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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남해 보물섬 100마일 울트라 마라톤 본문

국내 마라톤/울트라마라톤

남해 보물섬 100마일 울트라 마라톤

산달림 2007. 4. 11. 18:00

100마일, 160km 남해마라톤 1위

 

 

 

보물섬 남해 100마일(160km) 울트라마라톤 코스도 

 

 

3월 18일 서울국제마라톤후 다음대회를 생각하던 중 봄철 해풍을 타고 오는 봄을 맞으러 남해보물섬 100마일런도 흥미있을 것 같아 대회 출전신청을 느지막히 했다.

그때부터 남해지도와 고저도를 보면서 달리는 코스를 기억해 두려고 자주 들여다 보곤했다.


대회전날 느지막한 시간에 남해로 향하는데 광주에 계시는 고화중님을 버스안에서 만났다. 그분도 직장일로 아침에 서울에 올라와 업무를 끝내고 지금 남해로 가신다고 한다. 남들은  시간이 철철 넘쳐서 울트라마라톤을 즐기는 것 같지만 시간을 쪼게고 또 쪼게어 누가 시켜도 하지 않을 그 고통스러운 일(?)을 기를 쓰고 하려고 한다.

거리나 짧나? 그것도 장장 100마일이면 160km이고 리수로 환산을 하면 400리가 된다.


밤 11시경 남해스포츠센타에 도착해 서둘러 내일 아침 입을 복장을 챙기고 100km지점에 보낼 물품을 분류하고 이내 잠을 청했지만 내려오는 버스에서 잠시 졸았더니 쉽게 잠은 오지 않는다. 그래도 눈을 감고만 있어도 피로가 덜하니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 본다. 그래도 잠은 잤나 보다.


아침 6시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가니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된장국으로 식사를 하고 복장을 갖추고 출발 30분전에 호텔앞 출발지로 나갔다.

오늘 복장은 아침을 쌀쌀해도 한낮으로 가면서 기온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여 반타이즈에 런닝셔츠를 입고 배낭은 매어야 한다는 의무규정은 없어도 필요시 늘 급수를 하기 위하여 배낭을 챙겨 매었다.


간단한 식전행사가 있고 정각 8시에 일제히 출발했다. 오늘 목표는 우선 매 10km를 50분에 뛰어 100km는 8시간 30분에 도착하여 후반에 체력이 저하되면 Under 16으로 계획하고 후반 체력이 살아나면 Under 15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스포츠센타를 돌아 나오자 마자 오름이 기다린다. 심호흡을 하며 차분히 달리는데 바로 뒤에 전성하님과 권자현님이 뒤를 따른다. 출발부터 앞에는 경찰차가 선두를 인도해 주어 낯설은 남해 땅을 적응하는데 도움이 된다.

10km를 예상보다 빠른 48분에 통과하여 달려가는데 맑은 공기와 남해의 명물 마늘밭이 줄지어 나타나고 강낭콩과 간간히 나타나는 유채꽃의 진한 향내는 쪽빛 남해 바다와 대조를 이루어 자연이 내려준 선물을 혼자 다 받은 느낌이다.


20km를 지나면서 뒤에 오던 두분은 쉬는 시간이 길어 조금 거리가 벌어지면서 독주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선두 인도 차량도 그곳이 끝인 듯 잘 뛰라는 인사를 남기고 돌아갔다.

조금은 늦은 벚꽃의 향연이 있는 도로를 달리는 것도 축복이란 생각이 들게 했다.


10시가 넘어서자 온도가 높아져 조금은 덥다는 느낌이 들지만 런닝셔츠라 산들거리며 불어주는 봄바람이 촉촉이 베어 나오는 땀을 식혀 준다.

매10km 마다 50분 정도의 속도도 지켜지고 모든게 순조롭다. 금산등산로 입구에 있는 첫CP1에서 제공하는 호박죽을 그릇에 담아 천천히 걷듯 뛰듯 하면서 먹고 내리막길을 총총히 달려 내려 갔다.

결혼초에 한번 들린적이 있는 상주해수욕장이 해안가로 펼쳐지고 혼자 달리기를 즐기고 있다. 차량이 진행도 뜸하고 달리기하기 딱 좋은 조건이다.

