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경기 둘레길 8, 9, 10, 11코스 율곡생택공원에서 신망리역 가는 길 본문
3번째 경기 둘레길에 나선다. 지난번에 중지한 율곡습지공원까지 가는 길은 시간이 만만찮 게 걸린다. 마곡나루 역에서 환승하고 디지털 미디어시티역에서 다시 환승하여 경의선 문산행 전동차에 올랐다. 이른 시간이라 한 칸에 승객이라고는 3~4명이 고작이다. 지상역이라 정차할 때마다 영하 8도의 찬바람이 들이치니 타이즈만 입어 춥다.
문산역에 도착을 했을 때도 밖은 어둠이 걷히지 않았다. 문산 구터미널에서 92번 버스를 타고 율곡 2리에 내리니 7시 50분이다. 율곡습지공원은 혹한으로 꽁꽁 얼어있다. 바로 옆 임진강변에는 밤새 보초를 선 초병이 의심 어린 눈빛으로 내려다 본다. 평화누리 율곡길과 함께 하는 길이다. 임진강변을 따라 북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서울보다 훨씬 더 추운 파주의 날씨는 임진강 강바람과 함께 황량한 겨울 풍경을 선물한다.
잠시 파평면을 돌아 임진강 황포돛대 포구를 지난다. 꽁꽁 언 임진강 얼음이 황포돛배를 묶어 놓았다. 앞으로 보이는 긴 다리인 장남교를 지나면 연천으로 넘어간다. 다리 아래로 보이는 브리지 캠핑장에는 한겨울 혹한에도 캠퍼들이 탠트를 치고 겨울을 즐기고 있다. 힘든 일도 좋아서 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9코스 시작점인 장남교에서 스탬프를 찍고 출발이다. 고맙게도 가게가 귀한 삼거리에 자판기가 놓여 있다. 더운 날 둘레길 길손들이 이용하면 좋은 위치다. 사미천을 건너는 방법은 돌다리를 건너서 바로 가는 길이 있고 돌다리가 물에 잠기면 사마천교 다리를 건너려면 2km 이상을 돌아가야 하는 길도 있다. 자전거길 표지를 보고 달리다 보니 우회를 하게 됐다. 사마천 뚝방길 아래 논에는 벼농사를 짓지 않고 잔디 농사를 짓는다. 쌀농사보다 수익이 많은 것 같다. 전남 광산에서 보고 여기에서 다시 본다.
둘레길은 강을 만나면 다리를 건너야 하기에 다리가 없어 가까운 거리도 많이 돌아간다. 사마천을 건널 때가 특히 그렇다. 노곡 양수장을 지나면 임진강을 따라 북상을 한다. 비룡대교 앞에서 점심때가 가까워 양평해장국집에 들렀다. 장거리 달리기는 밥씸으로 달린다. 배가 고프기 전에 먹어야 잘 달린다. 먹은 만큼 달리는 게 장거리 달리기다. 오전에 30km를 넘게 달렸으니 밥값은 했다.
밥을 먹고 바로 슬슬 달리면 달려진다. 임진강을 오른쪽에 두고 뚝방길을 달린다. 학곡리에는 고인돌과 적석총이 있다. 청동기시대 유적으로 그 당시에 이 땅에 인간이 살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경기 둘레길을 걷는 세분의 도보여행자를 만났다. 묵직한 배낭을 메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걷는다. 그게 일반적인 둘레길 걷는 방식이다. 나도 혼자 그리 걸어 봤다. 경기 둘레길은 산길, 논길, 마을길을 또 다른 방식인 달려서 가보기로 했다.
아미2리를 지날 때 산 중턱에 '스튜디오 330'이란 대형 창고 건물이 있다. 영화 촬영 같은 그런 용도의 스튜디오 같다. 앞으로 보이는 산 중턱에 숭의전이 9코스 종점이다. 숭의전은 고려 태조 왕건과 고려를 부흥시킨 4명의 왕과 16명의 충신을 제사 지내는 사당으로 조선시대에 지어졌다.
10코스의 시작이 여기서 부터다. 잠두봉 전망대에 올라 서니 하얗게 언 임진강에 겨울바람이 분다. 땀이 식으면 추워서 얼른 출발이다. 당포성 입구를 지나면 UN군 화장시설 100m란 표지가 나온다. 그리 멀지 않기에 찾았다. 돌로 쌓아 만든 화장시설로 굴뚝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역만리에서 6.26 전쟁에 참전하여 한 줌의 재로 돌아가 영령 들게 고개 숙여 명복을 빌었다.
동이리에는 임진적벽 주상절리가 있다. 높이 25m에 길이가 2km에 달하는 수직 절벽 아래로는 임진강이 꽁꽁 얼어 있다. 최근에 새로 놓은 듯한 동이교가 임진강을 건너 준다. 동이교는 사장교로 주탑을 세우고 케이블을 다리의 거더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현수교와는 다른 방식이다.
임진교를 지나니 길은 산길로 이어진다. 둘레길은 차도와는 잠시 조우하고 마을길이나 산길로 이어지곤 한다. 고성산으로 오르면 고구려 시대 보루를 만난다. 출입금지 표지만 있지 다른 표지는 없다. 허브빌리지를 지나 북삼교를 건너면 여름철 장마 때면 가끔 뉴스에 나오던 군남댐이 보인다.
두루미 테마파크로 군남 홍수조절댐 옆에 있다. 북한 황강댐 방류 시 임진강 수위가 높아져 홍수의 위험이 있어 건설한 댐이 군남 홍수조절댐이다. 다른 댐과 다른 점은 평소 발전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서 11코스가 시작된다.
오늘 목표가 서울로 돌아가는 교통이 편리한 신망리까지로 정했는데 4시를 지나고 있다. 흐린 날씨에 후반 체력 저하로 속도를 올리지 못하는데 길은 옥녀봉 산길로 올라간다. 이제 오르막 계단은 걸어서 오르고 평지가 나오면 뛴다. 어지간히 지쳤나 보다. 옥녀봉 산허리에는 율무밭이 지천이다. 전국 80%의 율무가 연천에서 생산한다. 지금은 베어 버린 대궁만 남아있다.
옥녀봉 정상에는 멀리서 보아도 눈에 확 뜨이는 큼지막한 동상 같은 게 보인다. 그게 그리팅맨이다. 높이 10.8m로 북녘땅을 보고 인사하는 모습이다. 유영호 님의 작품으로 인사는 서로 다른 역사나 문화를 가진 사람도 정치적, 종교적 신념이나 종교나 인종의 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행위다. 그게 옥녀봉 정상에 있다.
옥녀봉 산허리를 돌아 나오니 연천 로하스 파크가 자리하고 있다. 습지공원과 함께 있으며 세라비 한옥 카페 앞에는 장독이 셀 수 없이 많이 늘어서 있다. 갈길이 바빠서 율무 라테 한잔도 못하고 서둘렀다. 이제 땅거미가 지려한다. 옥계마을 삼거리 미니스톱에서 따뜻한 대추차 한 병을 마시고 마지막 힘을 내어 본다.
신망리는 6.25 때 New Hope Town으로 불렀는데 그게 직역하여 신망리가 되었다. 신망리는 경원선 철도가 지나는 곳으로 서울에서 접근이 쉽다. 요즘 전철화 공사로 기차는 다니지 않고 30분 간격으로 동두천역까지 셔틀버스가 다닌다. 이번 버스시간은 17시 52분에 있다. 저녁식사를 할 시간도 부족해 신망리역만 둘러보고 버스에 올라야 겠다. 오늘은 여기 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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