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30도에 달린 제11회 태화강 100km 울트라 마라톤 본문
인내 시험의 리트머스 시험지 100km 울트라마라톤
지난 4월에 이어 100km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장은 냈다. 6월 울마 도전은 2011년 6월 빛고을 광주 울트라마라톤에 이어 실로 오랜만이다. 여름철 100km는 체력 소모가 커서 피해왔다. 남해에서 농촌 살아보기를 하면서 새로운 도전은 가슴을 뛰게 한다.
대회 당일 울산은 30도를 웃도는 폭염이다. 아내의 배웅으로 삼천포에서 창원으로 다시 울산으로 버스를 타고 도착하니 출발 1시간 전이다. 지방 소도시간 이동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탈의실에서 복장을 갖추는데 벌써 땀은 삐질삐질 난다.
아직 해는 서산에 길게 남은 오후 6시 태화강 고수부지를 출발했다. 30도의 기온에 습도가 높아 덥다 더워. 명촌대교에서 동천을 따라 울산공항 옆을 지나 올라 9.7km 지점의 1Cp에서 오이를 2개 집어 들고 동천을 따라 올라 가는데 오른발 아취 위쪽이 달아오른다. 이대로 달리다간 물집이 생길 것 같다. 속심이보 앞에 19.3km 지점인 2Cp에 도착하여 양발을 벗고 찬물로 식혀 주고 다시 양발을 신었다. 응급조치로 끝까지 물집 없이 달릴 수 있었다. 입은 옷은 높은 온도에 습도까지 높아 땀으로 흠씬 젖는다. 지난 4월 세종 울마 때는 km 당 6분으로 달렸지만 더운 날씨를 감안해 6분 30 ~ 40초 조금 늦추었다.
3Cp 가는 길은 올랐던 동천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후덥지근한 기온에 하루살이가 얼굴을 스치고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달린다. 태화강 지역은 가로등 불빛이 있어 랜턴 불 없이 달릴 수 있었다.
태화강 산책로 주변에는 음수대가 있어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었다. 더운 날씨에 손수건에 물을 축여 체온을 내리며 달렸다. 태화강변에는 밤낚시를 즐기는 시민도 많다. 수질이 그만큼 좋아진 것이다. 울산의 상징 태화루를 지나 다시 강변을 달려 십리 대숲으로 가는 길에 국가정원교의 경관조명이 강물에 비쳐 아름다움이 더한다.
울마는 워낙 먼 거리를 달리기에 주변을 구경하면 달려도 되는 마음은 여유로운 달리기를 할 수 있다. 신삼호교 아래 제 4Cp는 40.3km 지점으로 풀코스 거리가 가까워 온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수박화채는 두 그릇이나 마셨다. 더운 여름밤 땀을 흘리며 마시는 수박화채는 세상에서 가장 시원하고 맛있었다.
태화강을 왼편으로 두고 데크길을 달렸다. 구영교를 건너면 50km 주자는 태화강을 따라 내려가고 100km 주자는 상류로 올라간다. 참가자가 그리 많지 않은데 50km 주자가 빠지니 나 홀로 달리기가 시작된다. 선바위교 아래를 지나 랜턴을 켜고 길만 비추며 나 홀로 달리기 길이다. 대부분의 길이 석남사 방향으로 가는 자전거길이기에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절반 지점인 사연교 앞 51km 지점인 5Cp는 먼저 온 분들이 막 식사를 끝내고 달려간다. 게 중에는 이번에 처음으로 100km에 도전하는 젊은이도 있었다. 시장기를 느껴 한 그릇 반을 된장국과 함께 먹고 출발했다.
이제 7Cp인 대성사 앞까지 서서히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땀으로 체력이 많이 소진된 탓에 지금까지 걷지 않고 온전히 달려서 100km를 완주하였는데 처음으로 걷고 뛰기를 반복했다. 걷지 않고 뛴다면 11시간 대에는 완주를 할 수 있는데 제한 시간 16시간을 걷뛰를 해도 완주가 가능한 시간이다.
