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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7월 제헌절 우중 지리산 종주 본문
7월 제헌절 연휴을 맞이하여 옆지기랑 지리산 종주를 하기로 했다. 지난 겨울 설악산은 무박 산행을 하고 지리산 종주를 마음속에 두었는데 마침 3일간 연휴를 이용하여 종주에 나섰다.
하지만, 기상예보는 많은 비가 예상이 되었지만 비가 온다는 소식으로 종주를 포기 할수는 없어 7월 15일 익산행 KTX를 타고 익산에서 무궁화로 바꿔타고 구례구에 도착하니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10시 20분 버스는 간발의 차로 놓치고 다음 버스인 12시 20분 버스를 타기엔 시간이 넉넉하여 많은 체력소모를 생각하여 아귀찜으로 이른 점심식사를 하고 성삼재로 향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승객들을 즐겁게 하는 기사님을 보며 매사에 취미같이 직장일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같은 일을하더라도 즐기면서 일을한다면 매사가 즐거울것이다.
오후 1시경 성삼재에 도착하여 안개비가 내리는 등산로를 다라 노고단으로 향했다. 오랫만에 매어보는 묵직한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는게 족히 30kg은 넘는것 같다.
3일간 2명이 먹을 주부식, 코펠, 버너 2개, 탠트 등과 비올것에 대비한 오의 등과 옷도 2~3벌이 되고 간식도 준비했다.
늘 출발하고 1~2시간이 적응이 되지 않아 힘이 드는데 옆지기의 걸음이 느리니 그리 부담이 되지 않는다. 노고단산장앞에 도착해 처음으로 휴식을 하는데 KBS 이찬휘기자가 혼자 등산을 왔다.
희끗한 머리칼에 늘 TV를 보면서 듣던 목소리가 똑 같다.
늘 힘들게 오르던 노고단 탑까지도 가볍게 올라 맑은 날이면 보일 천왕봉은 보이지 않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본격적인 지리산 산행이 시작되었다.
등산로는 그간 내린 비로 곳곳에 물웅덩이가 되어 걷기가 불편하다. 그리고 돌위도 몹시 미끄럽다. 자욱한 안개로 오랫만에 찾은 지리산의 능선 전망이 없으니 땅만 보고 간다고 옆지기는 불평을 한다. 그래도 더 이상 강한 비가 오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부지런히 걸었다.
3일 연휴를 맞이하여 많은 직장산악회, 산악동호회 등 산악인들이 굿은 날씨임에도 산엔 산꾼들이 많다. 도서관에 가면 전부 공부하는 사람, 수영장에 가면 전부 수영하는 사람, 산에 오면 전부 등산하는 사람이라고 옆지기가 한마디 건넨다.
빗줄기가 강해 지다가 다시 약해지는 등 좀체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여름엔 큰배낭을 맨 나에겐 우의가 필요 없다. 우의를 입으면 더워서 땀으로 옷이 젖으니 오히려 비에 젖는게 낫다.
옆지기는 일회용 비닐우의로 배낭까지 함께 덮으니 안성맞춤이다.
갑자기 내린 비에 둥지를 몰래 나온 길 잃은 아기 산새가 등산로에 어미를 잃고 가엽게 떨고 있다.
임걸령 샘터는 역시 우중임에도 맛잇는 맑은 물을 뿜어내고 우중에도 한잔하니 속까지 시원하다.
다시 배낭을 추스리고 삼도봉으로 향한다. 곳곳에 물웅덩이가 속도를 더디게 하고 짙은 안개가 전망을 지워 버렸다.
임걸령샘터의 시원한 물맛은 언제나 변함 없다.
임걸령을 지나면 오르막이 시작된다. 긴 인내가 필요하다. 산행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내가 앞장을 섰다. 등산로에는 굿은 날씨지만 그룹별로 지리종주를 하기 위해 많이들 왔다.지금 까지 잘 걷던 옆지기가 오르막엔 속도가 떨어진다. 오늘 목표는 연하천 산장이기에 30분 걷고 잠시 휴식을 하며 삼도봉에 섰다.전남, 전북, 경남이 접한 삼도봉! 무척 전망이 좋은 곳인데 오늘은 아무것도 볼수가 없다.조금만 쉬어도 금새 체온이 떨어지니 다시 출발이다.
