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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동계 지리 종주 1 본문

국내 산행/전라도

동계 지리 종주 1

산달림 2006. 12. 26. 15:30

 

 

 

12월 22일 동짓날 저녁 영등포역에서 구례구행 무궁화 열차를 기다렸다. 3일 황금연휴로 장기배낭을 맨 산꾼들의 모습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인다.

여수행 마지막 열차에는 대부분 지리산을 찾는 산꾼들이다. 지난 영남알프스에 이어 성탄3일을 지리산에서 보낼 것이다.


밤10시 50분 영등포역을 출발하여 구례구에는 새벽 3시 30분경에 도착한다. 싸늘한 밤바람이 지리산 아래 도착하였음을 실감한다.

산꾼들 틈에 구례구역을 빠져 나오자 택시들이 줄지어 있다. 당초에는 역전식당에서 이른 아침식사를 하고 화엄사에서 코재로 오르는 옛 지리종주코스를 계획하였는데 동절기에는 성삼재까지 노선버스가 운행이 되지 않고, 눈이 내리면 택시도 운행이 되지 않아 그렇게 계획을 하였는데 요즘 눈이 내리지 않아 택시는 운행이 된다고 한다.


택시기사가 익산에서 온 부부, 영등포 아줌마 그리고 나를 포함 4명으로 한차를 만들어 일인당 만원씩에 간다고 하여 그리하였다.

택시로 이동 중 영등포아줌마의 수다가 시작된다. "아저씨와 아들은 일본으로 여행을 갔는데 혼자 지리산 동계종주를 왔다고,"로 시작해서 끊임없는 아줌마의 수다가 시작되는데 겨우 지리산 종주 2번하고 한국의 산은 다 아는체하는 입담은 성삼재 도착하기 까지 이어진다.

잠이나 자게 조용히 두면 어디가 덧나나? “산행은 말로 하는게 아니고 두다리로 하는거라고” 한마디 거들까 하다가 기분 상하고 싶지 않아 꾹 참았다.


새벽 4시경 성삼재에 도착하니 지리산 밤바람이 차다. 높이에 걸맞게 눈이 내렸고 겨울산의 맛이 난다. 입장을 하려니 국립공원은 일출 2시간 전에는 야간산행을 할 수 없다하여 휴게실에서 기다리는데 택시를 이용한 등산객이 차고도 넘쳐 마당히 앉을 곳 조차도 없다. 이럴줄 알았다면 아침식사하고 느긋이 올라오는 건데....

5시에 문이 열리고 눈길을 걸어 노고단으로 향했다. 제법 내린 눈이 쌓여 겨울정취가 난다.

묵직한 배낭무게와 산행 시작엔 무게에 적응이 되지 않아 힘들게 걷는다.

코재에 올라서니 구례의 야경이 불야성이고 하늘에도 별들이 총총하다. 바람이 불지만 그리 강하게 불지 않아 파일만 입어도 그리 춥지는 않다.


노고단 대피소앞 취사장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하고 취사장에 들어서니 실내라 춥지 않다. 아침은 매식하고 점심때 먹으려고 싸온 주먹밥과 라면으로 아침식사를 하는데 꾸역꾸역 모여드는 산꾼으로 취사장도 만원이다. 식사후 얼른 챙겨서 노고단을 향해 출발했다.

늘 힘들게 오르는 계단이지만 속도를 조금 늦추니 편안히 노고단앞 돌탑에 섰다. 어두움으로 모두 검게 보이고 별과 야경만이 아름다움을 뽐낸다.


돼지령으로 걷는데 이구간은 바람도 없고 금방 식사를 하여 식곤증으로 졸린다. 요즘 늘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차에서 제데로 잠을 자지 못했더니 대책없이 졸린다.

자연히 페이스가 떨어지고 만사가 귀찮다. 그래서 돼지령에서 바람이 덜 부는 양지에서 배낭에 기대여 10여분 깜박 자고 나니 훨씬 기분이 좋다. 그사이 아침 일출이 떳다. 지리산의 일출은 좀체 보기 힘들지만 겨울철에는 비교적 볼 확률이 높다.


