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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인생을 돌아 보는 구봉대산 본문
영월의 북쪽 무릉도원면에 있는 구봉대산을 다녀왔다. 산행의 들머리는 법흥사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법흥사는 영월 10경 중 하나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적멸보궁 중 하나다.
주차장의 극낙교를 지나 고즈넉하게 느껴지는 노송나무 숲을 지나면 두 번째 나무다리를 건너 산행이 시작된다. 널찍한 등산로는 완만해서 걷기 편한 길이다. 가을로 가는 산은 아직 여름의 옷을 벗지 않고 푸르다. 제골 계곡을 따라 1km를 걸어 올라오면 작은 개울을 건넌다. 이곳에는 수통에 물을 채울 수 있는 마지막 물길이란 안내 글씨가 있다. 여기서부터 등산로는 좁아 들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그리 가파르지 않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길이다. 능선까지 오르는 데는 0.3km의 짧은 거리다.
능선에 올라 서면 널목재로 양이봉이 기다리고 있다. 구봉대산은 불교의 윤회설에 따라 봉우리의 이름을 지었다. 제1봉은 "양이봉"이다. 양이봉은 부모님의 금실 자락으로 어머님의 뱃속에 잉태함을 나타낸다. 잠시 거리인 제2봉은 “아이봉”은 인간이 세상에 태어남을 나타내는데 어린 시절은 늘 어머니의 뜻에 어긋나기 일수 였으며, 제3봉은 “장생봉”으로 인간이 유년, 청년기를 지나는 과정으로 어른이 되면 부모님 품을 떠나는 게 자연의 섭리임을 의미한다.
장생봉까지는 거리가 짧았는데 관대봉 가는 길은 조금 멀다. 헬기장을 지나고 관대봉이다. 유년시절과 청년기를 거쳐 직업을 구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일까 가는 길도 이전 길보다는 멀다. 제4봉 “관대봉”은 3층 누각을 세우려면 1층 누각부터 굳건히 세워야 하듯 벼슬길에 나아감을 의미한다.
제5봉 “대왕봉”은 내 인생의 최고의 순간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는 인생의 절정을 이룬 뜻을 의미한다. 대왕봉에서 바라보면 건너편 백덕산이 바로 보인다. 그 넘어는 평창군이다. 제6봉인 "관망봉” 가는 길 바윗길을 지나야 한다. 바윗길 마냥 살아가는 것은 만만치 않은 현실과 많이 닮았다. 바위를 두어계단 올라야 오르는 봉인데 아내는 무섭닥고 오르지 못했다. 삶은 혼자 힘 만으로 이루어 지지 않으며 지친 몸을 쉬어감을 의미한다. 제7봉 “쇠봉”에는 돌로 쌓은 돌탑이 있다. 살아 가면서 욕망과 집착을 어
떻게 관리하여야 할까. 태어난 것은 소멸하는 게 자연의 법칙이다. 인간의 병들고 늙음을 의미한다.
구봉대산은 제8봉에 있다. “북망봉”은 죽음은 언젠가 맞이해야 하는 삶의 완성이다. 인간이 이승을 떠남을 의미한다. 그런데 최고봉인 구봉대산은 제8봉에 있을까. 절정기에 구봉대산을 두지 않고 죽음을 의미하는 북망봉에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제 하산길이다. 내림길에 있는 마지막으로 제9봉은 “윤회봉”으로 좋은 업을 심으면 좋은 과보가 있고, 나쁜 과보를 심으면 나쁜 과보가 따른다는 것으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불교의 윤회설에 근거를 둔 것이다.
9봉을 걸으면 누구나 한 번쯤 자기의 삶을 뒤돌아 보고 앞으로의 시간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다. 건너편에는 백석산과 사자산이 병풍을 두르듯 감씨고 있다. 법흥사가 자리한 산이라 9개 봉에 이런 이름이 붙여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중간중간에 암릉이 있어 조심스럽게 걸어야 하는 구간이 있다. 하산길은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다. 계곡길에 접어들면 편안한 길이다. 등산로는 일주문 앞에서 끝나지만 차량 회수를 위해서는 법흥사 주차장까지 걸어 올라가야 한다.
영월에도 과수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과 재배에 적합한 기후가 되었다. 추석을 앞두고 빨갛게 익은 사과가 탑스럽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이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이라 찾아보았다. 오르막 길을 걸어 오르는 길이다. 5대 적멸보궁으로는 양상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이고 영월 법흥사도 적멸보궁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요선암과 요선정을 찾았다. 무릉리에 위치한 이곳은 신선이 노닐던 곳이라 하는데 무릉리가 있는 이곳의 군 이름이 무릉도원군으로 명칭을 바꿨다.
요선암 돌개구멍에 가보면 암석에 구멍이 동그랗게 파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지형을 포트홀이 라고 하는데 하천이 흐르면서 바닥의 작은 틈으로 모래와 자갈이 들어가서 빠르게 흘러내리는 물과 함께 소용돌이치면서 암석을 깎아 만들어진 모양이 특별하다. 그곳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요선암 정자와 큰 돌에 마애여래좌상과 노송이 잘 어우러진 풍경이다.
아침부터 바삐 돌아다녔더니 긴 하루를 보냈다. 우리는 즐거운 일이 있을 때는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하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긴 시간이 흘렸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군대 시절에 전역을 앞두고 일각이 여삼추라고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고 했을까. 산행은 힘든 시간이지만 보람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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