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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용인대 24시간주 후기 본문
도전은 아름답다. 단지 인내를 필요로 한다.
또 하나의 도전을 위하여 식목일이자 청명인 4월 5일 일요일에 용인대로 향했다. 7시경 집을 나서 강남역 버스정류장에서 정해성님을 만났다. 연휴 첫날 용인으로 가는 길은 성묘객과 행락객의 차량으로 버스는 지체와 서행으로 당초 9시전에 도착하리란 기대는 사라지고 대회 시간전에나 도착이나 할련지? 초조해진다.
운전기사에게 특별히 부탁해 재촉하여 도착하니 그나마 9시 55분으로 5분전이다. 미리 버스에서 달리기 복장을 갖추었으니 바로 가서 뛰면 된다. 급히 정해성님과 대회장에 도착하니 벌써 준비는 다 된것 같은데 아직 배번이 도착하지 않은 것 같다. 정시에 출발하는지를 본부에 문의하니 조금 늦을것 같단다. 휴 ~ 여유가 있어 다행이다. 우선 화장실을 다녀오고 간단히 스트레칭도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본다. 날씨도 화창하고 기온도 대회하기에는 좋은 날씨다.
출발 후 : 작년 1위 김현수님과 함께
참가선수와 대회운영진의 기념촬영이 있은 후 바로 경기가 시작된다. 이번 대회는 14명이 참가신청을 하였고 일본에서도 선수가 참가하였는데 OKIYAMA란 분으로 24시간주 최고기록이 254.8km로 국내선수와 월등한 차이가 나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 남자들은 100km를 10시간 이전에 뛴 기록을 가지고 있거나, 200km 이상의 거리를 완주한 분들이다. 2명이 불참하였고, 서경석님과 이귀자님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그리고 10시 28분경 10명의 주자가 출발선에 섰다. 이제 역사적인 24시간주의 출발이다. 마음을 가라 앉히고 차분한 마음로 경기에 임하였다. 절대 서두르지 말자. 자신에게 당부하며 차분히 10시 28분경 일제히 출발하였다.
역시 OKIYAMA님이 선두로 나가고 장기생님과 최영훈님이 뒤를 따른다. 나는 후미에서 천천히 뛰었다. 그렇게 몇바퀴를 돌고 나니 작년도 우승자 김현수님이 앞에서 달리고 있다. 그래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뒤를 따랐다.
외로이 400m 트렉을 돌고 또 돌고....
1라운드는 OKIYAMA님의 독주에 장기생님의 선전이 돋보였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에게 ꡒ다른 주자와의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오직 기록에 도전하자.ꡓ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오직 냉정한 레이스 운영만이 200km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당초 목표한 2분 5초 보다 빠르면 즉시 속도를 줄였고 가능하면 균일한 속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였다. 1시간동안 트렉을 돌고 이온음료를 마시며 달리는 속도를 확인해보니 거의 2분 5초 내외로 돌고 있다. 계획한데로 2분 5초~10초가 적당한 것 같았다.
OKIYAMA님은 1분 55초 정도의 빠른 속도로 돌고 있었다. 자세도 무척 안정되었고, 하체 허벅지가 무척 강하게 느껴졌다. 100Lap 40km를 3시간 29분 10초에 끝내고 아직 1라운드의 시간이 여유가 있어 3시간 55분까지 112Lap 44.8km를 돌고 제일 먼저 휴식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으며 2라운드를 준비하였다. 1라운드는 장기생님에 이어 3위를 했다.
2라운드는 1라운드의 속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OKIYAMA님도 초반 기세가 다소 주춤한 듯 하였고 장기생님도 1라운드에 비해 속도가 많이 둔화된 듯 했다. 그래서 매시간 마다 3분 정도의 휴식을 취하며 체력손실을 최소화하였다. 체력이란게 한번 저하되면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아니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영영 회복이 되지 않는 수도 있으니 후반을 위하여 체력안배에 노력하였다. 가능하면 정속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1라운드 시작 1시간 50분이 경과 할쯤 뒤늦게 합류한 서경석님과 OKIYAMA님의 선전이 2라운드 초반에는 돋보였으며, OKIYAMA님이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휴식시간이 길어지면서 2라운드는 역전할 수 있었다. 106Lap 40km를 채우고 휴식을 취하며 3라운드를 준비하였다. 아직 컨디션이 괜찮은 편이다. 그리고 서서히 트렉의 감을 느낄 수 있었고 최초로 구간 1위를 하였다.