임걸령 샘물을 한잔 마시고 삼도봉으로 가는데 벌써 힘이 빠진 산꾼들의 쉬는 횟수가 늘어 간다. 전남, 전북, 경남이 만나는 삼도봉에서 가야 할 길 천왕봉을 바라보며 오늘 목표는 장터목으로 정했다. 바람이 있어 쉬지 못하고 바로 화계재로 향했다. 이구간은 목제 계단을 설치하였는데 계단은 높이가 이용자마다 체형이 달라 노약자나 어린이는 힘이 든다.

그래도 지리산은 지난 12월 17일경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어 겨울산 다운 정취를 풍겨준다.


성탄연휴를 맞이하여 도심의 들뜬 분위기를 멀리하고 산을 찾는 젊은이가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인 것 같다. 나 또한 가족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성탄의 들뜬 분위기 보다는 산의 포근함과 조용함이 더 좋아 산을 찾았다.

토끼봉에서 인절미와 밀감을 먹고 다시 힘을 보충한 후 출발했다. 혼자 산행을 하다보면 특히 겨울산은 배낭에 든걸 꺼내기 귀찮아 계속 산행을 하다보면 시장기를 느껴 겨우 먹게 되는데 시장기를 느낀 때는 늦으니 미리미리 먹어 체력을 보충해 두는게 체력소모가 많은 겨울산행의 요령인 듯 하다.


연하천산장에 도착니 아직 11시도 되지 않아 점심식사 시간으로는 조금 이른듯하여 햇반을 3,000원에 사고 간식만 먹고 벽소령에는 식수가 귀하다 는 산장지기의 말을 듣고 물 1.5L를 수통에 담고 양지받이로 정감이 가는 연하천산장을 출발하였다.


올해 지리산 날씨는 동계에 이렇게 포근한 적이 없었는데 준비해 온 방풍의는 배낭속에 꺼내지 못하고 파일 자켓만 입어도 오름에서는 땀이 난다. 동계지리에서 겪지 못하던 일이다.

벽소령산장을 지나 양지쪽에서 라면을 끓여 햇반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선비샘으로 향하는데 수면부족과 식곤증으로 마냥 졸린다. 그래서 속도는 나지 않고 힘만 든다.

좀 찬바람이라도 불어주면 좋으련만 봄날씨 같은 기온에 노곤하고 등산로의 눈마져 녹아 미끄럽기 조차한다.


항우장사도 들지 못한다는 눈거풀은 왜그리도 무거운지, 가끔 눈으로 세수를 하면서 선비샘까지 갔다. 전엔 이곳이 좋은 야영터 였건만 지리산에는 하부에만 야영장이 있고 산위에는 공식 야영장이 한곳도 없다.

그래서 전과 같은 낭만이 많이 줄어들고 오직 걷기 위해 지리산을 찾을 수 밖에 없다.


내가 처음 산을 접할 때는 지리종주만 해도 산을 잘 탄다고 했고 동계지리종주는 대학 산악부에서나 하는 것인데 이젠 장비의 발달과 등산로의 개설 등으로 지리종주는 누구나하고 이젠 태극종주가 대세가 되고 있다.


더 높은 곳을 오르고 더 긴거리를 지향하는 산악인의 몸짓은 그 누구도 막을 길없고  추구해 간다. 지금은 왠만한 산악회에서 무박 당일코스로 성삼재 ~ 대원사 코스를 산행한다.


덕평봉을 오르면서 이런생각 저런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멀리 높이 나는 새는 뼈마져도 가늘게 하고 마음 마져도 비운다고 했거늘 뭘 그리 비우지 못하고 상념에 잠기는지?


영신봉을 오르니 신라 화랑들이 훈련하던 세석평전이 펼쳐진다. 5월의 철쭉이 아름답고 또한 그 옛날은 이곳에서 탠트를 치고 야영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땐 나름데로 무척 낭만적이 었던 것 같다.

세석산장앞 샘터 샘터에서 저녁에 먹을 식수를 준비하니 마음이 여유롭다. 산에서 물만 해결되면 어디서든 탠트만 치면 하룻밤을 편히 넘길 수 있다.


