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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해남 달마고도와 두륜산 본문
"길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法의 절반을 이룬 것이다."라고 티베트 불교 聖者 밀레르파가 말했다. 法은 해탈한 자가 마침내 깨달은 진리다. 걷다 보면내면의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해남 팸 트레킹 투어가 기대 된다. 전날 자정에 서울역을 출발해 밤새 버스를 달려 해남의 천년고찰 미황사 앞에 도착했다. 전날 비가 내려 첫날 코스와 2일 차 코스를 바꾸어 먼저 달마고도 17.8km를 걷는다.
달마고도 천년의 세월을 품은 태고의 땅으로 낮달을 찾아 떠나는 구도의 의미를 담은 달마고도는 해남의 고찰 미황사를 출발하여 달마산을 한 바퀴 돌아오는 길이다. 이 길에는 난대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 영향으로 간간이 상록수림으로 잘 어우러져 있는 길이다.
미황사를 출발하여 시계방향으로 걷는다. 첫구간은 출가길이다. 달마산 허리를 감싸고 걷는 길이라 오름내림이 심하지 않아 걷기에 부담이 없는 길이다. 11월 하순으로 가지만 가을이 가장 늦게까지 머무는 해남이라 아직도 가을의 언저리라 만추가 느껴진다. 바람재를 넘으면 완도대교와 완도 앞바다가 보이는 길이다. 바다와 산을 같이 보면서 걷는 길도 흔치 않다.
달마산은 긴 암릉으로 솟은 산이다. 설악의 일부를 옮겨 놓은 듯 기암괴석이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린다. 두 번째 길은 수행길이다. 도솔봉 아래에는 도솔암이 있다.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이 절벽 꼭대기에 세우진 암자로 무협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풍경이다. 이곳에서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절묘한 장소에 자리하고 있다. 외형은 작지만 내공은 우주를 담고도 남을 도량이다. 신선이 있다면 아마 이곳에서 수행정진할 것 같다.
추노, 각시탈 등의 드라마 촬영지이고 CF 화면에도 자주 등장한다. 오늘도 묵직한 카메를 맨 사진사들이 이곳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도솔암에 올랐다. 해남을 간다면 꼭 들려 볼만한 곳이다. 바닷바람이 얼마나 모진지 날아 갈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다시 미황사로 돌아 가는 길은 땅끝기맥의 마지막 봉인 도솔봉을 올랐다가 내려간다. 세 번째 길은 고행의 길이다. 불가에서 출가하고 수행하고 고행을 하는 길인 셈이다. 남도지방은 편백나무 숲을 가끔 만날 수 있다. 쭉쭉 뻣은 나무의 특성이 보기만 해도 시원스럽고 편백향이 그윽하니 좋다. 마지막 길은 땅끝 천연숲 옛길이다. 이곳에도 편백숲을 지난다. 그냥 힐링이 되는 곳이다.
마지막 스템프는 너덜겅이다. 6개의 달마고도 스탬프를 찍고 출발지인 미황사로 향한다. 가을 햇살이 따사롭다. 마침 인근 중학교에서 나들이 나온 중학생들과 어울려 걸었다. 뭔 이야깃거리가 그리도 많은지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달려간다. 참 좋을 때다. 종무소 앞에서 7번째 완주 스탬프를 찍으면 달마고도 길을 완주한다.
미황사는 신라시대 경전과 불상을 실은 소가 한번 크게 울면서 누운 자리에 통 고사를 짓고 소가 멈춘 곳에 미황사를 지었다. 그래서 미황사는 어여쁜 소가 점지해 준 절이란 의미다. 단청을 하지 않아 오히려 달마산과 잘 어울린다. 짙은 화장을 한 여인이 아닌 민낯의 얼굴 같은 천년 고찰 미황사다.
두 번째 날이다. 간밤에는 땅끝 황토나라 테마촌 캠핑장에 탠트를 쳤다. 해안가라 바람이 매섭다. 겨울로 접어들 때 탠트를 치고 야외 생활을 하면 추위 적응훈련이 된다. 이는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효과가 있다. 탠트천 조각 내피 외피 두 겹이지만 안과 밖은 하늘과 땅 차이다. 오리털 침낭 속은 포근해 춥지 않다.
