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영동 곳감울트라마라톤에서 세월의 흐름을 생각 본문
영동군 마스코트
영동하면 생각나는 감
가로수도 감나무가 심어져 있음.
울트라마라톤도 영동군 축제의 하나이지만 여기는 각설이타령
영동 와인 시음장
대회장으로 향하는 울트라런너들
101km 구간도
101km 위성도 : 도마령 정상을 넘어야 함
제5회 영동 울트라마라톤 출발 및 도착지
출발전 몸풀기 스트레칭
101km 출발은 트렉을 돌아 출발
트렉을 벗어나는 달림이들
이제 출발!
1cp로 가는 길 동반주
중앙의 푸른색 옷을 입은 분은 송탄에서 오신 분
늘 출발은 여우롭지만 후반은 진한 고통이 찾아옴
올해 마지막 100km 울트라대회인 영동곳감대회를 신청하였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준비하지 않는다. 대충 잘 되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지난번도 완주했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달리면 되겠지란 안일한 생각.
그러나 나이는 자꾸 늘어만 가는데 마음이야 늙지 않고 젊은것 같은데 육신은 하루 하루 나이를 먹어 노화되어 간다.
첫째 예전과 달라진 점은 운동후 피로 회복속도가 현저히 늦어진다는 점.
전엔 하룻밤만 자고 나면 거뜬히 피로회복이 되고 다음날 운동을 하여도 피곤을 느끼지 못하였는데 최근에는 좀 강한 운동을 한 다음날은 피곤하여 만사가 귀찮아 진다. 그게 나이든 증거가 아닐까?
영동대회 전주인 10월의 3일 연휴기간에 하루는 암벽, 하루는 포천 관인봉 등산 및 오토캠핑 다음날 명성산 억새산행을 하였더니 무척 피곤하더니 입술이 물집이 잡힌다. 그래서 대회가 있는 주는 운동보다 휴식이 필요한데 무리해서 10 ~ 12km 아침 지속주를 했더니 더욱 몸이 무겁다.
잘 되겠지란 생각을 하면서 영동을 가기위해 영등포역 플렛홈으로 나갔더니, 역시나 영동대회에 참가하는 울트라전사들이 눈에 많이 띄인다. 오랫만에 부상에서 회복한 서경석님도 만났는데 올들어 첫 울트라마라톤 출전이라 하신다.
영동가는 무궁화 열차는 오랫만에 타보니 감회가 새롭다. 교통체증없이 시원스레 달리는게 좋고 옛추억이 생각나고 마치 고향가는 길가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피곤해 연신 눈커풀이 내려와 잠을 청한다.
점심시간을 어정쩡 넘긴 13:40분경 잘먹어야 잘 뛴다는 나의 철학(?)으로 늦은 점심식사는 든든한 보신탕으로 해결하고 걸어서 영동군민운동장으로 가는데 영동은 지금 축제기간이다. 영동하면 생각나는 감 그리고 포도가 떠오른다.
가로수로 심은 감나무에는 주황색 감이 익어 가고 있고 둔치에는 축제로 하얀 천막이 즐비하다. 다리를 건너니 포도로 제조한 와인시음장이 있다. 대회출만 없다면 몇잔의 와인맛을 즐겼겠지만 몇시간 후 출발을 생각하면 마시기 어렵다.
넉넉한 시간에 천천히 복장을 챙기는데 전국에서 온 달림이 450여명과 가족들과 합하니 제법 대회다운 모습이다. 일교차가 심하여 복장이 고민스럽긴 한데 낮에는 덥고 한밤중 도마령을 넘으려면 춥다는 이야기는 들은지라 롱타이즈에 긴팔을 선택하였다. 일몰때 까지는 다소 덥더라도 밤에 저체온증이 더 무서울것 같았다.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어 갈때인 16:00 450여명의 울트라 전사들은 영동군민운동장을 출발하여 다시 돌아 오는 101km 의 길을 나섰다.
0 ~ 10km(48:37)
초반 페이스는 가능하면 천천히 출발하여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서도 본능적인 경쟁심의 유발로 빠르게 진행된다. 늘 초반의 오버페이스가 후반에 혹독한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걸 알면서도 잘 통제가 되지 않는다. 잘 되겠지. 잘 버티어 줄거야. 란 생각으로 스스로에 최면을 걸어 주고 달린다.
4번 국도를 따라 북으로 진행하는 길은 영동을 벗어나자 시원한 가을 들판이 반겨 준다. 아직은 해가 지지 않아 덥고 연신 땀이 흘러 장갑으로 닦으면서 달린다. km당 5분주를 계획했는데 좀 빨리 통과한것 같다.
10 ~ 20km(51:20)
마곡삼거리에서 4번 국도를 버리고 2차선 지방도로 접어드니 이제 차량도 없어 느긋한 달리기를 한다.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달려 가는 길은 작은 강을 따라 이어진다.
