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런닝라이프 2006. 1월 본문
마라톤은 신이 나에게
내려준 최고의 선물입니다 한국 울트라마라톤의 역사를 쓰고 있는 진병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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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에 비해 빨리 찾아온 동장군의 위세가 대단하다. 겨울이 되면 으레 내리는
눈이지만 갑작스런 폭설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춥게 만든다. 진병환(49) 씨와 만나기로 한 날도 기상예보에서는 추운날씨를 예보했다. 특히나
인터뷰 장소가 중랑천이었기에 장갑과 목도리 등 온몸에 완전무장을 하고서 약속장소로 향했다.
난 아직 살아있다 | ||||||||||
생각할 무렵 IMF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 시기 가장 힘든 세대였던 ‘사오정’에 그도 있었다. “나라 경제가 힘든 시기이기도 했지만
주위에서 나이 들었다고 퇴물이라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솔직히 애매한 나이기는 하죠. 젊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늙은 것도 아니잖아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 시기에는 제 나이대가 가장 발붙이기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난 아직 죽지 않았다’, ‘여전히 건재하다’라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등산은 아무리 힘들게 30년 가까이를 해도 주위에서 알아주지를 않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마라톤이었습니다.”
남들에게 자신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마라톤.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 마라톤을 했지만 그것은 사실 자신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고 1999년 춘천마라톤대회에 처음으로 출전을 하게 된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라톤을 처음 시작하면 5km부터 시작해서 10km, 하프, 풀코스 순으로 차근차근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도전을 하잖아요. 근데 저는 처음부터 풀코스에 바로 도전을 했습니다.” 마라톤에 대해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풀코스에 출전한 그는 하프지점을 지나고 부터 고통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마나 오랫동안의 등산으로 단련된 기본체력으로 30km 가까이를 달린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처음 출전한 대회라고 해도 중간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걷고 싶어 하는 힘겨운 다리를 부여잡고 고통을 곱씹으며 피니쉬라인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첫 출전에서 완주를 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그의 풀코스 기록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바로 3시간37분30초였다.
달리기는 내 삶의 부분이다
첫 출전에서 3시간37분대를 기록한 이후 한 번도 서브3를 놓치지 않은 진병환 씨는 지금까지 29회의 서브3를 달성했고 곧 30회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훈련을 해도 서브3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진병환 씨는 첫 출전을 제외한 모든
대회에서 2시간대에 결승선을 밟았다. 놀라운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2001년 11월 11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들어온 100km
울트라마라톤에서 첫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울트라마라톤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단지 ‘도전’에 목말라 있던 그가
무작정 참가를 하고 자신도 모르게 거머쥔 영광인 것이다. “순위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참가를 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완주만 바라보고
달렸죠. 그런데 계속 달리다 보니 내 앞에 아무도 없더라고요.(웃음) 그 이후로 서울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3연패를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는 데는 혹시 그만의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닐까. “특별한 것은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단거리 달리기는 약했지만 오래달리기는 잘했거든요. 그것도 무시 못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암벽등반을 즐겨합니다. 물론 마라톤을 하기 전부터 계속 해왔던 취미 활동이기도 하지요. 그냥 훈련을 하면 지루할 수 있지만 자신의 취미와 병행해서 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훨씬 커지겠죠.” 그의 말처럼 그는 특별한 훈련을 하지는 않는다.
마라톤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러 다니곤 했지만 그러다 보니 하기 싫은 날은 빼먹게 되고 그것이 하루 이틀 쌓이다 보니 몸은 무거워 지고 마음은 게을러지게 됐다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운동을 생활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었다. “청계천이 복개된 이후 휘경동 집에서 회사까지 매일 아침을 달리기로 출근을 합니다. 약 13km정도의 거리인데 제 나름대로의 방법을 정해서 달리고 있죠. 이것이 저의 훈련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출근은 안할 수 없잖아요. 때문에 달리기도 저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되었죠. 이렇게 운동을 하니 훨씬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가 있게 되더라고요. 여가시간도 생기고요. 그리고 매일 1시간씩의 웨이트 트레이닝도 빼놓지 않습니다.”
이처럼 국위선양도 하면서 자기 발전도 하고 있는 진병환 씨에게 기억에 남는 대회에 대해서 물어봤다. “솔직히 저는 모든 대회가 기억에 남아요. 하지만 그중에서 꼽으라고 한다면 2003년에 24시간주 달리기에서 한국 최고기록을 달성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총 224.4km를 뛰었죠. 그리고 작년 강화햄울트라마라톤에서 1위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솔직히 그 대회에서는 1위를 못할 줄 알았거든요.” 그가 그렇게 말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울트라마라톤의 경우 선두경쟁이 별로 치열하지 않은 편인데 이번 강화햄울트라마라톤에서 많은 참가자들의 심한 견제로 인해 코스를 이탈하게 된 것이다. 약 2.5km를 달려 나간 후 이탈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다시 마음을 굳게 다진 후 다시 돌아서 달리기 시작했고 결국 1위를 차지했다. 코스이탈이라는 힘든 상황에 놓였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우승의 영광을 맛본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잘 못되는 길로 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때 누군가는 포기를 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을 하겠죠.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좋은 결과가 오기 마련이고요. 마라톤도 마찬가지에요. 잘못 가면 포기하지 않고 다시 달리면 되는 거에요. 거기에 기록이 무슨 의미가 있고 성적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다만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걸로 된 거죠.”
끝없는 도전
지금까지도 많은 도전과 그로인해 많은 영광을 얻은 그는 여전히 ‘도전’에 대해 목말라 한다. “제가 욕심이 많아요. 우선은 올 10월에 미사리에서 열리는 울트라마라톤세계선수권대회가 있는데 거기서 최고기록을 갱신하고 싶어요. 그리고 24시간주 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해 한국기록에 도전하고 싶기도 하고요. 또 그리스 아테네에 스파르타 슬론대회라고 있습니다. 거기에도 출전을 하고 싶어요.”라며 앞으로의 자신이 할‘도전’에 대해 신나게 열거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달리기를 사랑하는 진병환 씨는 마라톤 말고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젊은 시절부터 여행을 좋아했던 그는 배낭하나 둘러메고 홀홀단신으로 떠나고 싶다고 했다. 중국에서 출발해서 유라시아로 넘어가는 꿈의 실크로드를 횡단하고 싶다고. 언제나 새로운 모험을 찾고 또 그것을 즐기는 그의 열정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실크로드를 밟고 있을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글_이종건 기자 | 사진_강영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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