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2011년 가산 팔공산 송년산행 본문
한해가 다가는 12월의 송년산행이다. 올해 산행지는 대구의 가산과 팔공산 종주산행이다. 단촐하게 산다니, 노고단, 산조아와 4명이 21:30 경부선 서대구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었다. 야외 활동은 늘 일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이번에도 비 소식 있다. 차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오늘밤에만 내리고 내일은 걷히길 기대해 본다.
그래도 마음 편한 산조아는 출발하자 말자 세상 편하게 코를 드르렁 골면서 잠을 잘도 잔다.
새벽 1시경 서대구역에 도착하니 비가 촉촉이 내린다. 대합실에서 배낭 위쪽으로 탠트를 정리하여 비를 적게 맞고 탠트를 칠수 있도록 준비하고 택시로 이번 산행의 출발지인 소야고개로 향하면서 칠곡에서 생수 2L 3병을 구입하였다.
비 내리는 소야고개에 도착을 하여 초입을 찾는데 팔공황학기맥의 진행방향은 철조망이 버티고 있다. 철조망이 끝나는 지점의 콘크리트벽을 오르는데 장기배낭의 무게로 제대로 한번 용을 써야 했다.
추적이는 빗속에 길도 없는 잡목사이로 오르는데 곤혹스럽기 그지없고, 렌턴 불빛으로 흐릿한 길을 찾기가 수월하지 않다. 절로 욕이 나오는 걸 참으면서 능선에 오르니 묘지가 나오니 좀 수월해 진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더 이상 진행해 봐도 소득일 없을 것 같아 펑퍼짐한 공간에 그냥 탠트를 치는데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그래도 탠트를 치고 나니 한결 여유로워서 탠트안에 4명이 모여 산다니가 준비한 안동소주로 술잔을 나누었다. 역시 도시에서 마시던 값비싼 술보다 산에서 마시는 술맛이 좋아 바닥을 보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6시 30분경 빗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 잠결에 빗줄기가 강하게 들리곤 했는데 비는 많이 약해 졌지만 여전히 비는 내리고 2인용 탠트에 장기배낭을 들려 놓으니 밥을 지을 공간이 없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해야 하는 밥짓기가 힘들다.
그래도 그간 산행 내공으로 비를 맞으면서도 밥을 태우지 않고 밥을 짓고 찌게는 산조아가 준비한 사골우거지는 새로운 아이디어인데 집에서 사골우거지국을 끓여 소형 지퍼백에 넣어 냉동고에서 얼린것을 가지고 와 그냥 해동하여 끓이면 훌륭한 사골우거지국이 되었다.
도시 출근길에는 아침밥을 제대로 먹지 않지만 오늘 산행을 위해서 그 많던 코펠밥통의 밥이 바닥이 보일 때 까지 먹는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였다.
빗속에 탠트를 철수하는데 탠트가 다 젖어 비닐봉지에 대충 챙겨 넣고 8시 30분에 출발하였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오르면 철탑을 지나고 오계산을 오르는데 오계는 낮닭의 의미가 있는 작은 봉우리다.
오계산을 지나면 가팔환초 산행리본이 자주 보이는데 이는 대구의 산객들이 즐겨 하는 가산 ~ 팔공산 ~ 환성산 ~ 초례봉을 잇는 산객들의 종주코스다.
지난 대만 옥산에 우중산행에 우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여 개떨 듯 떤 노고단과 산조아는 우의를 단단히 챙겼다. 늘 한번 당해 봐야 잘 준비하는게 인간의 습성이지만 다시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 하는가?
소야재에서 계속 고도를 높여 가산산성 서문에 도착하니 10:40으로 장기배낭의 무게와 내리는 비로 인해 2시간 10분이 소요되었다.
이제 고도를 높였으니 고즈넉한 가산산성 안을 걸어 가는데 편안한 길이라 이런 길은 하루종일도 걷겠다는 노고단의 말이다.
중문을 지나 동문으로 향하는 길에 처음으로 산객을 만났다. 카메라를 둘러 메고 온 차림새를 보니 사진을 찍으러 온 것 같다.
우리는 가산산성 성곽을 따라 할아버지할머니바위를 지나 치키봉에 도착하니 12시 10분이다. 1시간 정도면 한티재에 도착을 할수 있지만 무겁게 메고온 식수도 있어 바람이 불지 않는 안부에 주봉식 식사를 하였다.
주봉식 식사는 라면을 끓이고 끓는 동안 오리고기를 구워 먹는데 그때는 소주도 곁들인다. 근데 문제는 노고단이 잔머리 굴린다고 코펠을 가지고 오면서 불판을 빼고 왔다. 점점 늘어나는 나이에 반비례하여 무었 하나라도 빼고 싶은 마음에 뺀건데 고기는 어떻게 구워 먹냐고?
