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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마라톤/마라톤 이론

스포츠 음료, 물보다 효과 있을까?

산달림 2007. 6. 21. 14:08
“스포츠 음료, 물보다 효과 있을까?”

나트륨·탄수화물 등 함유…탈수 예방·에너지 보충 효과

달리는 도중에 스포츠 음료를 들이키면 냉수를 마신 것보다 더 빨리 근육에 작용한다. 체액 교환속도가 빠를수록 효과적으로 체온을 조절하고, 근육도 활력을 찾는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다양한 영역에서 갖가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 바늘 하나에서부터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을 제외하고 현대생활을 논할 수 없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는 운동화나 트레이닝복, 하물며 테이프 하나도 발달된 기술의 결과다. 고수들이 알고 있는 달리기 노하우와 기량 향상을 위해 실시하는 훈련 프로그램도 발달된 스포츠 의학의 결과다. 스포츠 음료 역시 마찬가지다. 물보다 나은 정도로만 알고 가볍게 마셔버리지만, 실제 스포츠 음료에는 탈수를 막고 기록을 향상시키기 위한 과학적 장치들이 숨어 있다.

우리 몸의 60%가 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수분의 10%만 잃어도 생명을 잃는다는 사실 역시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인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물은 산소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도, 달리기 도중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탈수 증상이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주의하고 주의해도 모자람이 없다. 따라서 이 기사에서는 ‘충분한 수분 섭취’는 논외로 하고 스포츠 음료의 과학적 근거를 살피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 우선 체액의 구성부터 짚어보겠다.

수분뿐 아니라 전해질 보충

생체 내의 물은 세포내액(Intracellu lar Fluid:세포 안에 있는 물)과 세포외액(Extracellular Fluid:혈액이나 임파액처럼 세포 밖에 있는 물)으로 구분되는데, 각각은 칼륨(K)과 나트륨(Na)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양이온(K+, Na+ 등)과 음이온(Cl-, HPO4- 등)은 평형을 이루고 있고, 정상적인 신체 기능 역시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에 달려 있다. 문제는 장시간 운동으로 인해 수분이 손실되면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이 깨진다는 데 있다.

전해질보다 수분이 더 많이 손실될 경우, 체내 삼투압이 증가하면서 갈증이 심해진다. 갈증을 느끼는 시기에 이르면 이미 체내 수분이 상당량 소진된 경우이므로, 바로 수분을 보충하더라도 손실된 수분을 완전히 보충하는 데에는 24∼48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갈증을 느끼기 전에 수분을 섭취해 두어야 하는데, 수분이 빠르고 완전하게 공급되기 위한 자극제로 효과적인 것이 바로 염화나트륨(NaCl)이다. 염화나트륨의 전해질 상태는 Na+와 Cl-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이온음료란 이러한 전해질을 포함하고 있는 음료를 말한다. 대부분의 스포츠 음료는 240ml당 50∼100mg의 나트륨을 포함하고 있다. 운동하면서 땀으로 잃는 나트륨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저(低)나트륨증(Hyponatremia)에 걸리기 쉽다. 구토·복통·피로감·경련 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스포츠 음료를 통해 보충할 수 있는 것은 전해질뿐만이 아니다. 이상적인 스포츠 음료는 장거리 달리기로 소진되는 체내 글리코겐을 보충해준다.

적정 탄수화물 농도로 흡수 빨라

스포츠 음료에는 다양한 형태로 탄수화물이 농축되어 있다. 맥아당 덱스트린(Maltodextrin)이나 포도당 중합물 등의 녹말이 액체 상태로 포함되어 있거나, 수크로스(Sucroce, 자당)나 설탕 혼합물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들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글리코겐을 보충해주므로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무방하다.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는 그 종류보다 양에 신경을 쓰는 쪽이 좋다. 운동 중 1시간에 30∼60g 정도를 섭취하는 것이 적당한데, 국내에서 시판되는 음료에 포함된 탄수화물은 240ml를 기준으로 15g 정도이다. 시간당 두 캔에서 세 캔 정도를 마셔주는 것이 적당하다는 이야기다.

스포츠 음료의 탄수화물은 글리코겐을 보충할 뿐 아니라 맛도 좋게 한다. 맛이 좋다는 것은 물에 비해 입을 더 당긴다는 뜻이다. 이는 젊은 주자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나이 든 주자들에게 특히 필요한 요소인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갈증을 느끼는 정도가 줄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러너들은 19∼25세의 러너들보다 갈증을 덜 느끼고, 덜 마신다고 한다.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령의 러너들은 의도적으로라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스포츠 음료를 찾아 자주 마시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2006 서울마라톤 풀코스 우승자인 김형락씨가 골인 후 스포츠 음료를 마시고 있다.

탈수로 손실된 전해질과 탄수화물을 보충하는 일련의 과정을 ‘재수화(Rehydration)’라고 한다. 간과 근육에 제한된 양으로 저장되어 있는 글리코겐을 보충하고, 손실된 전해질을 보충하며, 탈수와 관계된 위험성 즉 ‘열중증’ 등을 예방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현재 시판되고 있는 대부분의 스포츠 음료는 탄수화물과 전해질의 혼합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위장에서 수분이 흡수되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체액보다 약간 낮은 삼투압으로 제조되어 있으므로 물이나 탄산보다 흡수 효과가 빠른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우리가 스포츠 음료 하면 떠올리는 ‘물보다 빠르다’는 광고 문구는 스포츠 음료의 빠른 흡수 속도를 강조한 것이다.
달리는 도중에 스포츠 음료를 들이키면 같은 양의 냉수를 마신 것보다 더 빨리 근육에 작용한다. 체액 교환속도가 빠를수록 효과적으로 체온을 조절하고, 근육도 활력을 찾는다. 단시간 운동에는 물과 비교해 큰 효과가 없겠지만 마라톤처럼 장시간 체력을 소진하는 운동일 경우 스포츠 음료를 마시는 쪽이 에너지를 보강하는 데 이득이다.

건강식품에서 식이요법에 이르기까지 기록 향상을 꿈꾸는 달림이들이라면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며 관리할 것이다. 수십만원이 넘는 홍삼에서부터 온갖 한약재까지, 달이기도 하고 찌기도 하고 삶기도 하면서 먹거리에 들이는 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비싼 걸 챙겨먹다가 몇백원 하는 스포츠 음료를 생각하면 코웃음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스포츠 음료 캔 하나에도 우리 몸을 효율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과학적 노력이 농축되어 있다. 몇 시간을 고아 약물도 해 먹는데 스포츠 음료 한 캔 마시는 시간이 부족할쏘냐. 오래 달릴수록 스포츠 음료의 도움이 크다고 한다. 아직 동네에서도 ‘달리기 명함’을 내밀기가 부끄럽다면 스포츠 음료를 마셔보자. 마지막 10km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글·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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