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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설악의 비경 음지백판골과 널협이골 본문

국내 산행/강원도

설악의 비경 음지백판골과 널협이골

산달림 2010. 11. 3. 15:17

 

 

 

황철봉 상단

 

음지백판골은 지금도 표지리본을 찾기 힘들만큼 인적이 뜸한 계곡이다. 설악에서 아직도 때가 묻지 않는 오지의 계곡으로 상류부는 한국의 최대 거목 밀집지역이 있다.

수종으로는 신갈나무, 전나무 그리고 살아 천년 죽어 백년이라는 주목도 있다. 약초꾼나 다니 흔적이 있지만 이마져도 낙엽에 묻혀 길을 찾기가 수월하지는 않고 융단같이 두터운 이끼 등으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설악의 옛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그런 계곡이다.

 

 

 음지백판골 중단 폭포

 

 

  음지백판골을 오르면서 다리쉼

 

작년 설악 속살산행에 이어 금년에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계곡산행으로 처음에는 귀때기청봉을 넘을 계획을 하였지만, 세월의 흐름에 순응해 즐기는 산행으로 계획을 변경하여 길골을 빼고 날협이골로 내려오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하였다.

 

출발도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 운전의 부담을 줄이고 현지택시를 이용하여 들머리로 이동하기로 했는데 높은 매바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있는 용대삼거리 풍물시장에서 인제생막걸리와 감자전으로 출발전 한잔씩 하였는데 이는 그간 산행전 술마시고 음주산행을 한적은 기억에 없는데 이번 산행을 여유롭게 산행을 하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도적소산장 까지 불과 5km 거리를 거금 2만원을 지출해가며 산행을 한것도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라고 리베로가 한마디 거든다.

나이가 들면 나이에 따라 변해야지 늘 10년전 모습데로 살아가기도 힘들고 억지로 살아가려면 자꾸만 탈이나는 것 같다.

 

산행들머리는 도적소산장에서 계곡을 따라 아래로 조금 내려오면 음지백판골 입구가 나타난다. 지금이 한창 설악단풍의 절정을 이루는듯 만산홍엽의 가을 설악의 모습을 보여준다.

흐릿한 족적은 낙엽으로 덮여 찾기가 어렵지만 자세히 살피면 그래도 길은 식별을 할 수 있어 계곡 깊숙이 들어가는데 인적이란 볼 수도 없고 오직 물소리만 들으면서 설악의 품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음지백판골 상단 오지비경 

 

 

음지백판골 상단 자연림 

 

 

음지백판골 상단 마지막 계곡

 

느지막히 점심식사로 삼겹살과 신라면으로 뱃속을 든든하고 풍물시장에서 먹다 남은 인제생막걸리로 기분을 업 시킨 후 오후 산행을 시작한다.

 

다들 자고나면 다르네 체력이 딸리네 해도 썩어도 준치라고 주봉의 피가 흐르는 우리는 몇 번 쉬지 않고 계곡 상류부에 도착을 하여 오늘 목표지점인 저항령에 너무 일찍 도착할 것을 염려하였다.

 

기우도 잠깐 그때부터 빠른 황철봉 서봉으로 오르지 않고 동봉으로 길을 잡아 행복 끝 고생시작이다.

백자작나무가 앞을 가리는데 길은 없고 대충 길을 찾아 나서는데 가파른 오르막은 금새 땀으로 범벅이 된다.

 

 

 길이 없는 길을 만들어 황철봉가는 길은 고난의 길

 

앞으로 보이는 황철봉 너덜지대를 향해 오르는데 원시림을 뚫고 전진하는게 인내를 시험하는 듯하다.

근 1시간의 고행의 길을 걸어 능선에 올라 서니 북으로 미시령휴게소와 백두대간 신선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황철봉 상단으로 오르는 너덜지대 : 바람이 어찌나 센지 북쪽으로는 나무가지가 뻣지 못함

 

 

자작나무숲을 지나가는 것은 많은 인내와 체력을 요함 

 

 

  너덜지대 측백나무숲을 힘겹게 오르는 리베로님

 

 

 미시령에서 올라오는 황철봉 능선

 

 

수능대박을 기원하는 아빠의 마음

 

 

여유로울 것 같던 오늘 산행도 막판 빡센 산행으로 기력을 소진하고 저항령으로 내려가는 너덜길을 내려 오는데 “우리딸 수능대박”이란 리본이 매달려 있다. 마음이 함께하면 소망하는 것이 이루어지듯 모두 소원하는 일이 이루어 졌으면 한다.