다행히 산조아가 가지고 온 훈제오리고기가 있어 코펠에 구워도 오리기름으로 눗지 않고 잘 구워져 맛있는 오리와 소주 그리고 라면으로 든든한 점심식사를 하였다.
오랜만에 메어보는 장기배낭이라 어깨도 아프고 다리도 뻐근하지만 다행히 비가 그치고 안개만 짙게 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고 한티재에 도착을 하여 휴게소에서 동동주와 어묵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젖은 옷을 말린 후 파계재로 출발을 하였다.
이제 고저차도 크지 않아 제법 속도도 나고 걸을 만하지만 북풍이 조금 매섭게 분다. 15:10에 파계재에 도착하여 사진만 남기고 파계봉으로 다시 고도를 높여 가는데 짙은 안개로 시야가 가려 내고향 한밤의 풍광을 볼 수 없는게 아쉽기만 하다.
오늘 목표는 서봉까지 인데 그간 산 아래는 비가 내릴적에 여기는 눈이 내려 길도 조금은 미끄럽다. 파계봉에는 16시경에 도착하였는데 짙은 안개로 일찍 일몰시간이 찾아 올 것 같다.
지난번 야영한 헬기장을 지나서 서봉으로 향하는데 이 구간이 톱날능선으로 바윗길로 진행속도가 늦어지는데 내일 산행거리가 짧아 무리하지 않고 능선 안부에 하룻밤을 보내려고 탠트를 쳤다.
워낙 공간이 좁아 두 탠트를 거의 붙이다시피 탠트를 치고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한다. 밤 시간이 많이 길어 저녁 식사후 삽겹살이 아닌 목살과 불판 가지고 오지 않은 죄(?)로 노고단이 밥공기에 한점씩 굽는데 목살이라 비게가 없어 연신 달리 붙는다.
예전 오봉 야바위 때 코펠이 없어 밥공기에 라면을 끓여 먹던 때를 이야기하며 산조아가 가지고 온 백포도주와 담근술, 그리고 한티재에서 구입한 참소주 2병을 비울 때 까지 산 이야기는 그칠 줄 모른다.
늘 잠에는 대가인 산조아, 노고단이 선수를 치는 바람에 산다니는 졸 틈이 없이 술을 다 비우고 2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탠트 위로는 겨울바람이 거세게 불지만 탠트안은 안방같이 포근하기만 하다. 겨울산의 탠트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이 휴식의 공간이다.
산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산사람에 취해 포근한 오리털 침낭안에 들어가니 절로 잠이 솟아 진다. 하루종인 고된 산행을 하고 나면 불면증은 먼 딴나라의 이야기가 된다.
오랜만에 산중에서 숙면을 하였는데 산조아는 얇은 침낭을 가지고와 추웠다는데 거기다 3인용 탠트에 2인이 이용을 하니 공간이 넓어 더 추웠나 보다.
조금 무겁더라도 동계침낭을 가지고 왔으면 편안한 잠을 잘수 있는데 늘 배낭을 꾸릴 때 무게에 대하여 자유로울 수가 없나 보다. 하지만 뺄걸 빼야지 없으면 안되는 필수장비는 꼭 챙겨 와야 한다.
아침밥은 탠트안에 여유공간이 있어 탠트 안에서 밥을 지었는데 불 조절을 잘 하였더니 먹음직스러운 밥이 지어졌다. 산행만 신경을 쓸게 아니라 산행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에 대하여도 만능이 되어야 진정한 산악인이 되는 것 아닐까?
공간이 좁어 탠트 2동을 붙여 쳤더니 탠트간 이동은 참 편리하다. 간밤에 기온이 많이 떨어졌는지 밖에 둔 등산화는 동태같이 꽁꽁 얼었고 탠트도 성애가 하얗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8시 30분에 출발하였다. 밤사이 새하얗게 변한 팔공의 산들이 은세계를 연출한다. 눈꽃이 곱게 핀 설화는 겨울산의 진풍경이다.
능선 북쪽에는 설화가 곱게 폈는데 남쪽은 늦가을 모습이 그대로라 꼭 머리를 반만 깍은 그런 모습이다.
30여분을 걸어 서봉(1,150m)에 도착하니 손에 잡힐 듯 비로봉이 가까웠지만 그곳은 통신중계소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고 저만치서 동봉이 어서오라고 손짓을 하고 팔공산 절벽 아래 오도암의 모습도 정겹다.