삼도봉 - 전북, 전남, 경남의 3도를 접한 3도봉
3도봉 표지석
이제 긴 600개의 계단을 따라 내려 가면 화계재에 닿는다. 옆지기가 계단은 걷기가 좋다고 한다. 그것도 힘 있을 때 이야기기지...
계단이 끝나고 화계재에 도착하니 넓은 공터가 그간 생태복원을 하여 많이 복원되어 있다. 자연은 한번 망가트리기는 쉬워도 복원은 무척 오래 세월이 흘러야 한다.
화계재 - 뱀사골 산장 갈림길
이제 토끼봉을 올라야 한다. 점점 다리가 무거워진다고 투정을 부린다. 좀 속도를 늦추었더니 참 편한데 따라오질 못한다. 가다가 모습이 보이면 가고 쉬고를 반복하는데 점점 속도가 느려진다.
어제 저녁에 장조카 아들 돌에 참석하느라고 늦게 집에 와서 12시가 넘도록 반찬을 챙기고 하더니 이제 잠이 온단다. 피곤하면 눈을 감고 걷는다고 하더니 토기봉을 오르면서 눈을 반은 감고 올랐다고 한다.
뭐 돈생기는 일도 아닌데 비오는 날 무슨 생고생이냐고 투정이다. 산에 간다고 돈이야 생기지 않지만 건강을 챙길수 있으니 그게 얼만데.... 하고 달래 본다.
남은 거리 2km만 걸으면 연하천산장에 도착한다고 하며 잠시 다리도 쉬고 비가 내리는 와중에 먹지 않으면 걷지 못한다고 빵으로 요기를 하였다.
좀 쉰탓에 다시 생기를 찾고 빗속을 걷는다. 비오는날 산행은 주위 풍경을 보지 말고 자연과 내가 하나가되는 사색의 시간으로 즐기면 좋을듯 하다.
앞의 길만 보게되니 정신의 집중이되고 생각을 자유로이 할수 있고.....
먼저가던 몇팀도 추월하고 이제 연하천이 가까워 오니 길주변에 혼차 탠트를 치는 사람도 있다. 지리산 전역이 야영금지지만 몰래 슬쩍 탠트를 치는것 같다.
연하천산장으로 이어지는 나무계단을 내려가는데 산장앞에는 많은 인파가 모여 피난민 수용소를 방불케한다.
산장수용인원은 40여명인데 200여명이 몰리니 대책이 없다. 산장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부근에 탠트를 칠려고 물을 수낭에 받아 야영터를 잡았다.
주변에는 대책없이 종주 산행에 나선 산행팀이 비닐천막을 치고 비닐을 깔고 밤을 지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밤에 바람이 불면 비가 들이 칠테고 그들은 무척 긴 밤을 보낼것 같다.
그래도 우리는 2인용 탠트가 있어 좀 눅눅하긴 해도 비바람을 피할수 있는 탠트에서 하룻밤을 보낼수 있었다. 준비한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고 오늘 오후 1시부터 7시 10분까지 6시간 10분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좁은 탠트지만 그래도 누우니 금새 잠이 스르르 온다.
간밤에 산장주인은 자기방을 내어 주고 취사장도 숙박 인원으로 가득찼고 모두 앉아서 잤다고 했다.
그래도 좀 힘들지만 탠트를 가지고 가면 비상시 잠자리는 해결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아침이 되어도 줄기차게 비가 끊임없이 내린다. 비가 내린는 와중에도 느긋이 아침식사를 하고 커피까지 한잔 마시고 오늘 목표는 하봉이나 치밭목산장 쯤으로 정하고 2일째 산행을 출발했다.