 

 

저항령의 저녁노을

 

석양무렵에 저항령에 도착을 하니 먼저 탠트가 3동이 쳐져있는데 교수님, 남녀 2명이 산행을 온듯하다. 오랜만에 젊은이들을 산에서 만나니 반갑다.

인스탄트세대의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요즘 아이돌이 아나로그 세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신기하기 조차하다.

하지만 타는 석양의 저녁노을을 보며 디지털세대로 느껴보지 못한 느림의 미학도 다시금 생각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저항령의 밤 : 하루산행을 한잔술을 나누며 산행을 마무리, 근데 철이든 건지 나이든건지 술이 남아.

 

 

 옆에도 탠트3동이 쳐져 있어 외롭지 않다.

 

노고단과 탠트를 치는 사이 5분 거리의 길골 샘터로 리베로가 내려 갔는데 그 5분거리는 통상 10분 이상의 거리로 느껴 지는건 마음으로 느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탠트를 치고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고 땅거미기 점점 짙어져 노고단이 렌턴을 들고 마중을 갔는데 한참후 돌아온 리베로가 하는 말이 4L의 물이 그리 무거운지 몰랐다고 하는게 무척 힘들었던 것 같다.

 

준비해간 된장찌개를 끓이고 삼겹살로 저녁식사를 하는데 산에서 먹는 음식은 모두가 맛이 있고 최고다. 땀을 흘리고 먹는 밥맛을 어떤 진수성찬 보다 맛이 좋다. 그건 노력 후 먹는 한끼 식사의 고귀함을 느낀다. 탠트안에서 저녁식사 후 흐릿한 불빛 아래서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이며 오늘의 산행을 정리한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하루의 피곤 탓인지 모두가 빨리 꿈나라로 갔으면 한다. 그래서 옆 탠트로 가서 산이야기를 나눌까 하다가 이내 잠자리로 든다. 침낭 안의 포근함이 마치 어머님 품안처럼 포근하다.

 

아침은 대간꾼들이 잠을 깨운다. 미시령에서 마등령구간은 입산통제구간이라 이를 통과하려고 밤중에 미시령을 출발 저항령에 도착한 것이다. 그들은 이른 참을 먹으려고 잠시 쉬면서 나누는 대화가 산속에는 시끄럽게 들린다. 오늘 아침식사는 간밤에 먹던 밥이 넉넉하게 남아 청국장만 끓여 먹기로 했다. 산중에 청국장의 특유한 냄새도 구수하게 느껴지는 산속의 아침이다.

아직은 그리 춥지 않아 아침식사도 탠트 밖에서 식사를 하였다. 하루를 자고나니 조금은 가벼워진 배낭이지만, 이제 나이 탓인지 늘 부족하기만 하던 술이 남았다. 주, 부식도 최소화하여 딱 필요한 것만 준비하였다. 이제 무게의 부담을 느낄 나이가 된듯 하다.

 

그런데 술이 남았다. 술도 체력이 있어야 마신다는 말씀이 딱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매사가 몸이 시키는데로 움직이게 된다. 이는 결코 숨길수 없는 진실이 아닐까?  저항령을 출발하면서 셋이서 기념사진을 남긴다.

 

 

 

 아침에 하룻밤을 보낸 저항령을 출발 길골로 내려 섰다.

 

가까울줄 알았던 저항령 샘터는 5분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어제 리베로는 더 멀게 느껴졌겠지. 그래서 마음으로 가늠하는 거리는 같은 거리라도 기분에 따라 멀기도 가깝기도 하다.

