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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4,300km 175일간 Pct를 걷다. 본문

해외 산행/존 뮤어 트레일

4,300km 175일간 Pct를 걷다.

산달림 2019. 6. 20. 20:35

 

 

 

 

2015년 겨울에 영화 "와일드(Wild)"를 감명깊게 본 적이 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배경으로 제작되었으며 가난한 삶, 폭력적인 아빠, 부모의 이혼으로 불우했던 유년 시절을 지나 엄마와 함께 행복한 인생을 맞이하려는 찰나,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온몸을 다해 의지했던 엄마가 갑작스럽게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엄마의 죽음 이후 인생을 포기한 '셰릴 스트레이드'는 남편과 이혼을 하고 마약 중독자가 되고 외도를 일삼으면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파괴해가고 있는데 어느날 엄마의 자랑스러워 했던 딸로 돌아 가기 위해 '악마의 코스'로 불리는 Pct 길을 걷기로 한다. 그 길은 눈덮인 고산과 그늘 한점 없는 사막이 있으며 황야가 펼쳐지는 길로 거친 자연속에 온갖 육체적 피로와 고통, 외로움, 두려움을  극복하고 그 길을 완주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 갈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네 자신의 최고의 모습을 찾고 그 모습을 찾으면 끝까지 지켜내라.'는 엄마의 말이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인생이란 얼마나  예측 불허의 것인가? 그러니 흘러가는데로 그대로 내버려 둘수 밖에.'란 대사가 지금도 생생하게 들려 온다. 그  영화를 보고 처음으로 PCT(Pacific Crest Trail)를 알았고 나는 그 길중의 일부분인 존 뮤어 트레일(JMT)을 다녀 왔다. 저자는 그 영화를 보고 후배인 히맨과 함께 PCT길을 걷고 쓴 책이다.

 

 

PCT길은 멕시고 캄포를 출발해 켈포니아와 오리건 그리고 워싱턴주를 통과해 캐나다 국경인 모뉴먼트78까지 약 4,300km를 걷는 길이다. PCT(Pacific Crest Trail)를 번역하면 태평양산맥 트레킹이다.

 

 

 

PCT 하이커들은 트레일중에 이름대신 독특한 문화로 일종의 별명인 트레일 네임을 사용한다. 작가의 트레일 네임은 스폰테니에스로 계획보다 행동을 앞세우는 점이 있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의 2년 후배의 트레일 네임은 히맨(He man)으로 강하고 빠른걸 특징으로 트레커들의 붙여준 이름이란다.

 

 

거칠고도 험한 PCT길이다.

 

 

PCT길에서 조금 벗어난 미국 본토의 최고봉 휘트니에서 바라본 산군

 

 

장거리 트레일은 무게와의 전쟁이다. 배낭의 무게를 줄이고 줄여 출발을 했지만 PCT 둘째날, 나는 삼각대를 내려 놓았다. 샌들을 내려 놓았다. 책들을 내려 놓았고 잭다니엘을 내려 놓았다. 하지만 아직도 내려 놓지 못한게 많다. 이 길의 끝에 내가 짊어지고 가는 것이 얼머나 될까? 라고 했다. 근 5~6개월의 트레일에 내려 놓아야 할게 어디 배낭의 짐뿐이겠는가? 싶다.

 

 

 

Pct길에서 만나는 에메랄드빛 호수

 

 

 

Pacific Crest Tral(PCT) 안내표지판

누군가와 같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알기에 최대한 맞추고 배려하려고 애썻다. 여행은 그렇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 힘이 들기에 원초적 본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때 그 사람을 바로 볼수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친구과 같이 걸어라 했다.  혼자가는 길은 길은 외롭고 둘이 가면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외롭지 않고 혼자가는 길이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건 신의 영역이다.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면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들도 둘이 걷다 보니 인간적 고뇌가 느껴진다.

"한시간을 걷고 10분을 쉬었다 가는 방법을 선택했지만 히맨은 속도가 나보다 빨랐고 나는 속도보다 순간에 집중해 사진을 찍거나 머물고 싶은 곳이 있으면 멈추곤 해서 히맨이 기다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우리는 출발전 그날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를 정해 놓고 그곳에서 다시 만나는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길에서는 정답은 없는듯 하다. 자유와 배려는 한꺼번에에 이루어질 수 없는것 아닌가. 싶다.

 

 

초반의 사막길은 물과의 전쟁이다. 물은 많이 가져가면 좋겠지만 배낭의 무게가 늘어난다. 물을 적게 가져가면 가벼워서 좋겠지만 심한 갈증을 견디어 내야 한다. 그 선택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아침에 출발하자 말자 물이 떨어졌지만 멈추면 더 고통스러웠기에 계속해서 걸을 수 밖에 없었다. PCT길에서 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한다.