세석산장에서 촛대봉 까지는 은근한 오르막으로 상당한 인내가 필요한 구간이다. 그간 복원사업으로 세석평전이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슬슬 야영지를 골라야 하는데 고민이 된다. 산장은 예약제로 운영되기에 예약도 하지 못했고 산장이란게 여러사람이 함께 이용하다 보니 소란하고 불편한 점이 많아 거의 이용을 않고 아직 까지 야영을 고집하는데 야영 장소가 마땅하지 않다.

마침 노고단쪽 석양의 노을이 곱다. 오늘은 일출과 석양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 보는 행운이 있다.


장터목에서 지척인 연화봉에서 능선을 따라 조금 내려 가다가 바람이 덜 부는 철쭉나무 사이 눈밭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대충 눈을 다지고 푹신한 눈위에 탠트를 쳤다. 다행히 바람이 없어 편히 쉴수 있겠다. 탠트 속으로 배낭채 밀어 넣고 탠트문을 닫으면 끝이고 늘 하루의 지친 몸은 이 탠트안이 유일한 휴식처고 에너지 재생 창고다.


우선 버너의 불을 피우면 금새 열기로 가득 찬다. 삽겹살을 굽고 준비해 온 홍주를 한모금 마시면 온몸으로 전율이 전해 온다.

몸을 녹이고 가스버너에 밥을 짓는다. 아무래도 밥은 뜸을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점심때 말썽을 부리던 콜맨 버너가 막힌게 뚫렸는지 화력이 좋다.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 단독산행에는 늘 예비로 버너를 챙긴다. 버너가 고장이면 산이 끝나고 위험해 진다.

오늘은 기차에서 잠도 제데로 자지 못했으니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겠다. 날씨가 포근해서 우모복은 입지 않았는데도 전혀 춥지 않다. 피곤은 불면증 환자에겐 더 없이 좋은 명약인데 왜 잠못들어 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홍주의 취기와 피곤의 앙상불로 금새 잠이 들었다.


또 다시 뜨는 아침

간밤에는 바람도 불지 않고 포근해 세상모르고 편히 잤다. 늘 동계탠트의 아침은 추위로 일어나기 싫은데 춥지 않으니 쉽게 침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간밤에 지어 놓은 3끼 밥으로 간단히 찌게만 끓이고 반찬을 꺼내 조촐한 아침식사를 끝냈다.

멀리서 산행중인 산꾼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오늘도 지리산 일출을 봤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일출은 요즘 같은 날씨에 자주 볼 수 있단다.


탠트를 철수하는데 외피 자락에는 기온차로 고드름이 주렁주렁 열렸다. 지리산의 밤은 아무리 포근해도 영하의 날씨고 내가 잔 자리만 눈이 녹아 움푹 파져 있다.

오늘은 늦장을 부려 8시에 출발이다. 또 하루가 시작이 된다. 내리막을 내려서면 장터목산장이고 아침식사를 하는 산꾼들도 있고 산장앞에 마치 침낭 성능시험을 하는 듯 은박매트를 깔고 빨래판 매트위에 침낭을 깔고 비박을 하고 있다. 이런 날씨에 바람도 적게 부니 비박을 해도 무리는 없겠다.


제석봉을 오르는데 아침에 빈몸으로 천왕봉 일출을 보고 돌아오는 산꾼들의 틈 사이로 천왕봉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성탄절을 산에서 보내려는 젊은이가 많이 눈에 띄인다. 제석봉의 고사목 지대를 통과하고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을 지나 1,195m 천왕봉에 섰다.

늘 이곳은 사람으로 붐비는데 이른 시간 탓에 한가하다. 걸어온 길 노고단이 아스라이 멀리도 보이고 그 앞에 반야봉이 있고 반ㄴ대로 보면 가야 할 길 웅석봉도 멀리만 보인다.

이제 중봉으로 향한다.

다들 중산리로 하산을 하여 혼자 걸었다. 깊고도 긴 칠선계곡도 흰눈에 덮여 겨울잠을 자고 있다. 중봉에는 아가씨 두명이 치밭목에서 자고 아침 일찍 올라 왔다고 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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