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트레킹 in 광산 고갯길 팸 투어 본문
길은 황룡강 강 따라 걷는 길에서 어등산 석봉으로 이어진다. 길가에는 애기단풍이 선홍색 빛으로 물들어 가을을 알려 주고 활공장에서 바라보는 광산 들녘은 추수를 끝낸 논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주봉인 석봉으로 가는 길은 이곳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산책로로 오른쪽은 아파트촌 왼쪽은 농촌의 들녘으로 대조를 이룬다. 길은 신우대가 빽빽한 대숲 길을 걷는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이곳은 광산군에서 광주 광주광역시 광산구로 편입된 지역인 만큼 특성도 다양하다.
황룡강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는 S곡선미가 눈을 즐겁게 한다. 곡선은 여유로움을 준다. 강 길이 지겨울 때쯤 숲길로 오른다. 가학정이 있는 산길 오름에는 큰 바윗돌에 가부좌를 한 '용진마애여래좌상'이 세겨져 있고 불당일월(佛當日月) 용진수석(聳珍水石)이란 한자가 세겨져 있다. '용진산의 바위와 황룡강의 강물이 부처님의 해와 달과 같다.' 이런 뜻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 위에 '가학정'이 신령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가학정은 신선이 학을 타고 노닌다는 정자로 풍경이 절경이다. 정자 옆에는 정자와 같이 세월을 보냈을 100년이 넘었을 은행나무가 듬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내림길에는 편백나무 숲 향기가 가득하다. 마을 입구에는 용진사란 아담한 절이 자리하고 있다. 입석마을 입구는 마을버스 종점으로 수령 500년이나 된 느티나무가 수호신처럼 마을을 지키고 있다.
여기서 길은 용진산으로 이어진다. 용진산은 산세가 좋아 무학대사가 며칠 머문 산이다. 토산봉에서 내려다보는 광산 들녘은 가슴이 탁 터지도록 시원스럽다. 데크 계단길을 내려 서면 배넘어재에서 내일 오를 석봉을 남겨두고 지산 저수지 위에 자리한 국민여가 휴양지 휴파크 카라반이 오늘 종점이다.. 요즘 대세인 카라반에서 하룻밤도 특별한 밤이다.
걷기는 한 땀 한 땀 뜨는 바느질을 닮았다. 때로는 느림이 빠름을 이기기도 한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에서 거북이가 이겼지 않는가. 길은 책과 선생님과 건강을 선물해 준다.
마지막 날이다.지산 저수지 위에 자리한 휴파크 카라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출발시간 전에 명도 삼거리까지 달빛을 받으며 왕복 10km를 달렸다. 후딱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8시 되기 전에 출발이다.
어제 내려온 토봉과 석봉 사이에 배넘어재를 올라 석봉을 오르는 바위길에서 아침 안개를 맞았다. 바위 위에서 내려다본 장성 들녘은 운해가 깔려 아침 풍경이 장관이다. 같이 걷던 여성분이 한 말씀하신다. "일찍 일어 난 새가 눈이 호강한단다."
석봉은 큰 바위가 겹겹이 쌓여 붓끝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어 문필봉이란 이름도 있다. 200여 계단을 내려 서면 한말의 도학자 오준선이 강당을 짓고 후학을 양성하던 용진정사를 만난다. 그 앞에 용진산장에서 흘러나오는 로망스가 가을과 잘 어울린다. 왕동저수지를 돌아 원곡재로 오르는 길은 보부상이 넘던 길로 인적이 뜸해 잡초가 무성하다. 이 길이 왕동저수지 고향길이다. 늦가을로 가는 길목에는 서리태를 말리고 있고 냉해를 입지 않은 배추가 튼실하게 자란다.
잡목과 풀밭을 헤치고 나왔더니 바짓가랑이에 풀씨가 붙어 고슴도치 같다. 붉게 물들어 가는 나뭇잎이 가을색이다. 이 길의 끝은 송산공원까지 이어진다. 돌아오는 길에 송정역시장을 들렸다. 추어탕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1913년 열린 송정역시장은 옛 추억과 현대를 접목한 시장이다. 굴비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내를 위하여 영광굴비 한 두름을 샀다. 가을빛이 고운 날 용진정사 앞 노란 은행잎이 떨어질 때 왕동저수지에 비친 추색과 함께 즐겨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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