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지리종주 3일차 연하천에서 시암재 가는 길 본문
지리종주 3일 차로 산을 내려가는 날이다. 산 생활 3일은 힘든다. 겨울 산행은 샤워는 물론 세수도 못한다. 양치도 할 수 없는 때도 있다. 원초적 원시생활을 즐길 수 있어야 산행이 가능하다. 어젯밤에도 20여 명이 대피소에 묵었는데 코골이가 있어 수면을 방해했다. 그래도 꿋꿋이 잠을 자야 걷는다.
막 먼동이 트는 7시 12분에 대피소를 출발했다. 바로 명선봉 오름길 계단이다. 어제보다 기온이 더 떨어지고 산바람이 산울음 소리같이 들리다. 겨울산은 바람이 최고의 적으로 체온을 많이 앗아 간다. 바람막이 옷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
오늘 날머리를 어디로 나서야 할지 생각이 많다. 동절기에는 성삼재에서 내려가는 교통편이 끊어진다. 길고 지루한 화엄사 계곡을 걸어서 내려가야 한다. 대안으로 임걸령 지나 피아골 대피소로 해서 작전마을로 내려가면 대중교통이 연결된다. 어느 길이든 만만한 길은 없다.
토끼봉으로 오르고 내려 서면 화계재다. 여기서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긴 뱀사골이다. 경남, 전북, 전남의 3개 도가 겹치는 삼ㄴ도봉을 오르는 계단은 자그마치 550개 나무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무시코 지나던 길인데 딸애가 그것 세었나 보다. 550개 계단이란다. 많이 힘들었나 보다.
주능선길로 계획한 길이 반야봉이 BAC 100 산에 반야봉이 있다고 들려서 가자고 한다. 1km를 올랐다 내려오면 1시간이 더 걸리는 길이다. 빨리 산행을 끝내고 내일 여수 해양마라톤을 대비하고 쉬고 싶은 내 마음과는 딴판이다. '언제 다시 와.' 하는 말에 반야봉으로 올랐다. 지리산 천왕봉에 이어 두 번째 높은 봉이다.
반야봉에는 지리산의 산신인 천왕봉의 마고할미 전설이 전한다. 하늘신의 딸인 마고할미는 지리산에서 불도를 닦고 있는 도인 반야를 만나 결혼하여 8명의 딸을 낳았다. 그런데 반야는 어느 날 득도한 후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반야봉으로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을 기다리던 마고할미는 반야를 기다리다 석상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반야가 득도하기 위해 머물렀던 봉우리를 반야봉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하며 8명의 딸은 전국에 흩어져 팔도무당이 되었다고 전한다.
천왕봉 일출이 1 경 이라면 반야봉 낙조는 지리산 10경에 든다. 오름길에서 만난 광주에서 오신 유투버 '꼬막선비'님을 만나 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 차가 시암재에 있으니 같이 타고 가자고 한다. 새해 첫 산행부터 이런 행운이. 그분은 부부가 함께 하여 우리와 걷는 속도가 비슷했다.
반야봉에서 인증을 하고 노루목을 지나 임걸령에서 간식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돼지령을 지나 노고단 고개로 올랐다. 종주 길은 조용한 반면 당일로 노고단을 찾은 여행자들은 눈 쌓인 이곳이 마냥 신기한 듯 연신 사진 찍기에 진심이다.
새로 지어 문을 연 노고단 대피소는 개인실로 만들져 기존 침상방식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여기서 화엄사로 내려가는 무뎅기를 지나 차도를 따라 걸으면 비동계 때는 버스가 연결되는 성삼재로 입산을 통제하는 곳이다.
11월 15일부터는 시암재까지 1.5km를 더 걸어 내려가는 길은 눈과 빙판으로 체인 없이는 차량 통행이 불가한 길이었고 평소에도 1단 기어를 사용하라는 표지가 커브길마다 붙여져 있는 위험한 길이다.
시암재에 도착하니 오후 2시 34분으로 오늘도 7시간 22분의 긴 산행길이었다. 좋은 분을 만나 구례로 내려가 버스로 순천으로 이동하여 다시 여수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숙소에 도착하면 저녁이 될 것 같다. 내일 여수해양마라톤이 은근히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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