곧이어 나타나는 제1cp 방울토마도와 생수가 있어 한웅큼 집어 들고 생수를 챙겨 출발, 함께 한던 2분은 쉬기에 혼자 출발. 이제 서산으로 해가 많이 기울어 졌다. 죽청교를 건너면서 왼쪽으로 돌아 보니 줄줄이 풍선의 행열도 보이고 주자들이 달려 온다. 이제 대충 주로가 정리된듯 하다.
20 ~ 30km(53:40)
자꾸만 km당 속도가 떨어진다. 몸도 그리 가볍게 느껴지진 않고....22.7km에 있는 2cp에서 쵸코파이 1개는 물고 1개는 허리춤에 넣어 달리면서 먹었다. 자꾸만 속이 허해 짐을 느껴 먹는것이 나타나면 최대한 먹어 준다.
전년도 순위에 든 박**님이 풍선을 두개나 달고 추월해 간다. 발걸음에 힘이 느껴진다. 곧이어 문경 철인 김**님이 추월해 온다. 몇년전 강화햄울트라에서 함께 달려 본적이 있는데 금새 알아 본다. 함께 세상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달리니 지루하지 않고 좋다.
이런게 울트라마라톤의 진수가 아닐까? 그런데 힘이 든다고 페이스를 늦추며 먼저 가라고 한다. 빠른건가? 그래도 몸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아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달렸 3cp로 향하였다.
30 ~ 40km(1:03:20)
31.7km 삼이원 식품앞에 있는 3cp에서 고구마를 1개를 먹고 1개는 들고 가는데 고구마를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생목가린다고 하시면서 조심하라고 하신다. 후반을 위하여 1개는 들고 달렸는데 결국 4cp까지 쥐고 달렸는데 먹지는 못해다. 고구마는 먹을때 목이 막혀 물과 김치 등과 함께 먹지 않으면 목에서 넘어 가지 않는다.
해발 380m 도덕재를 달려서 올라가는데 먼저간 애주가클럽의 권**님이 걷고 있다. 초반에 오버페이스 한것같다면서 쉬는 중이란다. 천천히 달려 올라가니 금새 따라 붙는다.
함께 도덕재를 넘어 내리막을 달려 내려가는데 좀 천천히 달렸으면 하는데 가속이 붙으니 속도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좀 천천히 가도 되는데 조금 빠른 느낌이지만 자계삼거리 4cp에 도착을 하니 마을주민이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온동네 아이들까지 환영을 해 주어 마치 축제같은 기분이 든다. 인절미를 종이컵에 담고 생수를 한병 챙겨 바로 출발하였다.
40 ~ 50km(1:02:52)
이제 486m 용화재를 넘어야 한다. 권**님과 페이스를 맞추어 달리니니 지루함을 모르고 달렸다. 하지만 서서히 체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함께 동반주를 하고 있기에 속도를 늦추기가 쉽지 않다. 가는데 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달려 본다. 긴 용화재를 잘 넘어 내려오니 용화삼거리가 나온다. 이제 길은 왼쪽으로 이어진다. 3.4km를 더 달려 절반인 50km를 통과하였다. 여기까지 4시간 39분 33초를 달렸다.
50 ~ 60km(1:54:48)
50km를 넘어서자 시장기를 느끼며 피로가 오는것 같다. 이제 주로는 조금씩 오르막을 올라 간다. 민주지산 휴양림앞만 지나면 54.4km지점에 식사를 제공하는 cp가 있다는게 지금 나에겐 가장 기다려 지는 곳이다.
용화면사무소를 지나 민주지산휴양림 입구에 오니 체력이 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걸어본다. 편하다. 근데 괜시리 걷는다는게 마음이 불편하다. 뛰어 볼까? 500m정도를 달려 보다가 다시 걷는다. 보름으로 가는 달은 대낮 같이 밝혀 주어 랜턴이 필요없을 정도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니 저 앞에서 붉은 불빛이 깜박거리는 것을 보니 5cp인것 같다. 사막의 오아시스가 따로 없다. 이곳이 오아시스다.
먼저 도착한 2분이 식사를 하고 있고 아직은 cp가 조용하다. 미역국을 받아 들고 입에 넣어 보니 배는 고픈데도 영 식욕이 없다. 체력이 너무 소진되면 밥맛이 없듯 지금이 그런 현상이다. 막걸리도 있어 종이컵에 한잔을 부어 마시니 쉽게 잘도 넘어간다.
그리고 미역국을 억지로라도 퍼 넣어야 도마령을 넘을 것 같아 일단 목을 넘겼다. 속이 울렁거리는게 영 거북하다. 먼저 도착한 분들은 모두 떠나고 나보다 늦게 도착한 분도 떠났다. 이제 나도 출발하려고 일어서려는데 확 ~ 하고 올라온다. 3 ~ 4차례에 걸쳐 다 토하고 나니 속은 시원한데 힘이 없어 도저히 도마령을 넘을 자신이 없어 다시 미역국을 청해 조금씩 천천히 넘겼다.