 

오늘의 핵심포인트는 널협이골의 상단을 잡는 것인데, 지도상으로 보는 것과 현지에서 느끼는 감은 사뭇다르다.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았어 리베로가 자꾸만 우측능선으로 오를 것을 주장한다. 모두가 초행인 널협이골이라 길골에서 어느지점에서 능선을 것인지 아는이는 없다. 단지 지도로 추측만 할 뿐이다.

 

 

길골 샘터 :물을  뜨려면 몸을 깊숙히 집어 넣어야 했다.

 

 

 고목이된 신갈나무

 

제법 뚜렷하게 난 능선을 따라 오르니 힘은 몇배나 더들고 잡힐듯한 능선은 잡히지 않고 땀만 솟아 놓는다.

거목이된 신갈나무 아래에서 잠시 다리쉼을 해보니 길을 잘못 접어든게 보인다. 능선까지 오르지 말고 너덜지대를 거쳐 능선으로 붙는 트레버스가 한결 편할 것 같아 그리 정했다.

 

 

 너덜지대에서 본 길골: 우리는 우측 능선을 타고 넘어 널협이골로 집입

 

역시 길이 아닌 길을 걷는다는 게 쉽지는 않다. 너덜지대가 오히려 편하게 느껴지고 능선에 오른 후 내려서니 널협이골 상단이 맞는 것 같다.

후미가 오길 기다리면서 능선을 따라 좀더 가보니 설악산천연보호구역 표시석이 있다. 인터넷에서 읽은 적이 있어 확신을 하고 돌아오니 후미인 노고단이 도착해 있다.

길을 놓쳐도 다들 원망하지 않고 수용해 주는 넉넉함이 있어 좋다. 우리가 가는 길은 정규등산로가 없고 알아서 찾아가는 길이기에 길을 제데로 찾아가는건 쉽지 않은 걸 잘 알기 때문일까?

 

 

 널협이골로 진입하기 위해 너덜을 내려 오는 리베로, 노고단님 

 

 

설악산천연보호구역 표지석

 

하지만 나중에 다시 이 길을 올 때면 제대로 길을 찾을 것이다. 초행은 항상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살아가는 삶도 모두 초행이지만 시험은 없다. 그래서 실수도하고 돌아도 가고 때로는 넘어지기도 하나보다.

 

널협이골 상단은 펑퍼짐한 곳으로 습도가 높은 탓인지 이끼가 두껍게 덮여 있는게 원시림을 느끼게 한다.

내리막 길이라 여유롭게 계곡하류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물길은 늘 낮은곳으로 향하기에 물길만 따라가면 백담계곡이 나올 것이다. 이건 단순 산수이기 때문이다.

 

 

널협이골의 두툽한 이끼

 

그리고 가을산은 특별한 선물을 준다. 낙엽위로 떨어진 머루가 몇송이 보여 주변을 살펴보니 꽤나 많이 서리를 맞고 떨어져 있다.

건포도가 되기전 상태로 씹어 먹으니 달콤 새콤한게 가을을 먹는 것 같다.

배낭을 내려 놓고 한참을 주워 먹고 다시 배낭을 챙겨 내려오는데 아까 보다 더 많이 머루송이가 널브러져 있다.

 

 

 등산로에 널부러져 있는 설악표 머루

 

 

 오늘의 설악표 머루 모델 노고단

 

그제야 집생각이 나는지 “우리 이것 주어가지고 마나님들 주자.” 하고 봉지에 고아 담아 배낭에 넣어 둔다. 가을이란 계절에 자연으로부터 복을 듬뿍 받았다는 즐거운 마음에 이번에는 다래를 준다.

 

 

 설악표 다래모델 노고단

"일단 함 드셔보시라니까요?"

 

 

서리를 맞아 달콤새콤한 머루 

 

서리를 맞아 몰랑몰랑하게 잘 익은 다래는 설탕을 먹는 듯 달콤한 맛이다. 그 맛있는 모습을 오래 담아 두려고 노고단이 설악산 머루 홍보대사로 카메라앞에서 섰다. “새콤 달콤한 설악산 다래 일단 한입 먹어 보시라니까요.”

잠시 입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내려오니 이깊은 계곡도 예전에 사람이 살았던 인적이 있다.

