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2023 첫 대회 동계 마라톤 본문
올해는 1월에 서울에서는 폴코스 대회가 없었고 첫 대회가 2월 12일에야 첫 대회가 열렸다. 지난 11월에 열린 손기정 평화마라톤 이후에 첫 참가하는 대회다. 장기간 대회에 참가하지 않다 보니 대회감각이 많이 떨어졌다. 요즘 날씨도 변덕이 심해 복장을 챙겨 입는 것도 어떻게 입어야 할지 고민된다.
기온은 영하 1도로 춥지는 않아 준비해 간 울모자 대신 햇빛 가림 마라톤 모자를 쓰고 장갑을 챙겼다. 한강은 늘 바람이 있어 체감 온도는 그보다 더 떨어진다. 추우면 몸이 굳어 잘 잘릴 수 없다. 그간 대회가 뜸했고 올해 첫 대회라 참가자가 꽤나 모였다. 달리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는지 멀리서도 찾아준 열정이 대단하다.
어제 하루 쉬면서 이상이 없던 왼발 발등이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조금 결린다. 조심스럽게 조깅만 하고 더 이상 재발하지 않길 바라며 출발선에 섰다. 작은 대회치 곤 풀주자들이 꽤나 많다. 목표를 어디에 두고 달려야 할지 애매하여 달리면서 몸상태를 보고 정하기로 하고 출발했다.
첫 반환점은 한강을 따라 내려가 방화대교 가가 전에 되돌아오는 코스다. 아침에는 북서풍이 불어 앞바람을 안고 달려야 한다. 워밍업이 짧았고 몸도 무거워 첫 1km는 가장 늦은 450이 찍힌다. 달릴 시간과 거리는 앞으로 얼마든지 있으니 몸이 살아나기를 기다리며 그대로 달렸다. 3km를 지나니 그제야 444로 올라선다. 앞에 무리 지어 가는 김포마라톤 클럽 회원들이 무리를 지어 달리기에 홀로 달리기보다 함께 가면 편하기에 함께 달렸다.
여성분도 함께 달렸는데 자세도 속도도 좋은 게 오래 달린 런너 같다. 다들 오랫동안 함께 달려본 팀이라 팀워크도 맞아 함께 달리니 페이스가 균일해 많은 도움이 되었다. 1차 반환점을 1km 정도 앞두고 맞은편에서 선두로 달려오는 분이 런다이어리에서 자주 만난 남평수 님이 독주다. 그간 부상으로 고생을 하더니 동계에 최상의 몸을 만든 것 같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대회에 나오면 아는 얼굴들이 많았는데 이제 세대교체가 되어 낯익은 얼굴이 거의 없다. 때론 누가 누군지 모르는 게 편하기도 하다. 하프의 1차 반환을 하고 돌아오는 길은 풀코스와 하프주자들로 주로가 꽉 찬다. 하프 선두권은 길 뚫기가 만만찮다. 15km 지점인 안양천 합류부를 지나니 하프주자와 분리되어 안양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 이 길은 그간 많이 달려본 길이라 길을 잘 알고 있다는 게 마음 편하다.
8명의 대열은 깨지지 않고 그대로 잘 달린다. 언젠가는 흩어지겠지만 동계훈련을 잘했는지 거친 호흡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제는 페이스도 430대를 오락가락하며 잘 달리고 있다. 이런 페이스로 진작에 끌어올려야 하는데 초반에 늦은 페이스로 많이 손해를 봤다. 그간 나 홀로 훈련을 하다 보니 대회감각이 둔해진 탓이다.
26km를 앞두고 같이 달리던 페이스가 느려지는 것 같아 나 홀로 대열 앞으로 나섰다. 한분만 따라오고 뒤로 쳐진다. 금천구청 앞에서 2차 반환점을 하고 안양천과 한강 합류부로 가는 길은 반대편에서 오는 주자들이 있어 심심하지 않게 달렸다. 조금씩 다리에 힘을 주어 속도를 더 높여 달렸다. 30km를 지나면서 속도가 느려진 주자를 앞서면 힘이 솟는다.
마라톤의 고비는 30km 이후로 그때부터 서서히 힘듦이 느껴진다. 고통이 배가 되면 몸은 천천히 가자하고 마음은 빨리 가자 하다. 고통의 갈등을 견디고 버티면서 달린다. 그게 훈련 때는 힘들면 느려지지만 배번이 뭐라고 그걸 붙이고 달리면 달리고 또 달린다.
다시 한강을 만나면 34.2km 지점으로 남은 거리 6km다. 시계를 보니 3시간 15분 전후로 달릴 수 있겠다. 오늘의 목표가 정해지니 거친 숨을 몰아 쉬고 달릴 계가가 생겼다. 순위와 관계없이 나와의 약속이다. 아침마다 달리는 길이라 눈이 선하지만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라 오르막도 바닥이 좋지 않은 길도 있다.
노들길 나들목을 지나면 남은 거리 3km로 마지막 힘을 솟아야 하는데 오르막이 힘을 빼놓는다. 돌아오는 길은 달린 거리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남은 거리만 생각하다. 후반의 오르막은 치명적으로 시간을 앗아간다. 바닥에 돌을 깔아 요철을 만들어 놓아 그것도 장애물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달려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니 3:14:26으로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오랜만에 대회를 달려보니 대회참가 보다 더 좋은 실전훈련은 없다. 대회감각도 익히고 무엇이 부족한지도 어떻게 달여야 하는지도 이제 알았으니 다음 대회는 좀 더 잘 달리는 계기가 되었다. 마라톤의 기록이란 게 노력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 숫자이기에 우리는 그 노력을 인정해 주고 칭찬을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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