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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서울국제마라톤 20년 개근 3:03:13 본문
다리의 뻐근함이 느껴진다. 2023 서울국제마라톤을 뛰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다리의 피로다. 나름 최선을 다했고 소기의 성과도 거두었기에 뻐근함은 마라톤이 준 선물이다. 웬만해서는 이런 근육통을 느끼지 못하는데 열심히 달리기는 달렸나 보다. 코로나로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는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우둔한 중생은 늘 주어지는 일상이 그냥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님을 이제야 알게 된다.
2023 서울국제마라톤 2023.3.19 풀코스 3:03:13
2022 * 코로나로 미개최 *
2021 * 코로나로 미개최 *
2020 * 코로나로 미개최 *
2019 서울국제마라톤 2019.3.17 풀코스 3:15:17
2018 서울국제마라톤 2018.3.18 풀코스 3:08:15
2017 서울국제마라톤 2017.3.19 풀코스 3:14:48
2016 서울국제마라톤 2016.3.20 풀코스 2:59:05
2015 서울국제마라톤 2015.3.15 풀코스 2:56:35
2014 서울국제마라톤 2014.3.16 풀코스 2:55:34
2013 서울국제마라톤 2013.3.17 풀코스 2:56:05
2012 서울국제마라톤 2012.3.18 풀코스 2:51:33
2011 서울국제마라톤 2011.3.20 풀코스 3:04:07
2010 서울국제마라톤 2010.3.21 풀코스 2:58:36
2009 서울국제마라톤 2009.3.15 풀코스 2:56:38
2008 서울국제마라톤 2008.3.16 풀코스 2:47:26
2007 서울국제마라톤 2007.3.18 풀코스 2:44:53
2006 서울국제마라톤 2006.3.12 풀코스 2:46:29
2005 서울국제마라톤 2005.3.13 풀코스 2:44:48
2004 서울국제마라톤 2004.3.14 풀코스 2:49:10
2003 동아국제마라톤 2003.3.16 풀코스 2:43:37
2002 동아국제마라톤 2002.3.17 풀코스 2:46:41
2001 동아국제마라톤 2001.3.17 풀코스 2:45:32
3년을 건너뛰고 열리는 2023 서울국제마라톤대회의 8시 출발시간을 맞추려면 5시에 일어났다. 광화문으로 가는 지하철은 달림이들로 꽉 채웠다. 광화문으로 나가는 지하철 역사는 이른 아침의 추위를 피해 실내에서 출발준비를 하고 있다. 출발 때 기온은 3도로 쌀쌀하지만 바람이 없어 달리기에 그지없이 좋은 날이다. 일단 완주 후 입은 물품을 보관하고 출발 전 준비운동으로 달릴 때 3년 전에 함께 달리던 분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니 너무나도 반갑다.
명예의 전당 배번이지만 지금의 주력으로는 3시간에서 3시간 30분대 기록인 B그룹에서 대기를 하였다. 역시 메이저 대회라 전국에서 온 달림이들 중에는 한때 같이 달렸던 역전의 전사들이 드문드문 보이니 반갑게 인사하고 그들의 모습에서 나를 본다. 오랜만에 들어 보는 마라톤 명 사회자인 배동성 님의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가 있고 반갑게 들린다.
8시 정각에 엘리트선수들과 명예의 전당, A그룹이 동시에 출발하고 8시 5분 B그룹이 출발이다. 서브 3를 넘보는 주자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고 주자층이 두텁다. 출발신호와 함께 솟아 놓은 봇물처럼 숭례문 방향으로 힘찬 첫 발길을 떼었다. 신발이 바닥에 닿는 느낌이 좋고 다리에 힘이 제법 들어가는 게 출발이 나쁘지 않다.
숭례문을 돌아 청계천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좁아진 길에 달림이들로 주로가 꽉 차니 인간 대 이동이다. 후배 섭 3 주자가 지나가길래 "늦지 않아" 했더니 개인 섭 3 페메로 km당 415로 맞춰 간단다. 그럼 내가 빠른 게 아닐까. 초반 오버 페이스는 후반에 혹독한 고생을 해야 하기게 살짝 속도를 늦추어 본다.
을지로 입구로 접어 드니 먼저 출발한 엘리트 부문 선수들이 달려오는 게 전부 마른나무에 피부를 붙여 놓은 듯 하나 같이 체지방이란 찾아볼 수 없다. 그 뒤로 국내 엘리트 선수들이 달려오고 그 뒤로 마스터즈 선두권 선수들이 달려온다. 각 그룹마다 달리는 속도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그걸 기량이라 한다.
초반 5km가 21분 52초로 속도가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 그대로 밀어 본다. 요즘 이런 속도로 달려 보진 못했지만 기록에 도전하려면 이대로 쭉 밀고 가야 한다. 동대문 디자인 파크를 한 바퀴 돌아 나오니 반대편에 C그룹 주자들이 주로를 가득 메우며 달려온다. 도심을 이런 많은 달림이들이 달릴 수 있는 기회는 1년에 딱 한번 서울국제마라톤 대회뿐으로 달림이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축제의 날이다.
을지로를 돌아 나오면 다시 청계천으로 접어든다. 청계천은 주변 상가분들과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의 길거리 응원이 있어 기분좋 게 달릴 수 있는 구간이다. 관중이 있으면 달리는 맛이 난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춘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기서 명예의 전당 그룹에서 앞서 출발한 수사마의 권*규님을 만났다. 올해 일흔 인 나이로 예전에 펄펄 날아 다니던 기량이 세월 앞에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먼저 간다고 인사만 전하고 앞서 달렸다.