뛰다 보면 밤이 찾아온다 밤을 세워 달린다.
3라운드는 100km 통과하는 라운드다. 100km에는 15.2km만 뛰면 된다. 저녁이 되니 기온도 내려가고 바람마져 강하게 부니 날씨가 쌀쌀하게 느껴졌으나 달리는 중에는 춥지 않아 펜츠에 런닝복 차림으로 달렸는데, OKIYAMA님은 상하 모두 긴옷으로 갈아입고 뛰고 있었다. 이윤희님이 춥지 않는냐고 묻기에 뛸만하다고 대답하고 뛰는데 바람이 접점 거세져 8시경 쉬면서 반팔로 갈아 입었다.
경기시작 8시간 59분만에 OKIYAMA님이 최초로 100km를 통과하였다는 장내방송이 나왔다. 많은 주자들의 속도가 현저히 저하되어 쉬는 시간이 많고 주로에는 주자가 뜀엄뛰엄 보인다. 좀더 많은 주자가 주로에 있어 서로간 지루함을 달래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경기시작 9시간 14분만에 100km를 통과하였다. 이제 많은 주자가 Cut Off 탈락하지 않으려고 속도를 높인다. 특히 대회시작 1시간 48분 후에 경기를 시작한 서경석님의 투지가 단연 돋보인다.
장기생님이 10시간 8분에 100km를 통과하고 잠시 뜸하더니 11시가 넘어서자 줄줄이 100km를 통과한다. 밤10시 30분경이 가까워 오자, 시작한지 12시간이 경과하여 서서히 피곤이 밀려온다. 점점 매 라운드당 거리가 줄어 든다. 98Lap 39.2km를 돌고 휴식을 하였다. 이번 구간도 구간 1위를 하였고 총 거리에서는 319Lap 126km로 1위로 나섰다. 2위인 OKIYAMA님은 125.2km로 간발의 차인 3Lap 1.2km가 앞서고 있었다.
4라운드는 많은 주자들이 100km를 채우려고 3라운드 후반에 속도를 높인 탓에 주로에 주자가 더욱 뜸하다. OKIYAMA님의 휴식시간이 늘면서 거리상으로 독주가 시작된 라운드다. Cut Off에 두분이 탈락하여, 넓은 운동장은 더욱 휑하고, 우뚝 솟은 조명탑에서 내려 붓는 빛에 반사된 파란 인조잔디가 무척 아름답게 보인다 바람이 점점 거세져 상의는 긴팔 옷으로 하의는 롱타이즈로 갈아입고 달려도 앞바람이 불때는 추위를 느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는 점점 무거워 오니 휴식시간이 점점 늘어나는데, 쉬지도 않고 계속 속도를유지하면서 달리고 있는 주자가 있었는데 이귀자님 이다. 무슨 로보트가 움직이는것 같이 조금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잘도 돈다. 휴식시간이 길었고, 체력저하로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82Lap 32.8km로 이귀자님에 이어 2위를 하였다.
5라운드는 우려했던 잠과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맞이하였다. 간밤에 잠을 자지 못해 언젠가 잠과의 일전을 생각하였지만 4라운드 후반부터는 눈꺼풀이 무겁다는 느낌이 있었다. 토막잠이라도 잘려고 잠시 누웠는데 막상 잠은 금새 오지 않는다.
다시 나와 달려 보지만 몰아치는 밤바람에 한기를 느껴 오리털 파커를 입고 잠시 달린 후 몸을 덥힌 후 파커는 벗고 달리는데 잠에 취한 듯 뛰고 싶은 마음이 없다. 박카스를 마셔도 몸이 거부한다. 생수를 마시고 뛰어 보지만 술에 취한 사람 마냥 잠에 취해 비틀거린다. 다시 잠을 청해 본다. 10여분 깜박 잤나?
