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병술년 신년 지리산 동계산행(2) 본문
웅석봉 ~ 밤머리재 ~ 쑥밭재 ~ 야영
새벽 5시경 주인집아주머니가 잠을 깨운다. 간밤에 늦게 까지 작은 술판을 벌린 유비님이 피곤한가 쉬 잠자리를 떨쳐 버리지 못한다.
1개의 화장실앞의 줄이 길게 늘어서고 다들 빠른 출발을 위해 분주하다.
새벽이지만 오늘 걸어야 할길을 알기에 다들 차곡차곡 밥을 챙겨 넣는다. 김치에 시레기국이지만 다들 힘을 쓸려면 먹어두어야 하기에 덜깬 잠에도 밥을 잘 먹었다.
방값은 2개 10만원이라고 하니 비시즌 치곤 비싼요금이다. 시즌 비시즌 관계없이 여름에도 10만원 받았는데 지금도 그리 받아야 되지 않겠는냐는게 주인집 할머니 말씀이다. 시골의 인심은 도회지 사람들이 다 망쳐 놓은건지 도회지랑 다를게 없다.
새벽닭 울음소리와 짖어데는 개소리를 들으며 계곡을 따라 웅석봉으로 올랐다. 그 많은 시간속에 멍하니 출발한 유비님이 헤드랜턴을 챙기는데 어두워서 무척 힘들어 한다. 진작에 챙겨 두지.
서서히 시작하는 웅석봉까지는 무덤을 지나면서 선두와 후미의 거리가 벌어진다.
그믐으로 사방은 어둡지만 겨울날씨 치곤 바람도 그리 불지 않고 비교적 포근해서 산행하기가 좋았다. 멀리 경호강가로 가로등 불빛만 비치고 사방은 적막 그대로다.
출발 2시간만에 웅석봉에 올랐다. 아침 8시로 올라 오면서 일출을 볼수 있었다. 내일은 일기예보에 일출을 볼수 없다고 했는데 일기예보가 빗나가 일출을 볼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하였다.
웅석봉(1,099m) 정상에는 미리 올라온 등산객 2명이 일출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들은 부산에 왔으며 1월 1일 일출을 볼수 없다고 하여 미리 보려고 오늘 내리에서 올라 왔다고 하며 따뜻한 커피를 한잔 건네주었다.
기념촬영을하고 기다려도 강삼촌과 유비가 올라 오지 않아 한참을 더 기다려도 오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밤머리재로 향하는데 그들은 웅석봉을 거치지 않고 바로 밤머리재로 향했다고 한다.
다음 쉼터는 밤머리재로 잡고 날도 밝았기에 좀 속도를 높여 밤머리재로 향하였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지곡사로 내려가는 길이 뚜렷이 보였다.
하지만 1시간 30분을 걸어서 밤머리재에 도착하여 휴식년제 구간 표시판을 보고 새로 생긴 간이매점뒤로 올라 헬기장에서 휴식을 취하여 간식을 먹고 있는데 감자바우님과 정재풍님이 건너편 길을 내려오고 있다.
밤머리재에 검은 자가용이 한대 있었고 번호판이 대전이다. 혹시 백곰님의 찬가? 10여분뒤에 모두 합류하여 간식을 먹는데 김주석님이 피곤한지 아예들어 눕는다. 이러다가 종주는 잘 할려는지? 다른분들은 검증된 분들이지만 김주석님은 주봉팀과 첫 산행이다.
20여분 기다렸더니 땀이 식어 추위마져 느껴진다. 겨울철 산행은 보온유지가 관건인데 선두와 후미의 거리가 너무 벌어지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 땀이 식으면 추워져 자꾸만 리듬이 깨져서 힘이든다.
땀이 식기 전에 출발을 해야 하니 그걸 조절하기가 어렵다. 휴식도 길다고 좋은건 아니다. 적당한 휴식시간은 땀이 식기전 잠시의 휴식이 제일 좋다.
그리고 체력소모가 심하니 쉴 때마다 적당히 음식물을 보충하여 체력을 유지하여야 한다.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유비님과 정재풍씨는 10여차례 땀을 짜면서 왔다고 한다. 이겨울 산행에....
아직까지는 눈이 산행에 지장을 그리 주지 않았으나 멀리 천왕봉 쪽엔 구름속에 잠겨 있는 것으로 보아 기상이 이곳과 다른 것을 알수 있다.
어디쯤에 눈을 만날까? 러셀은 되어 있을까? 오늘은 어디까지 갈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였다. 제대로 속도를 내고 걸을 수 있다면 세석에서 한신계곡으로 내려 갈수도 있을텐데.....
한시간을 부지런히 걷다가 눈위에 “백곰 10:15”이라고 써놓은 글씨가 있다.
만난듯 반갑다. 지금 11시 10분 약 1시간 전에 이곳을 통과 하였다.
이곳에서 쉬면서 후미를 만나 백곰님을 따라가기로 하고 쉬는데 감자바우님만오고 그뒤는 소식이 없다. 근 30여분을 지나니 일단의 등산객이 5명 정도 지나가면서 맨후미에 오는분이 다리에 쥐가 났다고 알려 준다.
아마 김주석님인 것 같다. 1시간 진행하는데 1시간 기다린다면 산행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양쪽 스틱을 사용하면서 오는데 무척 힘들어 하는것 같다.
산다니가 이렇게 늦은면 산행이 안되니 다시 밤머리재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니 그래도 갈수 있다고 고집을 피운다. 그게 마치 권투경기에서 다운을 자꾸 당하면서도 싸우겠다는 용기(?)와 같다고 비유한다.