61km 지점인 6Cp에는 울트라 마라톤의 지존으로 불리는 이만식 아우가 자봉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남이다. 졸음에 대비해 커피도 한잔 마셔주고 반환 Cp인 7Cp로 향했다. 함께한 울트라마라톤 전사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렸다. 남들이 보면 저리 느리게 뛰나 하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함께 뛰어보니 1분 1초라도 빨리 뛰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벌써 만나야 할 선두 주자를 64km 지점쯤에서 만났다. 예상보다 많이 늦은 페이스다. 날씨 탓인가 보다. 대회 후 확인해 보니 11시간 10분 20에 완주를 하였다. 그 전대회 기록은 2019년 8시간 27분 42초에 비하면 많이 늦는 기록이다. 주어지는 환경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게 마라톤 기록이다.
점점 무거워지는 발걸음에 뛰는 시간보다 걷는 시간이 늘어 난다. 지금부터 울트라 마라톤의 청양 고추보다 매운맛을 보는 것 같다. 힘들면 고통이 배가 되고 고통이 클수록 마음의 갈등이 심해진다. 포기란 단어들 몇 번이고 떠올리기도 한다.
69km 지점에 있다는 7Cp는 왜 그리도 먼지 멀기만 한다. 체력은 바닥이 나고 걷뛰를 하며 겨우 Cp에 도착하니 바나나가 간식인데 먹을 수가 없다. 속에서 음식을 받아 주지 않는다. 이럴 때 억지로 먹으면 토하게 된다. 물만 마시고 내려오니 다리가 휘청거리며 졸음이 밀려온다.
남은 거리 30km로 포기만 하지 않으면 완주는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기록을 내려놓고 완주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버스정류소 의자가 있다 잠시 눈을 붙여 보기로 했다. 빨래를 한 듯 옷은 젖었지만 누우니 세상 편하다. 5분여를 잤나 보다. 추워서 잠을 깼다. 다시 걷다가 뛰다가를 한다. 뒤에 오던 주자들이 연신 앞서 나간다.
트랭글 앱을 켜서 0.5km 단위마다 음성을 듣고 걷고 뛰고를 반복했다. 그걸 들으며 거리가 줄어들고 시간이 줄어듬을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완주를 하기로 하였다. 어느새 먼동이 밝아져 오며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룻밤을 꼬박 지새운 것이다. 8Cp를 지나면서 화장실에 들려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속절없이 나는 땀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비슷한 처지가 된 울산에서 온 참가지 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뛰를 반복해 9Cp t사연교에 도착하니 남은 거리 13km다. 제한시간 16시간에는 여유가 있어 고통을 즐기며 달려 보기로 했다. 물 외에 다른 음식을 먹으면 토할 것 같아 콜라 반 컵을 담아 조금씩 마시며 걸었다. 속보로 걸으면 5km/h정도가 되고 조금 달려 주니 7.3km/h정도가 나온다.
이리 걷뛰를 해도 추월해 가는 분이 없으니 다들 어지간히 힘들긴 힘든가 보다. 시간이 가고 뛰다 걷다를 하다 보니 거리는 줄어든다. 거리가 한자리 수로 줄어 드니 힘이 난다. 마지막 10 Cps는 100km를 5.5km를 남겨둔 지점에 있었다. 그곳에서 자봉 하시는 분은 현대자동차에 계신 분으로 안면이 많았다. 동아, 조선에서 함께 Sub-3 하시던 분으로 기록이 비슷해 많이 만난 분이다. 아내분과 함께 봉사를 하고 계셨다.
태화강 울트라마라톤은 10km 정도마다 급수와 간식을 제공해 주어 달리기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그만큼 많은 봉사자의 숨은 노고가 있음을 알아야겠다. 오죽했으면 달리는 게 낫다고 했을까.
십리대숲이 보일 때쯤부터 햇살이 강하게 비추니 그늘 없는 길에서 온몸으로 햇볕을 받으며 달려야 했다. 간혹 자전거 길은 나무 그늘이 있는데 보행자 길은 땡볕이라 길을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음수대가 나오면 물을 마시고 손수건을 축여 체온을 식히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국가정원교를 지나니 어제저녁에 출발한 태화강 고수부지다. 마지막 1km는 멋지게 달려 100km 울트라 마라톤 달리기를 끝냈다. 내 생전에 100km를 가장 오래 달린 기록을 세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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