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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청계천 야경과 함께한 한강일주 100km 1위 본문

국내 마라톤/울트라마라톤

청계천 야경과 함께한 한강일주 100km 1위

산달림 2005. 11. 15. 11:25

 

올해 다섯번째 100km 도전이다.

5월 여의도의 챔피언쉽, 6월의 일본 사로마 세계선수권, 8월의 강화햄, 10월 양재시민의 숲에서 열린 서울마라톤에 이어 이번 11월의 서울야경과 청계천 야경을 달리는 한강일주 대회다.

 

출발 1시간 전에 서울숲 방문자센터옆 출발장소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울트라런너들이 출발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의 복장은 상의는 긴티셔츠에다 런닝셔츠를 입고 하의는 롱타이즈를 입을까 하다가 날씨가 바람도 불지 않고 기온도 그리 춥지 않을 것 같아서 반타이즈를 입고 장갑을 끼고 모자를 쓰니 출발 준비는 완료 되었다.

 

남은 시간 스트레칭을 하고 간단히 조깅을 하면서 출발시간을 기다렸다.

KUMF 윤장웅님의 사회로 출발선에 섰는데 런다의의 카리스마님과 정두식님을 만났다. 카리스마님은 지난주 중앙풀코스를 완주하고 일주일만에 다시 100km에 도전한다고 하였다.

 

정각 오후 6시에 일제히 출발이다. 처음부터 보도블록을 달려 바로 교통신호를 받고 건너야 하는데 마침 빨간 신호들이 켜져있고 차량의 왕래가 있어 멈칫하는 사이에 벌써 그 틈새로 건너는 주자가 있어 함께 도로를 건넜다.

 

강변북로를 따라 잠시 가다가 한강으로 나가는 통로를 따라 나가서 계단을 내려서니 한강 주로와 연결이 된다.

조금 진행하니 다시 비포장도로를 만나게 된다. 울퉁불퉁한 주로를 요리조리 달리다보니 아스팔트 주로가 나온다.

이제 호흡을 조절하고 정상 페이스로 맞추어 본다.

60km 주자가 치고 나오면 함께 달릴려고 하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마라톤에서 동반자는 경쟁자이면서 한편으로는 조력자로 기록을 단축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번대회에서는 그런 동반자가 없으니 심심하게 주로를 혼자서 달려야 할것 같다.

 

한강북측 주로는 오름내림이 조금 심하고 폭도 좁은 구간이 많다. 광진교 북단으로 진입하는 곳은 상당히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

 

광진교를 건너는데 한강바람은 그리 불지 않고 달리기가 좋다. 오늘저녁 한강 바람은 상류에서 하류로 불어 한강을 거슬러 올라갈 때는 뒷바람이 불어 등이 촉촉이 젖을 정도로 땀이 나지만 하류로 향해 달릴 때는 쌀쌀함이 느껴진다.

 

광진교 남단을 내려서자 자주 달려본 구간이라 눈에 선하다. 아직은 초저녁이라 산책객과 달림이들도 자주 보인다. 어두움 속에서도 알아보고 ‘진병환님 힘!’을 외쳐주기도 한다.

 

잠실지구를 지나 잠원지구로 들어서니 잠원수영장 전 테니스장앞에 제1반환점이 나타난다. 이곳이 21.5km 지점으로 다시 오던 길을 돌아 광진교로 향하는데 굴다리앞에서 누군가 반환점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묻는다.

 

직선주로이니 조금만 더 가면 반환점이 나온다고 알려주고 광진교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은 반환점으로 향하는 주자를 만날 수 있어 심심하지 않게 달릴 수 있었다. 33.5km 광진교 남단 급수지점에서 케토레이 2컵과 파워겔 한개를 먹고 물을 보충하여 광진교로 올라섰다.

 

줄줄이 늘어선 한강다리가 야간 경관조명으로 화려함이 더한다. 이제 한강하류 성산대교까지 긴 울트라마라톤 여정이 시작된다. 광진교 북단에서 성산대교 까지는 24.5km란 표시판이 남은거리를 알려 준다.

 

주로에는 저녁 산책객들이 많아 주로가 복잡하다. 그래도 설렁한 주로보담 함께 할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무료함이 덜하다.

뚝섬지구의 선상조명이 유난히도 화려하고 음악소리도 크고 간혹 불꽃놀이를 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나중에 결승선으로 향할 때 출입구를 확인하고 중랑천을 건너는데 서울숲 개원과 함께 새로 단장한 나무다리를 건넜다.

 

한강변을 달리다 보면 어느 지역은 더운 열기가 느껴지고 어느 지역은 한기를 느끼는 지역이 있다. 그곳중 하나인가 갑자기 싸늘함이 엄습한다.

 

이제 한가해진 주로를 여유롭게 달리는데 반포대교 가기전  다리 아래에서 젊은이들이 모여 촛불로 하트모양을 예쁘게 장식해 놓았다. 한강과 접해서 달리다보니 강물이 철썩철썩 파도가 치는 듯 하다.