그건 진정한 용기가 아니다. 좀더 체력을 키운 다음에 도전하는게 좋을 듯 한데.... 그래도 가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후미에 서지 말고 산다니 뒤에서 따라오라고 알려주고 진행을 하는데 1km도 걷지 않아서 뒤를 보니 김주석님이 보이지 않는다.
도저히 산행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점심때도 되었고 양지쪽에서 삼겹살을 굽고 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으며 포기하고 돌아가라고 설득하니 그제야 미안하다고 하며 돌아가겠다고 한다.
점심식사 후 김주석님은 다시 밤머리재로 향하고 우리는 왕등재로 향했다. 하지만 백곰님과 1시간 차이가 1시간 기다리고 1시간 점심을 먹었으니 3시간 차이가 나버렸다. 목표한 하봉 샘터야영장은 어려울 것 같다.
빨리 백곰님을 만나 함께 산행을 하였으면 하는 바램으로 속도를 높여갔다. 왕등재 가기전 백곰님이 남긴 글씨의 시간과는 1시간 30분으로 줄어 들었다. 왕등재의 늪지를 지나자 눈이 제법 쌓여서 이제 스페츠를 착용하였다. 그리고 쑥밭재로 내려 섰다.
적설량이 점점 늘어 속도를 더디게 한다. 그런데 왕등재 이후는 백곰님 혼자 러셀을 하고 갔다. 뒤에 오는 우리를 위해 혼자 러셀을 해주어 시간을 많이 절약 할수 있게 해주었다.
점점 일몰시간은 가까워 오고, 어찌하든 백곰님과 만난 후 야영지를 생각하기로 하고 서둘러 걸었다.
쑥밭재를 지나고 오르막을 오른후 백곰님의 발자욱을 따라 열심히 오르는데 랜턴 불빛이 보인다.
혼자 탠트를 치고 막 짐정리를 끝내고 있었다. 도저히 그곳에 탠트를 더 이상 칠수도 없는 협소한 곳이라 서둘러 탠트를 철수하자고 했더니 금방 탠트를 치고 철수하기가 못내 아쉬운 눈치다.
다음날 비나 눈이 온다는 예보를 믿고 꼼꼼히도 탠트를 쳤다. 서둘러 탠트를 철거하여 배낭을 다시 꾸리는 사이 아직도 힘이 남은 정재풍씨로 하여금 러셀을 부탁하였다.
잠시 사이에 날이 어두워지니 눈길에서 길 찾기가 쉽지는 않다. 동계산행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정재풍씨가 앞장서서 러셀하며 길을 찾는데 쉬운일이 아니다. 이시간 길을 놓치면 위험해 질수 있어 앞장서 진행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대원들 모두가 서서히 지쳐간다. 더구나 백곰님은 러셀을 한탓인지 더욱 힘들어 하고 자꾸 뒤로 쳐진다.
길만 좋다면 이시간 배수의 진을 치고 속도를 내면 많은 거리를 갈수 있는데 등산로가 험해서 좀체 속도를 높일 수가 없었다.
체력은 바닥이 나고 길은 험하고 3동의 탠트를 칠수 있는 공간은 좀체 찾기가 힘이 들었다. 하지만 뒤에 오는 대원들은 아무 불평없이 따라와 주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점점 길 찾기도 힘들고 오직 믿는건 산행 리본만이 유일한 길잡이가 되고 있었다.
이제 한계가 온듯하여 좀 좁긴해도 그런데로 탠트를 치면 하루밤을 쉬고 갈수 있는 야영지라 생각하고 탠트를 치기로 결정했다.
우선 눈을 다지고 세동의 탠트를 나란히 쳤다. 그리고 버너를 켜고 모닥불도 피우니 한결 분위가가 좋다.
밥을 짓는 동안 술도 한순배 돌리고 나니 분위가가 밝아 진다. 이번에도 대원들을 위해 산다니가 그 무거운 압력 밥솥을 메고 왔다.
하지만 이번 장비를 준비하면서 2명이 불참하고 각자 먹거리를 잘 챙겨 오지 않아 가난한 저녁식탁을 채려야 했다.
탠트는 1동이 남고 휘발유버너는 산다니가 1개 가지고 왔는데 박킹이 말썽이고 걱정이 되어 배낭을 꾸리며 내가 버너를 한개 챙겨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다음 부터는 좀더 치밀한 장비 및 식량준비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식사후 으레 시작되는 술파티는 전과 같이 인기가 없다. 한순배 돌고 모닥불가에 도란도란 모여 앉아 산행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예전에 백곰님이 설악에서 술사러 비선대 까지 내려온 이야기가 하며.....
술도 상대가 있어야 먹는 법인데 백곰님 혼자서 술을 먹기에 한계가 있는지 본인이 가지고온 4홉들이 소주와 팩소주를 남겨 두고 각자 탠트속으로 들어갔다. 주봉도 참 많이 변해 가는 것 같다.
오늘이 2005년 12월 31일 한해가 가는 마지막 밤이다. 그 밤을 민족의 영산 지리산 자락에서 가는해를 보내고 있다.
어느곳 보다 안락하지 않지만 그래도 누구나 잘수 없는 이곳의 탠트는 선택된자만 이곳에 올수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밤을 보내는 것은 축복이다. 바깥날씨가 포근하여 준비해간 오리털파카는 입지 않고 잠을 청하는데 포근하다.
눈이 쌓여 있어 바닥도 딱딱하진 않다. 내일이면 대망의 2006년이 열린다.
을미년 한해를 보내고 병술년 새해를 이곳에서 맞이한다.
아듀 을미년, 병술년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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