늘 바다를 보면 가슴이 넓어지고 마음에 평온이 온다. 송정해수욕장을 지나 미조면으로 가는 길은 더욱 한적하였다.


50km를 지나자 2km정도의 비포장도로를 지나 창선교로 향하는데 늘 오른쪽에 펼쳐지는 바다풍경은 힘을 보태준다. 해안관광도로를 따라 북상을 하는데 선두와 후미의 차이가 커 급수대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주는것 같아 괜스레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가끔 지나가는 하이킹 행렬이 힘!!을 싣어 준다. 60km를 지나고 70km에는 급수대를 운영한다고 하더니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았는지 그냥 통과하고 나니 기다리던 급수에 대한 갈증이 있어 가게를 지나면서 콜라를 한병 사서 마시니 다시 힘이 솟는다.


73km 제2CP에서는 100Km 까지는 무휴식으로 달리기로 했기에 떡만 한개 받아들고 창선교를 건너면서 먹는데 입속에 침이 말라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아 한참을 씹다가 물과 함께 삼켜서 먹었다. 창선도는 섬 답지 않게 오름내림이 적고 육지 같이 평지가 이어진다. 하지만 차량의 속도도 높아 가장자리로 조심스럽게 달려야 했다.


80km 표시는 열심히 찾았는데 보지 못하고 이제 서서히 피로가 누적이 되어 오는 것 같다.  창선.삼천포대교앞에서 다시 남쪽으로 향하는데 급수대가 급조가 된다. 바나나 한개와 물1병을 챙겨 조용해진 1024도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도로가 무척 한가하다.


95km를 지나면서 갈증이 심해 시골구멍가게에 가니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쥬스가 있기에 그걸 사서 한모금 마셨는데 갑자기 구토증상이 온다.

그게 역삼투압 현상으로 탈진상태에서 수분섭취시 옅게 해서 먹어야 하는데 갑자기 진한걸 먹게 되니 구토증상이 온다. 그때부터 컨디션이 엉망이 되고 고행이 시작된다. 갑자기 뚝 떨어진 속도로 8시간 30분까지 100km 돌파는 불가능해지니 마음도 약해진다.

그때부터 쥬스도 버리고 어무것도 마시지 않고 100.7km Cp3만 생각하며 느려진 발길을 옮겼다. 멀리 창선교가 보이면서 힘이 다시 살아난다. 희망의 끈이 보이면 없던 힘도 다시 솟아나나 보다.


Cp3에 계시는 많은 분의 박수를 받으며 8시간 48분만에 도착하여 우선 아무 생각없이 밥을 국에 말아 먹었다. 밥맛은 없었지만 먹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우겨 넣었다.

조금전 고통을 생각하면 100km만 뛰고 포기 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새 밤을 위해 랜턴과 깜박이를 챙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부산에 계신 울트라칸님이 국밥도 챙겨 주고 물주머니 포카리스웨도 챙겨주었는데

이렇게 출발할거면 좀 빨리 챙길걸 하는 생각이든다.


근 30여분을 허비하고 아직은 오후 햇살이 눈부실 때 남은 60km를 달리기 위해 혼자 출발을 했다. 바닷가로 난 해안도를 따라 달리는데 고즈넉한 시골들판을 달리는 맛은 도심에서 맛볼 수 없는 신선함이 있었다.

복장은 런닝셔츠 안으로 반팔티셔츠를 받쳐 입었더니 달리기 적당히 보온이 되어 달리기 좋다.

해안도로는 차량의 통행이 뜸해서 달리기 좋은 도로였다. 하지만 촌로의 눈엔 석양에 나타난 달림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눈치다.


남해대교 까지 거리가 어떻게 되는냐고 하니 그냥 멀다고만 한다. 긴 해안도로가 끝나고 잠시 77번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오르쪽으로 꺽어지면서 깜박이 불이 보인다.

그곳이 122.2km 지점으로 마지막 Cp4다. Cp3에서 먹었던 국밥을 다시 주는데 영 입맛이 없어 몇숟갈 뜨다가 그만두고 다시 달렸다.

