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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일본 남알프스 산행기 - 아! 센조가다케 본문

해외 산행/일본 남알프스

일본 남알프스 산행기 - 아! 센조가다케

산달림 2005. 7. 19. 17:00

 

 

2년전 8월에 일본 북알프스를 종주했다. 올해는 일본 남알프스를 종주 계획이 있다.

하지만 불과 열흘전 일본 홋가이도에서 개최된 세계 100km 선수권 대회에 다녀 왔다. 사무실이나 집이나 모두 송구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산에 대한 갈증이 강했던지 일단 일은 벌리면 추진되는 법, 2005 남알프스 종주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늘 해외원정은 가는 사람만 참가한다. 김경환님이 합류했다가 막판에 포기하고 한울타리님이 합류하여 산다니, 강삼촌과 4명이 원정산행을 떠나기로 했다. 앞으로는 해외원정등반대 구성은 최소 6개월전에 구성하여 팀웍을 다지고 좀더 높은 기량으로 해외원정에 임하여야 하지 않을까?

 

해외원정이 단순 해외관광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좀더 난이도가 높은 산, 위험도가 높은 산을 등정 하려면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산은 결코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정상에 설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다.


7월 8일 18시 30분 인천국제공항에 모였다. 다들 2년전 북알프스를 다녀 온적이 있어 배낭꾸리에 많이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지만 모두 중량은 20kg을 초과하였다. 산다니와 강삼촌은 배낭에 넣어둔 연료가 검색대에 걸려 연료를 압수(?)를 당했다.그래서 연료가 부족하다. 일본에서 구하려면 많은 시간 낭비가 있을 듯 하다.


조금은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나고야행 ANA0642에 올랐다. 2시간 후 어두움이 짙게 깔린 나고야 중부국제공항에 도착해 출국수속을 밟고 나고야로 가는 전철에 몸을 싣었다. 바다를 매립해 만든 중부국제공항에서 나고야역 까지는 5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가능하면 빨리 산행 깃점으로 이동하여야 시간이 절약 될것 같아 시오지리까지 가는 마지막 열차를 탔다.

 


 

 자정 무렵 시오지리에 도착하였는데 가는 도중 30대 초반 남자가 구토를 했다. 그런데 그 오물이 자리에 앉은 남자와 20대 여자의 옷에도 묻었는데 묻힌 남자나 오물 세례를 받은자나 다툼이 없이 손수건으로 오물을 닦고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그대로 여행을 계속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잣대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게 우리는 이상하였다.


시오지리는 작은 도시로 열차의 종점이었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노숙을 결정했고, 역앞 광장 분수대옆에서 메트를 깔고 짧은 잠을 청했다. 다행히 모기는 없었고 날씨는 그리 덥지 않아 잠시나마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다시 새벽 첫차로 고후(甲府)로 향했다. 쭉쭉 뻣은 삼나무의 시원스러움과 계곡을 흐르는 냇물의 깨끗함이 우리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물가가 있으면 빼곡히 들어 차는 음식점은 여기엔 눈을 닦고 찾아보아도 그런건 없다. 선진국은 경제가 발전하고 문화가 앞선 나라가 선진국이라 했다. 그러니 우리는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기엔 이른감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고후에 도착하여 산행의 들머리인 히로와라가바행 차편을 알아 보니 7월 1일 부터 개통되어 10시 버스가 있어 부족한 연료를 구입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스포츠센타로 갔으나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10시 버스를 보내고 다음 차인 11시 30분 버스를 기다리면서 다시 스포츠센타에 가서 연료를 2L 구입하고 역앞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서 도시락을 사서 이른 점심을 먹고 삼겹살도 1kg 샀다.

일본에서는 항시 연료를 구입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빼앗기곤 한다. 그리고 연료의 가격도 무척 비싼편이다.

 


고후역 점심식사 후 - 이제 히로와가바라로 출발이다.


히로와가바라행 버스에는 우리대원 4명만 달랑 타고 운전사 조수와 일행이 되어 함께 가는데 중간에 승차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높은 고개를 넘고 깍아지른 산허리를 감아 돌아가는 길은 일본인의 토목기술에 또 다시 한번 혀를 내 두르게 한다. 이도로는 원래 임도로 개설하였으나 여름 피서철에만 버스 노선이 개통되는 곳이다.

임도라고 하지만 터널을 뚫고 포장을 하고 도로변 축대를 쌓아 1차선 도로지만 잘 관리 되고 있었고 우리가 갈때도 곳곳에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의 임도와는 전혀 다른 몇단계 업그이드된 임도라 하겠다.

 

 


 첫번째 토일렛 타임때 - 운전기사와 조수와 함께

 


종주대원 전부


히로와가바라로 가는 길에 2번의 쉬는 시간이 있었다. 운전자의 피로도 덜고 승객들도 휴식을 취하는 “토일렛 타임”이라 했다.

 


2번째 토일렛 타임 -  뒤에 보이는 차가 우리가 타고 온 버스

 

 

우리는 운전기사와 조수 그리고 일행이 함께 사진도 찍으며 대절버스 같이 즐겁게 달려 히로와가바라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다시 北尺峠 까지 가는 버스를 바꾸어 타야 한다. 고산답게 안개비가 내린다.

 


                                시간표

 


       히로와가바라 버스정류장 - 임시로 만든 천막 앞에서


 

14:15분 막차로 北尺峠로 향했다. 시영버스로 등산철에만 임시운행하고 동계는 운행을 하지 않고 있다.

