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2023 춘천마라톤 가을의 전설을 쓰다(185번째 풀코스 완주) 본문
코로나 이후 작년에 이어 참가하는 대회이며 마라톤 입문하던 1999년이고 처음으로 뛴 대회가 춘천마라톤대회다. 소위 머리를 올린 대회다. 당시 기록이 3시간 37분 07초였다. 마라톤에 입문을 하기 전에는 등산을 자주하여 10시간 산행도 했으니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출전했지만 하프까지는 잘 갔지만 30km 이후는 고행의 시간이었다. 1년간 훈련 끝에 2000년 대회는 2시간 47분 30초로 서브 3을 한 대회이기도 하다.
작년에는 3:15:36으로 뛰었으니 올해는 나이가 한 살 늘었으니 목표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대회장 가는 중에도 고민에 빠져 있었다. 20일 전에 출전한 국제평화마라톤대회에서는 3:20:46으로 완주했으니 작년과 비슷한 기록을 생각하였다.
대회날 용산에서 6시 15분에 출발하는 ITX청춘을 타고 남춘천역에 내렸는데 운동생리학박사인 이*희 님을 만났다. 대회장 가는 길에 60대 이후 페이스 조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분은 휘발유와 경유로 비교하면서 휘발유는 스피드, 경유는 지구력으로 그걸 2:8 혹은 3:7의 비율로 연료를 잘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불을 지필때는 잔가지로 불을 붙이고 장작을 넣어야 잘 타지 장작을 넣고 냅따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면 잘 타지 않는다는 예를 들면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줬다. 특강을 잘 듣고 내심 싱글로 목표를 잡았다.
복장을 챙겨 입을 때 띠동갑인 후배는 코로나 전에는 기록엔 라이벌이었는데 그간 3년의 공백기에 기록이 밀렸다고 엄살을 떤다. 잘 뛰라고 말하고 공지천 뚝방으로 나가 워밍업을 하는데 8도의 기온에 몸이 가볍다는 느낌이 좋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함에 기분이 좋다.
춘마는 3시간대 기록자는 모두 B그룹이다. 20% 앞쪽에 자리 잡고 출발준비를 했다. 예전엔 지인이 그리도 많더니 가뭄에 콩 나듯 하다. 그런 홀가분함도 나쁘진 않다. 어차피 105길은 내가 오롯이 짊어질 짐이다. 의정부에 사는 조*현님을 만났다. 띠 동갑 정도 되는 젊은 분인데 페이스가 비슷하다. 오늘 레이스를 물으니 초반은 440으로 출발하여 페이스를 높여 간단다. 나랑 비슷한 작전이다.
9시 정각에 엘리트 선수와 A그룹 서브 3 주자들이 동시에 출발을 한다. 3분 후에 B그룹 출발이다. 춘천코스는 출발부터 은근한 오르막으로 시작이 된다. 첫 1km가 443이고 다음 1km가 432가 찍힌다. 호흡도 거칠지 않고 다리에 부담도 없어 그대로 몸이 가는 데로 밀어 본다. 강원체고 앞 돌아 나오는 길을 달리는데 인사를 하신다. 누구가 하고 돌아보니 부산에서 오신 태권브이님이다. 주로에서 뵙지요 했는데 이 많은 사람 중에 용케도 알아보시고 인사해 주니 반갑고도 금방 헤어지니 미안하다.
이제 내리막길에 힘 빼고 달려주니 몸이 적응을 하기 시작한다. 첫 5km를 무리 없이 달렸으니 이대로 페이스만 유지하면 된다. 예전에는 의암댐 터널을 지날 때 주자로 빼곡했지만 약간은 썰렁하다. 대구마라톤클럽에서 온 여자 주자가 기를 쓰고 달리기에 파이팅을 외쳐주고 의암댐을 넘었다. 8km를 지났으니 몸이 잘 가동된다. 5km마다 22분대는 뛸 수 있을 것 같다.