 

 

물의 양을 체크하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뺏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남은 물을 슬그머니 숨기는 나를 발견했다. 그때 생각했다. 사람은 이기적이라는 것을, 내 마음이 들킨것 같아 실소가 나왔다. 인간은 위기의 상황에서는 더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것 같다.

 

 

인간은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본능적으로 이기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누구나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고 가정할 때, 기회비용을 따져 자신에게 좀더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을 한다. 그말에 동감이 간다. 그걸 도덕적 잣대로 비난을 할 수는 없는것 같다.

 

 

PCT길에는 트레일 엔젤과 트레일 메직이 있다. 트레일 엔젤들은 PCT를 경험해 본 사람들로 자신의 집을 기꺼이 하이커들에게 개방하여 쉬었다 가게 하거나 간단한 음식과 음료 그리고 따뜻한 샤워까지 제공한다.이것을 트레일 메직이라 한다. 그들 또한 다른 천사들의 도움을 받았기에 자진해서 엔젤활동을 한다고 한다. 그들은 트레일 곳곳에 물을 가져다 둔다거나 음식을 가져다 둔다. 이런 문화는 우리가 배워야 할 문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잘난 척은 혼자 다하고 세상을 다 아는 척하며서 정작 스스로는 작은 욕심하나도 못 다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 가고 있는것 같다. 모두 제 잘난척 하며 살아 가는것 같다.

 

 

 

오늘 하루만 버티자. 오늘 하루만 열심히 걷자. 하는 생각이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pct에 익숙해 져 있었다. 처음 한달은 아무것도 모른체 그냥 걸었다. PCT가 뭔지, Long Thru Distance Trail이 뭔지, 보급이 뭔지도 모른 채 엄청난 열기와 싸워야 했고, 나 자신과도 싸워야 했다. 그렇게 사막을 건너고, 둘째 달에는 눈에 그리던 하이시에라와 존뮤어 트레일, 그리고 요세미티를 만났다. 이게 PCT의 하루 일정이다. 그 긴 길을 걸을 때 오늘 하루만 걷는다는 단순한 생각. 그 하루하루가 모이면 4,300km를 걷는것이다.

 

 

PCT길의 고산에는 언제든지 우박을 동반한 진눈개비가 내린다. 방한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PCT길이다.

 

 

작가 사용한 탠트,  탠트에는 그림과 글들이 많은데 같이 PCt 하이커들이 그려준 그림이고 글이라 한다. PCT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접하는 메이커의 장비는 그리 없단다. 그들의 장비 선정기준은 메이커가 아니라 어디거내가 중요한게 아니라 좋은 제품을 좋아한 단다. 메이커가 중요한게 아니라 좋으냐 좋지 않은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노스페이스나 컬러비아 제품을 만나기 힘들고 마모트, 파타고니아, 아크테리스 제품이 많고 신발은 호카, 부룩스, 알트라가 많다. 배낭은 가벼운 초경량 지펙이 강세이고, 탠트는 지펙 빅아그네스인 초경량이 대세란다.

 

 

지펙탠트 / 초경량

 

지펙 배낭은 가볍게 하기 위해 프레임이 없어 가볍고 좋으나 일정 무게 이상을 맬 때는 오히려 프레임이 있는 배낭이 편하다고 했다.

 

 

 

후반부에는 트레킹에 회의가 온다. 작가도 "조금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길을 걸어야 하는지 도대체 무엇었 위한 여정인지, 여기까지 하는것과 더 하는 것의 큰 차이는 무었인지 등, 지금까지 와는 조금 다른 생각들이 나를 다른 방향으로 몰아 세우고 있었다." 여정의 후반으로 가면서 많은 생각이 드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것 같다.

 

 

 

트레일의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허기를 때우고 탠트를 걷은 후 배낭을 싸고 트레일을 걷는다. 몫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걷다 그러다 사이트를 찾아 다시 탠트를 치고 다시 저녁을 먹는다. 하루 일과를 정리한 후 다시 잠에 든다. 반복되는 일상, 하지만 한달 뒤 돌이켜 보면 이 순간이 미칠도록 그리워 질 것이다.

5 ~ 6개월을 걷는 나날도 따지고 보면 매일 이런날의 반복이다. 그런날들이 모여서 4,300km를 걷게 되는 것이다.

이런 구절도 있다. 한달 뒤 돌이켜 보면 이 순간이 미치도록 그리워 질 것이다. 왜 그 순간을 즐기지 못했나?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나. 누구가 힘들면 그렇게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지만 추억이 되면 즐기지 못한걸 후회하게 되는것 같다.

 

 

트레일에서 보급을 받기위해 마을로 갈때나 마을에서 다시 트레일로 다시 돌아 갈때는 이렇게 히치하이킹을 한다. 트레일 길에서는 비교적 히치하이킹이 잘 되는 문화인것 같다.