 

오래된 유리병이 보이고 울타리를 쌓아 놓은 흔적도 있는게 집터 흔적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깊은 계곡에 짐승과 함께 살았나 농담하는데 어린이주먹만한 돌배가 수두룩히 떨어져 있다.

 

 

설악이 준 세번째 선물 돌배, 돌배모델을 둘 노고단과 리베로

 

오늘 세 번째 선물을 받았다. 완전히 숙성하여 한입 베어 먹으니 배의 단물이 주록 흐른다. 돌배술이 맛있다하여 배낭에 챙겨 넣으니 무게가 수월찬다. 그렇다고 이 귀한 것을 버릴 수는 없고 무겁더라도 집까지 메고가야 겠다.

 

자연이 가을에 주는 선물을 듬뿍 받고 흥겹게 내려 오는데 계곡은 점점 수량이 풍부해 지면서 길도 점점 험해진다. 담과 소도 점점 늘어나고 단풍도 점점 선홍색을 띄며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류로 내려 오면서 점점 붉어진 단풍에 우릴 반겨준다.  

 

 

단풍위에서 추억을 남기고 

 

 

점점 潭과 沼가 많이 지면서 풍광이 점점 절경속으로 빠져든다.

 

우려했던 40m 폭포는 우회길이 있어 쉽게 내려 왔지만 조금만 실수를 해도 계곡에 빠져 알탕을 할 것 같아 조심해서 걸어야 했다.

그러나 3명이고 걷는 속도가 비슷하여 빠른 속도로 계곡을 내려 올수 있었다. 간혹 심마니터가 있어 비닐 한 장만 있으면 위를 덮어 낙엽속에서 포근한 하룻밤을 지세울수 있을 것 같았다.

 

 

심마니의 모덤터 

 

 

깊어가는 가을을 남기고

 

 

우리를 반겨주는 널직란 沼 

 

 

단풍은 점점 선홍빛


하류로 내려 올수록 계곡은 점점 넓어지고 수량도 많아 숨은 비경이 많았다.  널협이골의 유래는 잘 모르지만 넓고 좁은 계곡이라 하여 널협이골이라 불러지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백담사 계곡이 가까워 올쯤 시장하고 시간도 정오가 되어 라면과 남은 삼겹살로 널협이골의 근사한 점심식사를 하며 남은 술도 한잔하니 신선이 따로 없는 듯 하다. 즉 내가 신선이 된 기분이다.

 

 

40m 폭포 상단 : 오른쪽으로 돌아서 하산 

 

 

아름다운 그대 이름은 단풍 

 

 

단풍은 전체를 보는 것보다 일부만 보면 더 곱게 느껴진다. 

 

 

어두움 속에 더 고운 빛을 내는 가을의 전령사 그대이름은 단풍 

 

그간 오지계곡산행이라 등산객도 만나지 못했는데 백담계곡에 나가면 수많은 행락객 속에 묻혀 버릴 것 같다.

산이 좋아 산을 찾고 자연을 벗하는데 북적거림이 싫다면 오지 계곡산행이 제격인 듯 하다.

  

 

노고단식 물 마시기

 

 

 

만산홍엽의 설악 널협이골

 

마지막 폭포가 나오고 조금 내려서니 백담계곡으로 오르는 셔틀버스와 걸어내려오는 등산객으로 백담계곡이 가득하다. 이제 다시 속세로 돌아오는 기분이고 상경할 걱정이 앞선다.

 

 

용대리 코스모스 속

 

이번 음지백판골과 널협이골 산행은 설악의 단풍이 절정이 시즌에 가장 한적한 곳으로 산행을 하여 설악의 오지를 돌아 본 소중한 시간이었고, 좋은 벗과 설악의 풍광에 취해 자연을 마음껏 감상하고 자연에 묻혀 본 설악산행이 었다.  늘 함께 할 수 있는 벗이 있고 좋은 멋진 비경이 있어 더욱 좋은 오지계곡산행이 었다. 아마 다시 가을소식이 전해 지면 맨먼저 설악의 계곡산행이 더욱 그리워 질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