한기에 잠을 깨니 무척 게운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비몽사몽간에 1시간 반이 훌쩍 지나 갔다. 그 동안 서경석님과 이귀자님은 계속 잘도 돈다. 무거워진 몸을 추스리며 컨디션이 상승되기를 기다리며 체력을 최소화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음식물도 전복죽에서 라면으로 바꾸었다. 몸이 음식물을 거부를 하더니 신기하게도 면류는 술술 잘도 넘어 간다. 이제 힘이 난다. 남은 시간에 그간 뒤쳐진 거리를 만회하려고 조금 다시 아침이 밝았다.
다시 아침이 밝았다.
속도를 높였다. 역시 먹어야 힘이 나나 보다. 마의 5라운드 후반은 뛰는 주자는 서경석님과 이귀자님 그리고 나, 3명이고 다른 분은 걷고 있다.
OKIYAMA님의 다리가 무척 무거워 보인다. 그러나 휴식을 반복하면서 계속 다리를 추스리며 걷는다. 가끔 추월 할 때는 뭐라고 격려해 주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다. 다만 마음으로는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의 포기하지 않는 투혼이 더욱 빛난다. 새벽 5시가 가까워 오자 어디서 힘이 생겼는지 속도감이 난다. 장거리를 달리다 보면 어느 때 상승곡선을 그리는데 지금이 그때가 지금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변이 서서히 밝아오고 이제 남은 시간이 5시간 정도니 6라운드 초반에 대망의 200km 돌파는 가능할 것 같아 절로 힘이 솟는다.
스텐드 불빛이 희미해져 가고 주변이 밝아 오니 밤새 달렸다는데 대한 뿌듯한 희열감을 느꼈다. 5라운드 초반에 졸음으로 많이 쉰 탓에 75Lap 30km를 달려 서경석님에 이어 2위를 하였고, 총 189.2km를 달려 10.8km를 더 달리면 대망의 200km를 돌파하게 된다.
아침 점심 저녁 밤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6라운드는 4시간만 달리면 이 지긋지긋한 달리기도 끝이 난다고 생각하니 절로 힘이 난다. 하지만 점점 고통은 커간다. 어디한군데도 특별히 다친 데는 없는데 점점 힘이 들고 다리가 뻣뻣해져 온다. 아마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음식도 입맛이 돌아와 바나나, 딸기를 먹어도 맛이 좋다. 주로 홍화씨 끊인 물과 꿀물을 먹었는데 몸에서 거부감이 없었다. 가끔 전복죽도 먹고 1시간 간격으로 5분 정도 쉬면서 서포트를 하고 있는 산악회 동료 이교영님의 정성어린 마사지를 받았다. 처와 이교영님은 뛰는 나를 위하여 지난밤을 꼬박 세우고 있다. 나야 뛰는 재미나 있지만 이교영님과 처는 얼마나 지루했을까?
고마움에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 진다. 반대편 운동장을 돌 때 감정에 북받쳐 잠시 하늘을 보며 달렸다. 처는 그랬다. “혼자 뛰지 왜 남까지 고생 시키는냐고....”, “그래 이건 미친 짓이다.”라고 속으로 몇 번이고 되 뇌였는지 모른다.
24시간주는 서포터 없이는 경기를 할 수 없다. 주자는 오직 달릴 뿐이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먹는 것을 챙겨주어야 하고, 매Lap의 시간을 체크해야하고 주자의 달리는 자세를 지적해주어야 하고, 밤에는 방한복, 신발 및 양발 교체에다 수시로 마사지를 하여 뭉친 근육을 풀어 줘야한다. 그러다 보면 주자가 쉬는 시간은 더욱 바쁘고 눈을 붙일 틈이 없다. 한 마디로 희생과 봉사이다.
이윽고, 200km 잔여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25Lap에서 점점 줄어들어 이제 한자리수인 9Lap이다. 어디서 힘이 나는지 잘도 돈다. 지금까지도 1Lap당 2분 30초 미만으로 돌고 있다. 출발점 주변에는 카메라가 많이 동원되어 있다. 뒷꿈치가 아파 가볍게 착지하며 딱딱한 바닥에 충격을 최소화 하면서 3. 2. 1. 그리고 마지막 바퀴다. 반대편을 돌아 힘차게 출발선으로 들어가면서 그간 참았던 모든 한(?)들을 모아 크게 소리쳤다.
