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진안고원길 7, 8구간 본문
연일 빗속에 아웃도어 생활에 힘든 분은 진안으로 나가서 모텔에 자고 왔다. 눅눅해진 옷가지에 젖어 버린 등산화는 마를 겨를이 없다. 젖은 신발로 걷다 보니 발가락 사이의 껍질이 까져 쓰리고 물집도 잡혔다. 폭염에 폭우에 연일 걷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편안함을 생각했다면 복중에 여길 오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을 다잡고 출발 준비를 했다.
부귀면 사무소 뒤에서 출발할 때부터 우의를 입고 걷는다. 여름철 걷기는 인내의 시간이다. 더워 아니면 비가 힘들게 다. 그 힘든 일을 왜 스스로 할까? 예비군 복을 입고 산을 오르면 그건 훈련이지만 등산복을 입고 오르면 산행이라 했다. 훈련을 힘들지만 산행은 즐겁다. 그 차이는 뭘까? 임하는 마음이다. 같은 일을 해도 마음먹기 따라 달라진다.
오늘 걷는 길은 정자천과 황금리, 심원재를 거쳐 마조에 이르는 길이다.황금마을에는 황금 체험 마을이 있고 홤금쉼터가 있다. 오름길에는 황금 폭포가 내린 비로 힘차게 물줄기를 뿜어낸다. 진상 마을의 정자에서 잠시 쉬어 간다. 무더운 날씨에 바지가 척척 달라붙어 꾹 짜면 물이 흐를 것 같다. 습도가 높은 무더운 날이다.
황금천으로 따라 걷는 길에서 젊은 커플 팀을 만났다. 반바지 차림으로 씩씩하게 잘도 걷는다. 많고 많은 취미 생활중에 젊은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단순한 걷기를 좋아하는 냐고 물으니 "힘들게 걷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한다. 쾌락은 즐기는 순간을 좋지만 돌아 서면 허전함이 있다. 힘들게 걷고 나면 힘든 만큼 성취감을 느낀다. 30대 초반에 너무 빨리 철이 든 것 같다. 전건한 생각에 앞길이 밝을 것 같다.
심원재는 차들이 다니지 않는 흙길의 신작로다. 이런 길이 걷기 좋은 길이다. 산 기슭을 구비 돌고 돌아 내려 서면 마조다. 오늘 구간에 유일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진안중에서도 가장 오지인 마조 마을은 일명 가리점이다. 이곳에서 갈크미재까지는 숲길을 따라 오르는 오지길을 걷는다.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마조마을 부녀회 운영 식당이다. 주 메뉴는 돼지 두루치기, 김치찌개, 시래기국, 청국장이다. 청국장 맛이 일품이다. 거기다 진안 생막걸리 한잔을 나누어 마시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여름철에는 이곳 산골에서 잡은 산 메기탕이 있단다. 진작에 알았다면 이것 맛보는데 아쉽다.
이곳의 특산물로는 생옥수수를 판다. 통상 옥수수는 삶거나 쪄서 먹는다. 여기의 옥수수는 그냥 생으로 먹는단다. 씹어 보니 아삭하며 달콤한 맛이 특별하다. 걸을 거리가 멀어서 사가지고 올 수 없는 게 아쉽다. 아직도 디딜방아가 있는 첩첩산중의 하늘 아래 첫 동네 마조 마을이다.
갈크미재로 오르는 길의 숲길을 점점 깊어지고 하늘은 어두컴컴해 진다. 임도길이라 걷기에는 힘들지 않지만 인적이 뜸해 혼자 걷기에는 적적한 길이다. 5.2km를 홀로 생각하며 걷는 길이었다. 갈크미재 정상에 올라 서니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 준다.
정상의 의자를 배경으로 체크포인트 인증 사진을 찍고 길을 내려간다. 오른쪽으로 산악회 시그널이 붙어 있는 길은 오른쪽은 구봉산 왼쪽은 운장산 가는 길이다. 어두컴컴한 하늘에 멀리서 번개가 치더니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그러더니 후드득 떨어지는 소나기. 갑자기 폭우로 변해 퍼붓는다. 양동이로 들어붓듯 솟아지는 소나기다.
처음에는 조금이라도 옷이 젖을 새라 조심했지만 이내 신발이 젖고 옷이 젖으니 이제 소나기를 즐기며 걷는다. 폭우는 길을 따라 물길을 만들고 있다. 자동차 바퀴를 따라 두 줄기 물길이 만들어졌다. 요즘 좀체 보기 힘든 손바닥보다 큰 두꺼비가 느린 걸음으로 빗속을 가고 있다. 그런 두꺼비를 종종 만나는 오지 길이다.
4.4km를 비를 맞고 외서사동에 내려오니 이제야 찻길이 보인다. 마조에서 근 10km 산길을 걸어 첫 번째 만나는 동네다. 정자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길을 나섰다. 주자천을 따라가는 길은 운일암반일암의 노적봉 쉼터까지 가는 길이다.
갑자기 불어난 주자천은 황톳물이 내를 가득 채워 흐른다. 그 와중에 우산을 쓰고 낚시를 하는 마을 분도 계신다. 비가 오면 고기가 올라온단다. 모퉁이를 두 개나 돌고 나니 삼거다.
바닥이 나무로 된 데크에 탠트를 칠 때는 잠시 비가 그친 틈에 탠트를 쳤다. 주자천을 가득 채우고 흘러내리는 모습이 호도협에서 봤던 그 모습과 흡사하다. 저녁은 취사를 하지 않고 식당에 가서 길에서 만난 길손들인 용인에서 오신 74세 된 정선생님, 남원에서 오신 전직 교장선생님, 태백에서 오신 문선 선생님과 메기 매운탕으로 간단히 소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였다. 매운탕이 매워 입을 호호 불면서 먹었다.
긴 장마가 끝나길 바라지만 일기예보에는 야속하게도 내일은 종일 비예보가 있다. 올해는 유난히 장마가 긴 여름이다.
밤에도 탠트 천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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