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영월 두달살이 소회 본문
은퇴자 공동체 마을의 아침인사는 텃밭이다. 상추와 고추, 열무와 무, 배추는 싱그럽게 하룻밤 사이에도 쑥쑥 자란다. 상추 한 움큼, 고추 두어 개 열무 겉절이가 식탁에 올라오는 참살이다. 아내가 영월로 내려오는 짐을 싸면서 딸에게 "가서 재미없으면 바로 올라올게." 하고 내려왔다.
예밀리의 아침풍경은 옥동천에서 피어 오르는 물안개가 자욱히 내려 깔리는 한폭의 수채화다. 아침마다 예밀리 출향인 공원을 돌아오는 10km를 달렸고 아내는 매일 옥동천 뚝방길 5km를 걷고 뛰고 하더니 다리에 근육이 생겼다. 집에 가면 여기가 많이 그리울 거라 한다. 백화점 단골인 아내가 변했다. 포도밭, 콩밭, 사과밭 일손 돕기로 시골살이를 배웠고 옥동천의 맑은 물에 자란 물고기를 이장님이 잡아 오셔서 매운탕으로 친분도 쌓았다.
뉴턴 관성의 법칙은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고 정지한 물체는 정지하려 한다. 37년의 공직생활이 끝났는데 일을 하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다. 생활 방식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힘든다. 집에서 편히 쉬어도 되지만 몸은 출근시간만 되면 시계를 본다. 그냥 노는 것도 쉽지가 않다. 뭔가 소일거리가 있어야 살맛도 나고 쉬면 안 될 것 같은 허전함이 있다. 귀촌생활은 쉬지 않으며 적당히 일도 할 수 있고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공동체 마을에 내려 오자말자 손바닥만 한 텃밭에 상추와 배추 모종을 심고 무와 열무 씨앗을 뿌렸다. 먼저 심어 논 고추는 나팔꽃 넝굴이 감고 있고 잡초속에 묻혀 있는 걸 깨끗이 뽑아주고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흙도 일구어 주었다.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정성을 들인 만큼 무럭무럭 잘 자라 주었다. 시골살이는 소일거리는 끊임없이 만들 수 있고 하고 싶은 취미 생활을 할만큼 할수 있는 여유도 있었다.
내 손으로 키운 채소는 어린 자식같이 애정이 가고 맛이 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비타민이 뿜뿜 붐 솟아난다. 내가 먹을 먹거리는 내가 키워서 먹어도 된다는 기쁨이 솔솔하다. 정년이 없는 귀촌 텃밭농사는 정서 안정에 최고다. 그간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탁 내려놓고 자연과 유유자적하고 살아도 좋을 것 같다.
이제 세상의 일들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왕년의 모양새를 지키려고 하기보다 '삶의 자유'를 즐겨도 좋다. 행복은 하늘에서 어느날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래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잖아. 조금 느리게 살아도 되고 욕심 없이 살아도 돼. 그게 행복으로 가는 길이야." 그걸 영월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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