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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경기만 소금길 걸어서 시화 방조제 걷는 날 본문

국내 걷기여행/경기만 소금길

경기만 소금길 걸어서 시화 방조제 걷는 날

산달림 2020. 11. 3. 16:15

 

걸어도 걸어도 그자리 같은 시화방조제길

 

소금길 2구간을 걷는다. 새벽 먼동이 트기 전인 6시에 집을 나서 전철로 노량진 ~ 금정 ~ 오이도까지 이용하고 버스로 오이도 빨간 등대에 도착하니 9시 10분이나 되었다. 왔다가는 시간이 너무 길게 걸려서 이번부터는 아예 비박 장비를 갖추고 노숙을 하며 최종 종착지인 화성 매향리까지 걷기로 했다. 배낭에 4일 치 식량과 잠자리와 옷가지를 챙겨 넣었더니 묵직하다. 이 또한 길을 걸으려면 가지고 가야 할 업보가 아닌가. 

 

오이도 표지석(좌), 노을의 노래 전망대(우)

 

시화 방조제 시작점 시흥 오이도 박물관


오이도의 아침 바닷바람은 짭짤한 갯내음으로 코끝을 스친다.  해질녘에 노을을 바라보기 좋은 모퉁이에 자리한 '노을의 노래 전망대'를 지나면 해안가를 따라 걷는 길이 오이도 살막이 길이다.  살막이 길은 오이도 어부들이 바다에 살을 설치하여 물 때를 보아 가며 잠시 쉬고 임시거처로 어구도 보관하고 잡은 고기를 잠시 보관하던 그런 곳이다. 시흥 오이도 박물관에서 시화 방조제가 시작된다. 오직 직선 길로 된 12km의 방조제는 시흥과 화성의 머리자를 따서 시화방조제란 이름을 붙였다. 1987년에 착공하여 6년이란 시간이 걸린 대규모 토목사업이었다.

 

시화방조제 길의 시흥과 안산 경계지점
오이도 앞바다(좌), 시화나래 휴게소 달 전망대(우)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걷는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후반에 있는 시화나래 휴게소 전에는 트럭에서 파는 간단한 차와 음료를 파는 트럭이 두어 대 있다. 이는 지나가는 차량의 운전자를 위한 쉼터이다. 시화방조제는 시흥, 인천지역의 달림이들이 장거리 훈련코스로 많이 이용되는 코스다. 더운 여름날 저녁에 노을을 보며 바닷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환상적인 코스다. 방조제 중간에는 어디 한 곳 다리 뻗고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은 없다. 15kg이나 되는 배낭을 메고 꾸역꾸역 멀리 보이는 시화나래 휴게소까지 걸어가야 한다. 인내력의 시험장 같은 길이다. 무심으로 걷고 걷는다.

대부도 가는 방조제
대부도 앞바다

시화휴게소에는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가 있다. 시설용량 254Mw급 발전소로 10개의 소차가 10.3m의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마침 썰물 때라 빠져나가는 바닷물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중'이란 표시가 있다. 이곳주변은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찌를 바라보는 마음에는 오늘도 월척의 꿈을 꾼다. 멀리 대부도의 방아다리 선착장이 가까워 온다. 이곳부터는 대부도 해솔길과 서해랑길을 함께 걷는다. 서해랑길은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화 교동까지 1,800km의 길이다.

 

 

해송이 울창한 방아다리 공원(좌) 방아다리 해변 상징물(우)
방아다리 해변

해송 숲과 바다가 일품인 방아다리 공원을 지나 전망 좋은 북망산을 넘으면 9개 봉이 있다는 구봉산으로 이어진다. 개미허리같이 잘록하다고 개미다리란 이름이 붙여진 다리를 지나면 낙조 전망대 상징물이 있다. '석양을 가슴에 담다.' 조형물은 둥근 모양의 물체의 양옆으로 뻗어가는 스테인리스는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 위에 비치는 아름다운 노을빛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바닷가로 돌아오는 길에는 구봉도 선돌은 할매바와와 할배바위로 부른다. 종현어촌체험 마을을 지나면 펜션단지 마을을 지난다. 평일이라 좀 썰렁한 느낌이다. 돈어섬 정상에는 초고압선 유공자 비석이 있고 산을 내려와서 만난 캠핑장은 캠퍼가 3~4팀만 탠트를 치고 있다.

북마안 정상에서 본 서해바다(좌), 바다 풍경(우)
구봉도 개미허리 다리
낙조 전망대의 '석양을 가슴에 담다.' 조형물


여기서 해솔길 2코스가 시작된다. 자전거길과 나란히 같이 하며 가끔은 해안을 나갔다 돌아 오는 코스다. 서해안은 갯벌을 지루할 만큼 자주 만난다. 갯벌가 해안에는 요즘 대세인 차박하기 좋은 곳이 여럿 있다. 조용한 갯벌의 바닷가에 노을만 바라보고 쉬어도 그냥 좋은 곳이다. 성동 갯벌 앞에는 데크로 전망대를 만들고 있다. 이곳의 낙조가 일품이란다. 마침 식수가 바닥이 나서 펜션에 들려 가까운 24시 마트의 위치를 여쭈어 보니 쭉 가면 삼거리에 있단다.

해솔길
성동해변의 낙조 멀리 보이는 다리는 선제교

가까이 있나 했더니 웬걸 2km나 되는 대부중고등학교 앞까지 걸어야 했다. 오늘 밤을 지내려면 2L 물은 있어야 저녁과 내일 아침을 넘길 수 있다. 벌써 해는 지고 어두운데 배낭의 무게는 더욱 어깨를 짓누른다. 편의점에서 구입한 물을 배낭에 넣고 돌아오는 길은 소금길에서 많이 떨어진 번외 구간으로 일종의 알바를 한 셈이다. 이런 길은 걷지 않아도 되는 길을 걸으니 더욱 힘이 든다.

가로등이 켜진 아일랜트CC 뒤편으로 길은 이어진다. 오늘 밤은 어디에서 하룻밤을 보낼까 생각이 많다. 아무데나 하룻밤을 자도 되련만 좀 더 편안한 자리를 찾게 된다. 주변에 개가 없고 가로등 불빛이 없는 곳이라야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다. 어심바다 낚시터 옆이 낙점이다. 오늘 밤은 여기서 이슬을 피해야겠다. 보름으로 가는 13일의 밤이라 달이 있어 더 운치 있는 밤이다. 오늘 하루 참 많이도 걸었다. 41km 53,578보를 걸었다.

 

어심바다 낚시터 옆 공터 비박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프랑스에서 기자로 은퇴하고 아내를 먼저 보내고 실의 빠져 있다가 63세의 나이에 터키 이스탄블을 출발하여 중국 서안까지 12,000km의 실크로드 길을 걸었다. 그는 길에서 재발견한 삶의 의미를 두 손 가득 움켜쥘 수 있었다고 한다. '걷는 것은 자유며 소통이다.'라고 하였고 '삶은 뒤가 아니라 앞이다.'라고 했다. 참 간결하고도 의미 깊은 구절이다.