이젠 완전히 어두워 깜깜한 시골길을 달렸다. 언젠가는 나타날 남해대교만 생각하고 달리는데 시장기를 느껴 다시 콜라를 한병 사서 마셨다. 물은 맛없고 칼로리가 없어 당분이라도 섭취하려면 콜라가 입에 맞았다.


130km 지점쯤 되는데 도로가에 물 몇박스와 바나나, 초코파이가 보였지만 먹고 싶은 마음이 없어 그냥 지나쳤다. 어두운 밤길 벚꽃터널도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 않고 오직 빨리 이 게임을 끝내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리 먹지 않았는데도 어디서 힘이 나오는지 오르막도 그리 느리지 않게  달릴 수 있었고 내리막도 빨리 달릴 수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남해대교가 보이니 힘이 절로 솟는다. 분잡한 남해대교전 횟집을 빠르게 지나니 50km 반환점 표시가 보이니 남은 거리가 25km 란 결론이다.

122km 이후에는 거리표시가 제데로 되어 있지 않아 레이스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나중에는 짜증이나 시간 계측도 포기했다.  점점 지쳐가는 육신을 다둑이며 달리고 달려도 잔여거리는 그리 쉽게 줄어들질 않는다.


배낭물주머니에 든 포카리스웨트도 먹고 싶지 않고 파워겔은 더더욱 먹기가 싫었다. 가게가 나타나면 콜라를 마시고 힘을 보충했다.

밤 10시가 지나자 시골마을은 한밤중인양  간혹 개짖는 소리만 있지 인기척라고는 없다.

어느 불켜진 식당이 있어 요기라도 할 요량으로 찾았더니 유리문이 닫혀 열리지 않고 주인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150km 이후는 가게도 보이지 않아 물주머니에 든 포카리스웨을 조금씩 빨아 먹으며 달렸다. 가로등은 기대 할 수 없었고 바다건너 광양에 불빛만 훤히 비쳐 온다.


남은 거리를 대중 할수 없어 마냥 갑갑한데 언젠가는 남해스포츠센터가 나오리란 희망을 안고 그래도 Under 16은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쫓기듯이 갈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남상리가 나온다. 오래전에 누님이 이곳 교회에 살적에 다녀 간 기억이 있어 서상이 가깝다는 걸 생각하곤 Under 16을 목표로 남은거리에 힘을 실었다.

목표가 있으면 힘이 어디서 생긴다. 서상 5km 표지판을 보고 남은 거리를 1km당 6분 페이스로 달려도 가능한 시간이었다.


Under 15는 하지 못하더라고 Under 16에 만족해하며 달리는데 아직은 달빛하나 없다.

춤추듯 일렁이는 랜턴 빛에 의지하여 달리니 서상이다. 그리고 남해 스포츠센터도 보인다.


구불구불한 스포츠센타 진입로를 찾아 나가니 멀리 결승선이 보이고 분주한 손놀림이다.

결승테이프가 쳐지고 있다. 400리 길의 종착을 빨리 맞이하고 싶어 더 속도를 높여 아치를 통과하니 15:56:14다.

목표한 Under 16에 만족을 하며 남해 보물섬마라톤의 또 하나 이벤트는 손도장을 찍고 본인 기록을 자필로 적고 서명을 했다.

 

    戰方急 愼勿言我死 儀式

 

이 의식은 이순신장군의 노량해전 승리를 기념하며, 그 유적지를 돌아보고 장군의 정신을 계승하는 남해보물섬 울트라마라톤 대회의 취지로


戰方急 愼勿言我死 (전방은 전쟁이라 급하니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

골인점에서 戰方急 愼勿言我死 마지막 글자위에 자신의 손도장을 찍음으로써 선조님들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라고 한다.

 

그리고 완주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침 8시에 출발하여 그래도 날을 넘기지 않고 다시 이곳에 섰다. 남해의 풍광에 젖어 온종일 원없이 한없이 해안가를 달린 그런 하루였다.


그런데 달린지 몇일 되지 않아 벌써 그 고통을 잊고 또 다음 대회를 생각하니 마라톤에 중독이 되어도 단단히 중독이 되었나 보다.

 

대회 출발지이자 결승선인 스포츠 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