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뚜르 드 몽믈랑 3일차 엘리자베타 산장 가는 길 본문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인 세이뉴고개(2,518m) 국경이지만 여권을 검사하는 사람도 철조망도 검문소도 없는
그냥 평범한 고개인 세이뉴 고개(Col de Seigne)
○ 일시 : 2019. 7. 8 (월) 날씨 : 맑음
○ 코스 : 모테산장 ~ 세이뉴 고개 ~ 엘리자베타 산장
연일 날씨가 도와 주는 맑은 날이다. 밤에 기온이 많이 내려 갔는지 탠트에 결로 현상으로 물방울이 많이 맺혀있다. 알프스의 계곡물은 손이 시려 마치 얼음장 아래 물을 만지는것 같은 느낌이다. 모테산장은 아침 식사를 막 끝내고 트레킹을 떠나려고 분주하다.
세이뉴 고개까지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지그재그 길이 이어지는데 일본 트레커들은 리더의 지시에 따라 하나 같이 따라하는게 마치 로봇같다. 얼굴은 비슷해도 행동은 전혀 달라 멀리서 봐도 쉽게 구분이 된다.
그간 비가내려 패인 길을 중장비가 동원되어 길을 정비하고 있다. 해마다 이길을 찾는 트레커가 많다 보니 훼손도 많이 되는것 같다. 인력으로 하는 건 거의 없고 중장비로 길을 정비한다. 점점 고도를 높일 때마다 숨이 차오르지만 속도는 생각하지 않고 거북이 처럼 끈기 하나로 버티고 올랐다.
뒤를 돌아 보니 샤피유 계곡 풍경이 파란 높은 하늘 아래 알프스 고봉에 눈이 덮여 있고 녹색 초원이 알프스풍경을 잘 그려 준다. 어제 넘어 온 포클라제 고개에는 흰눈이 그대로 쌓여 있고 그 아래로는 글라시에마을로 내려 오는 지그재그 길이 이어지고길의 끝에는 목장이 있다. 방목한 소들은 떼를 지어 젖을 짜고는 방목지로 나아가는 모습이 목가적 풍경 그대로다.
힘들 때는 서서 잠시 쉬고 세이뉴 고개까지 올랐으니 참 잘했다고 칭찬해주니 좋아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드는 묘약인데 자주 칭찬을 해 줘야 겠다.
세이뉴 고개에서 보이는 몽블랑의 뒷모습은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오늘 따라 날씨가 화창하여 구름이 걸려 있지 않아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 순간을 그대로 간직하기 위하여 카메라에 담아둔다. 트레킹은 함께 걸으면서 만드는 '삶의 여백'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풍경중에 이곳은 암봉이 가깝게 다가온다. 걷는 시간만큼 와 닿는 느림의 미학이 트레킹이다. 세이뉴 고개는 프랑스와 이탈리의 국경 경계이다. 그러나 국경이란 아무런 경계 표시가 없다. 단지 프랑스지역은 'F' 이탈리야 지역은 'I'표시만 있다. 다른 국가간에도 이렇게 아루런 제약이 없이 오가는데 한민족이면서도 총부리를 겨누고 살아가는 우리의 남과 북의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언제가 이들처럼 편히 왕래할 날이 어서 빨리 오길 기원해 본다.
어제 빡세게 길을 걸어 오늘은 여정이 여유롭다. 유쾌한 이탈리아 아줌마가 멀리서 온 동양인이라고 몽블랑을 배경으로 여러장의 사진을 찍어 주면서 산이름도 설명해 준다.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배려에 감사함을 전했다. 오를 때는 힘들었지만 내리막 길은 참 편히 걸을 수 있었다. 우리네 인생도 오르막을 만나면 힘들지만 내리막 길은 편한다. 늘 오르막 길만 있는게 아니고 오르막 길이 있으면 내리막 길이 있다는 신호로 생각하고 조금만 더 버티고 올라 보자. 신나는 내리막 길이 있을게다. 그 고비가 고개가 아닐까 생각했다.
내려가는 길에 작은 집이 있는데 이탈리아의 대피소 같은 건물이다. 남쪽 양지쪽은 햇살이 좋아 따뜻해서 좋다. 아침에 탠트 플라이가 결로현상으로 젖어 있는걸 그냥 말아 왔는데 금방 마를것 같아 햇볕에 널어 두고 이른 점심을 챙겨 먹었다. 반갑게도 양지쪽 벽면에 wifi비번이 적혀 있다. 'founma2017'이다. 어제 하루종일 통신이 되지 않아 갑갑했는데 잘 터진다. 속도도 생각보다 빨랐다. 이곳을 지나는 이들을 위한 이탈리야인의 배려가 감사하다.
