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제주 한달살이 본문

국내여행/제주도

제주 한달살이

산달림 2018. 6. 2. 21:36

 

 

 

제주 한달살이를 한 한림의 농가주택에서 본 아침 일출

 

제주의 아침은 잠자리에서 부시시 덜 깬 눈으로 일어나 잔디 마당을 지나 자그마한 텃밭으로 간다. 한달살이를 시작하면서 뿌려 놓은 상추, 쑥갓, 들깨, 우엉을 들여다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텃밭의 작물을 보며 잠을 깨고 상추나 쑥갓, 들깨잎을 한웅큼 뜯어 오며 그게 오늘 아침식단이다.

 

냄비밥을 짓고 서너게 반찬이면 소찬이지만 하루 일용할 음식은 된다. 잘 먹는다는데 고기반찬일까?  이런 정갈한 반찬이 웰빙이다. 어제는 한림 오일장에서 사온 제주갈치로 반찬을 갈치찌게를 만들어 더욱 맛있는 식사가 되었다.

 

제주 한달살이은 다람쥐 챗바퀴 돌듯하는 직장생활을 할때 선배와 퇴직후 '시간이 많으면 뭘 하겠니?'하는 말에 제주에서 한달살아 봤으면 한다고 농담삼아 말한 적이 있다. 그땐 일상탈출을 하여 풍광좋은 곳에서 일상을 탁 내려 놓고 쉬고 싶었다.

 

그런일이 있고 난후 은퇴를 하고 체력이 필요로 하는 히말라야 산자락과 산티아고길, 인도 배낭여행, 뚜르드 몽블랑과 돌로미티 등을 돌아 다녔다. 아내도 이제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이 되어 제주 한달살이를 준비했다.

 

먼저 한달간 거주할 집을 선택하는게 중요했다. 아파트나 원룸은 비교적 구하기 쉽지만 제주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농가주택을 구했다. 제주의 돌담이 있고 바람으로 나즈막한 집에 모든일은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제주집.  바닷가는 염기가 많아 습도가 높아 눅눅함이 있어 중산간을 선택했다.

 

제주에서 할일은 여러가지가 많겠지만 우린 제주 올레길을 걷고 한라산을 다녀 오기로 계획을 세웠다. 제주 올레길은 총 26개 코스로 제주본섬 뿐만 아니라 우도, 가파도, 추자도가 포함이 된다. 추자도만 빼고 25개 코스를 돌았다.

 

우리의 한달살이 집은 제주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인 한림에 잡았다. 그러다보니 반대편인 성산쪽은 접근하는데 차로도 1시반이 걸리는 거리다. 그래서 짐도 그렇고  이동의 편리성을 위하여 번거롭지만 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가장 가까운 항구가 완도인데 완도로 가는길에 보성에서 '보성 녹차마라톤대회'에 참가하고 제주로 향했다.

 

제주는 국제관광 도시답게 인프라가 잘 발달되어 있어 시골에도 인터넷이 되고 동네에도 24시간 편의점이 있어 웬만한 물품은 구입 할수 있었다. 시골의 작은 마을에도 젊은이들이 살고 있고 아기들도 있는 제주는 젊은이가 모이는 곳이었다. 점차 고령화 되는 육지의 시골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젊은이들이 제주로 이주해서 제주는 해마다 인구증가가 되는 유일한 섬이다.

 

제주의 하루 일과는 올레코스 1구간씩 돌기로 했다. 올레코스는 제주 해안과 중산간을 망나하여 제주를 가장 잘 볼수 있는 여행지였다. 올레길을 걷고 주변의 유명지를 돌아 보면 제주를 거의 둘러 볼수 있었다. 한라산은 아들과 딸이 응원차 왔을 때 한라산에 올라 백록담을 봤다.

 

처음에는 의욕도 앞서고 체력도 있어 25km정도 까지 걸었는데 일주일을 지나면서 피로가 누적이되어 20km정도로 조절하여 일찍 걷고 와서 휴식시간도 만들었다.  제주에 살아보니 서쪽인 모슬포지역은 바람이 많은 곳이라 이지역을 지날때는 바람이 너무 강해 길을 걷기가 힘들 정도 였다. 제주도 늘 맑은날만 있는게 아니라 한라산도 1년 100일정도만 맑고 나머지는 흐리고 안개가 낀 날이 많았다.

 

밤에는 비가 오는 날이 많고 아침에는 안개가 진하게 끼여 500m이상 되는 지역은 안개로 시야가 50m도 되지 않게 진한 안개로 차량 운행에 어려움도 있었다. 제주 살이를 하기 가장 좋은 때는 4 ~5월과 11월이 아닌가 생각된다. 12월부터는 추워서 난방이 필요하고 한여름에는 덥고 습해 생활하기가 불편할 뿐만 아니라 방학 때 제주살이를 하는 학부모들이 많아 방값이 비싸지고 방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얼마전부터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이 제주라 이곳으로 많이 몰려 들고 있었다. 공기 좋고 숲이 좋고 물이 좋아 많이  선호하고 있어 제주의 아파트 값이 강남과 비슷할 정도로 많아 올랐다고 한다. 농가주택도 5년전 평당 10원 하던것이 지금은 20배가 올라 평당 2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니 자연 집값 땅값이 많이 오른것 같다.

