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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10년만에 달린 100km 세종 울트라마라톤 완주 본문

국내 마라톤/울트라마라톤

10년만에 달린 100km 세종 울트라마라톤 완주

산달림 2022. 4. 6. 10:23

제9회 세종울트라마라톤 100km 완주

 

 

 

희미한 기억 속에는 10년 전인 2002년 영동곶감 울트라마라톤을 뛴 기억이 남아 있다. 그때 후반에 체력 고갈로 힘들게 겨우겨우 완주를 하고 이건 할 짓이 못된다 하고 마침표를 찍었다.

코로나 블루가 시작되면서 연식이 주는 허전함이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존감 마져 스스로 무너져 간다. 뭔가 특별한 나만의 이벤트가 필요했다. 그때 생각해 낸 게 울트라 마라톤이었다.

준비로 경기 둘레길을 터닝 포인트로 잡았다. 산과 들 그리고 신장로를 뛰는 길은 체력단련에 최고의 선택이었다. 길게는 하루 70km의 길을 달리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할 수 있다."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세종과 청남대를 고르다가 남해에서 교통이 편리한 세종으로 낙점했다. 남해를 출발해 진주에서 KTX를 타고 대전을 거쳐 조치원에 도착했다. 모든 교통이 수도권으로 집중되어 있어 지방 소도시와 연결은 많은 시간과 돈이 더 필요했고 지방 참가자의 애환을 느꼈다.

출발선인 고려대 세종캠퍼스
출발선 울트라 전사들
여성 전사도 여럿 보인다.

코로나 3차 접종 확인을 받아야 배번을 교부해 줬다. 멀리는 제주, 목포 등 마라톤에 갈증을 느낀 전국 달림이들이 총집합을 해다. 조촐한 대회지만 울트라 마라톤을 사랑하는 이는 죄다 모였다. 10년 전과 달라진 점은 아는 이가 손에 꼽을 정도다. 세월은 저만 혼자 가지는 않았다.

서쪽으로 해가 많이 기울어질 쯤인 17시에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출발했다. 작은 하천을 따라 달리다가 미호천으로 들어 간다. 세종 울트라마라톤은 금강 자전거 길을 달리는 코스다.


초반 분위기에 휩쓸리면 오버 페이스를 하게 되고 후반에 개고생을 하는걸 알기에 맨 늦게 출발을 하고 천천히 달렸다. 부천 두발로 클럽에서 오신 남녀 동반주하는 분들과 함께 했다. 늘 앞서 만 달렸지 후미 주자의 풍경은 처음이다. 다들 나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6분대 패이스로 달리니 부담스럽지 않다. 첫 CP인 8.9km 지점에서 바나나 한 개와 콜라 한 컵을 마셔주고 미호천변을 달렸다. 월산교 아래를 지나면 고수부지를 지난다. 세종시가 보이는 걸 보니 금강변을 달린다. 아직은 밝아서 랜턴을 켜지 않아도 달릴 만하다

학나래교를 건널 때 비가 올때 특히 소나기가 올 때 달리면 운치 있는 달리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 CP는 학나래교 아래에 있다. 24km 지점이다. 여기서 어묵탕과 포카리 한잔을 마시고 랜턴을 켜고 출발했다.

24km 지점 Cp 어묵탕으로 간식
24km 지점 Cp 어묵탕으로 간식
50km 도착 시간 총 5시간 37분 경과

 

50km CP 간식은 떡국과 밥 추가
배번호 확인하는 심판진
50km 반환점 아직은 컨디션 굳굳, 생생.

길은 금강 옆만 달리는게 아니고 자주 다리도 건넌다. 불티교를 건넌다. 석장리 박물관 가는 길은 된비알을 오른다. 석장리 박물관 정문을 지나니 34km를 지난다. 이제 1/3을 달렸다. 긴 거리를 달리다 보니 수시로 동반주자가 달라진다.

이 길을 달릴 때는 12살이 적은 철인 3종을 오래 하셨다는 분과 함께 했다. 울마는 처음인데 킹코스도 여러번 완주해 울마는 쉽게 보는 것 같다. '글세요?' 다. 여러 부위의 근육을 사용하는 철인 3종과 한 부위만을 연속 사용하는 울마는 분명 다르다.

금강교를 지날 때는 건너편 공주산성의 경관조명으로 마음의 평화를 준다. 무령왕릉 앞을 지날 때는 여행으로 지나간 길과 달리면서 지나는 길을 다름이 있다. 세종 마라톤 클럽에서 음료수 봉사를 하고 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마셔주고 내리막 길을 달려가는데 선두는 돌아오고 있다.

우측으로 공주 한옥마을을 지나는 길은 공원길이다. 이제 반환점이 그리 멀지 않았다. 이제 나 홀로 달리기다. 달리는 속도가 다르기에 자기 기량으로 달린다. 차길 옆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달리면 돌아오는 주자가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고 이제 어느 정도 길에 대한 감도 잡았다.

검상교 아래 50km 반환 CP까지는 5시간 37분이 걸렸다. 목표한 기록으로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적당한 페이스다. 떡국을 먹는데 전혀 부담이 없다. 체력이 남아 있다는 몸의 표시다. 여기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토하면 후반 길은 고생문이 열리고 완주도 위태롭다. 한 그릇 반을 먹고 후반 50km를 달리려고 발길을 돌렸다.

몸도 마음도 최적의 상태다. 이제 달리기만 하면 된다. 발은 절로 굴러간다. 620 내외 속도로 달리기만 하면 된다. 연신 추월을 하게 된다. 가민 235 시계는 받데리 시간이 부족해 올 때만 사용하려고 아껴두었다가 후반 시간관리를 하려고 버튼을 눌렀다.

