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하늘땅 진안고원길 1, 2구간 본문
전북 진안에는 고원길이 있다. 고원길은 하늘땅 고실고실에서 마을과 사람, 진안을 만나는 길이다. 마을길, 논길, 밭길, 산길, 숲길, 물길, 고갯길, 옛길, 신작로 등 첩첩산중 진안땅에서 고원길은 절실한 소통의 공간이자 사연과 기억을 간직한 공간이다. 그리고 첩첩산중 고원 바람을 맞는 곳이다.
평균 고도 300m인 하늘땅 진안군을 일주하는 고원길을 걷는 행사가 매년 가장 더운 복중에 있다. 올해는 7월 25일부터 8월 1일까지 7박 8일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100여 개의 고원마을 지나는 길에는 고원 고개가 50개나 되며 그 고원길의 길이는 210km나 된다.
하루 전날 진안에 내려 와 진안 공설운동장 가는 길에 있는 정자에서 탠트 치고 하룻밤을 보냈다.
행사날인 7월 25일 진안만남의 쉼터에는 전국에서 오신 걷기 참가자가 속속 도착한다. 먼저 체온 측정을 하고 짐을 보관하는데 중량은 19.5kg 이하가 되어야 한다. 서약서 쓰고 8시에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 잔뜩 흐린 날씨에 출발이다.
오늘 걷는 길은 1구간인 마이산길과 2구간인 들녘길을 걷는다.
마이산길은 진안에서 마이산을 거쳐 마령면에 이르는 고원길이다. 예전에 마이산을 오가던 '연인의 길'은 사계절 아름다운 숲길이 있다. 길의 끝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의 사이인 천황문에 다다른다. 이곳을 산태극 수태극의 명당자리이다. 계단을 내려서면 태조 이성계가 이야기가 가득한 은수사와 탑사, 마을숲이 넉넉한 은천마을을 지난다. 진안에서 사양천변을 따라 걷다가 마이산 가는 길에는 진안의 명품 흑돼지 조형물이 많다. 진안은 홍삼과 흑돼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하루 25 ~ 35km를 걸어 7박8일 동안 210km를 걷는다. 고원지대라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시원한 곳이라 삼복에 열리는 걷기 행사다. 걷기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을 듯 하지만 의외로 2~30대 젊은 들도 많이 참가했다. 더위 속에 걷기에 참가한 젊은이를 보면 마음이 든든하다. 올해는 더위보다는 비 예보가 행사 중 계속되어 빗속에 걷고 탠트 생활하는데 더 힘들듯 하다.
말의 귀를 닮았다는 암수마이산 사이로 난 길을 넘어 돌탑으로 유명한 탑사를 지나 온천리로 가는 길은 작은 고개를 넘는다. 논, 밭 사잇길을 걸어 사자골을 내려서면 은천마을이다. 길은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온천천을 따라 길은 이어진다.
어린 적 외갓집 가던 길이 이 길을 많이도 닮았다. 잔뜩 흐린 날이 금세 비라도 솟아 질듯 습도가 높은 날이다. 농촌인구 감소로 젊은이는 찾아볼 수 없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만 가끔 농약을 치고 계신다. 마령면으로 가는 개울 위 전망 좋은 곳에는 정자가 있다. 형남정이다. 한때는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이 여름 더위를 식히며 놀던 곳이다.
시골길에는 가게도 식당도 귀하다. 면소재지에 가야 식당이 있어 그곳을 지날 때는 무조건 식사를 해야 한다. 마령면에 있는 팔팔식당의 청국장 백반은 구수한 맛이 진안의 맛이다. 넉넉한 인심은 밥은 무한리필이란다.
걷는 동안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좋고 땀을 흘릴 수 있어 좋다. 자연과 벗하며 걷다 보면 절로 편안함이 찾아온다.
2018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년째인데 매년 참가하여 3번째 오시는 분도 많다. 사람을 만나고 자연이 좋고 걷기가 좋아 오시는 분들이다.
남악재를 넘어 원평지에서 실시간 통과 인증 사진을 올려야 하는 게 걷기 행사의 규칙이다. 들녘길이 이곳은 산악지대인 진안에서 들이 넓은 지역이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벼논에는 우렁이 농법을 하고 있다.
햇살에 좋은 수박 밭 위에는 비닐로 덮어 온도를 높여 수박의 당도를 높인다. 백운면 물가에는 예전에 쓰던 물레방아간이 두 번째 체크 포인트다.
덕운교를 지나 솔밭거리가 오늘 길의 끝이다. 배달되어 온 짐에서 탠트를 꺼내 솔밭에 치고 샤워를 하고 나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저녁식사를 지어 먹고 나니 비를 뿌린다. 탠트 자락에 부딪치는 빗소리를 들으면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 걸을 길을 따라가 보고 하루를 마감한다. 피곤하니 절로 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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