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손기정 평화마톤 57초 단축 올해 최고기록 본문
올 한 해를 마감하는 대회로 손기정 평화마라톤 풀코스에 출사표를 냈다. 가을로 접어 들면서 코로나 대유행이 잠잠해지면서 일상이 회복되고 마라톤 대회도 3년 만에 열렸다. 첫 대회로 참가한 대회가 여름의 끝자락에 열린 철원 평화 국제마라톤 대회였고 대규모 달림이들이 모이는 메이저 대회도 우려 속에 조선일보 춘마가 열렸고 2주 간격으로 강남 평화마라톤과 Jtbc서울마라톤 그리고 손기정 평화마라톤 대회까지 달려왔다.
해마다 추위로 달달 떨면서 대회를 준비하였지만 올해는 떠나기를 아쉬워하는 가을 날씨가 머물러 주어 준비해 간 비닐을 입지 않아도 7도의 기온이라 편히 준비할 수 있었다. 풀코스 출전자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하프와 10km, 5km 참가자로 잠실 주경기장을 가득 채운다. 요즘 달리기를 즐기는 2~30대 젊은이들이 많이 늘었다. 4 ~ 50대가 주류를 이루던 코로나 이전과는 많이 변한 새로운 풍습도다. 물품보관소 앞이 인산인해로 복작거려 간신히 물품을 보관했다.
8시 30분부터 긴 거리를 달리는 풀코스, 하프코스, 10km, 5km까지 순차적으로 출발한다. 풀코스 참가자가 적어 편하게 출발선을 빠져나가 달릴 수 있는 길을 확보하였다. 초반에 인파에 밀려 페이스를 손해 보는 일이 없어 영동대로로 나왔다. 이 코스는 매년 초봄에 열리는 동마 대회에서 잠실 대교로부터 마지막 5km를 달리는 구간이다. 잠실대교를 거꾸로 남단에서 북단으로 달리면 다리로 진입하는 가벼운 오르막 구간에서 호흡을 조절하니 조금 늦어진다. 아직 몸은 워밍업 중이다. 잠실대교 북단에서 1차 반환을 하니 5km 지점 통과다.
봄바람에 힘들 때도 많았던 잠실대교를 시원스레 통과했다. 잠실 롯데 앞을 지날 때 반대편 주로로 10km 주자들이 달려가는데 무리 속에 아내가 지나간다. 이름 한번 크게 불러 주고 왔던 길을 달려 가는데 10km 후미와 5km 주자를 보니 달리기를 즐기는 젊은이와 유모차를 끌고 대회에 참가한 여성들과 꼬마 아이도 보인다. 달리기의 맛을 알아가는 새내기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건 고무적인 현상이다.
달리기 코스는 한강으로 나가서 강을 거슬러 올라 구리 암사대교 앞에서 2차 반환을 한다. 나가는 길이 올림픽대로 지하를 지나고 급경사면을 내려가는 길은 어두워 속도를 줄여 나가면 한강으로 10km 지점을 통과한다. 아침햇살이 앞에서 비추니 눈이 부신다. 요즘 한낮에 훈련을 하지 않다 보니 선글라스도 익숙하지 않아 끼지 않고 달렸다. 대회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10km를 지나면 주로 정리가 되어 한동안은 그런 순위로 달린다. 앞으로는 건국에이스 2분과 언더 10 복장을 입은 분이 앞서 달린다. 한 번쯤 메뚜기 전법으로 힘을 주면 함께 달릴 수 있지만 앞에 두고 달리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뒤를 따랐다. 성내천을 지날 때 누군가 이름을 부르면 '아직 살아 있네' 하신다. 한때 함께 240대를 뛰었고 섭 3는 식은 죽 먹듯 한분이다. 세월의 흐름에는 어쩔 수 없이 펀런을 하고 계신 분인데 달리게 궁금해 나와 봤단다.
13km를 지나면서 미리 파워겔을 먹어주고 나니 이제 호흡도 몸도 편하다. 로켓이 우주로 나가 2단 분리가 된 그런 느낌이다. 주로가 지난 Jtbc서울마라톤 만큼 좋지 않아 예상을 할 수 없지만 지금 페이스는 확실히 그때보다 한 템포 빨리 가고 있다. 순간순간 오름 내림이 있어 가끔은 힘주어 달려야 하는 게 부담은 된다.