미끄러운 눈길을 조심조심 너덜지대를 통과하고 석조여래좌상앞을 지나 꽁꽁언 계단을 오르니 동봉(1,187m)이다.
간밤의 눈소식에 대구의 산객들이 설화를 보려고 빨리도 올라 왔다. 설화가 더욱 곱게 핀 동봉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 서둘러 신령재로 향하였다.
지금부터는 바윗길이 많고 바닥은 얼음판이 많아 로프나 철파이프를 잡고 지나야 하는 구간이 많다. 조금만 고도를 낮추니 눈꽃은 사라지고 점점 포근해져 온다.
산의 높이에 따라 눈이 오고 비가 오는게 어제 오후만 해도 산 아래는 날씨가 좋았다고 한다. 구름이 걸려 어제도 우린 안개 속을 헤맸다.
고도를 낮추어 신령재에 도착을 하니 10:56으로 점심때가 가까워 오지만 남은 구간이 얼마 남지 않아 간식으로 때우고 늦은 점심은 하산하여 맛있게 먹기로 하고 계속 진행하였다.
은혜봉을 오르는 우측으로는 팔공컨트리클럽이 넓게 자리 잡고 있으며 골프치는 이들이 더러 보인다.
뒤돌아 보면 우리가 지나온 능선이 아스라이 펼쳐지니 발걸음은 빠른데 오히려 보는 눈이 늦는것 같다고 다들 너스레를 떤다.
은혜봉을 오르면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들려 오는게 팔공산 종주산행도 막바지에 접어 든 것 같다. 한티재에서부터 시작한 팔공산종주 표시목의 번호가 150에서 하나씩 줄어들어 이제 20번대로 줄어 들었다.
나들이 나온 대구시민들의 모습이 점점 늘어날 쯤 갓바위에 도착하였다. 해마다 입시철이면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곳은 오늘도 휴일을 맞이하여 인파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루고 싶은 소망이 그리도 많은가 보다. 그리고 그 소망들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가는 것이 아닐까? 단지 매사에는 노력과 운이 따라야 하니 그 운을 소망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환경이 좋아 쉽게 이루는 분도 있지만 그렇지 못해 같이 노력하고도 이루지 못하는 이도 있다. 그래서 자꾸만 염원하면서 소망을 기원하는가?
갓바위에서 주차장까지는 가파른 계단의 연속이다. 갓바위에 소망을 빌러 오려면 수많은 돌계단을 하나하나 디디고 올라야 하니 소망에 대한 염원이 더 강하고 얘절해 소원이 더 잘 이루어 지는건 아닐까?
조금 늦은 시간에 손두부 식당에 들려 청국장과 콩비지 그리고 늙지 않는다는 不老 생막걸리로 이번 산행을 자축하고 2011년의 송년산행을 맺는다.
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고 혹한의 추위로 눈꽃이 핀 팔공산 종주산행을 무사히 마칠수 있도록 협조해 주신 대원님들께 감사드리면 다음 산행에는 좀더 많은 회원님들과 함께 하길 소망해 본다.
한가지 소원을 들어 준다는 갓바위
가산산성 등산 안내도
팔공산 서부 안내도
팔공산 동부 안내도
소야재(일명 다부재) 위 비박후 짐 챙기기
낮닭의 이름을 가진 오계산
가산산성으로 오르는 발걸음이 무겁다.
가산산성 중문
갈림길 유선대 - 한티재
할아버지 할머니바위
치키봉
한티재 휴게소
한티재 출발
파계재
파계봉
서봉가는 길의 상고대
눈꽃핀 팔공산
하룻밤을 지나고 먼동이 튼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일출
늘 일출은 장엄하고 엄숙함
탠트 철거작업
탠트 철수
배낭꾸리기
눈꽃이 고운 서봉가는 길
눈꽃 터널
겨울도 깊숙히 들어온 팔공산
눈꽃 터널
자연이 연출한 오묘한 겨울풍경
팔공산 주능선의 겨울
자연이 연출한 겨울소나무
눈가루를 뿌려 만든 겨울나무
서봉 정상 / 한밤 고관의 전망대
팔공산 주능길
눈꽃터널
안개와 겨울바람이 만든 동봉의 설화
동봉 표지석과 풍광 - 갓바위 7.5k
겨울산의 대명사는 설화(눈꽃)
북쪽능선만 눈꽃이 만발
고도를 낮춘 신령재
갓바위가 있는 관봉의 전경
관봉의 갓바위
한가지 소원은 들어 준다는 갓바위
동쪽을 바라 보시는 갓바위
경산 갓바위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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