“야!!!!!”하고..... 통과했다.
통과하고 나니 허전하다. 이왕 200km를 통과하였으니 바로 한국최고기록도 갱신하고 난 후 쉬고 싶었다. 지금까지 최고기록은 202.4km로 2.4km를 더 뛰면 기록 갱신이다. 6Lap만 더 돌면 한국신기록이 수립되는 것이다. 그 순간을 빨리 맛보고 싶었다. 6Lap를 더 돌자 한국신기록을 수립하였다는 장내방송이 나왔다. 마이크를 잡은 분도 얼마나 힘이 들까? 밤새 주자에게 힘을 주기 위해 이름을 호명하는 것도 지겨울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2바퀴를 더 돌아 203.2km를 뛰고 휴식을 하였다. 늘 주로에서 만나 안면이 있는 남궁만영님을 만나 특별히 마사지를 부탁해 정성스런 그분의 마사지를 받으며 무척 행복 했었다. 어디 다친데가 없는지 물어 보며 자상하게 마사지를 해주었다.
220km 돌파 한국 신기록!!!
이제 뛰는 거리가 신기록이다라고 생각하니 절로 신이 난다. 대망의 은메달인 220km는 가능할까? 반신반의하며 운동장을 도는데, 나는 220km, 서경석님은 200km에 대한 잔여거리가 내가 조금 적게 남았다. 같이 돌아도 먼저 220km를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볍다. 왜냐하면 서경석님은 200km가 가능하다고 했고 아직도 나는 여유가 있었다. 잔여시간이 장내방송으로 연신 나오는데 충분히 220km는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본부석을 지날 때면 다른 주자들을 서포트하기 위해서 온 분들이 박수를 치면서 응원해주어 지루하지 않게 달릴 수 있었다. 다시 220km에 대한 장내 아나운서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또 다시 한번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220km를 통과하였고, 곧이어 서경석님도 200km를 통과했다는 장내방송이 나왔다.
서경석님은 지난 대회 때 200km를 채우지 못해 무척 아쉬워했는데, 200km를 무난히 돌파하여 나의 일 같이 기뻤다.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하여 후회 없이 달리자고 다짐하며 달렸는데 어느덧 종료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10. 9. 8. 7. 6. 마지막 힘을 다해 본부석을 지났다. 그리고 5. 4. 3. 2. 1. 0. 모든 것이 끝났다.
24시간이 흘렀다. 도저히 불가능 할 것 같았던 당초 목표인 200km는 물론 220km도 넘었다.
220km를 뛴 후 11Lap을 더 돌아 총 261Lap 224.4km를 뛰었다. 한국신기록 이란다.
그 자리에 누웠다. 4월의 하늘은 더 없이 맑았다. 무척 편안하다.
4월의 봄볕이 무척 따스하다. 용인대의 인조잔디가 더 없이 넓어 보인다. 그 기나긴 달리기가 끝이 났다. 끝없이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24시간주가 끝이 났다.
생각만 해도 트렉을 돌다가 내가 돌아 버릴 것 같던 24시간주가 끝이 난 것이다.
그런데 왜 이리도 마음한 구석은 허전한 걸까?
4월 5일 아침 10시 28분 경에 시작하여 점심시간이 지나고, 저녁이 되면서 어두움이 찾아 왔고, 그리고 밤과 함께 바람과 추위도 찾아 왔다. 자정이 지나고 졸음과의 전쟁을 치루었고 여명의 아침과 함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고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너무나 힘든 일전이었기에 허전함만 더하다. 이렇게 끝이 나는 구나. 이렇게......
24시간 밤새워 주자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주자에게 힘을 더해주신 많은 진행자님들과, 밤새워 달리도록 뒤에서 서포트해 주신 처와 그리고 주봉산악회 이교영님, 유희남님, 김종필님 다들 너무너무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의 이런 대기록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것은 님들의 숨은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또한, 이번 대회를 준비해주신 KU 이용식 대표님과 자원봉사 해주신 모든 회원님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신 님들, 다음 기회에 꼭 완주하시고, 24시간을 함께 했던 주자님들 하루빨리 몸을 추스리시고 다음에 주로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늘 건주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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