연신 깜박 거리는 빨간불을 앞서 달렸다. 한옥마을 앞을 자날 때 도로 바닥이 돌출된 걸 보지 못하고 신발이 걸려 꽈당 넘어졌다. 다행히 장갑을 끼고 있어 피는 나지 않았다. 무릎과 팔꿈치가 약간 아팠지만 달리니 통증이 사라진다. 어두운 바닥을 잘 보고 달려야겠다. 자만하지 말라는 뜻으로 생각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공주산성의 불빛을 아름다웠고 금강교도 불을 환히 밝혀두었다. 새벽으로 가는 시간은 기온이 내려 숨을 쉬면 입김이 하얀 김이 되어 뿜어져 나온다. 거리는 차들의 왕래도 끊기다 시피했고 조용한 인적 드문 길에 울마 전사들의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

울트라 마라톤의 복장은 출발 때와 새벽 밤공기 때의 기온은 큰 차이가 있어 복장 선택에 신중함이 필요하다. 빠른 주자라면 달리니 열이 발생되니 가볍게 입어도 되지만 늦은 주자는 걷는 시간이 있으니 금방 몸이 식는다. 체온이 떨어지면 한기가 온다. 그걸 대비해야 한다.

나 홀로 주는 계속 이어진다. 돌아오는 길은 걷뛰 하는 주자가 많아 함께 할 수 없다. 한 번도 걷지 않고 달리니 빨간 불빛만 보이면 힘이 난다. 75.8km에 있는 학나래교에 있는 CP만 생각하고 달렸다. 거기만 도착하면 남은 거리는 24.2km만 남는다. 그 정도 거리라면 어떻게도 간다. 소위 기어서라도 간다는 거리다.

휑하니 밤바람만 부는 CP에는 두 분이 겨울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자봉을 하고 있다. 추울 때는 찬 음식은 삼가해야 한다. 위에서 트러블이 발생하여 토할 우려가 있다. 뜨끈한 어묵 국물이 짱이다. 거기다 누룽지까지. 최고의 음식을 먹었다. 뒤늦게 들어온 천안에서 오신 분은 5시까지는 들어가야 한다며 서둘러 떠난다. 지금 시간은 몸 따로 마음 따로의 시간이다.

울트라 마라톤 주자의 목표는 다음 CP까지다. 목표가 멀면 힘이 더 든다. 목표는 가까울수록 의욕이 높다. 15km만 달리면 마지막 91.1km CP다. 15km가 가장 힘든 구간이 될 것 같다. 주자간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거리다. 걷는 주자가 없다면 추월이 힘든 구간이다.

또한 걷는 주자가 많은 구간이기도 하다. 달려갈 때는 여럿이 함께 달린 구간이라 길을 잘 봐 두지 않아 갈림길을 만나면 길을 확인해야 했다. 여기서 알바를 하게 되면 낭패 중에 이 보다 큰 낭패는 없다.

시장기를 대비해 배낭에 넣어 둔 바나나를 먹으며 달렸다. 물 만으로는 에너지가 부족했다. 먹으면 달리고 먹지 못하면 달리기가 더 힘들어진다. 새벽으로 가면서 세상은 어둠 속에 묻혔다. 체력이 떨어지면 졸음이 올 시간인데 오늘은 졸음이 오지 않는다. 완주의 확신이 드는 순간이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몸 가는 데로 달려 주면 된다. 더러는 응원 나온 분과 걷뛰를 하기도 한다. 응원은 받아도 달리는 건 오롯이 주자의 몫이다. 그런 오늘 밤은 더욱 길 것이다.

91km CP를 앞두고 목포에서 오신 두 분을 만났다. 걸어가기에 앞서 달리니 이내 앞서 간다. 달리던 페이스대로 달렸을 뿐인데 또 걷는다. CP가 1km 남았으니 좀만 뛰면 된다고 했더니 그게 버거운지 조금 같이 뛰다가 이내 걷는다. 몸 따로 마음 따로다. 누가 걷고 싶어 걷겠는가.

마지막 91km CP는 찬바람만 분다. 추워서 차에 들어간듯 싶다. 찬 음료 밖에 없어 바나나 반개만 챙겨 9km를 달리기 위해 출발이다. 찬 음료를 마시면 토할 것 같아 그냥 달리기로 했다. 남은 사탕만 빨아 먹으면서 달렸다. 배가 고프면 바나나를 조금씩 베어 입에서 수없이 씹다 보면 절로 목구멍을 넘어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거리도 줄어든다. 청주로 가는 미호천이 끝나고 지천으로 들어간다. 낯익은 초반 지형이 보인다. 앞서 걷뛰 하는 분도 여럿 지났다. 마지막 길은 하천에서 도로로 올라오는 계단이다.

계단을 올라 서면 고대 세종 캠퍼스 앞 정문으로 가는 길이다. 여기서 한 분을 추월하게 된다. 같이 갑시다 해도 먼저 가란다. 뛸 힘이 없나 보다. 후반 5분대로 뛴 구간이 이 구간이다. 아직도 결승선만 보면 힘이 난다.

밤을 지새우며 기다리는 카메라맨도 있다. 멋지게 승리의 신호인 "V'를 그리며 피니쉬 라인을 통과했다. 멋진 감동의 새벽이다. 밝은 때 들어 오겠다는 계획보다 빠른 11시간 36분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룻밤을 지나서 다시 돌아 온 100km 결승선
제9회 세종 울트라 100km 완주증
제9회 세종울트라 마라톤 완주메달
2하루 밤을 지세우며 완주한 세종 울트라 마라톤

10년 만에 100km 울트라마라톤 완주는 지금의 나에게 자존감을 갖게 하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뒷방 늙은이가 아니라 나의 주인공으로 살아 갈게다. 그런 계기의 시간이 된 세종 울트라 마라톤 100km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