의정부에서 온 그분과 동반주로 달렸다.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으려면 피이스가 비슷한 주자를 찾아 같이 달리면 페이스 조절이 한결 쉽다. 초반에는 쓩하고 달리는 분당검프의 유*대님을 여기서 만났다. 훈련량이 적어 천천히 간단다. 마라톤은 믿을게 자신뿐이다. 그건 본인이 제일 잘 아니 페이스는 본인의 영역이다. 삼악산 등산로 입구를 지나 한림대 연수원 입구까지 10km도 페이스 조절이 딱 좋다.
15km 박사마을 가는 길은 비교적 평지라 부담이 없다. 아침부터 흐린 날씨에 강바람도 있어 달리기 딱 좋은 날씨다. 오른쪽으로 의암호를 바라보기도 하며 여유롭게 달렸다. 5km 구간기록이 22분 05초로 점점 빨라진다.
20km 지점은 신매대교 입구에 있다. 강원에니고들학교 가는 길인 17km 지점 오르막에서 빠르게 치고 오르니 같이 달리던 분이 뒤로 쳐진다. 기다려 줄 수는 없고 페이스대로 달리니 따라와 붙는다. 신매대교는 각 클럽에서 응원을 많이 하는 곳이다. 요란한 응원 소리를 들으며 돌아 나오니 하프지점을 지난다. 1시간 34분 46초로 이대로만 달리면 싱글이 가능하겠단 생각이 든다.
하프를 지나니 걸음이 둔한 주자들이 보인다. 이제부터는 추월의 시작이다.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달리니 계속 앞설 수 있다. 24km 지점에서 동반주하던 분이 도저히 못 참겠다고 화장실을 간단다. 헐? 이제 나 홀로 독주가 시작된다.
서상대교 전에 중간급수 지점에 파워겔을 받아먹고 춘천댐까지 오름을 올라야 한다. 점점 걸음이 둔해지는 주자를 앞서 춘천댐에 올랐다. 1차 고생 끝이고 내림이 많은 길을 달린다. 험한 춘천댐 오름길에도 그리 밀리지 않고 22분대를 뛰었다.
30km 가는 길에는 TV조선에서 촬영을 한다. 웬 노인네가 잘 달려오는 게 신기했나 보다. 앞선 젊은 친구들이 서서히 지쳐가니 발걸음이 둔해진다. 32km 지점에서 입상권인 여성주자에게 파이팅을 외쳐주고 터널을 지나니 대로가 펼쳐진다. 아직 피로하진 않고 속도는 잘 유지되고 있다. 이대로만 가면 '싱글이다.'를 나에게 알려주며 동기를 부여했다.
35km를 지나니 100회 클럽 남궁*영 님이 시원한 콜라 한잔을 건네준다. 시원하게 한잔 마셔주고 가속을 해본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젊은이를 앞서 달리니 큰 박수로 응원을 해준다. '고래도 칭찬을 하면 춤을 춘다.' 했다. 그 응원에 힘입어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밀어 붙이니 제2소양교다.
입구에서 대구에서 오신 이*제님이 이름을 불러 주며 사진을 찍어 주며 '파이팅'으로 응원해 준다. 이제 39km를 지났다. 이 길이 가장 지루한 길이다. 40km 급수대는 통과하고 싱글을 위해 집중해 본다. 41km를 지나니 남은 거리 1km란 표지가 있다. 시계를 확인하니 5분 이상이 남아 가능이다.
그렇다고 천천히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스피드를 올려 달리는데 한강 마라톤 클럽의 젊은 친구는 키가 185cm는 될 것 같고 몸매도 좋다. 서브 3 하려다가 포기했다며 동반주를 한잖다. 마다할 이유가 없어 그대로 결승선을 향해 달렸더니 마지막은 3자까지 봤다.
이번 춘마는 계획대로 제대로 맞아 떨어진 나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쓴 대회였다. 작년 기록 3시간 15분 34초를 6분 38초를 앞 당겨 3시간 08분 56초로 완주하였다. 참 기분 좋은 날이었다. 6분 38초 숫자가 주는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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