청계천 하류까지 내려 갔다가 다시 달려 돌아오는 길에 100회 클럽의 손*인 님을 만났다. 한때는 동아일보 올해의 선수상까지 받는 분이다. 런닝 셔츠 안에 추울 걸 대비해 긴팔을 입었더니 덥게 느껴졌는데 "더워 보여." 한수 전해 준다. 달리면서 런닝 셔츠를 벗고 긴팔을 벗어 버리고 런닝 셔츠만 입고 달리니 상쾌한 청량감에 느껴지는 게 기분이 새롭다. 이제 좀 더 레이스에 집중할 수 있겠다.
앞에 젊은 친구 둘이 페이스를 조절하며 달리기에 함께 달렸다. 서울국제마라톤 대회는 굳이 페이스를 맞추지 않아도 쭉 인간 띠로 이어지기에 페이스 메이커의 도움이 없어도 함께 달릴 주자는 많고도 넘친다. 그게 또한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된다. 청계천을 돌아 보신각을 돌아 나와 종로거리로 접어든다.
지금까지는 좁은 도로를 달렸지만 이제는 뻥 뚫린 대로를 달린다. 요즘 달림이 중에는 여성고수들이 해성처럼 많이 등장했다. 하나 같이 군살도 없이 늘씬한 몸매로 잘도 달린다. 여성이라 얕잡아 보고 따라 달렸다간 큰코 다칠 수도 있다. 달림이들의 나이도 전체적으로 많이 젊어졌다. 런닝 크루 활동으로 대규모의 달림이 동호회보다는 소규모 활동이 앞으로 달리기 방향이다.
종로 끝자락의 흥인지문을 지나면 곧 하프지점을 지난다. 파워겔을 챙겨 왔지만 20km 지점에서 아미도 바이탈을 챙겨 준다. 한 개는 마시고 한 개를 쥐고 뛰었다. 미리 알려 줬으면 파워겔을 한 개 빼고 준비해도 될 뻔했는데 올해는 마라톤 책자도 없었다. 하프지점을 1시간 31분대에 통과했으니 지금까지는 잘 달리고 있다. 앞에는 서브 3 닷컴의 주인장이 달리는 몸이 무거워 보인다. 이럴 때는 아는 척하기보다 그냥 앞서 조용히 지나는 게 좋다.
지금까지는 앞으로 추월해 간 주자가 많았다면 이제부터는 추월하면서 달리는 구간이다. 마라톤의 관록으로 레이스 운영을 하니 앞서 나가는 주자를 뒤로 보내고 달리면 기가 살아난다. 그게 한 발짝 물러나 B그룹에서 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답지하차도는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구간에는 옆 주자보다 빨리 올랐다. 가끔은 아직도 얼굴을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 주니 힘이 솟는다. 군자교를 올라가는 오름길은 늘상 숨이 차는 구간이다. 내려 서면 군자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어린이대공원으로 가는 길에 다시 오름길을 만난다. 벌써 지쳐 걷는 주자도 보인다.
서울 숲으로 가는 30km 전후지점은 동호회 회원들의 중간급수 보급지로 동호회 회원들의 응원 열기가 뜨겁다. 이제 남은 거리가 12km로 힘들고 지루한 길이 여기서부터 잠실대교 구간이다. 달려온 거리는 잊고 남은 거리에 집중을 해 본다. 발걸음이 무디어져 가지만 달려한다는 정신력으로 다리를 채근해 보지만 마음 같이 몸이 따라 주질 못한다. 몸 따로 마음 따로 가지만 가야 할 길이기에 달린다. 달리기의 힘인 몸속 글리코겐은 고갈이 되고 의지로 달려야 하는 거리로 접어든다.
35km를 지나면 곧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오름길을 오르면 잠실대교다. 이 다리에서 한강 맞바람에 힘들어 했는데 올해는 잠잠하다. 최근 대회 중에 가장 빨리 초반을 달려 왔더니 다리가 묵직하다. 다리 난간에는 쥐가 나서 통증으로 가로등을 부여잡고 있는 주자가 자주 보이고 37.5km 지점은 잠실대교 가운데에 있다. 힘을 많이 솟은 걸까 잠실대교 내리막길에도 다리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지금부터는 가장 고통스러운 거리로 정신력으로 달린다.
이제 남은 거리는 4km 남짓. 어쨌든 완주는 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1초라도 단축하려고 지친 주자들끼리 서로 안간힘을 다해 달린다. 초반에 그리도 빠른 발걸음이 많이 무디어 졌다. 앞으로 잠실 실내체육관이 보인다. 고지가 보이니 마른 수건을 다시 한번 더 짜듯 힘을 더해 본다. 오른쪽으로 돌고 다시 왼쪽으로 돌아야 한다.
스멀스멀 쥐가 올라 오려는 기미도 느껴진다. 조금만 기다려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달렸다. 잠실 올림픽 주 경기장으로 가는 길 옆에는 달림이들 가족과 회원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바라보는 눈들을 만나게 된다. '다 왔어요.', '힘! 내세요." 응원을 받으며 마지막 힘을 보태서 트렉으로 접어들었다. 트랙의 푹신한 촉감이 좋다. 3/4 바퀴를 돌아 4년 만에 피니쉬 라인을 통과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참 긴 시간이 걸렸다. 얼마나 힘을 썼는지 한 발짝 떼기가 힘든다. 105리 길의 레이스가 끝났음을 이제야 실감한다.
24년 달리기에서 서울국제마라톤의 20년 개근의 비결은 꾸준함이다. 달리면서 건강을 챙기고, 달리기로 성취감을 얻었고, 자존감을 키워주었으며 나를 바로 세워준 데는 마라톤이란 친구가 있었다. 달리기는 참 좋은 운동이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바로 세워 주는 고마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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