버스에는 우리일행과 일본인 몇 명과 함께 비내리는 산길을 달렸다. 첫날부터 빗속에 산행이 될 것 같다.


우리는 산행깃점인 北尺峠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배낭을 메고 산을 올랐다. 잘 정비 된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데 마침 하산하는 등산객들의 모습을 많이 만났다.

“곤니지와” 그들은 늘 그렇게 아침이든 오후든 그렇게 인사를 했다.

 


 

표고 2,000m에서 산행을 시작하니 무척 편하다. 등산로변에 이치고메(一合目)로 시작해 니고메(二合目)으로 높아진다.


우리는 무거운 배낭을 감안하여 30분을 걷고 5분 휴식을 하며 센조가다케(3,032.6m)로 향했다. 등반첫날이고 하여 무리하지 않을려고 센조가다케 아래에 있는 센조고야(仙丈小屋)에서 야영을 하리라 생각하고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배낭커버만 씌운 채 계속 진행하였다.


통계상 7월 중순이 강수 확률이 가장 적다고 일부러 이때를 맞추어 왔는데 첫날부터 비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고산에서 비는 늘 강풍과 안개를 동반하기 때문에 산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소 센조다케(2,855m)

 

하지만 천기는 인간이 조정 할수 있는 권한 밖의 일이니 거기에 순응을 해야 한다. 센조가다케를 앞두고 왼쪽 길은 센조고야(仙丈小屋)로 가는 길이고 오른편 길은 바로 센조가다케로 오르는 길이다. 우리는 센조고야(仙丈小屋)에서 야영할 생각으로 센조고야(仙丈小屋)로 향했다.

 

센조가다케 아래로 흰 만년설이 덮여 있고 어두움이 점점 짙어 올때 센조고야(仙丈小屋)에 도착했다.

탠트를 칠수 있는냐고 하니 한마디로 “노 탠토”다. 매정한 산장직이와 더 이상 다툴수 없어 바로 센조가다케로 오르는데 다시 한번 그 쪽도 “노 탠토”라 한다. “와까리마스”라고 큰소리로 외쳐주고 센조가다케로 올랐다.

 

대원들도 이제 쉴수 있다고 서둘러 왔는데 다시 산을 오른다고 생각하니 힘이 빠진 듯 발걸음이 무겁다.

그렇다고 첫날부터 ¥5,000이나 주고 고야에 잘 수도 없고 계획대로 야영을 하기위해 센조가다케로 올랐다.


정상은 너무 강한 바람이 불어 오래 머물수 없었고 이미 어두워져 빨리 야영장소를 선택하여야 했다. 심한 노출은 하이포서미아로 이어져 위험할 수 있었다.

사진을 찍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바람이 덜부는 곳을 찾는데 자갈밭위에 조그마한 공터가 보인다.

산다니에게 저기가 어떨까하니 조금만 바닥을 정리하면 가능할 것도 같으니 탠트를 치자고 한다.


자갈밭으로 돌을 대충 고르고 탠트를 쳤다. 치는 순간에도 강풍과 비바람에 몸이 덜덜 떨린다. 이번에 새로 준비한 나의 2인용 탠트는 쳤는데 강삼촌의 3인용 탠트는 아직도 강풍에 밀려 완성하지 못했다. 지난 백두대간 종주시 황악산 아래 눈밭에서 리베로의 탠트를 치던 생각이 난다.

조건이 좋을 때는 누구든 탠트를 칠수 있다. 하지만 강풍과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조건에도 탠트 주인은 정확히 탠트치는 요령을 숙지하여 가능한 빠른시간내 탠트를 쳐야 고생이 덜하다.


탠트를 치고 탠트안에만 들어가도 아늑한게 숨쉬기가 편하다. 그러나 탠트 밖은 시베리아 벌판처럼 강풍이 몰아쳐 탠트 폴이 꺽어질 듯 휘어지 진다. 무거운 배낭으로 누르고 몸으로 누르니 날아가지는 않지만 밥 지을 용기가 나지 않는지 비상식량으로 저녁은 대신하고 그냥 잠자리에 들자고 한다. 지금 상황에는 탠트안에서도 밥짓기가 힘들 것 같아 가지고 온 햄을 굽고 비상식량으로 끼니를 때우고 펙소주로 우울한 맘을 달래 본다.


하지만 탠트 칠때 노출된 배낭안의 침낭이 젖어 축축하다. 마땅히 말릴수도 없어 축축한 침낭을 덮고 젖은 바지는 체온으로 말릴려고 입고 잠을 청한다.

축축한 옷과 침낭으로 잠을 뒤척이는데 옆 탠트는 플라이를 타고 물이 들어 왔다고 물 푼다고 야단법석이다.

 

그러기에 올때 장비를 잘 챙겨 와야지? 이렇게 비가 오고 강풍이 부는데 생리현상은 어쩔수 없는 것 이럴땐 호스로 해결 할수 없나? 별생각 다해 본다. 그래도 탠트문을 열고 밖에 나오니 강풍이 엄습하니 한기가 든다.

미나미알프스가 첫날부터 단단히 신고식을 하는 듯 하다.

 

“미나미알프스의 신이시여 내일은 제발 비가 그치고 강풍도 멈추게 해주십시오.” 라고 기도하며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