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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본문

국내여행/제주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산달림 2019. 6. 13. 21:30

 

 

 

 

두모악 김영갑 갤러리

 

 

오름 , 바다, 그리고 바람이 어우러진 유혹의 섬

 

바람에 실려온 사진, 바람에 실려간 영혼 - 김영갑

나무는 열매에 집착하지 않는다. 한 사진가가 있었다. 사진이 삶의 전부였고 사진을 떠난 삶이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사진가가 있었다. 20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동안 사진에 열정을 불태우다 바람처럼 사라져간 사진가가 있었다.

김 ˙ 영 ˙ 갑, 우리는 그를 바람의 작가로 기억한다. 평생 제주 바람과 마주했던 사진가 바람을 떠나 삶을 말할 수 없고 바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한발짝도 사진 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사진가 였다. 그의 사진 앞에는 그가 20년 동안 바람앞에 섰던 삶의 정황들과 바람의 의미와 그 바람의 실체에 대해서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김영갑을 만들고 그의 사진을 만들고 그를 데려 간 것은 바람이었다. 이제 나는 그의 모든 모든 것이었던 바람을 찾아 나선다. 용눈이 오름을 오르고 또 그의 온 마음을 빼앗은 중산간의 둔지봉 들판을 거닌다. 도처에 바람이 인다. 한 사진가의 청춘을 사로 잡은 바람. 한 사진가의 영혼을 빼앗은 바람. 그 바람과 마주한다. 바람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를 놓아 주지 않았던 바람의 정체는 무었이던가. 뭍에서 사진을 해도 좋았을 것을 왜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흘러 들어 왔을까. 척박한 섬에서 고단한 사진의 길을 걸으려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령 바람 때문인가. 정령 바람을 찍고 싶어서 인가. 바람속을 걸어 본다. 그가 만나고 싶어  했던 바람. 그가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바람이다. 그러나 바람은 미완성이다. 아니 예초부터 완결지을 수 없는 미완의 모습이다. 제주의 바람은 완결될 수 없는 삶이요 역사다.

그렇다면 그는 무모했는가. 아니다 완결될 수 없는 미완의 프로젝트이기에 도전할 가치가 있었고 또 그것이 삶이고 역사였기에 예술혼을 걸만했다.

 

 

 

폐교된 삼달분교를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으로 만든 사진가 김영갑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1982년부터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사진작업을 하다 섬에 매혹된 그는 1985년 아예 제주로 들어와 정착했다. 섬 곳곳을 누비며 오름, 바다, 들판과 구름, 억새 등을 찍었다. 극심한 가난에도 돈 안되는 사진을 계속 찍어오던 그는 1999년 루게릭 병 진단을 받았다. 2002년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열었다. 투병 6년만인 2005년 5월 29일, 숨을 거두었고 그의 뼈는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같은 장소 같은 대상 멋질것 없는 중산간 들판을 어슬렁 거렸다. 바람 때문에 자신도 어찌지 못하는 바람 때문에 그렇게 가야 할 운명이었나 보다.

 

 

 

방문객들을 맞는 조각상의 주황색 원피스에는 “외진 곳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혀있다. ‘내비’가 일러주는 대로 운전해 온 관광객에겐 ‘외진 곳’이란 말이 고풍스럽다.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물어물어 찾아온 손님에게는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인사였으리라.

사람들은 바람을 피해 집터를 택한다. 처마는 담 높이 보다 낮아야 한다. 그리고 팔뚝만한 동아줄로 그물을 짜듯 지붕을 옭아 맨다. 집주위에는 담을 두르고 나무를 심어 바람을 막는다.

 

 

 

김영갑 사진작가의 작품

 

 

 

김영갑 사진작가의 작품

 

 

 

김영갑 사진작가의 작품

 

 

김영갑 사진작가의 작품

 

 

 

김영갑 갤러리 뜰에 있는 조각상

이곳 갤러리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화산석을 조각한 사진작가

이 돌 조각이 김영갑의 화신일까?

 

 

 

갤러리 뒤뜰에 있는 무인 카페.

가격의 돈을 넣고 마시고 싶은 차를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잔의 차를 마주하고 그가 표현하고 싶어 했던 중산간 오름과 바람을 생각해 봐도 좋을 곳이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앞뜰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이름이다.

 

제주 한라산 중턱 토박이들이 일컬어 중산간 마을인 송담리 내천동이 내 사는 곳이다. 비라도 뿌리는 날이면 호젓하다 못해 암울한 고독감이 밀려 드는 이곳에 둥지를 튼 까닭은 10년 저편의 일이지만 제주도와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 무인도나 다름없는 산중생활을 한 1년 보낸 경험 탓이다.

심신산 무인곡 기름등잔으로 불을 밝히고 마실 물 마져도 구하기 힘든 산중 생활은 늘 심심했다. 서른 나이 가까이 문명의 편리함에 이미 길들여진 몸과 마음이 산중생활에 금새 익숙해 지기를 처음부터 바라지도 않았지만 혼자 입성과 먹거리를 모두 해결해야 하는 산중생활에 적응한다는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견디기 힘든 고통이 따랐다. 다시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돌아 가고 싶었다. 마음을 다잡는 일이 더 걱정이었는데 그러기 위해선 '이전의 나'를 둘러 싸고 있던 껍질부터 버려야 했다.

아침, 저녁으로 치르는 '사진'과의 실랑이를 끝내고 비는 시간은 또 다른 시험이었다. 이젠 한가한 정도가 아니라 사지가 다 녹아 내리는 무료함이었기에 하루하루 사정에 맞춰 소일거리를 찾아야 했다. 노루가 되기로 했다.

"산은 요사스러워 사람을 홀리는 법이여. 한번 홀리게 되면 절대로 산을 떠나지 못해. 산에 맛 붙이고 인생 망치지 않는 놈 못 봤어." 50년을 넘게 산에서 보낸 그를 가족이 사는 도시는 그를 붙잡지 못한 노인의 말씀이다.

자연에는 신비로운 기운이 있다. 보고자 하지 말고 느끼려 한다면 분명 순간 순간 그 기운과 만날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에도 안개가 자욱한 때도 바람이 심한 날이나 칠흑의 한밤중에도 신비스러운 기운은 늘 존재한다. 그 신비스러운 기운 덕에 사람들은 자연의 품에 안기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보이는 것만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더 많은 세상은 느끼는 사람에게만 열려있다.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그 무엇을 느끼려고 표현해 보려고 아침, 저녁 바람을 가르며 오름으로 바다로 내달린다. 느끼는 자연, 눈에 보이지 않으나 분명 우리의 감성을 향해 열려 있는 자연. 느낄수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그 자연의 신비를 사각의 평면에 담아 낼수 있는 그때를 위해 나는 여전히 고집할 것이다. 제주 사진만을 ........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