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2년만의 마라톤대회 하남 여의도 풀코스 훈련마라톤 본문
2년 만에 마라톤대회에 참가해서 풀코스를 완주했다. 2020년 1월 여수마라톤 대회를 달리고 2년 만인 2022 3월에 참가한 대회다. 3월 셋째 주 일요일은 서울 동아마라톤이 열리는 날이다. 이때가 봄철에 가장 달리기 좋은 날이다. 올해도 동마는 언택트 대회로 열린다.
전마협에서 동마날 훈련 마라톤 대회를 연다기에 기대를 하지 않고 신청했다. 진짜 대회가 열렸다. 대회 명칭이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다. 지금은 풀코스를 달리는 게 중요하다. 중간 급수가 있고 100여 명만 달린다 하니 흩어지면 잘 보이지도 않는 숫자다.
9시에 하남 조정경기장 옆의 덕풍교에서 출발이다. 가는데만 얼추 2시간 가량 걸린다. 5시에 일어나 챙겨서 대회장에 도착하니 평택, 홍천, 인천, 수원 등지에서도 오셨다. 그간 마라톤 대회에 많이 굶주렸나 보다. 훈련으로 달리는 것과 배번을 달고 함께 달리는 건 큰 차이가 있다.
강원도 지방만 눈이 왔나 했더니 서울인근이 북한산, 예봉산, 검단산에도 눈이 소복이 쌓였다. 3월 중순에 폭설 규모의 눈이 내렸다. 흐린 날씨에 눈바람이 차갑다. 대회장의 시계는 어찌나 빨리는 가는지 9시만 되면 출발이다. 스트레칭도 각자 스스로 해야 한다. 가슴에 배번을 달고 러닝화는 서코니 엔돌핀 프로2다. 대회에서는 처음 신는다. 롱 타이즈에 긴팔을 입고 면장갑을 꼈다.
강바람이 차가워 비닐봉투를 쓰고 출발했다. 덕풍교 4.2km 고수부지를 2바퀴 돌고 여의도로 향한다. 그간 대회가 뜸하다 보니 낯익은 분이 딱 한 분 밖에 없다. 참가자의 7~80%가 5~60대고 70대도 여러분 계시고 여성도 몇 분 보인다. 나름 그간 꾸준히 운동을 해 오신 분들이다.
두 바퀴를 돌고 나니 몸이 데워져 비닐 봉투는 벗어도 달릴만하다. 뺑뺑이는 지루하다. 여의도로 가는 길은 눈에 익으니 페이스 조절이 편하다. 대회 감각이 없으니 후반에 어떤 상황이 올지 몰라 여유 있게 달렸다.
갑자기 하늘에 짙은 구름이 끼더니 가랑비가 내린다. 이제 달구어진 몸이라 춥진 않은데 바닥에 물이 고여 피해 가는 게 고역이다. 자전거 길을 달리다 보니 자전거도 물을 피해 갈려고 해 한 두번 자전거와 부딪힐 뻔했다.
100여 명이 출발하니 앞사람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리 유지가 된다. 동반주는 되지 않고 코로나 시대라 각자 달린다. 15km 지점에서 첫 번째 파워겔을 터트렸다. 노란 티셔츠에 프랑크푸르트 마라톤 글씨가 쓰인 분을 앞섰다. 잠시 따라오더니 발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18km 지점은 300m 정도의 은근한 오르막인 암사동 고개가 있다. 앞서 가는 한 분을 추월했는데도 가장 늦은 502가 찍힌다. 내리막에서 432로 만회하였다. 오르막은 페이스가 밀리는 건 파워가 약하다는 거다. 남은 길은 서울 대회 때 여러 번 뛰어 본 길이라 길이 훤하다. 길을 알고 있다는 건 페이스 조절이 쉬운데 힘을 쓸 때 쓰고 뺄 때 뺄 수 있다.
앞에 수사마 유니폼을 입은 분이 앞서 간다. 힘이 빠지신 건지 거리가 좁혀진다. 20여 km를 지나면 초반에 속도를 무리해서 높인 분은 발걸음이 둔하다. 오늘 목표는 330으로 잡았는데 가능하다는 확신이 든다. 페이스도 힘들게 달리지 않아도 4분대는 찍힌다.
반포지구로 접어드니 흐린 하늘에 구름이 걷히더니 햇살이 난다. 아직은 주로 에 물웅덩이가 있어 양발이 젖어 온다. 라이딩하시는 분도 달리기를 하시는 분은 지나면서 파이팅을 외쳐준다. 칭찬을 고래도 춤춘다 했다. 기분이 좋으면 피로도 덜한다.
오늘 코스 중에 유일하게 신호등을 건너는 잠수교 앞의 신호등에 도착하니 파란불이 16초나 남았다. 기다리지 않고 통과했다. 오늘은 셀리의 법칙이 통하나 보다. 한강에는 거리 표시목이 0.5km마다 설치되어 있다. 시계와 남은 거리를 보니 319는 힘들 것 같다. 하프 지점을 1시간 42분대에 통과했다.
쌀쌀한 바람과 낮은 기온으로 물을 그리 먹지 않아도 갈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날은 체력소모가 적다. 33km 지점에서 파워겔을 하나 준다. 먹고 나니 속이 든든하다. 이럴 때는 조금 속도를 높여도 된다.
반포천을 지나면 남은 거리는 4km 남짓 남는다. 이제는 퍼질 일은 없으니 남은 힘을 솟아 본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지 속도가 난다. 초반 보다 후반 페이스가 좋다.
한강철교를 지나면 남은거리 1km 남짓하다. 젊은 분이 다리를 끌듯 달린다. 앞서 달려 원효대교 앞 결승선을 힘 있게 통과했다. 가민 시계와 거리가 100m 차이가 나서 마저 더 달리고 끝냈다.
2년 만에 제대로 된 주로에서 달림이 들과 함께 풀코스를 달렸다. 역시 마라톤의 꽃은 풀코스를 완주해야 힘듬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 길에서 갈등하고 인내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베여있다.
마라톤은 내 의지보다 훈련으로 만들어진 몸이 먼저 말을 해 준다. 악으로 깡으로 정신력으로 될 일이 아니다. 또한 왕년에 얼마를 달렸다는 것도 의미 없는 메아리다. 지금 내가 얼마를 달릴 수 있느냐 그게 중요하다.
코로나가 정점을 지나고 나면 사회 전반이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중에도 마라톤 대회도 그럴 것이다. 그날을 위해 지금부터 운동화 끈을 바짝 조여야 할 때다. 대회에 참가하면 믿을 건 훈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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