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병술년 신년 지리산 동계산행(3) 본문
지리산의 일출
지리산의 일출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수 있다고 할 정도로 보기가 힘들다. 년중 100일 정도 일출을 볼수 있는데 여름철에는 특히 보기가 힘들고 겨울철이 그래도 보기가 쉽다.
하지만 출발전 일기예보로는 새해 시작날인 1월 1일은 눈이나 비가 내리겠다는 예보가 있어 일출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새벽녘에 탠트안에서 자고 있는데 일단의 등산팀이 천왕봉을 향해 소란스럽게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는데 다들 우리가 올라온 방향으로 내려가는 소리로 듣고 우리가 길을 잘못든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때 시간이 새벽 4시 30분경이 었고 아마 천왕봉 일출은 보려고 산행을 하는 것 같았다.
겨울철 탠트에서 야영을 할 때면 침낭안의 포근함을 떨쳐 버리기 힘든다. 하지만 오늘 갈 길이 만만하지 않으니 더 이상 지체 할수 없어 시계를 보니 6시 30분으로 아직은 깜감한 한밤중이지만 탠트 밖으로 나왔다. 찬 산공기가 엄습한다.
우선 버너에 불을 피고 간밤에 피운 모닥불에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지피니 감자바우님이 나온다. 한국인은 밥식으로 식사를 해결해야 하기에 식사시간이 많이 걸린다.
양식을 하는 서양인이나 일본인만 해도 간단히 물만 끓이고 덥히면 식사준비가 끝난다. 밥을 뜸 들이는건 여간 힘든게 아니다. 더구나 동계 고산에서는 더욱 힘이 든다.
모두 알아서 탠트를 철거하고 배낭을 꾸리고 또 하루의 출발을 준비한다.
그때 생각하지 않았는데 동쪽이 불그스레 밝아 오며 일출이 시작되려고 한다. 뜻하지 않게 2006년 새해 일출을 지리산에서 맞이하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대지를 붉게 물들이며 붉은 용암을 토하듯 2006년 일출은 장엄하게 떠 올랐다.
간밤에 한팀이 지나가면서 길을 헤갈리게 하여 올라가는게 맞는 것 같은데 그들이 내려간걸로 모두 기억하고 있어 판단에 서지 않아 일단 우리가 간밤에 확인하고 온 길 까지 내려 갔다가 다시 길을 찾아 오기로 하고 내려가니 그제야 눈위에 선명하게 찍힌 발자욱은 위로 향하고 있다.
다시 발길을 돌려 당초에 생각했던 방향으로 산행을 하니 제데로 길을 찾은 것 같다. 참 이상한 것은 왜 모두가 그들이 내려 간걸로 기억을 한걸까?
아마 그곳에서 길을 찾는라 헤멜 때 내려 가는 발자국 소리만 들을 걸 기억한 탓일까? 좌우지간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이제 제데로 길을 찾았으니 속도를 높여 천왕봉으로 향하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새벽의 등산객들이 러셀을 해 놓아 다행이었다. 눈은 갈수록 많이 쌓여 있었으며, 길은 바위를 오르고 돌아가는 험한 길이었다.
우회등산로가 있는데 러셀 자체가 힘든 길로 되어 있어 새로 러셀을 하기는 힘들었다. 오직 능선으로만 러셀을 하여 어려운 등산로를 올라야 했다.
러셀이 되어 있어도 시간은 점점 지체가 되고 힘은 힘데로 든다. 식수도 바닥이 나있어 산다니가 태극종주 때 야영했던 곳에서 식수를 보충했는데 소요시간이 야영지에서 쉬지 않고 걸었는데도 1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동계 눈속 산행은 평소 산행시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시간이다.
대전의 백곰님은 하봉에서 치밭목으로 하산한다고 뒤에 천천히 온다고 전해 준다. 그래서 잠시 쉬고 6명이 하봉을 향해 출발을 하였다.