연하천을 출발하여 벽소령으로 향하는 길은 비교적 평탄하고 몇개의 산봉우리를 넘는다. 어제와 다름 없는 날씨로 빗속에서 출발하는데 옆지기는 간밤에 푹 잤다고 하며 제법 활기를 찾고 잘 걸어 주었다. 단지 짙은 안개로 전망이 없어 갑갑해 땅만 보고 걸었다. 지리산의 빨치산 이야기나 지리산의 풍물을 좀더 알고 왔다면 조금더 흥미로운 산행이 될텐데 일일이 설명하기엔 나도 부족함이 너무 많았다.
백무동은 빨치산의 인민군 총사령부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벽소령 가는 길에 잠시 휴식을 할때는 사진도 찍고 그나마 주변 경치를 볼수 있었지만 멀리는 볼수 없었다. 부부가 함께 등산을 하다 보면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데 늘 바쁜 일과에 살다가 이렇게 떠나 와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러운 합일점을 찾을 수 있어 좋았다.
옆지기가 아니더라도 함께하는 시간, 대화는 모든 단절을 풀어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부부가 함께하는 지리산 종주의 의미는 종주산행 이상의 의미있는 산행이 될 것이다.
그러나 빗속에 벽소령에 도착하니 예비 호우주의보로 지리산 전역에 입산통제가 되었다고 음정마을로 하산을 하라고 한다.
그리고 설악산의 폭우소식을 전해 준다. 양양에 800명이 고립되었고 설악에 80명이 고립되었다고 한다.
산에서는 세상소식을 끊고 살기에 속새의 소식을 모르고 산다. 때로는 모르는게 편하고 약이 될때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지리산 종주를 접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혼자라면 우회해서 어찌해 볼터인데 그럴 수도 없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의 말을 따르는게 맞는것 같아 그렇게 정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하산에 앞서 옆지기와 기념촬영을 하고 음정마을로 향하기로 했다.
지리산 종주는 다음 기회에 다시 하기로 하고, 다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니 목표가 생겼다.
지리산 산신령님의 뜻이라면 다음에 종주를 하자 라고 약속하고 음정마을로 하산을 하였다.
오른쪽 음정마을로 하산을 하기 전.
음정마을로 하산하다가 만난 폭포앞
벽소령에서 음정마을로 하산하는 길은 조금만 고도를 낮추어 내려 오면 산판도로가 있어 편하게 내려 올수 있었다. 조금 더 내려오자 구름도 걷히고 날씨가 맑아 진다. 다시 올라가면 종주가 가능할까 쳐다 보니 벽소령에는 여전히 안개속에 덮여 있다.
지난 일본 남.북알프스에서도 경험한 바 있지만 고도를 조금만 낮추면 날씨가 맑고 오르면 다시 흐려진다. 그래서 여름날씨는 높이에 따라 달라진다.
아쉬운 미련을 버리고 기분좋게 하산을 하였다. 음정마을에 도착하니 습도 높은 여름날씨가 땀을 흘리게 한다. 그냥 상경하기는 아쉽고 주변을 둘러 보니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지리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그곳에서 1박하기로 하고 약 1km를 걸어 들어가는데 Rv차들이 잘도 달려 들어 간다.
옆지기가 우리는 언제 차를 타고 들어가지? 하길레, 이렇게 걸어 가면 다리가 튼튼해 지는데 차 타는게 부럽나? 했더니 나이 오십에 걸어서 자연휴양림에 들어가 탠트치고 다니는 사람은 우리 뿐일 거다. 그런건 20~30년 전이나 변하는게 하나 없네 한다.
사실 그렇다. 결혼초나 지금이나 배낭을 메고 지리, 설악은 물론 해변이나 계곡에서도 탠트를 치고 살았다. 그게 한번도 변하지 않고 지금 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리산 자연휴양림은 콘도식과 산막 통나무식으로 잘 시설 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계곡가에 있는 데크에 탠트를 쳤다. 폭포의 물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올라 오면서 뜯은 호박잎을 쩌서 된장에 쌈을 사서 맛있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휴양림을 둘러 보았다.
오늘이라도 날씨가 좀 개였으면 했지만 날씨는 여전히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다.
우리는 우산을 쓰고 휴양림 이곳 저곳을 둘러 보는데 2박 3일의 지리산 종주산행은 끝이 나고 있지만 비는 여전히 줄기차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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