오소재로 이동하여 땅끝기맥 일부 구간을 걷고 대흥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토요일이라 산객이 많다. 오소재에는 수질 좋은 샘이 있어 자가용으로 물을 길어 간다. 산길은 여기서 시작한다. 예전에는 너덜길을 걸었는데 길을 돌려놓아 편하다.
오심재까지는 줄곳 오르막 길이다. 아침부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운동이 주는 선물이다. 오른쪽은 고계봉을 케이블카로 올라서 두륜산을 전망하는 곳이고, 가야 할 길은 바위산으로 보이는 노승봉이다.
이곳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 여긴 늘 몸이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분다. 오늘도 몸을 날려 버릴 정도로 바람이 세다. 지난번 땅끝기맥을 할 때 모자를 바람에 날려 버려 찾을 수 없었다. 오늘은 단단히 끈으로 고정을 했다. 노승봉에서 내려 보는 대흥사 반대는 완도대교가 빤히 내려다 보인다. 전망 좋은 봉이다. 예전에는 쇠사슬을 잡고 오르내리던 길에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내렸다 다시 오르면 703m의 가련봉이다.
몸이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분다. 가을의 끝자락인지 초겨울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오래 머물지 못하고 서둘러 내려오면 만일재다. 두륜봉으로 다시 오르는 길이다. 두륜봉 아래에는 하늘다리가 있다. 산길 위로 바위가 다리를 만들고 있어 이를 하늘다리라 한다. 그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으면 멋진 풍경을 담을 수 있다. 허나 오늘 같은 날은 위험천만이다. 바람이 너무 강풍이다.
두륜봉에서 지나온 가련, 노승봉을 함께 담아 본다. 바위와 하늘이 함께 담을 수 있는 최고의 포토존이다. 이제 땅끝기맥길을 버리고 대흥사로 가는 내리막길은 걷는다. 이제 바람과는 안녕이다. 바윗길이 끝나니 길이 편하다. 대흥사 가는 길은 만추의 길이다. 단풍이 아직도 남아 있다. 가을이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반도의 땅이 해남이다. 그 단풍이 햇살을 받아 더욱 선명한 빛을 띄운다. 단풍을 역광으로 찍으니 더 붉은빛이 빛난다. 이게 만추의 단풍이다.
대흥사 일주문을 지나도 매표소까지는 길이 꽤 길다. 동백꽃 길도 있고 숲길도 있다. 걷기 좋은 길이다. 남쪽은 오래 가을이 머무는 곳이다. 점심을 먹으며 이곳의 명품 막걸리인 해창막걸리를 찾으니 없단다. 구하기 힘든 막걸리다. 캠핑장에 돌아오니 오늘 밤에 비예보가 있단다. 비 맞기 싫어서 목공장으로 탠트를 옮겼다. 탠트 이사는 다시 짐을 싸야 하니 많이 번거롭다.
해남 팸 트레킹 마지막 날이다.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많은 양의 비는 아니다. 비가 더 온다 해도 트레킹을 멈추지 않는다. 호우경보 까지는 행사가 진행된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출발! 바닷바람이 차다.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이다. 서해랑길의 초입을 역으로 걷는 길이다. 송지 해수욕장을 지난다. 모래로 만든 작품들이 새벽에 내린 비로 많이 허물어졌다. 철 지난 해변은 쓸쓸함만 가득하다. 삶에도 절정기가 있고 그 시기를 지나면 허전함이 묻어 난다. 늦가을 바다도 그러하다.
땅끝탑으로 가는 길은 남해와 서해가 만나는 바다다. 전복 양식장이 자주 보인다. 바닷물도 서해 갯벌과 달리 많이 깨끗하다. 땅끝에는 땅끝탑이 있다. 그곳에는 한반도 지도가 거꾸로 서 있다. 해남 땅끝이 가장 윗부분이다. 우리는 늘 북이 위쪽으로 봤지만 남을 윗쪽으로 보면 그리 된다. 발상의 전환인가?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3박 4일간 해남 팸 트레킹 투어가 끝나는 시간이다. 길에 들면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바삐 살고 있는 현대 가끔은 나를 바라보고 찾은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나? 해남 팸 트레킹 투어는 의미 있고 많은 트레커와 교류할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걷는 시간은 행복으로 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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