천왕봉이 가까워 질수록 적설량은 많았고 경사도도 점점 심해져 갔다. 아침부터 불던 바람은 기온도 점점 내려가 겨울산행의 진수를 느끼게 하였다.
어제 멀리서 보이던 천왕봉 부근의 구름이 몰려 있었는데 그것이 설화를 피우고 있었다.
하봉이 가까워 질쯤 눈은 허벅지 까지 차 올랐고 좀더 많은 인내와 체력을 요구하였다. 눈위를 걸을 때는 일반 평지와 달리 쉽게 지치게 된다. 이렇때는 평소보다 속도를 줄이고 느긋한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을 집중하여 걷는게 바람직하다.
눈에서 평지와 같이 걷다보면 쉽게 지쳐서 나중에는 탈진에 가깝게 체력소모가 심해 진다. 아무리 장사라도 눈에서는 절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눈과 친해 진다. 눈과 하나가 될 때 그때는 눈을 즐기면 걸을 수 있다.
하봉은 지나고 하봉 샘터전 오름에서 앞서가던 한팀을 만났는데 알고보니 새벽 4시 30분에 우리 야영지를 통과한 그팀이란다.
우리가 8시에 야영지를 출발하였으니 3시간 반 먼저 출발한 팀을 만난 것이다.
평촌에서 온 팀으로 백두대간을 3차례 걸쳐 한 팀이며 오늘 목표를 세석산장으로 정해 산행을 했는데 적설량이 많고 러셀이 되지 않아 어디로 탈출 할때가 없는냐고 되려 묻는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면 산행자체가 많이 지연되고 심지어 포기를 해야 하는 겨우도 생길수 있다.
앞팀에 막혀 산행을 계속할 수가 없어 적당한 장소에서 점심식사를 할려고 적당한 장소를 찾는데 심한 바람에 눈이 많아 그것 마져도 쉽게 찾을 수 없다.
다행히 바람을 막아 주는 장소가 있어 우선 버너를 피우는데 라면도 끓이려면 눈을 녹여야 하고 그 시간에 삼겹살이라도 구워야 하는데 버너도 넉넉하지 않다. 그나마 삼겹살도 얼마남지 않아 한점씩 집어 먹는데 숫자를 헤아리는 등 눈치가 보일 지경이다. 다음 부터는 장비도 먹거리도 좀 여유있게 챙겨야 될 것 같다.
준비해간 햇반은 꽁꽁얼어 삼겹살 먹은 프라이팬에 김치랑 비벼 복음밤을 해서 먹었다. 그사이 뒤에 오던 백곰님이 도착하여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데
간밤에 먹고 남은 소주를 찾으니 배낭꾸리다가 4홉들이 소주는 계곡으로 굴려 버리고 팩소주 1개만 남았단다.
이렇게 추울때 소주라도 한잔하면 저하된 사기라도 좀 높이려 했더니 그마저 잃어 버린 것이다. 팩소주 1개로 7명으로 나누어 따를 수가 없어 시에라 컵에 모두 붓고 입만 축이며 돌려 마셨다.
특히 유비님은 추위를 많이 타는지 모습이 처량하다. 유독 땀을 많이 흘려 땀이 식으니 금새 추위를 느끼는 듯하다. 이럴땐 목도리 같은걸 준비해 쉴때 목에 두르면 체온저하를 막을 수 있을것 같다.
그래도 먹고나니 체력이 살아나서 서둘러 출발을 했다. 백곰님도 치밭목으로 가지 않고 동행하기로 했다.
앞팀은 하봉샘터에서 치밭목으로 탈출을 했다. 그래도 우리는 그래도 천왕봉을 올라야 겠기에 바로 중봉으로 향했다.
천왕봉만 가면 길이 잘 뚫려 있을 것이고 일몰전에 하산을 완료 할수 있을 것 같다.
중봉에 도착하니 치밭목 쪽으로 러셀이 잘되어 있어 천왕봉까지 길은 순탄할 것 같다. 이제 마음도 여유로와 농도 주고 받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천왕봉을 향했다.