 

이제 한강야경만 보며 외로이 달리는데 서서히 피곤이 엄습해 온다. 나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며 이촌지구를 지나가는데 이곳은 가로등이 없어 어두움 속을 달리는 것 같았다.

 

50km 지점은 동호대교 아래에 있었고 60km 주자들의 반환점은 그로부터 500여m 조금 더 진행하는 곳에 있었다. 50km 통과기록은 3시간 48분 03초였다.

 

10km 마다 파워겔 1개씩을 먹고 달려 왔는데 시장기가 자주오고 서서히 몸도 피곤해져 온다. 유일한 위안은 점점 줄어드는 거리표지판을 보며 성산대교가 빨리 나타나 주기를 기다리면서 달린다.

풀코스도 힘들다는데 왜 100km를 달릴까? 건강을 위해서 달리는건 아닌것 같고 더욱 진한 고통을 즐기기 위해서 일까? 이제 서서히 다리가 뻣뻣해져 옴을 느낀다.

100km를 달리다 보면 힘들다가 다시 편해지다가 다시 힘들고 다시 편해지는 고통의 싸이클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결승선이 가까워 오면 어디서 힘이 샘솟는지 힘차게 결승선을 통과 할 수 있었다. 100km 달리기가 항상 고통만을 수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효대교를 지나면서 어두움 속에 건너편 여의도 쌍둥이빌딩을 보며 남은 거리를 가늠해 본다. 1년전 한강일주 대회의 기억이 새롭다. 그때도 11월 하순에 이길을 홀로 달렸었다.

 

어두움 속에 밤섬을 지나자 절두산성지가 보이니 양화대교가 가깝고 이제 다음 다리인 성산대교가 저만치서 반겨준다.

 

제2반환점인 59.5km인 성산대교 아래에서 물통에 물을 채우고 파워겔만 챙겨 바로 출발을 하였다. 이제 오던 길을 따라 중랑천 까지 올라가 다시 지류인 청계천을 따라 들어가 청계광장을 돌아 서울숲 까지 달려야 한다.

 

후미주자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 기대를 하며 달려 오는데 2위로 오는 진 o o 님은 2.5km를 지난 지점에서 만났다. 5km 이상 차이가 나고 있었다.

 

목적지가 멀면 더욱 지루해 질것 같아 우선 동작대교 아래 69.5km를 생각하고 달렸다.

간혹 제2반환점인 성산대교로 향하는 주자들을 만나 무료함을 달래면서 유일한 희망인 거리표지판을 확인하며 달렸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달리기도 하고 외로이 홀로 밤길을 달리는 주자들을 보며 ‘늦가을 쌀쌀한 밤에 꼬박 밤을 지세우며 250리 길을 달리게 하는건 무었이 그들을 이렇게 달리게 내몰았을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달리는 주자들은 달리니까 추위를 모르고 달리는데 주로에서 봉사하고 있는 분들은 무척 추워하고 있었다. 중랑천 입구에서 다시 한번 주로안내를 받고 살곷이공원 급수대에서 파워겔 한개와 이온음료를 마시고 출발하는데 이제 파워겔도 먹기가 싫어진다.

 

아직 남은거리 21km 정도로 이제 청계천 광장을 돌아 나와 서울숲으로 가면 된다.

 

청계천은 요즘 출근주를 하고 간혹 퇴근주도 하는 구간이라 눈에 선하다. 요즘은 청계천 입구에 심은 물억새가 겨울채비를 하느라고 누런빛을 띄고 있다.

 

자정이 지난 늦은 시간임에도 청계천은 도시의 산책객으로 상류는 복잡하여 주로가 확보되지 않았고 청계천 주로는 4개소 정도가 판석을 깔아 요철이 심하여 속도를 줄여야 하였다.

 

마지막 반환점인 청계광장은 계단을 올라서니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청계천의 개통과 함께 도심으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아침이면 정장에 운동화가 어울리고 미니스커트에 운동화가 어색하지 않는 청계주로가 되었다.

 

이제 기나긴 울트라 100km의 여정도 10여km 남짓 남아 청계천 하류로 내려오니 인적도 뜸해

속도를 높여 보았다.

2위는 청계천 입구를 지나서 만났으니 13km 정도의 거리차가 있는듯하고 그뒤 200여m 뒤에 3위가 달려가고 있다.

 

돌아오면서 살곷이 급수대에서 마지막 음료수를 마시고 남은거리 5km는 집중해서 달려 보기로 했다. 하지만 청계천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하여 Under8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남은거리에 최선을 다해 보리라 다짐했다.

 

다시 중랑천을 넘어가는 나무다리를 건너고 성수대교 아래를 통과하니 서울숲으로 들어가는 계단이다. 갑자기 계단을 오르려니 다시금 속도를 줄여야 했다.

남은거리 700m다.

 

그대로 달려 결승선 통과!

까만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스텝진이 결승선에서 반갑게 맞이 해준다.

250리길 긴 마라톤여행이 끝났다.

 

올해 100km 마라톤대회는 5개 대회참가로 끝이 났다. 올해에 7시간 16분 37초로 나의 최고기록을 수립하였고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한 일본 홋가이도 사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여 남자단체 5위를 하기도 한 의미있는 한해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