광진교부터는 하프 주자들이 반환점을 돌고 오는 길이라 주로가 많이 복잡하다. 오늘 대회는 하프 주자도 많아 한강주로 폭을 생각하면 복잡하다. 가장 힘든 게 급수대를 차지하고 있을 때는 물 한 컵 들고 나오는 게 곤혹스럽다. 가끔 젊은 주자를 앞서 달리면 늙은이가 앞서 가니 따라붙어 보지만 길게는 따라오지 못한다. 마라톤은 흐름이다. 그 흐름을 갑자기 빠른 속도도 변화를 주면 체력 소모가 많아 제풀에 나가 떨어진다.
18km 구리 암사대교 앞에서 반환을 했다. 쌀쌀해야 할 요즘 날씨가 한낮으로 가니 땀이 흘러 눈으로 들어온다. 마라톤은 실외경기라 날씨에 민감하다. 여성 고수분들이 다른 대회로 갔는지 여성 선두를 앞서 달려보니 한국분이 아닌 것 같다. 그분은 일본인이었다. 하프 주자 후미를 앞서고 또 앞서면서 달리는데 삼삼오오 짝을 지어 즐런을 하니 피해서 달리는 게 짜증스럽기도 하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빨리 달리기 싫어서 달리지 않는 건 아닐 게다.
올림픽대교 전에 21km 지나면서 대충 눈대중으로 하프를 지나면서 시계로 확인하니 1시간 34분으로 지난 Jtbc서울마라톤보다 약 3분은 빨리 통과한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코스는 오름내림이 잦고 양재천을 거슬러 올라야 하고 가장 힘든 40.5km부터 잠실 운동장 앞 올림픽대로 지하를 통과하는 오르막은 마의 구간이다. 미리 시간을 벌어 놓지 않으면 늦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6km를 지나면 잠실운동장 앞을 지난다 왼쪽 길로 들어가면 쉴 수 있는 길이다. 힘든 주자는 여기서 한번 고민을 하게 된다. 악마의 유혹은 '그렇게 힘들게 뛸 필요가 있어?' 그 달콤한 유혹을 떨쳐 내야 완주를 할 수 있다. 옆도 돌아보지 않고 탄천으로 향했다. 탄천 초입에 있는 하프 2차 반환점을 지나니 주로가 텅 빈다.
풀코스 참가자가 적다 보니 인적이 끊긴다. 앞서 갔던 노란 러닝셔츠 입은 건국 에이스 한 분을 앞섰다. 30km를 지나니 체력소모가 컸나 보다. '마라톤은 지금부터다.' 란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 양재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은 오르막길이라 속도가 쉽사리 올라가지 않는다.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 생각하니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33.5km 지점인 영동1교까지 올라간다. 3차 반환하고 내려오니 먼저 보낸 언더 10 러닝셔츠를 입은 분을 여기사 앞서 다리를 건너 개포동 쪽 자전거길을 따라 달려 내려왔다. 다행히 이쪽은 응달이라 햇볕이 비치지 않으니 시원해서 달리기 좋다. 최대한 핏지수를 높여 체력소모를 최소화하며 달리니 빨라진다. 속도를 올리면 올릴수록 육체적으로 느끼는 고통은 배가 된다.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기록을 당길 수 없다. 그 힘듬을 즐겨야 한다.
어쩌면 지난 JTBC서울마라톤 기록을 깰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온다. 정신은 체력을 지배한다. 달려야 하는 이유가 생기니 몸이 살아난다. 눈이 보이는 주자는 한분 두 분 모두 뒤로 보내고 마의 구간인 탄천교를 건너면 다리는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오르막 길을 오르고 마지막 올림픽대로 지하 오르막은 어둠 속에 투혼을 불살랐다.
올림픽 주경기장과 실내 체육관 사이 차량통로는 과속 방지턱이 여러 개 있어 그 또한 넘는 데 체력을 앗아 간다. 이제 주경기장으로 들어가는 길만 남았다. 먼저 대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하프 주자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결승선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 결승선 통과 순간을 찍어 준다고 했으니 가장 멋진 폼으로 통과했다.
3:08:47. 지난 Jtbc서울마라톤보다 57초를 단축하였다. 3번이나 반환점을 돌고 오름 내림이 심한 주로에 이 정도면 잘 달렸다고 나의 어깨를 토닥여 줬다. '야, 잘했어.'
'국내 마라톤 > 풀코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마로 가는 아! 고구려 역사 지키기 마라톤 181번째 풀 (2) | 2023.03.03 |
---|---|
2023 첫 대회 동계 마라톤 (0) | 2023.02.13 |
JTBC 서울마라톤 싱글, 40km 이후만 Sub-3 (1) | 2022.11.06 |
3년만에 가을의 전설 춘천마라톤 (0) | 2022.10.24 |
제19회 강남 국제평화마라톤 풀코스 우중주 (0) | 2022.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