그리고 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 미역국을 들고 걸어 올라가며 남은 미역국을 다 먹었다. 그런데 잠시후 다시 속이 부글부글 끓더니 도로 가장자리에서 다 토하고 말았다. 기운이 쪽 빠지는 듯하다.
이제 속이 진정되길 기다리면서 도마령까지 걸어서 올라가기로 한다. 그런데 달리다가 걸으니 어찌나 잠이 오는지 눈꺼풀은 무겁고 다리는 풀리니 술취한 사람처럼 이리저리 비틀거린다.
도마령을 오를때 까지 잠에 취해 비몽사몽간에 올랐지만 추월해 가는분도 없었다. 도마령에 올라서니 커피, 콜라가 있다고 한다. 졸려 죽겠다고 하니 여성자원봉사자가 "노래를 불러 드릴까요?" 한다.
천막안에 좀 누웠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차량으로 가서 매트를 한장 깔아준다. 막상 누워 잠을 청해 보니 눈만 말똥말똥하고 잠이 오질 않는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얻어 마시고 도마령을 출발하였다.
도마령 내리막을 풀린 다리로 달려 내려오니 속도는 나지 않고 길고긴 내리막만 이어지는데 추월했던 김**님이 다시 추월해 간다. 긴고 긴 밤길을 느리게 달려가는데 먹은게 없으니 점점 발걸음은 무거워 진다.
60 ~ 70km(2:03:04)
60km지점을 통과하니 이제 달리는 것도 힘이든다. 몸이 좀 회복되기를 기다려 보지만 좋아질 기미가 없다.
배낭에는 먹을 것이 있지만 먹기가 싫다. 간혹 호스로 물만 마시면서 달리다 걷다를 반복하는데 리베로님이 " 이건 오버하는것 아닌지 모르겠다." 하며 횡하니 어두움속으로 사라진다. 렌턴의 불빛도 눈에 부시는것 같아 꺼버리고 달리다가 힘이들면 걷다를 반복했다.
김*영님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하며 걷고 있다. 조심해서 천천히 오라고 하고 달리다 걷다를 반복하는데 달리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걷는 시간은 늘어 난다.
65km에 이벤트 cp가 있어 뭘 좀 먹고 달려 보려고 하는데 따듯한 허브차가 있어 속이나 달래 보려고 천천히 허브차를 2잔 마셨더니 1분도 지나지 않아 속이 울렁거려 Cp 뒷쪽으로 가서 모두 토해 버렸다.
비스켓이니 몇가지 먹거리거 보였지만 속에서 받아 주질 않는다. 하는 수 없이 힘든 발길을 돌린다.
조금 달려 가다가 걷다가 하고 있으니 서*석님이 달려 간다. " 수고하십시요." 했더니 손을 흔들고 지나간다. 어두운 밤이라도 달리는 모습이 특이해 금방 알수 있었고 이내 70km를 통과하였다.
70 ~ 75km (?)
도마령은 다 내려 온것 같고 올봄에 민주지산을 오기위해 물한리를 들린 적이 있는데 그 삼거리가 가까워 지는 듯하다. 700m 정도 달리고 300m걷고를 반복하는데 힘은 점점 떨어지자 "이렇게라도 달려야하는가?" 라는 회의도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달린다.
그렇게 달려 어느덧 75km지점에 있는 7cp에 도착을 하였다. 이곳은 컵라면을 제공해 주는데 그렇게 맛있게 먹던 컵라면도 냄새가 역겹다. 먼저 도착한 서*석님은 라면을 다 비우고 출발하면서 이제 26km만 남았으니 천천히 완주만 하라고 한다.
"완주, 뭔 의미가 있나?" "이렇게 달리다가 걷다가 하는게?" 라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다. 계속 쉬고 있으니 속속 주자들이 들어 온다. 울산에서 온 이*식님이 "형님 여기서 뭐하십니까?" 한다. "속이 말이 아니다."
그리고 천천히 오라는 말을 남기고 어두움속으로 살아진다. 계속 움직이지 않으니 몸도 으슬으슬 추워온다. "나 집에 갈래" 란 생갹이 미친다. 마침 승용차 한대가 도착하는데 친구 응원차 왔다가 영동으로 간다고 하길레 동승을 부탁하니 태워 주신단다.
7cp에 자봉하고 계시는 분께 포기를 선언하고 배번을 땐후 승용차에 올랐다. 그리고 밤길을 달려 어제 출발한 영동운동장에 돌아 오니 더욱 으슬으슬 춥기만하다.
보관한 짐을 찾으러 가니 지난 622k와 한반도 횡단을 한 조**의 배번도 눈이 띄인다. 옷을 갈아 입고 영동역에 도착을 하니 1시 15분차는 금방 떠났고 2시 기차가 있다.
의자에 기대어 시간을 보내다가 2시01분 기차로 상경하며 2011년 영동곳감울트라 마라톤여행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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