 

 

길 위에서는 쉽게 외로워 지는것 같다. 작가도 "거의 8개월이 지났는데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누구에게 기대고 싶은 생각이 든다. 힘든다고 투정도 부려보고, 보고 싶다고 애교도 부리고, 누군가 온전히 나를 위해서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길 위에서 긴 시간은 누구나 외로움을 쉽게 타는것 같다.

 

 

4,300km중 3,620km를 걷고 같이 걷던 히맨이 부상으로 제대로 걷지를 못하게 된다. 그때 최대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6개월의 미국 비자만료기간이 가깝기 때문에 마냥  쉬었다 갈수도 없다. 그때 그들이 나누 대화는 "도저히 못갈 것 같아,  형. 이번 달 안에 마무리 짓기도 힘들것 같고.... 어쩌면 포기 해야 할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형이라도 먼저가."

"네가 지금 포기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하지만 끝까지 완주하고 싶다면, 내가 업고라고 갈테니 걱정마라."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솔직히 겁이 났다. 하루하루 늦어질수록 내 체력도 떨어져 가고 내 앞일도 알 수가 없었다. 고뇌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히맨의 부상으로 회복을 기다리면서 호텔에 들게 된다.  "희남이의 상태가 나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고 있는 것 같다. 최대한 희남이에게 맞추려고 하고 있는데 그러다가도 답답하고 짜증 나는 건 인간이라 어쩔 수 없는것 같다. 끝까지 함께 하기로 했으니 참고 견디자 생각하다가도 어느 순간 내가 왜그래야 하지?" 그러다가 나도 힘들어 지는데? 어려움이 닥치면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되는 상황이다.

 

300km를 남겨두지 않은 싯점에서 완주하는게 무슨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페이스북에 사진 한장 올려 놓고 사람들이 반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순간? 우쭐함? 거품? 이러면서도 역시 페이스북에 올리고 스스로 위안을 찾는다.

 

 

트레일의 휴식은 내일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히맨의 부상으로 계획한 날보다 지체가 되어 식량이 부족하고 연료가 떨어진다.  이미 체력은 바닥나 있었다. 행동식도 다 떨어지고 연료가 없어 라면도 못 끓여 먹고 인스턴트 커피를 계곡물에 타  카페인의 힘으로 악으로 올랐다. 몇번이나 소리를 질렀는지 모른다. 거의 10km를 세시간 넘게 올랐는데 체력의 한계에 부딪혔다.

 

 

어제처럼 힘들어하지  않기 위해 작전을 잘 세웠다. 일단 어젯밤 먹고 남은 라면국물에 불려 놓은 메쉬드포테이토를 아침으로 먹었다. 다 식고 비릿하여 별로 였지만 그러라도 열량을 보충해야 했다.

그렇다. 험한 길에는 어쨋던 먹어야 걷는다. 맛으로 먹는게 아니라 먹어야 걷기에 억지로라도 목구멍으로 넘겨야 한다.

 

 

우여골절 끝에 174일째 5 km를 남겨두고 쓴 글이다. 긴 길의 끝이 궁금했다.

처음과 끝을 함께 할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마음한 구석이 든든했다. 마지막 밤이다. PCT의 끝을 5km쯤 남겨두고 있다. 내일이면 175일만에 완주하게 된다. 결국 이날이 오고야 말았다. 얼떨떨 하다. 좋은것도 아니고 아쉬운 것도 아니다. 더 일찍 끝냈어도 그랬을 것이고 더 늦어 졌어도 그랬을 것 같다. 아마 내일도 그렇게 벅차 오르거나 신나하지 않을것 같다. 

 

 

175일만에 도착한 캐나다 국경선의 모뉴먼트 78앞에 섰을 때 모습이 궁금했다. 그들의 모습은,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 몇장을 찍고 오래 전부터 오늘을 위해 챙겨 놨던 콜라 한 캔을 꺼냈다.
"형 콜라 챙겨 왔었어요. 

"응, 오늘을 위해 몇일 동안 배낭에 넣어 뒀었지. 샴페인으로 하고 싶었는데 병이 너무 무겁더라고."

카메라 타이머에 맞춰 콜라 세리머니를 하려고 준비했다.

"준비해, 하나, 둘, 셋!"

 

 

 

4,300km PCT의 끝잠인 모뉴먼트 78 미국 성조기와 캐나다 국기가 아곳에 국경임을 알려준다.

 

 

별이 내 눈앞으로 쏟아지는듯 했다.  앞으로도 수없이 만나게 될 PCT의 별밤. 누군가 그랬다 별 백만개짜리의 호텔에서 자 보았냐고, 나는 오늘도 그렇고 앞으로도 수없이 자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