넉넉히 쉬었다가 베니계곡으로 내려 섰다. 넓은 평지가 펼쳐지는 걷기 좋은 구간이다. 그 초원 끝의 언덕에는 엘리자베타 산장이 있다. 성모님을 모신 작은 집을 지나면 에비앙 생수가 콸콸 솟아지는 급수대가 있다. 언제 허물어진 집인지는 몰라도 벽돌로 지은 집이 폐허가 된채 방치되고 있다. 알프스의 일정을 계산해 보니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될것 같아 오늘은 이곳 주변에 탠트를 치기로 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따뜻한 곳에 배낭을 내려 놓고 아내는 쉬라고 하고 엘리자베탙 산장으로 올라갔다. 언제가 엘리자베타산장 위쪽에 탠트를 친 사진을 본 적이 있어 그곳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2~3동의 탠트를 칠 공간은 있었는데 너무 가까워 산장에 허락을 받아야 할것 같았다. 내려 오는 길에 맥주 큰걸 한병 샀는데 6유로나 한다. 산장에서 파스타를 먹자고 하니 아내가 싫다고하여 건너편 산자락에 언제가 탠트를 친 흔적이 있어 그곳에 탠트를 쳤다. 제주 비양도 같이 바람을 막으려고 돌담을 쌓은 곳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고 언덕위라 아래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인데 세이뉴고개에서 부는 바람에 탠트 폴이 휘청거리며 춤을 추는게 제주 바람을 연상케 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잃는 법, 모두를 얻으려 하지말자. 따사로운 오후 햇살에 오랫만에 넉넉하게 즐겨 보는 Tmb의 오후다. 맥주한잔에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인다. 고달프고 힘든 길을 별 불평 없이 잘 걸어준 아내가 옆에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다. 혼자 온 길이 었다면 조금은 외로운 시간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라 즐거움이 배가 된다. 서로가 마음을 이해 하기에 말하지 않아도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 함께 걷는 길이 힘 들어도 걸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오늘밤은 얼마나 많은 알프스 밤하늘의 별을 보고 내일은 탠트 자락만 열면 보이는 알프스의 일출을 볼 생각을 하니 절로 행복감이 밀려 온다. 이맛에 트레킹을 하는게 아닐까. 오늘은 눈과 심장만으로 느끼고 걸은 길이었다.
탠트친 게곡에서 바라본 모테산장, 이 산장은 그리 친절한 산장은 아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산장이기도 하다.
시설이 그리 좋은 산장은 아니다.
계곡위 산정에는 아침이면 어김없이 피어 오르는 안개, 산이 높아 늘 구름이 들락거린다.
굴속에서 살아가는 마멋, 굴속이 축축하여 자주 나와 몸을 햇볕에 말리는 습성이 있다. 거의 토끼 만하다.
모테 산장에서 세이뉴 고개까지는 2시간 55분이라 적혀 있다. 저 시간은 유럽의 키가 크고 체력이 좋은 그들의 기준이고
곱하기 1.5쯤은 해야 거의 시간이 맞다. 우리나라 국공은 소요시간을 적지 않고 거리를 표시해 놓는데
이들은 그들만의 소요시간을 적어 둔다. 참고만 할 사항이다.
모테산장옆 탠트 칠만한 곳은 이곳, 개울이 가까이 있어 식수를 구하기 쉽고 평지라 탠트를 치기 쉽고
산장과 적당한 거리가 있어 산장에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곳이다.
건너편 글라시에 마을, 예전엔 목동들이 살던 곳인데 지금은 치즈마을로 유명.
치즈를 살수도 있다 하는데 트레커에겐 배낭무게로 그림의 떡이다.
유럽의 트레커들, 비교적 가벼운 배낭에 종주보다는 짧게 걷고 간다.
걷는 속도 또한 빠르게 걷는다. 평지나 내림막 길은 뛰어서 간다.
물걱정 없는 Tmb길, 트레일 길에는 눈이 녹은 물이 항시 흘러 물은 그리 많이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넘쳐 흐르는 물이 에비앙 물이다.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배탈이 난적이 없다.
단 고인물은 식수로 사용하지 않는게 좋다.
실핏줄 같이 얽혀있는 알프스길, 알프스 길은 Tmb길만 있는게 아니다. 수많은 길중에 하나가 Tmb길이다.
짧게 산 하나만 오르는 코스가 수없이 많은 길이 알프스다.
세뉴이 고개를 오르는 아내, 길이 평탄하지만 2,000m를 넘는 고산을 걷는 건 결코 쉽지는 않다.
금방 숨이 턱에까지 찬다. 천천히 거북이 같이 걷는게 답이다.
세이뉴 고개 오르기 전 돌탑, 누군가 Tmb길을 걸으며 쌓아 둔 돌이 어느쌔 돌탑이 되었다.
누군간의 바램이 모여 있는 돌탑인것 같다.
비교적 뚱뚱한 이분은 거북이 마냥 천천히 오른다. 쉬지는 않고 오르면 어느덧 세이뉴 고개 정상에 섰다.
산은 빠르기가 아니라 꾸준함이 필요한 이유다.
