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진안고원길 9, 10구간 본문
9구간 운일암반일암 숲길과 10구간 용담호가 보이는 길을 걷는 날이다. 밤새 탠트 자락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도 잘 잤다. 다행히 탠트 안에는 빗물이 스며들지 않고 보송뽀송하다. 어김없이 아침은 찾아온다. 매식을 할 분은 식당에서 매식을 하라고 문자가 온다. 준비한 식량이 많아 그냥 탠트에서 끓여 먹기로 했다. 비 오는 날 캠핑 생활도 운치 있다고 생각하면 재미난 일이다. 일부는 비가 온다고 근처 모텔이나 민박에 들기도 했다.
아침에 호우주의보가 내렸다고 한다. 그래도 행사는 계속 진행된 단다. 호우경보가 내리지 않으면 중단되지 않는다 말에 마음 든든하다. 암벽하던 시절에 매주 첫째 일요일은 무조건 암벽을 했다. 암벽 초짜 때 일화다.
"대장님, 비가 와도 암벽합니까?"
"이놈아, 비가 오면 밥 안 먹냐."
"비가 와도 너무 많이 오는데요."
"헛소리 하지 말고 빨랑 나와"
"예."
그 후 소나기 속에서도 빗물이 콸콸 흐르는 바위에 붙어 평소와 다름없이 암벽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비가 와도 바위를 오르는데 빗속에 걷는 건 별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보다 더 심한 한계를 넘긴 경험은 살아 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살아가면서 체험한 일들은 삶의 밑거름이 된다.
빗줄기가 강해 잠시 식당 아래 쉬다가 평소보다 1시간이 늦은 9시에 삼거를 출발했다. 오늘은 안전을 고려해 개별 GPS트렉으로 걷지 않고 단체로 군대 행군하듯 모두 같이 걷는다고 한다. 오늘부터 새로 온 3박 4일 팀과 함께 군인이 행군하듯 한 줄로 늘어서서 운일암반일암 계곡을 따라 걸었다. 연신 굵은 빗방울을 맞으며 걷는 길은 여럿이 걷다 보니 재미있다. 혼자 걷는 다면 청승맞겠지만 함께 해서 즐거운 길이다. 맑은 날 주변을 볼 수 있는 전망대는 안개와 비로 선명하게 볼수 없어 아쉽다. 물길이 되어 흐르는 길을 걷는다.
운일암반일암 야영장에는 탠트와 차박을 하는 분들이 많다. 7월 하순이니 휴가철이다. 요즘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차박이 늘어난 게 2020년의 새 풍습도다. 승합차를 개조해서 은퇴 후 전국을 집시같이 여행하는 분이 많다. 빗방울은 굵었다 가늘었다를 반복한다. 비 내린 들판은 청소를 한 듯 청량감이 느껴진다.
논길을 따라 걸어 주천면사무소에 도착하니 11시가 되었다. 점심 먹기는 이른 시간이지만 진안고원길에는 면소재를 지나면 다음 식당이 없어 식사를 해야 한다. 진안의 명물 흑돼지 두루치기가 먹을 만하다. 비를 맞으면 추우니 체온 유지를 위해서 그때그때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잘 먹어야 잘 걷는다.
하성암 마을을 지날 때 비가 잠시 멈춰서 각자 걸어도 좋다는 말에 자기의 속도로 걷는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남보다 쳐지는 게 싫은 것이다. 우르르 앞서 나간다. 기록이 없어도 뒤쳐지기는 싫어한다. 갑자기 걷는 속도가 빨라진다. 된비알에서 체력이 약한 분은 뒤로 쳐진다. 오르막에 잘 걷는 분이 잘 걷는 사람이다. 임도길은 내린 비로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걸어야 한다. 사고는 오르막에서 일어나지 않고 내리막에서 일어 난다. 특히 나무뿌리나 나무를 밟으면 미끄러진다.
진안의 깊은 골짝골짝에도 사람이 산다. 전원생활을 즐기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진안은 산이 좋고 물이 좋아 살기 좋은 곳 중 하나다. 용담댐이 보인다. 용담댐은 2001년 10월에 완공된 댐이다. 주변에는 수몰지구에 살던 분들이 이주해서 전원주택을 짓고 살아가는 예쁜 마을들이 많다.
용담면 사무소 가는 길에는 호반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다. 전망이 좋은 용강산을 넘어서 간다. 용담댐을 내려다보는 전망이 좋은 곳인데 비가 내려 전망이 꽝이다. 내려오는 길이 많이 미끄럽다. 용담호 호반 도로를 따라 걸어 면사무소를 지나 용담 체련공원으로 길은 이어진다.
논길과 마을을 지나 용담 체련공원이 오늘 종착지다. 점점 빗줄기가 굵어져 오늘 야영지를 안천 실내 테니스 장으로 옮겼단다. 대기 중인 승합차로 안천으로 이동하였다. 실내라 비를 맞지 않아 좋다. 비 오는 날에 지붕이 있는 이곳이 이리 좋은지 미처 몰랐다. 집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다.
오늘도 폭우 속에 하루를 잘 버텼다. 내일은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 염려된다. 저녁 무렵에는 잠시 햇살이 곱게 비춰 주었다. 그리 비를 맞고 힘들어하면서도 표정은 밝다. 좋아서 하는 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이 얼굴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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