 

제주의 땅은 축복 받은 땅으로 "무었이든 심으면 저절로 혼자서 잘 자란다."는 주인아주머님의 말씀이다. 겨울에도 영하권에서 맴돌지 혹한은 없고 5월의 최고기온은 서울보다 4 ~ 5도 밑돈다. 육지보다 덜 춥고 덜 더운곳이 제주다. 그래서 어디든 식물들의 잘 자란다. 절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남겨 다시 싹이 올라 와 자란다. 텃밭의 먼저 자란 상추도 저절로 자란 상추란다. 식물이 잘 자란다는 것은 살기 좋은 기후다. 식물이 잘 자라는 곳은 인간도 생활하기 편한 곳이다.

 

고산을 등산하다보면 식물생장 한계점이 있다. 3,000m 이상 올라가면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그런곳은 어김없이 산소가 부족해 고소를 느끼게 되는 곳이다. 제주에는 담벼락에도 선인장이 자라고 길거리에도 야자수가 잘 자란다. 겨울에도 그만큼 춥지 않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화산이 불출되어 생긴 섬으로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안이 있다. 해안은 창넘어로 바다를 볼 수 있고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바다가 가까워 염분을 포함한 습도가 높아 눅눅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눅눅함을 줄이고 싶다면 한라산과 해안의 중간을 중산간이라 부르는데 그곳이 살기 좋은 곳이다. 바다는 보고 싶을때 잠시 다녀와도 좋겠다. 우린 그런곳이 농가 주택을 한달간 빌렸다. 방이 2개고 방사이에 마루가 있고 부엌으로 가는 통로에 작은 응접실이 있는데 난로가 있어 겨울에는 장작을 땔수 있었고 작은 부엌이 있다.

 

 

 

우리가 머문 한림의 농가주택

 

 

한달살이라 옷이나 주방 살림살이가 부족해 마치 신혼살림살이 같이 간편한  살림살이로 살아 봤는데 조금은 불편하지만 감수하고 살수 있었다. 집에 있는 주방에는 4 ~ 5년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그릇이 수둑한데 예쁜게 있으면 사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것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제주는 어디를 가나 숲이 무성하다. 휴양림과 숲이 많은 제주로 곶자왈이란 곳이 있는데 이곳은 원시림으로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그렇게 숲이 많다 보니 자연 공기가 맑다. 대표적인 숲으로 사려니 숲이 있고 비자림 숲, 절골 자연휴양림을 가보면 삼나무가 빽빽하게 쭉쭉 뻣은 숲이 원시림을 방불케한다.

 

물 또한 오염원이 없어 심층수로 뽑아 올린 삼다수가 있듯 화산석이라 평소에 계곡에 물은 흐르지 않지만 복류하는 계곡아래는 늘 맑은물이 흘러 수질좋은 물을 마실수 있다. 샤워 후에도 로션을 바르지 않아도 피부 땡김이 없는 제주의 물이다.

 

제주는 풍광이 뛰어나다. 섬 전체가 관광지이듯 어디를 가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맑디 맑은 바다는 물의 깊이에 따라 물색깔을 달리한다. 파르스름하게 시작하는 물색깔은 깊이를 더함에 따라 색깔도 진해진다. 그게 하얀 모래와 함께 하면 더욱 아름다운 해변을 만들어 낸다. 함덕이나 김녕, 한림이 대표적인 해변이고 경관이 좋은 곳은 서귀포주변 바다로 소정방폭포앞 바다와 법환포구의 바다가 고왔다.

 

우리는 제주 올레길을 돌고 마지막은 아내와 같이 제주 국제관광마라톤에 참가하였다. 국제 관광도시 답게 8개국에서 참가한 달림이들과 제주 김녕 성세기 해변에서 성산 종달리를 왕복하는 해변도로를 달리는 코스였는데 푸른 바다를 보며 달릴 수 있어 환상적인 코스였다. 걷기만 하느라 달리기 훈련을 하지않아 힘들게 완주를 하였지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좋았다.

 

우리같이 올레길을 걷는 경우도 있지만 자동차 경적소리 보다 파도소리를 듣고 마냥 게으름을 피우며 책을 읽거나 숲은 산책하는 이도 있었다.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쏟아지는 별을 보아도 좋고 그간 빠름빠름에서 잠시 모든걸 내려 놓고 쉬어도 좋을 곳이 제주인것 같다.

 

그중 가장 좋았던 것은 좁은 공간에서 아내와 단둘이 생활하니 서로에 대해 그간 잊고 있었던 배려를 배우게 되었다. 서로 직장일로 바빠 무관심하게 살아 왔는데 애들고 없고 집안일에 대해서도 탁 놓아 버린 한달살이중에는 서로사 서로를 쳐다보는 시간이 많았던 것이다. 무었이 힘들었구나. "그랬구나."그랬어". "힘들었겠네."란 단어를 많이 쓰고 말하기 보다는 경청해 주는 시간을 갖었다. 그래서 그간 막히 말문을 트게한 계기가 된 제주 한달살이의 가장 큰 소득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내는 올레길에서 소녀 처럼 '이것봐 예쁘지." "바다 색깔이 어쩌면 저리도 예쁘지. 예쁘지 않아?", "이돌 봐 예쁘지?"  "아, 꽃 향기 좋다. 이 향기 맞아 봐." 하고 꽃을 들어 밀어 준다. 한달간 잠시 신혼생활의 기분으로 돌아 간  한달이었고 60이 넘어도 저런 감성이 아직도 남아 있는게 신선했다.

 

제주의 한달살이가 시간이 흘러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인생에 있어서 가장 여유로웠던 순간이었구나 하는 느낌만 있어도 성공한 한달 제주살이가 될것 같다.

 

 

 

우리가 살았던 한림의 들판

 

 

제주의 서귀포 바다

 

 

 

 

박수기정

 

 

 

한림앞 비양도 코끼리 바위앞

 

 

 

송악산 산책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