중봉에서 천왕봉가는 길은 눈꽃으로 절경을 이룬다. 이게 겨울산행의 진목면을 느끼는 것 같다. 주목에도 전나무에도 철쭉에도 성탄 트리같이 아름답게 설화를 피웠다.
마지막 구간은 최선을 다해 천왕봉을 올랐다. 2006. 1. 1 오후 3시 드디어 천왕봉에 섰다. 그리고 표지석을 끌어안고 입마춤을 하며 올해의 소원을 빌어본다.
산행객들은 1월 1일 천왕봉이라는 의미 탓인지 모두 천왕봉에서 감격해 한다. 모두 각자 기념촬영을 하고 단체사진도 찍었다. 그렇게 주봉가족들이 웅석봉을 거쳐 천왕봉에 모두 섰다.
이제 하산을 해야 한다. 오늘 하산코스는 법계사를 거쳐 중산리 코스다. 최단거리로 교통도 편리해서다. 다들 하산을 끝낸 시간이라 등산로는 한가하였다. 신나게 하산을 서둘러 로타리산장에서 기다리는데 땀이 식으니 춥다. 한참후 산다니가 내려오고 더 이상 추워서 기다릴 수 없어 다시 하산을 서둘렀다.
중산리코스는 계단이 무척 많다. 그래서 오를때나 내려올때도 체력 소모가 많다. 그래서 이코스를 선호하지 않는데 그래도 이용해야만 할때가 있다.
내려오는 산행객을 추월하여 매표소에 도착하니 시원한 동동주가 기다리고 있다. 산다니와 산행을 끝낸걸 자축하며 동동주 한잔하니 속이다 시원하다.
오후 6시 차는 글렀고 다음 차편이 7시10분 그리고 7시 40분차가 막차다.
7시 10분차나 탓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곧이어 감자바우가 내려 온다. 다시 “고생하셨습니다.” 하며 산사나이의 진한 정을 동동주 한잔으로 나누고 기다리니 점점 땅거미가 진다.
그때 모두가 내려온다. 역시 주봉이야!
모두가 동동주 한잔을 높이 들고 2006년 신년 동계산행을 무사히 끝낸 것을 자축하였다.
그러나 대전으로 차를 몰아야 하는 백곰님은 동동주는 입만 축이고 물만 마셨다. 그 좋아 하는 술 ~, 눈앞에 두고 절제하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운전을 하려면 어쩔수 없다. 산행후 마시는 한잔의 동동주 맛을 아는 분이 인내하기에는 무척 어려웠겠지만 진정한 산악인이 되기 위해서 참을 땐 참는게 진정한 산꾼이 아니던가?
다시 15분을 어두워진 버스정류소 까지 걸어 내려와 버스를 기다렸다. 이제 백곰님은 덕산에 내려 다시 밤머리재로 가야하고 우리는 원지에서 서울로 향해야 한다. 다행이 운전기사님이 버스에서 진주에서 오는 직행버스표를 예약해주어 원지에서 서울행 밤8시 버스를 탈수 있었다.
아직 까지 술이 고픈 유비님의 제안으로 펫트병맥주 2통을 사서 버스에 오르니 2박3일의 산행여정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따뜻한 버스안의 온기로 스르르 잠이 온다. 신년부터 힘든 동계산행 무사히 끝날 수 있게 협조해주신 대원님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지리산 천왕봉의 氣를 받아 올해는 모두모두 건강하고 뜻하시는 모든일 성취하길 기원합니다.
주봉가족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거라고 말합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길 바랍니다.
주봉 2006 힘!!
'국내 산행 > 전라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음정마을의 여름 (0) | 2006.07.18 |
---|---|
7월 제헌절 우중 지리산 종주 (0) | 2006.07.17 |
병술년 신년 지리산 동계산행(2) (0) | 2006.01.05 |
2006 동계 신년 지리산 산행 (0) | 2006.01.04 |
2006. 1. 1 지리산 신년 산행 (0) | 2006.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