드뎌, 2,518m의 세이뉴 고개(Col de Seigne)에 섰다. 고개 지명은 꼴드라 세뉴는 이곳의 지명이지만 영어식 발음은 꼴데 라 세이뉴, 이 고개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이다. 국경이라하면 흔히 있는 검문소, 철조망, 경계선이 있는 데 아무것도 없다. 프랑스 쪽은 F, 이탈라아 쪽은 I 밖에 없다. 이게 국경이라니 여권검사도 없다.
이탈리아 아주머니가 멀리 동양에서 왔다고 주변의 몽블랑도 알려주고 사진도 찍어 줬다. 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친철하다. 도심에서 만났으면 아는 척도 않했을것이다.
산이 주는 매력중에 하는 국적과 남녀을 불문하고 쉽게 친해줄수 있다는 것이다.
세이뉴 고개에서 트레커들은 저마다 이곳에서 추억을 남긴다. 늘 찬바람이 매서운 세이뉴 고개이다.
날씨가 화창하여 몽블랑 뒷모습을 볼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배낭을 한번도 내려 놓지 않고 잘 올라 왔다. 빨리는 갈 수 없어도 오래는 걷는 우리 부부다.
세이뉴 고개에 있는 동판이다. 동서남북 방향과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이탈리야쪽은 아직 눈이 녹지 않고 겨울 그대로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기온이 오르지 않는 곳이라 눈이 쉽게 녹을것 같지 않다.
이탈리아 쪽의 베니계곡, 이 계곡을 따라 쿠르마에로 길은 이어진다.
이 계곡은 야생화가 가장 많이 피어 있는 곳중 하나라 알프스의 진수를 느낄수 있는 곳이다.
눈길을 내려서 엘리자베타 산장으로 가는 길
눈이 녹은 곳은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봄을 알린다.
세이뉴 고개에서 바라본 몽블랑이다. 뒤쪽은 앞면과 달리 새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
고도를 낮추면 초원이 점점 넓게 펼쳐진다. 봄은 산 아래에서 위로 올라 온다.
선명하고 작은 꽃은 고산에 생명력을 이어 가는 비결이다.
겨울은 기리지만 봄은 짧은 알프스의 산이다.
이탈리아 지역의 대피소 같은 건물이 있다.
양지쪽에 쉬어 가기 좋은 포근한 곳이다. 바람을 피해 잠시 쉬어 간다.
Tmb 가이드로 계시는 분이 기념사진을 남겨 줬다.
한국인 인솔 가이드도 많이 하였다고 하면서 '안녕, 감사합니다. 김치' 등의 말을 배웠단다.
이곳에서 보는 알프스 연봉들, 악마의 잇발이란 봉도 보인다.
뒤에 흰눈을 이고 있는 봉이 그랑조라스
친절하게도 이 건물 양지쪽에 wifi 비번을 적어 놓았다.
속도도 빠른 wifi로 긴요하게 사용했다. 이탈리안의 배려가 돋보인다.
눈길을 지나고 이제 초원길을 걷는다. 이길의 내림막길은 야생화를 보면서 걷는길이다.
신비탈 계곡 곳곳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알프스의 독특한 풍경을 보여 준다.
내려가면서 뒤돌아 본 이탈리아 대피소 하늘은 더 없이 맑다.
계곡에는 아직도 많은 눈이 쌓여 있고 양지쪽에는 야생화가 꽃을 피우는 7월의 알프스 풍경
프랑스 쪽의 Tmb표지와 달리하는 이탈리아 표지
이런 길을 걸을 때는 Tmb길을 걷는게 그냥 즐겁다.
이유가 필요할까?
오래전에는 빙하지역이었을 법한 평원이다. 그곳에 풀들이 자라고 초원이 되었다.
지구의 온난화로 빙하지역이 점점 줄어 들고 있다.
성모마리아를 모신 작은 예배당
트레커를 위한 식수대
물맛이 최고다. 이게 에비앙물 그맛이다.
예전에 사용했을 법한 저장고
굳게 잠겨있다.
맨위가 엘리자베타 산장이고 아래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건물들
양지쪽에 앉아 점심을 먹는 곳이다.
엘리자베타 산장위의 빙하지대
빙하가 녹아 물이 폭포를 이룬다.
산장 건너편 초원위에 일찍 탠트를 쳤다.
야생화나 보면서 느긋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원래 베니계곡은 세이뉴 고개에서 불어 오는 바람이 센곳이라
먼저 탠트를 친 분들이 돌담을 쌓아 놓았다.
탠트친 곳에서 올려다 본 세이뉴 고개
예전에는 이곳이 빙하지대 였단다.
야생화가 지천으로 깔려 있는 알프스의 초원
이런곳에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살고 있지 않았을까?
초원 위로는 눈덮인 산이 고산임을 알려 준다.
내일 걸을 꼼발호수가 아래로 보인다.
음식냄새를 맡고 마멋이 찾아 왔다.
도망을 잘 가지 않는 마멋이다.
엘리자베타 산장에서 6유로나 주고 사온 귀한 맥주다.
이런곳에서 맥주 한잔은 감성이 풍부해 진다.
알프스 능선길
저 능선을 따라 Tmb길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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