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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혹서기 대회가 된 철원 Dmz 평화마라톤 본문

국내 마라톤/풀코스

혹서기 대회가 된 철원 Dmz 평화마라톤

산달림 2023. 9. 11. 20:21

제20회 철월Dmz 평화마라톤 풀코스 완주메달

 

 

결승선이 2km가 남았다. 걷지 않고 달리고 있지만 제자리 걸음 같다. 330 페메도 345 페메도 걷고 있다. 그늘 한점 없는 아스팔트 길에 열기 뜨겁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결승선으로 향한다. 가는 길이 맞기에 언젠가 결승선에 도달할 것이다. 다리에 쥐가 올라 나무를 붙잡고 다리 근육을 늘리는 분도 걷뛰를 하는 분도 하프주자 배번을 달고 달리는 분도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결승선으로 향하고 있다.

철원 Dmz 마라톤은 여름과 가을의 사이에 열리는 대회로 1년에 단 하루 민간인통제구역인 철원평야를 달리는 대회다. 어느 해는 더위에 어느 해는 비를 맞으며 시원하게 달려서 기록이 들쑥날쑥이다. 하지만 올해는 올여름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열렸다. 혹서기 대회라 불러도 좋겠다.

북녘 땅과 가까운 전방 작은 읍내 철원군에 열리는 대회라 교통이 불편해 수도권 인근에서 버스가 운행되고 마스터즈 대회치 곤 1등이 150만 원이니 상금액수도 크고 10등까지 시상하는 등 통 큰 대회운영으로 고수들도 많이 참가하는 대회다. 어느 해는 아침 이슬이 내려 창밖에 안개가 자욱할 때도 있었지만 올해는 버스의 에어컨을 켜고 철원으로 향했다.

 

식적행사 공연
고석정 관광단지에서 출발하는 풀코스 주자들

 


출발시간인 9시에 벌써 햇살이 따가워 땀이 흐른다. 오늘 105리 길은 고난의 길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서둘러 달렸다간 후반에 퍼지거나 쥐가 날게 뻔히 보이는 날이다. 이런 날은 완주만 해도 된다. 뒤쪽에 대기하다가 출반 신호에 천천히 출발했다. 245 풍선도 보내고 나만의 페이스로 달렸다.

일산킨텍스 마라톤 클럽 5분이 그룹을 지어 달리기에 515 페이스라 함께 달렸다. 더운 날은 홀로 달리는 것보다 함께 달리면 지루함이 덜하다. 더운 폭염 속에도 벼는 여물고 익어 벼를 베고 정미소는 열심히 쌀을 도정하여 햅쌀을 만들고 있다. 출발할 때 24도이던 기온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폭염속에서 잘 영글은 벼와 철원들판을 달리는 달림이들


철원평야의 들판을 달리는 코스라 딱히 그늘은 없다. 드문드문 있다가도 없는 가로수가 유일한 그늘이다. 이런 날은 기록에 대한 욕심은 금물이다. 최대한 편안한 달리기가 끝까지 살아남는 방법이다. 하프지점인 월정사역까지는 완만한 오르막 길이고 후반은 그래도 내리막 길이 많은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작은 오르막 2 ~ 3개를 지나면 DMZ으로 들어가기 전 오른쪽으로 철원노동당사가 보인다. 직선으로 쭉 뻗은 도로를 따라 은근한 오르막이 시작되는 14km 지점이다. 왼쪽으로는 빨간 삼각표지에 '지뢰지대'란 글씨가 있다. 이곳은 625전에는 북녘땅이었다가 수복된 땅이다.

오르막에 접어들자 페이스가 느려져 함께 달리던 대열에서 벗어나 먼저 앞서 달렸다. 힘 있을 때 미리 파워겔도 미리 먹어 두고 15km 급수대에서 게토레이도 마시고 하프지점인 월정사역으로 향했다. 지금부터 발걸음이 둔해진 주자들이 더러 보인다. 아직 갈 길이 먼데 힘든 시간이 되겠다.

 

비무장 지역을 달리는 유일한 대호인 철원 Dmz 평화마라톤


지금까지는 햇볕을 뒤에서 받으며 달렸다면 월정사역부터는 돌아오는 길로 앞에서 햇볕을 받는다. 위안이라면 내리막 길이 많다는 것이다. 하프지점을 1:52:32에 통과했으니 이 속도로 뛰어야 345가 되는데 작년에는 비가 내려 후반을 빠르게 뛰었지만 올해는 어림없는 상황이다. 11시로 접어 들면서 햇살은 더욱 강하게 내려 쬔다.

함께 달리던 대열은 모두 흩어지고 각기 달린다. 15km 이후에는 앞서 가는 분이 없고 초반에 열심히 달렸던 분을 앞서기 시작한다. 체력 것 달렸던 분은 평소보다 빠른 체력 고갈에 고전을 하고 있다. 주자 간의 거리도 벌어져서 띄엄띄엄 달리고 기다려지는 건 급수대뿐이다.

양지리 초소를 지나면 Dmz을 벗어나고 30km 급수대를 만난다. 이온음료를 두 잔씩이나 마셔주고 직선길을 달려 나가니 걷뛰 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진다. 체력의 한계가 오는 지점이다. 32km 지점은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는 코스로 앞서 가는 분들과 뒤따라 오는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길이다. 하나 같이 밝은 표정은 읽을 수 없고 일그러진 얼굴에는 진한 고통이 베여 있다. 멈추지 않고 힘들게 달리기를 이어 가는 것은 무엇 때문이고 누가 이곳으로 끌었으며 무엇을 얻고자 함일까? 생각의 시간이다.

35km를 지나면서 정오를 지난 햇살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후끈한 지열이 느껴진다. 급수대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고 머리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물을 붓곤 한다. 더 이상 속도를 높이지 못하고 530 유지도 쉽지 않다. 작은 오르막을 만나면 600까지 늘어지지만 속수무책이다. 그냥 몸이 허락하는 만큼 달릴 뿐이다.

39km 태봉교 앞을 지날 때는 가게 아주머님께서 힘든 주자를 위해 잠시라도 열을 식혀 가라고 수돗물을 뿌려주어 단비에 잠시 체온을 식힐 수 있었다. 후반 1km는 초반 1km와 비교되지 않는 먼 길이다. 같은 거리도 몸의 상태에 따라 가깝기도 멀기도 한다. 같은 거리인데 말이다. 41km를 지나서야 아침에 만났던 길과 만난다. 몸은 물 먹은 솜처럼 천근만근이다. 웬만하면 힘내어 마지막은 멋지게 결승선을 통과해 보고 싶지만 37km 이후에 불끈불끈 솟아 오르려 하는 쥐를 만날 것만 같아서 달래면서 달렸다.

 

 

마지막 42km 지점을 지나는 꽃길

 

105리길 완주!!!



가장 무거운 몸으로 고석정 아치를 통과하여 105리 길 달리기를 끝낼 수 있었고 오늘은 가장 먼 105길을 달린 것 같다. 육신의 에니지를 탈탈 턴 날이다. 폭염 속의 풀코스는 가장 혹독한 고문 같기도 하다. 그 힘든 먼 길을 걷지 않고 완주한 다리가 고맙다. 이제 한결 시원해진 가을날은 좀 더 비상해 봐야겠다. "수고했어." 105리 길을 힘들게 달려준 자신에게 어깨를 토닥여 줬다.

 

전광 기록판앞에 기념사진
아내는 10km 완주!
제20회 철원 Dmz 평화 마라톤 완주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