 내 마음속에 있음을 다시 느끼게 된다.

 

눈 내리는 31번 국도를 따라 장평에 도착하여 뒷풀이로 평창의 먹거리 송어회와 소맥으로 갈증과 허기를 면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힘든 산행 후 맛보는 느낌. 산이 깊으면 골이 깊고 힘든 만큼 만족감도 높아지는 2013년 동계 금송산에서 백석산까지 종주산행.

 

그 길은 어느 산악회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길을 우린 갔고 우린 해냈다.

그 뿌듯한 마음 오래간직하여 올 한해 살아가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생활의 에너지로 승화시켜 멋진 2013년을 만들어 가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동계산행에 참가해 주신 회원 여러분 수고 많으셨고, 함께 했기에 힘든 산행도 즐겁게 할 수 있었고 함께 했기에 완등할 수 있었다. 근데 몇일 지나지 않았는데 그땐 그렇게 힘들고 고생스러웠는데 1년후 동계산행이 다시 기다려 진다. 그건 나만 느끼는 감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